비바람이 닥치기 전, 여물게 챙기는 슬기 잡도리 [뉴스] 반갑습니다. 우리말의 결을 살려 마음을 보듬는 토박이말 결지기 입니다.
그림 속, 세차게 쏟아지는 장대비와 거센 바람 앞에서도 한 가족이 마당에 모여 집 주변을 단단히 살피고 있습니다. 아버지는 지붕 위를 꼼꼼히 점검하고 있고, 어머니와 아이는 마당의 화분과 짐들이 비바람에 휩쓸리지 않도록 차분하게 안으로 옮기며 손을 맞추고 있네요. 먹구름 사이로 푸른 하늘이 슬그머니 얼굴을 내미는 정경과, 이들의 땀방울 위로 은은하게 퍼지는 따스한 빛방울들을 보고 있으면 어떤 거친 비바람이 몰아쳐도 우리가 미리 챙겨둔 정성이 있다면 든든하게 이겨낼 수 있다 라는 다정한 위로가 가슴속에 포근하게 차오릅니다.
일이 잘되도록 미리 살피고 단단히 준비하는 잡도리
온여름달, 6월 중순에 접어들면서 날씨알림터 기상청은 올여름이 여느해 보다 더 덥고, 국지성 집중호우가 잦을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정부와 지자체에서도 불볕더위(폭염)과 오란비(장마)철 재난에 대비해 배수시설을 점검하고 취약계층 보호 대책을 서두르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지요. 해마다 찾아오는 오란비와 불볕더위지만, 그 피해의 크기는 우리가 얼마나 미리 살피고 다잡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지기 마련입니다. 이렇게 큰 자연의 변화를 앞두고 오늘 우리가 마음 깊이 새겨볼 고운 토박이말은 잡도리 입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이 말을 단단히 준비하거나 대책을 세움. 또는 그 대책 으로 풀이하며, 잘못되지 않도록 엄하게 단속하는 일 , 그리고 아주 요란스럽게 닦달하거나 족치는 일 이라고 뜻풀이합니다. 움직씨(동사) 꼴로 미리 잡도리하다 처럼 부려 쓸 수도 있으며, 소설 《농민》에서는 매에 못 이기어 아무렇게나 대어 놓으면 또 잡도리가 시작되는 것이다 라는 문장으로 쓰이기도 했지요. 저는 이를 일이 잘되도록 미리 살피고 단단히 준비하는 것 이라는 쉽게 풀이하고 싶습니다. 큰비가 오기 전에 둑을 살피고 지붕을 고치던 조상들의 슬기처럼,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전에 미리 주변을 여물게 챙기는 다정한 책임감이 담긴 낱말입니다.
세상의 비바람에 흔들리지 않도록 내 마음을 단속하는 시간
우리네 나날살이도 이와 참 많이 닮아 있습니다. 살다보면 여름철 장대비처럼 예측할 수 없는 시련과 캄캄한 불안감이 우리에게 불쑥 찾아오곤 합니다. 남들의 매서운 말에 상처받거나, 당장 뜻대로 풀리지 않는 일들 때문에 마음의 갈피를 잡지 못하고 마음 졸일 때도 있지요.
비바람을 막으려 지붕을 단단히 고쳐 매는 그림 속 가족의 손길처럼,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삶의 비바람에 휩쓸리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의 울타리를 가만히 잡도리하는 일입니다. 외롭고 힘겨운 감정이 더 커지기 전에 그동안 참 잘 버텨왔다 라고 나 자신을 따뜻하게 위로도 해 주고, 내 안의 착한 끈기를 믿으며 대책을 세워나간다면 그 어떤 거센 장대비도 여러분을 무너뜨릴 수 없을 것입니다. 미리 미리 챙긴 정성스러운 마음들이 모여, 마침내 화창하게 개어날 여러분의 내일을 가장 견고하게 지켜줄 테니까요.
[마음 나누기]
그림 속 가족이 큰비가 오기 전 집안을 단단히 잡도리하듯, 요즘 여러분의 마음속에 다가오는 힘든 일들을 이겨내기 위해 나만의 방식으로 미리 단단히 준비하고 계시는 잡도리 는 무엇인가요? 불안한 마음이 들 때마다 고운 글귀를 읽으며 마음을 다잡는 일 이나 올여름 무더위를 건강하게 나기 위해 보양식을 챙겨 먹는 일 등 여러분의 다정한 이야기를 댓글로 소중하게 나누어 주세요. 우리가 함께 공유하는 슬기와 온기가 모여, 지친 서로의 내일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가장 안전한 무더위쉼터가 됩니다.
[한 줄 생각]
오란비(장마)와 불볕더위(폭염)는 막을 수 없지만, 미리 잡도리하면 피해는 얼마든지 줄일 수 있습니다.
[오늘의 토박이말]
▶잡도리
뜻: 단단히 준비하거나 대책을 세움. 또는 그 대책. (쉬운 풀이: 일이 잘되도록 미리 살피고 단단히 준비하는 것)
보기: 올여름 큰비가 내려도 피해가 없도록 미리 잡도리를 해야 한다.
[토박이말 길잡이] 결지기 이창수
이창수 시민기자 maljigi@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