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이후 첫 건설 청사진…일본, 원전 14기 로드맵 공개 [환경] 일본 정부가 AI 전력 수요 증가에 대응해 2050년대까지 최대 14기의 원전 교체·신규 건설 계획을 내놨다. / 출처 = Unsplash
일본 정부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처음으로 신규 원전 건설 규모를 수치로 제시했다.
5일(현지시각) 로이터는 일본 경제산업성(METI)이 원전 정책 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정책 초안을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재가동 에 머물던 일본 원전 정책이 처음으로 신규 건설 단계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2040년대 5기, 2050년대까지 최대 14기 교체
경제산업성은 노후 원전을 폐로한 자리에 차세대 신형 원전을 짓는 방식으로 2040년대까지 최대 5기, 2050년대까지 누계 최대 14기를 교체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14기가 모두 완공되면 총 설비용량은 약 1600만kW(16GW)에 달한다. 이번 초안은 경제산업성 장관 자문기구인 원자력소위원회에 보고됐으며, 정부 논의를 거쳐 확정될 예정이다.
이번 계획은 후쿠시마 이후 일본 원전 정책의 방향 전환을 의미한다. 일본 정부는 지난 14년간 신규 원전 건설보다 멈춰 있던 원전의 재가동에 집중해왔다. 현재 운전 가능한 원전 33기 가운데 재가동된 원전은 15기다.
하지만 재가동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상당수 원전이 1970~80년대 건설돼 2040년 전후부터 60년 수명에 도달하기 때문이다. 노후 원전이 순차적으로 퇴역하면 재가동만으로는 현재 원전 발전 비중조차 유지하기 어렵다.
일본 정부가 처음으로 원전 교체 목표를 수치로 제시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노후 원전 퇴역이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신규 건설 없이는 원전 발전량 감소를 막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정부가 2040년 원전 비중을 현재 약 10%에서 20%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힌 만큼, 신규 건설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 과제가 됐다.
AI·반도체가 바꾼 전력 수급 계산서
일본 정부가 이 시점에 신규 건설 카드를 꺼낸 배경에는 전력 수요 증가가 있다. 경제산업성이 2025년 2월 확정한 제7차 에너지기본계획은 2040년 전력 수요가 2023년 대비 최대 22%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장 신증설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원전은 대규모 전력을 24시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탈탄소 전원이다. 일본 정부는 재생에너지 확대만으로는 늘어나는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제7차 에너지기본계획은 2040년 전원 믹스에서 원전 비중을 현재 약 10%에서 20% 수준으로 높이는 목표를 담고 있다. 이번 교체 계획은 재가동 이후에도 이 비중을 유지하기 위한 조치다.
원전은 짓겠다는데 사람이 없다
현실적인 변수는 인력이다. 경제산업성이 원자력소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일본전기공업회(JEMA) 집계 기준 원자력 기기 제조업체 기술자 수는 후쿠시마 사고 이전보다 약 45% 감소했다. 문부과학성 집계 기준 원자력 관련 전공 학생 수도 약 14% 줄었다. 10년 넘게 신규 건설이 중단되면서 설계와 시공 경험을 갖춘 인력 자체가 크게 줄어든 것이다.
경제산업성도 이번 초안에서 원자력 산업 기반 유지와 인력 확보를 위해 장기적인 전망과 비전 제시가 필요하다 고 밝혔다. 원전 교체 목표를 수치로 공개한 배경 가운데 하나가 산업계에 장기 투자 판단 근거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미다.
다만 숫자를 제시했다고 해서 곧바로 건설이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정부 승인 이후에도 환경영향평가, 지방정부 동의, 설계·시공 발주 등 여러 절차가 남아 있다.
안전 문제 역시 여전한 과제다.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NRA)는 올해 1월 추부전력 하마오카 원전 3·4호기 안전 심사를 중단했다. 추부전력이 제출한 지진 위험도 평가 자료의 작성 과정에서 문제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NRA는 추부전력이 심사 과정에서 설명한 방식과 다르게 일부 데이터를 처리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경제산업성은 원전 산업 기반 유지와 인력 확보를 위해 장기적인 전망 제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