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회생폐지 결정…노동자 점주 등 전방위 타격 [노동] 침체기에 빠진 업황에 자금줄까지 막힌 홈플러스가 사실상 파산 선고를 받았다. 법원이 홈플러스의 회생 절차 폐지를 결정한 것이다. 법원은 기업회생절차 가결시한 연장이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 즉시항고 절차가 남아있긴 하지만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홈플러스의 파산은 막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자칫하면 1만 명이 넘는 홈플러스 노동자들이 직장을 잃고, 입점 점주 등 수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엄청난 손해를 볼 위기에 빠졌다. 정부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홈플러스, 인수자 못 찾아 파산수순…법원, 회생절차 폐지
서울회생법원 회생4부(정준영 법원장)는 3일 홈플러스의 회생 절차 폐지를 결정했다. 홈플러스가 지난해 3월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한 지 1년 4개월 만이다.
대형마트 업계 2위에 한때 전국에 140여개 점포를 갖췄던 홈플러스는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에 인수된 후 이커머스 성장 속 경영난이 가중되며 기업 청산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게 됐다.
직·간접 고용 인원과 입점업체 점주, 납품업체, 전단채 투자자들까지 광범위하게 피해를 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3월과 5월 회생계획안 기한이 연장됐을 때만 해도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사업 부문을 매각해 경영난을 완화한다는 카드가 있었으나, 2000억원대에 NS홈쇼핑으로 매각이 완료된 이후에도 자금난이 여전하다.
전체 104개 대형마트 매장 중 기여도가 낮은 37개 매장을 폐점해 운영을 효율화하고, 본체인 대형마트 매각을 추진했으나 침체된 오프라인 대형마트 업황 속에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
회생 기한 연장을 받지 못한 가장 큰 원인은 회생에 필요한 최소한의 자금인 2000억원을 조달하는 데 실패했다는 점에 있다.
법원은 6월 말까지 2000억원을 조달하기 위한 방안을 소명하라고 사실상 ‘최후통첩’을 보냈으나, 홈플러스가 제출한 회생계획안 수정안에는 실질적인 외부 자금 조달 방안이 담기지 못했다.
홈플러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와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 간의 ‘책임 공방’이 장기화하면서 자금 수혈이 막혔다.
메리츠금융그룹은 MBK파트너스와 김병주 MBK 회장의 보증을 조건으로 1000억원의 긴급운영자금(DIP) 대출금을 에스크로에 예치했으나, 나머지 1000억원에 대해서는 MBK 측이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MBK는 1000억원에 대해 회사 차원의 연대보증을 제공하기로 했으며 이미 김 회장의 개인 증여 등을 통해 수천억원의 자금과 신용을 직간접적으로 부담했다며 맞섰다.
사모펀드와 금융지주회사가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와중에 홈플러스 직원들은 지난 4∼5월 임금이 뒤늦게 지급됐고 6월 월급도 받지 못했다.
법원이 기업회생절차 가결 시한을 연장했던 지난 3월과 비교했을 때 상황이 나아진 게 없고 오히려 악화, 기한을 더 연장할 명분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법원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회생계획안(수정안 포함)은 수행 가능성이 없으므로, 관계인집회의 심리·의결에 부치지 않고 회생절차를 폐지한다”고 설명했다.
폐지 결정에 대한 즉시항고 등이 14일 이내에 제기되지 않을 경우 폐지 결정은 확정된다.
홈플러스 사태 주요 일지, 연합뉴스
14일 내 즉시항고 변수…해결 안 되면 별도 파산 절차 수순
물론 회생절차 폐지 결정이 나더라도 홈플러스는 채무자회생법에 따라 14일 이내에 즉시항고할 수 있다. 대신 자금 조달 문제가 해소돼야 하며 이 경우 회생절차를 새로 밟는 방식의 재도의(재신청)도 가능하다.
법원은 홈플러스가 자금 조달 후 즉시항고하면 정당한 이유가 인정될 수 있다”며 이 경우 서울회생법원 재판부가 스스로 폐지결정을 취소하고, 회생계획안 심리·결의를 위한 관계인집회 기일을 지정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다만 이 경우도 지금까지 회생계획 인가의 걸림돌이었던 자금 문제가 해결돼야 하고, 기간은 2주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실행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경우 결국 홈플러스는 7월 중 별도의 파산 신청 절차를 밟게 될 가능성이 크다.
홈플러스가 파산을 신청하면 법원이 파산 관재인을 선임하고 관재인이 회사 재산을 채권자들에게 배당하게 된다.
메리츠가 홈플러스 62개 자가 점포를 신탁 담보로 잡고 있는 상황으로 파산 관재인 역할은 작다. 결국 메리츠가 점포 매각 등 담보권 실행 절차를 따로 집행할 것으로 보인다.
대형마트 홈플러스가 인수자를 찾지 못해 사실상 파산 수순을 밟게 된 3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 문이 닫혀있다.서울회생법원 회생4부는 홈플러스가 지난달 30일 제출한 수정 회생계획안 변경안의 수행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해 이날 홈플러스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폐지를 결정했다. 2026.7.3, 연합뉴스
노동자들을 포함해 치명적 타격을 입을 이해관계자들이 부지기수
자칫하면 홈플러스 직원과 입점 업체 점주, 납품 대금을 받지 못한 중소기업, 전단채 투자자들까지 광범위한 피해를 보게 생겼다.
지난 달 말 기준 홈플러스 직원은 1만 2000명가량이다. 이들과 대형마트 주차·카트관리, 청소 등 간접 고용 인원 1000명까지 모두 실업자가 되는 등 사회적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홈플러스 납품 중소기업·소상공인 150곳이 아직 받지 못한 납품 대금 규모는 업체당 평균 7억 7400만원으로, 이들은 대금을 받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일반 상거래 채권은 후순위 채권인데, 홈플러스의 현금성 자산은 지난 2월 말 기준 104억원에 불과하다.
후순위 채권자 격인 전단채 피해자 역시 4019억원에 달하는 피해액을 구제받기 어렵다.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노동자들이 국회와 정부를 향해 홈플러스 정상화를 위해 나서달라며 단식을 해왔던 만큼 당황스럽다”면서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형마트 홈플러스가 인수자를 찾지 못해 사실상 파산 수순을 밟게 된 3일 서울 시내 한 홈플러스 매장 앞에 마트산업노조 홈플러스 지부 조합원들의 호소문이 적혀 있다. 서울회생법원 회생4부는 홈플러스가 지난달 30일 제출한 수정 회생계획안 변경안의 수행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해 이날 홈플러스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폐지를 결정했다. 2026.7.3, 연합뉴스
피해자 지원대책 마련에 나선 정부
한편 정부는 파산 절차를 밟게 된 홈플러스 재직자에게 생계 안정 자금을 지원하고 중소 협력업체에 경영 안정 자금을 지급하는 등 충격을 줄이는 조치에 나선다.
이형일 재정경제부 1차관은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홈플러스 관계기관 전담반(TF) 회의를 열고 홈플러스 회생절차 폐지의 영향을 점검하고 이처럼 근로자·협력업체 지원방안을 논의했다.
정부는 민생 경제 파급을 최소화하도록 근로자·중소 협력업체 보호에 중점을 두고 대응해나간다는 방침이다.
우선 근로자 생계 안정을 지원하기로 했다.
임금 체불 피해 근로자에게 1인당 최대 2100만원까지 체불 임금 대지급금을 지급하고, 1인당 1000만원 한도까지 체불액 범위에서 연 1.5% 저금리로 생계비 융자를 지원하기로 했다.
중위소득 50% 이하인 저소득 재직 근로자 대상으로는 생활안정자금 융자를 연 1.5%로 최대 2000만원까지 지원할 예정이다.
실직 근로자들은 실업 급여로 퇴직 전 3개월 평균 임금의 60%를 지원받을 수 있다.
재취업을 원하는 경우 구직 지원을 위한 취업 역량 강화 프로그램 등 맞춤형 종합 취업 지원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실업 급여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국민 취업 지원 제도를 통해 취업 활동 계획 수립을 지원한다.
저소득 구직자에겐 구직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월 60만∼100만원가량의 구직촉진 수당을 지급한다.
실직 후 고용노동부 지원 직업훈련에 참여하는 근로자는 직업훈련 생계비 대부도 지원받을 수 있다. 직업훈련 생계비는 중위소득 80% 이하인 실업급여 비수급자를 대상으로 1000만원까지 금리 연 1.0%를 적용한다.
홈플러스를 주요 거래처로 하는 중소 협력업체에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의 긴급 경영안정 자금 900억원, 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 특례 보증 3500억원 등 총 4400억원 규모의 긴급 유동성을 지원한다.
특히 소상공인의 지원 한도를 기존 7000만원에서 1억원까지로 확대하고, 금리는 0.5%포인트(p) 인하한다.
중소기업 대상으로는 긴급 경영안정 자금 지원 요건 중 매출액 또는 영업 이익 10% 이상 감소 로 규정된 경영 애로 규모 요건에 예외를 적용하기로 했다.
이미 은행권으로부터 상환유예, 만기 연장을 받은 업체를 위해 은행권 협조를 받아 추가적인 상환 유예, 만기 연장을 추진한다.
폐업을 원하는 협력업체는 점포 철거비, 법률 자문 등 원스톱 폐업 지원을 신청할 수 있다.
전직 장려 수당 최대 100만원, 국민 취업 연계 수당 최대 120만원 등으로 취업·재창업도 지원한다.
정부는 매주 관계기관 TF 회의를 개최해 지원 방안이 현장에서 차질 없이 시행될 수 있도록 전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필요시 추가 지원방안도 적극적으로 강구한다. 폐점에 따른 지역 경제 영향 최소화 방안, 근본적인 유통 산업의 경쟁력 강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홈플러스의 회생계획안 인가 시한을 하루 앞둔 2일 서울 시내 한 홈플러스 매장 내 정육 판매대였던 곳에 가위, 집게 세트가 진열되어 있다. 2026.7.2, 연합뉴스
이태경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red196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