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민학살 박진경 국가유공자 취소 이후가 더 중요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민족문제연구소 회원들과 제주도민들은 2026년 1월 14일 경남 남해 박진경 동상 앞에서 박진경 국가유공자 취소와 동상 철거를 요구했다. Ⓒ박진우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은 지난해 12월 18일 국방부·국가보훈부 업무보고에서 박진경 대령의 국가유공자 취소에 대해 결자해지로 보훈부에서 책임지고 절차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아직도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 박진경이 국가유공자로 지정되는 근거가 되는 을지무공훈장 수훈 사유가 ‘6·25 참전 유공’이라고 명시된 서류가 언론에 공개되었다.
(편집자 주=박진경 대령은 1948년 5월 제주에 주둔 중이던 9연대장으로 부임한 뒤 도민에 대한 강경 진압작전을 지휘해 제주 4.3단체들로부터 양민학살 책임자라는 비판을 받았다. 박 대령은 부임 한 달여 만에 숙소에서 잠자던 중 부하들에게 암상당했고, 1950년 을지무공훈장이 추서됐다. 이를 근거로 지난해 10월 유족이 국가유공자 지정을 신청했고, 서울보훈지청은 이를 승인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관련기사 참조)
국민에게 생중계된 국방부 업무보고에서 이두희 국방부 차관은 결과적으로 허위로 보고한 셈이다.
이재명 대통령 : 이분(박진경 대령)이 1948년에 사망했는데 6·25 참전 유공자로 훈장을 받았다는 게 팩트예요?”
이두희 국방부 차관 : 6·25라는 것은 아니고. 국가 안전 보장과 전몰장병에 대한 훈장으로. (6·25로 특정된 건 아니고?) 그렇습니다. 특정돼 있지는 않습니다.”
고 박진경 대령은 어떻게 ‘6·25 참전유공자’가 됐나, 2026. 2. 12. ⒸKBS
그러나 지난 2월 12일 KBS 뉴스는 박진경 대령 공적이 육이오(6.25) 참전 유공 이라 명시된 문서를 공개했다.
여하튼 대통령의 지시와 제주도민의 여론이 있으니, 국가보훈부는 ‘박진경 국가유공자 취소’라는 단발 조치만은 취할 것 같다. 즉 박진경 국가유공자 신청의 절차적 하자만을 문제 삼아 국가유공자 지정을 취소하려는 것이다.
(박 대령의) 손자에게는 신청 자격이 없는 만큼 일단 그 절차를 취소하고, 보훈심사위에 안건을 올려 이 문제를 다시 심의받도록 하겠다.” -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2026. 1. 21,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
하지만 박진경 논란은 국가유공자 지정 취소에 그쳐서는 안 된다. 최소한 다음 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첫째, 문대림 의원이 발의한 상훈법 개정이다. 박진경 논란이 불거지자 제주를 지역구로 둔 문대림 의원은 곧바로 상훈법 개정안을 발의했는데, 주요 내용은 ‘서훈 수여 당시 드러나지 않은 반인권적 행위에 대해서도 사후적으로 국가적 명예를 박탈할 수 있는 명분을 확보하여 서훈 제도의 영예성을 확고히 하려는 것’이다.
즉 법원의 판결, 진실화해위원회 보고서, 제주 4·3 진상규명 보고서, 5·18 진상규명 보고서에서 명시된 국가범죄 핵심 책임자들에 대한 서훈을 취소하려는 것이다.
그리고 문대림 법안에는 없지만, 서훈 취소 대상에는 2009년의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 보고서에 담긴 ‘친일반민족행위자’도 포함해야 한다.
둘째, 반인권적 국가범죄의 시효 등에 관한 특례법 (일명 국가폭력 시효 배제법) 제정이다. 이 법은 2024년 12월 국회에서 통과됐는데, 지난해 4월 최상목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했다. 법안의 주요 내용은 ‘반인권적 국가범죄에 대해 공소시효와 국가배상청구권 소멸시효 적용을 배제하는 것’이다. 이 법안에 대해서는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해 12월 2일 국무회의에서 재입법에 속도를 내라고 지시했다.
고문으로 죽인다든지, 사건 조작으로 감옥에 보낸다든지 또는 군사 쿠데타를 일으켜서 나라를 뒤집어 놓는 등 국가 권력으로 개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에 대해서는 살아있는 한 형사처벌하고, 상속 재산이 있는 범위 내에서는 상속인들까지도 끝까지 책임지게 해야 근본적 대책이 될 것임. 책임감을 가지고 해주시기 바람.” - 이재명 대통령, 2025. 12. 2, 국무회의 회의록.
국립묘지 안장자 중 친일반민족행위자 및 상훈 내용.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뉴스타파 DATA 포털을 참조하여 작성했으나 신응균, 신태영 상훈 내용은 추가 조사 필요 Ⓒ방학진
셋째, 친일파와 국가폭력 가해자에게 수여된 상훈에 대한 지속적인 조사와 정정 작업이다. 권선징악과 신상필벌은 공동체 유지와 사회 통합에 기본이다. 따라서 이런 작업은 국가 상훈 업무를 담당하는 행정안전부(상훈담당관)와 민간 연구기관이 공동으로 진행해야 한다. 참고로 민족문제연구소와 뉴스타파는 2019년, 당시 72만 건의 대한민국 서훈 내역과 친일인명사전 에 등재된 친일인사 명단을 대조한 결과, 정부 수립 이후 훈포장을 받은 친일 인사는 222명이며 이들이 받은 훈장 건 수는 440건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지난 6일 제주에서 열린 학술회의에서 김진희 전 진실화해위원회 조사팀장은 박진경 국가유공자 지정과 취소 논란이 반복되는 이유에 대해 가해자 연구의 부재가 낳은 장기적 결과”라면서 이 작업(가해자 연구) 없이는 국가폭력은 언제든 ‘시대적 한계’와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언어로 다시 정당화될 수 있다”고 보았다. (제주의 소리, 2026. 2. 6)
그동안 우리 사회는 국가폭력 가해자에게 너무도 관대했다. 유전무죄에 더하여 유권무죄(有權無罪)의 시대였다. 이제 그 고리를 끊어야 한다. 박진경 국가유공자 취소를 계기로 반인도적 국가범죄는 끝까지 조사하여 정의를 세운다는 인식이 자리 잡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