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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먼저 트럼프 ‘아첨 외교’ 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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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8년 9월 30일, 런던 크로이던 공항. 비행기에서 내린 네빌 챔벌린 영국 총리는 환호하는 군중을 향해 한 장의 종이를 흔들며 외쳤다. 우리 시대의 평화(Peace for our time)가 여기 있습니다. 히틀러로부터 얻어낸 뮌헨 협정문 이었다. 전쟁의 공포에 떨던 유럽은 열광했다. 그러나 그 종이 한 장은 평화의 보증수표가 아니라, 히틀러의 야망에 기름을 부은 전대미문의 전쟁 촉진제였다. 역사는 이를 유화정책의 파산 이라 기록한다.   뮌헨 협정에 서명한 챔벌린 영국 총리(맨 왼쪽), 히틀러 독일 총통(가운데) 등 각국 정상들. 호르무즈 해협에서 부활한 뮌헨의 망령 그로부터 88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뮌헨의 망령이 부활한 시대를 살고 있다. 장소는 유럽의 초원이 아니라 중동의 푸른 바다 호르무즈 해협이며, 광기의 주역은 히틀러가 아닌 도널드 트럼프다. 챔벌린을 비롯한 유럽 정상들의 히틀러에 대한 굴종이 그를 괴물로 만들었듯이, 지난해부터 이어진 전 세계 정상들이 트럼프를 향해 펼치는 아첨 외교 는 호르무즈 해협에서 그를 전쟁의 괴물로 변모시켰다. 세계 각국의 정상들은 트럼프의 예측 불가능성을 관리 한다는 명목 아래 아첨의 경쟁을 벌여왔다. 동서를 가리지 않고 워싱턴으로 향한 조공 행렬은 눈물겨울 정도였다. 그들은 트럼프의 허영심을 자극하기 위해 노벨 평화상 이라는 인류 최고의 영예까지 동원했다. 그 비굴한 몸짓들은 트럼프에게 강력한 정치적 도파민 을 주입했다. 자신이 무엇을 하든 세계가 굴복하고 찬양할 것이라는 확신, 즉 무결점의 권력자 라는 환각이 그를 지배하게 된 것이다. 이를 보다못한 퓰리처상 수상자인 토마스 프리드먼은 2025년 11월, 뉴욕타임즈에 기고한 칼럼, ‘트럼프의 네빌 챔벌린 평화상(Trump’s Neville Chamberlain Peace Prize)‘에서 세계 정상들에게 제발 트럼프에 대한 아첨을 멈추라”며 아첨 외교의 결과: 트럼프가 동맹국들을 압박하고 독재자들과 거래 를 시도하는 배경에는, 그의 허영심을 자극하며 아첨해 온 주변국들의 태도가 일조했다”고 주장했다. 이 경고대로 세계 정상들의 트럼프 찬양은 트럼프에게 동맹은 돈을 내야 하는 거래 대상이며, 적은 철저히 짓밟아도 무방하다 는 오만한 확신을 심어주었다. 자신이 세계의 질서를 바꿀 수 있다는 권력의 효능감을 증폭시킴으로써 무모한 도박을 향한 절제와 자제를 무너뜨렸다. 지금 이란을 향해 거침없이 돌진하는 트럼프의 뒤에는, 그를 천재적 전략가로 치켜세웠던 아첨꾼들의 그림자가 짙게 깔려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례 회의를 계기로 평화위원회 (BoP) 출범식을 갖고 연설하고 있다. 2026. 01. 22 [UPI=연합뉴스] 지역 분쟁을 글로벌 전쟁으로 확장하는 봉쇄의 광기 최근 트럼프는 호르무즈 해협에 국한되었던 이란 선박 봉쇄의 범위를 인도·태평양 지역 전체로 확대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단순한 제재 강화를 넘어선다. 중동의 지역적 분쟁의 무대를 확대함으로써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압박으로 수위를 끌어올리겠다는 의도다. 전 세계 에너지 공급망과 물류의 동맥을 끊겠다는 이 협박으로 인해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은 이제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트럼프는 우리 석유가 아닌 너희 석유를 지키는 것인데 왜 우리가 비용을 대야 하느냐”며 동맹국들을 겁박한다. 미국은 호르무즈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며 유럽과 아시아 국가들이 미국이 제공한 항해의 자유에 무임승차하고 있다”는 것이 트럼프 주장의 핵심이다. 이렇게 보면 미국은 단지 이란에 대한 봉쇄를 넘어 전 세계의 경제 영토를 볼모로 삼아 도박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과거 히틀러가 뮌헨 협정 이후 폴란드를 침공하며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을 때, 챔벌린의 평화는 환각 이었음이 증명되었다. 지금 트럼프가 벌이는 인도·태평양 봉쇄 는 그 환각이 현실의 파멸로 전이되는 과정이다. 중동의 불꽃이 인도양을 건너 남중국해와 동해까지 번지는 상황, 이것이 아첨 외교가 만들어낸 2026년의 참혹한 풍경이다. ‘아첨 외교’가 ‘영리한 외교’라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미국의 동맹국 무시는 최근 한미동맹에도 나타난다. 정동영 장관의 기밀 누설 논란과 한국에 대한 정보제공 중단, 한미간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지연, 쿠팡에 대한 사법처리 면제 압력 등 미국은 한국에 대한 안보 지원을 지렛대로 전면적인 내정 간섭을 자행하는 중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보편적 인권과 정의를 기준으로 중동 전쟁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낸 점, 한국 정부가 이란에 특사를 보내 독자 외교를 전개한 점, 이재명 정부가 미국의 한국 해군 파견 요청을 묵살한 점, 그리고 이재명 대통령의 인도와 베트남 국빈 방문 등은 미국의 신경을 거스르기에 충분했다. 한국이 예전과 달리 미국에 고분고분한 나라가 아니라는 사실을 연일 외친 셈이다. 트럼프는 이 전쟁을 빌미로 한국의 에너지 공급망을 틀어쥐고 한국에 대한 확장억지력 제공을 거부하며, 한국의 원자력추진 잠수함 건조와 핵 재처리 권한에 대한 의미 있는 답변도 미루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20일(현지시간) 뉴델리 영빈관에서 소인수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2026.4.20 [공동취재 제공] 연합뉴스 그러나 한국 정부가 이러한 미국의 전방위적인 압박에 굴복하여 다시 트럼프에 대한 아첨 외교를 전개하게 되면 더 위험한 상황을 맞이한다. 지금의 상황은 비록 어렵더라도 트럼프에게 주입되는 아첨의 도파민을 끊어내지 못한다면, 인류는 통제 불능의 권력자가 휘두르는 봉쇄의 칼날 에 집단적인 자해를 당하게 될 것이다. 세계 정상들은 깨달아야 한다. 트럼프의 비위를 맞추는 것이 국익을 지키는 영리한 외교 라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것은 영리한 것이 아니라 비겁한 것이며, 당장의 소낙비를 피하기 위해 대홍수를 불러들이는 어리석음일 뿐이다. 뮌헨의 교훈은 명확하다. 독재자의 야망은 유화책으로 달래지는 것이 아니라, 단호한 원칙과 국제적 연대 앞에서만 멈춰 선다. 김종대 국방전문가·전 국회의원 이러한 때 한국이 지도자는 쓰나미처럼 닥쳐올 위기 앞에서 강인한 생존 의지와 결기를 보여주어야 한다. 지금은 한국과 같은 처지(like-positioned)의 중견 국가들이 미국을 배제한 다국적 의지와 역량이 결집되는 시작점에 와 있다. 이러한 중견국 연합을 이어 나가려면 우리가 먼저 트럼프에 대한 아첨 외교로부터 과감히 일탈하는 전환적 면모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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