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왜곡·혐오의 뿌리 ‘일베’ 폐쇄하라 총공세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글로벌 커피 프랜차이즈 스타벅스 코리아의 5·18 정신 왜곡에 시민들의 분노가 가라앉지 않는 가운데, 시민사회단체 ‘일베폐쇄 서포터즈’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7주기인 23일 왜곡과 혐오의 발원지인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의 즉각적인 폐쇄를 요구하며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방미심위, 옛 방심위)와 국민신문고를 대상으로 단체 민원 접수에 나선다.
22일 오후 광주 서구 광천동 신세계백화점 광주점 앞에서 5·18 단체 관계자들이 탱크데이 판매 촉진 행사를 연 스타벅스 코리아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6.5.22 연합뉴스
일베폐쇄 서포터즈 단장인 박태훈 청년진보당 전국대학생위원회 준비위원장은 전날 페이스북 공지를 통해 스타벅스 5.18 탱크데이 사태, 래퍼 리치 이기의 노무현 조롱 가사 논란. 연이어 터진 두 사건은 일베가 온라인 커뮤니티 안에 갇혀 있지 않다는 것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면서 일베에서 만들어진 혐오 문법이 대기업 마케팅실로, 10대 래퍼의 가사로, 초등학교 교실로 퍼지고 있다 고 개탄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에게 일베폐쇄의 명분을 주자 고 호소했다.
박 위원장은 일베가 존재하는 한 이런 일은 계속 반복된다 면서 사회적 공론화가 살아있는 지금, 민원 총공을 제안한다 고 덧붙였다. 방미심위와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제출한 뒤 완료 화면을 캡처하고, 본인이 작성한 민원 내용 또는 일베를 폐쇄해야 하는 이유 한마디를 #일베폐쇄 태그와 함께 SNS에 올리고 주변에 널리 알리면 된다.
박태훈 페이스북 갈무리
시민들의 자발적 스타벅스 불매운동은 이미 조직적 사법 대응으로 번지고 있다. 호남 지역 143개 시민사회단체가 연대 성명을 발표하고 고발장을 제출함에 따라,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공공범죄수사대는 손정현 전 스타벅스코리아 대표이사와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관공서와 금융권의 쿠폰 지급 차단 조치 속에 온라인에서는 텀블러 파기 및 계정 삭제를 인증하는 ‘탈벅(탈스타벅스)’ 운동이 확산 중이며, 불매 대상은 이마트, 트레이더스, 스타필드 등 신세계 계열사 전반으로 확장되는 추세다.
그런데 대기업마저 여과 없이 수용한 이 기괴한 ‘탱크 문법’의 뿌리로 일베를 지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일베는 5·18 희생자들을 비하하고 계엄군의 학살을 옹호하는 허위사실을 지속적으로 생산·유포해 왔기 때문이다. 이런 허황된 주장의 근거로 지목된 지만원의 ‘북한 특수군 개입설’이 사법부를 통해 완전히 허위로 판명되어 지씨에게 실형이 선고됐는데도 일베 안에서는 해마다 5월만 되면 왜곡 콘텐트가 재생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이러한 플랫폼의 방치가 일상적 혐오와 차별, 생명경시, 여성에 대한 비하, 아동 대상 성범죄의 온상 역할을 해왔다는 점이다. 일베는 가학적인 비하 은어를 오랫동안 만들고 유포하며 온라인 내 혐오에 대한 거부감의 역치를 낮추었고, 이는 미성년자를 성적 대상화하는 디지털 성범죄의 논리적 기반이 되기도 하였다. 실제로 전 국민적 분노를 자아낸 ‘n번방’ 성착취 사건의 주범 조주빈과 문형욱 역시 일베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범죄 정서를 학습하고 공유했던 핵심 회원들이었음이 수사 과정에 확인된 일이 있었다.
이처럼 축적된 온라인 상의 혐오는 오프라인의 강력범죄 및 사회 테러 행위로 직접 연결되기도 했다. 2017년 왁싱숍 여주인 살인 사건, 2018년 거제 50대 여성 묻지마 폭행 살인 사건의 가해자들은 모두 일베의 극단적 콘텐츠를 내면화한 인물들이었다.
세월호 유가족 단식 농성장 앞에서의 ‘폭식 투쟁’으로 표면화된 반인륜성은 2025년 미아역 묻지마 살인범 김성진의 일베 인증 테러, 2024년 12·3 비상계엄 정국 당시 서부지법 폭동으로 비화하며 시민들의 안전을 직접 위협하기에 이르렀다.
노무현 전 대통령 17주기 추도식이 거행되는 23일 오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한 시민이 노 전 대통령 사진과 업적 등이 부착된 게시판을 바라보고 있다. 2026.5.23 연합뉴스
10대 문화까지 잠식한 극우 밈… 래퍼 ‘리치 이기’ 사태의 본질
일베가 미친 가장 치명적인 해악은 규제 공백 속에 청소년 세대의 대중문화 영역까지 심각하게 오염시켰다는 점이다. 노 전 대통령 서거 17주기를 앞두고 적발된 2006년생 신예 래퍼 ‘리치 이기’의 조롱 공연 기획은 혐오 플랫폼 방치가 낳은 어지러움을 증명한다.
래퍼 리치 이기는 서거 시간인 5월 23일 오후 5시 23분을 공연 시간으로 지정하고, 입장료를 5만2300원으로 책정했다. 일베가 지난 17년 동안 고인의 비극적 서거를 ‘운지’라는 기괴한 밈(meme)으로 소비하고 영정 사진을 합성하며 자행해 온 반인륜적 조롱 방식을 그대로 복제한 것이다.
뒤틀린 하위문화의 수용으로 공적 가치나 상식적 윤리관에 대한 최소한의 여과 장치 없이, 역사적 비극과 타인의 죽음을 오직 가학적 유희 로 삼거나 자극적 노이즈 마케팅 의 도구로 삼는 행태는 일베가 낳은 혐오의 결과물이 미래 세대에게 아무런 저항 없이 유통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기도 하다.
박 위원장은 검찰 권력이 노 전 대통령의 황망한 죽음을 한 사람을 얼마나 잔혹하게 무너뜨릴 수 있는지를 몸으로 보여준 사건이라 언급하며 고인을 욕보이는 운지, 중력절 등의 혐오 표현이 일베에서 나와 한국 온라인 공간 전체로 퍼지고 올해 서거일에는 래퍼들의 공연 도중 고인을 조롱하는 노랫말이 공공연히 울려퍼질 뻔했다는 현실에 분노를 표출했다.
일베의 혐오는 자연발생한 것이 결코 아니며 이명박·박근혜 정권 하에서 검찰과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여론을 조작하려 했던 일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검찰 개혁을 맹렬하게 추진하고 있는 지금, 일베폐쇄 서포터즈가 민원 총공에 나서는 것은 상징성을 갖기도 한다. 노무현을 죽음으로 몰아간 권력 구조와, 그 죽음을 무려 17년간 조롱해온 혐오의 플랫폼을 동시에 청산하는 일이야 말로 최대의 추모이기 때문이다.
과거 국가정보원 심리전단 팀 등이 조직적인 여론 조작의 도구로 일베를 활용하며 고인 비하를 확산시켰던 어두운 역사를 인지하지 못한 채, 청소년들이 이를 힙한 반항 문화 로 착각하도록 방치한 배경에는 표현의 자유와 자율 규제라는 미명 하에 정화 의무를 저버린 옛 방심위의 책임이 가볍지 않다.
단편적 규제 실효성 없어… 방심위, 전체 접속차단해야
이재명 정부가 고강도 검찰개혁을 추진하는 시점과 맞물려, 시민들이 전개하는 이번 일베 폐쇄 민원 총공은 역사 왜곡과 혐오 정서에 기생해 상업적 이익을 취해온 반사회적 플랫폼에 대한 제도적 사망 선고 요구이다.
스타벅스의 탱크 마케팅 논란과 극우 래퍼의 조롱 공연 사태는 일베라는 토양이 존재하는 한, 우리 사회의 인간 존엄성과 민주적 가치, 나아가 청소년의 의식까지 끊임없이 혐오와 차별에 물들어가며 하향 평준화될 것임을 엄중히 경고하고 있다.
지난 17년간 수천 건의 개별 게시물 삭제 시정요구에도 자율 정화를 완강히 거부하며 역사왜곡, 여성혐오, 아동성범죄의 온상 역할을 고수한 플랫폼을 존치하는 것은 옛 방심위의 명백한 의무 불이행이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일베폐쇄 서포터즈는 실효성 없는 단편적 게시물 규제를 넘어, 정보통신심의규정 제21조가 명시한 ‘사회적 혼란을 현저히 야기할 우려가 있는 인터넷 정보’에 대한 즉각적인 사이트 전체 접속 차단 조치를 이행해야 한다”며 무너진 디지털 민주주의의 상식과 인간성의 존엄을 복원하기 위해 (지난해 시행했던) 11만 1493명의 연대 서명을 바탕으로 전방위적 집단행동을 끝까지 전개할 것”이라고 천명했다.한요나 시민기자 hanyona@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