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법재판소(ICJ), 기후변화 대응 의무화 판결...글로벌 기후소송 지형 변화 예고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사진=ICJ 홈페이지
유엔 최고 사법기구인 국제사법재판소(ICJ)가 각국에 기후변화 대응 의무가 있음을 명시하는 권고적 의견(advisory opinion)을 발표했다.
23일(현지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날 발표된 ICJ의 권고적 의견은 기후 취약국 바누아투가 유엔 총회를 통해 제기한 청원이 받아들여진 결과로, 기후소송을 정당화하는 법적 근거가 강화될 전망이다.
이와사와 유지 ICJ 소장은 이번 사안은 단순한 법률 문제가 아니라, 모든 생명체와 지구 자체의 건강을 위협하는 실존적 문제”라고 강조했다.
기후피해 배상 근거 마련…주요국 NDC 상향 압박 본격화
ICJ는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 1.5도 이내 제한은 파리협정의 기본 목표이며, 이에 따라 각국은 유엔의 절차에 따라 국가적 목표를 상향 조정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11월 브라질에서 열리는 COP30을 앞두고 각국의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제출에 대한 압력도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ICJ는 각국이 기후변화 대응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그에 따른 결과를 감수해야 할 수 있다고 지적하며, 화석연료 생산과 같은 활동의 중단이나 피해 국가에 대한 손해배상 등의 조치가 발생할 수 있음을 언급했다. 단, 위법 행위와 손해 사이에 충분히 직접적이고 명확한 인과관계가 입증돼야 한다.
ICJ의 권고적 의견은 강제력은 없지만 국제법적인 기준을 형성하는 데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즉, 화석연료 생산국이나 선진국들이 각종 국제 소송에서 압박을 받는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 특히 향후 배상 책임 논의나 기후정의(climate justice) 관련 분쟁에서 이번 결정이 인용될 가능성이 크다.
국제 법원, 기후보호 지지 사례 늘어…다배출국 압박 수단 될 것
국제 법원들이 기후권 보호를 명시적으로 지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앞서 2024년 5월에는 국제해양법재판소(International Tribunal for the Law of the Sea, ITLOS)은 각국이 해양 산성화를 방지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고, 이달 초에는 미주인권재판소(Inter-American Court on Human Rights, IACHR)가 기후 문제는 인권 문제라고 선언했다.
런던정경대 그랜덤연구소(Grantham Research Institute on Climate)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 세계 약 60개국에서 진행 중인 기후 소송은 3000건에 육박하며, 지난해에만 226건의 신규 소송이 제기됐다.
이번 권고적 의견으로 바누아투를 포함한 기후취약국들은 다배출 국가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게 됐다. 바누아투의 랄프 레겐바누 기후변화부 장관은 우리 기후취약국들이 오랫동안 주장해 온 바를 국제사법재판소가 명확히 확인해줬다”며 국가들이 기후 대응의 법적 의무가 있음을 분명히 했다”고 평가했다.
비영리기구 액션에이드(ActionAid) 바누아투 지부의 플로라 바노 국장은 이번 판결은 기후위기를 유발한 국가들에 책임을 요구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가 될 것”이라며 기후가 갈수록 불안정해지는 가운데, ICJ는 삶을 재건하고 정의로운 미래를 확보하는 데 필요한 보호 조치와 배상 논리를 제시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