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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박과 불신의 늪에 빠진 미국 사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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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평호 저술가·전 단국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국감장에서 보는 조희대와 대법원은 만신창이다. 그런 몰골은 미국 대법원도 마찬가지다. 관점에 따라 미국 상황은 한국보다 더 참혹하다. 신뢰도는 형편없이 낮지만, 적어도 한국의 판사들은 미국의 동료들처럼 테러 협박을 당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지난 6일,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판사의 주택이 폭발음과 함께 화염에 휩싸인 채 전소됐다(사진 1 위). 남편(사우스캐롤라이나주 민주당 전 상원의원)을 포함, 집에 있던 가족은 불길을 피하려다 중상을 입었다. 판사인 부인은 마침 그 시간 개와 함께 산책 중으로 화를 면했다. 한편 온라인 매체 people.com은 해당 판사가 트럼프 정부 요청을 기각한 이후 살해 협박에 시달려왔다는 뉴스를 전한 바 있다(사진 1 아래). 사진 1. 위는 화재 소식을 전하는 NBC 뉴스(10월 7일), 아래는 해당 판사가 트럼프 정부 요청에 기각 판결을 내린 후부터 살해 협박에 시달렸었다는 뉴스를 전하는 온라인 매체 people.com(10월 6일 자). 아직 화재와 협박이 연관돼 있는지는 알 수 없다. 화재 원인에 대해 소방당국은 이 글을 쓰는 지금까지(10월 15일) 조사 중이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사건이 가진 정치적 폭발력이 막대한 만큼 진상이 제대로 밝혀질지는 의문이다. 여기서 더욱 유의해야 할 것은, 이 사건이 지금의 미국 사법부가 처한 음울한 현실을 드러내는 소름 끼치는 상징이라는 점이다. 섬뜩한 판사 협박 사태 판결에 불만을 품고 판사를 협박하는 사건 자체는 새롭지 않다. 그러나 최근의 협박 사태가 이전과 다른 것은 사건의 폭증, 그리고 협박의 방식과 주체다. 연방법원 산하 조직으로 판사 경호, 영장 집행, 탈주범 추적, 증인 보호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연방보안국((US Marshals Service)에 따르면, 판사 협박 사건은 2019년 179건, 2021년 224건 정도였다. 그것이 2023년에는 두 배로 껑충 뛴 457건, 올해는 9월 말까지 벌써 562건이다. 그야말로 협박 사태다. 협박범에 대해서도 보안국은 대부분이 재판 당사자가 아니라 ‘정치에 분노를 느낀 사람들’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판사 협박이 정치폭력, 즉 테러라는 것이다.   사진 2. 온라인 포럼 ‘정의를 위한 목소리(Speak up for justice).’ 포럼은 폭증하는 사법부 협박 사태 문제의 심각성을 여론화하는 한편, 해결방안을 모색하고자 하는 법조인들의 모임(법대 교수, 전·현직 변호사, 판사, 검사 등 참여). 올 4월 첫 모임. 사진은 6월 웨비나 장면을 캡처한 것. 협박의 방식도 전화, 이메일, 편지는 기본이다. 경악스러운 사례는, 익명의 배달음식이 전달됐는데, 포장지에 과거 판결에 불만을 품은 변호사가 살해한 판사 아들의 이름이 적혀 있었던 것. 법조인들의 모임인 ‘정의를 위한 목소리’ 포럼의(사진 2 참조) 올 7월 발표에 따르면, 전달받은 판사의 숫자는 50명도 넘는다. 판사 본인에게는 물론, 심지어 다른 곳에 사는 그의 자녀들에게까지 같은 음식 상자가 배달된 적도 있었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이것이 무슨 뜻인지는 자명하다. 섬뜩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사법부 신뢰의 추락 음울한 사법부 현실의 또 다른 모습은 급격히 추락한 신뢰도다. 작년 12월 조사에서 갤럽은 35%, 역대 최저로 떨어진 사법부 신뢰도를 공표했다(사진 3 오른쪽 참조. 사진 왼쪽은 한국 사법부 신뢰도 38%를 보여주는 한겨레신문 등의 조사 수치). OECD 국가 평균 신뢰도보다 무려 20%나 낮은 수치다. 더 극적인 것은 추락의 정도로, 2020년 59%에서 24년 35%로, 불과 4년 사이 24%나 떨어진 것. 이는 갤럽 조사 역사상 가장 큰 하락률이다.   사진 3. 법원 신뢰도. 왼쪽 한국(2025년 5월, 한겨레신문과 정당학회 조사). 오른쪽 미국(2024년 12월. 갤럽). 가운데 녹색 선은 OECD 국가 사법부 평균치. 같은 기간 행정부 신뢰도 추락률은 20%였다. 행정부나 의회보다 여전히 신뢰도는 높다(예: 행정부 신뢰도 26%로 사법부가 9% 높음). 그러나 추락률에서 1위라는 건 전례 없던 일이다. 이 정도 비율로 법원 불신이 높아진 사례는, 군부 통치 시절의 미얀마, 정치·경제적 혼란을 겪은 베네수엘라, 내전에 시달렸던 시리아 정도뿐이다.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이보다 더 중요하게 봐야 할 것은 사법부 전체와 연방 대법원(이하 대법원)의 신뢰도 차이. 애넨버그 공공정책센터(펜실베니아 대학 부설)의 2024년 발표자료에 따르면, 사법부 전체보다 대법원 신뢰도는 무려 18%나 낮다. 최고법원을 하급법원보다 더 믿지 않는다는 것은 지금의 법질서에 대한 불신을 더욱 직설적으로 나타내는 지표다. 판사 공격하는 트럼프 정부와 공화당 전례 없는 판사 테러의 폭증과 사법부 불신 심화의 원인에 대해 앞서 예를 든 화재사건과 배달음식 협박사례는 하나의 실마리를 던져준다. 트럼프 정부는 지난 대선 때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유권자의 투표 관련 자료를 법무부에 넘겨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판사는 이를 비밀투표 원칙에 어긋나는 위법이라며 기각했다. 그러자 법무부 차관은 이는 유권자 명부를 정확히 확인하려는 연방정부의 노력을 거스르는 것”이라고 판결을 비난-판사 이름을 거명친 않았으나-했다. 이후 해당 판사에게 적잖은 살해위협이 가해졌고, 연관이 있는지 아직까진 알 수 없지만, 집은 불에 타 전소되고 가족은 중상을 입었다.   사진 4. 공화당 소속 하원의원 사무실 밖에 붙어 있던 포스터. 트럼프 잡자는 운동권 판사들”이라는 제목으로, 왼쪽의 판사들은 탄핵 대상, 오른쪽은 수배 중이라고 쓰여있다(사진 Dayton News Daily 3월 20일 자). 한편, 트럼프 정부의 주 정부 예산지원 중단명령이 위법이라고 판결한 판사에게는 암살 위협이 계속됐고, 전달된 배달음식 상자에는 권총을 들고 네 집을 찾아갈 것”이라고 쓰여 있었다. 심지어 공화당의 한 하원의원은 그 판사를 포함, ‘트럼프 잡자는 운동권 판사들’이라는 제목의 포스터를 의사당 내 자기 사무실 밖에 버젓이 걸어놓기도 했었다(사진 4 참조).   사진 5. 판사를 공격하고 비난하는 트럼프와 백악관 및 정부 인사들과 그것이 낳는 테러 수준의 후폭풍을 다룬 기사들. 지난 5월의 소셜미디어 포스팅에서 트럼프는, 정부의 뜻과 다른 판결을 내린 판사들을 국가에 해롭고 위태로운 이데올로기에 빠져 미국을 증오하고 국가가 망하기를 바라는 괴물(monsters)”이라고 불렀다. 대통령뿐 아니라 주변 인물, 정부 각료, 공화당 의원들이 트럼프에 반하는 판결을 내린 판사를 가차 없이 비난하고 공격해온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사진 5 참조). 이들이 내뱉는 증오와 복수의 레토릭이, 지금처럼 정치폭력이 만연한 시절, 지지층에게 폭력의 신호탄으로 작용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오히려 비정상일 것이다. 불신을 자초한 연방 대법원 사진 6. 현재 연방 대법원 판사들(출처 대법원). 행정부에 대통령의 이름을 붙여 ‘000 정부’라고 하듯, 사법부도 대법원장의 이름을 붙여 ‘000 법원’이라고 부른다. 현재는 ‘로버츠 사법부(Roberts court)(사진 6 첫줄 가운데 앉은 이가 J. 로버츠 현 대법원장). 그가 대법원장으로 임명된 건 2005년 9월. 항소·상고 전문 변호사였던 로버츠는 부시와 고어가 붙었던 2000년 대선의 플로리다 재검표 소송에서 부시 법무팀에 재판전략 수립, 자료분석 및 고문 역할로 기용됐고, 재판에서 승리하자 그 공훈으로 대법원장에까지 추천된 것. 지난 20여 년 로버츠 법원에 대한 평가는 혹독하다. 가장 큰 이유는 판결 때문이다. 큰 파문을 일으킨 몇 가지 사례를 든다면, ① 2024년, 대통령에게 형사면책권을 부여해줌으로써 사실상 (트럼프에게) 왕권을-독재의 면허장이라고 부르는-쥐여준 판결. ② 2010년, 선거 출마 후보자에게 돈을 지원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에 해당하므로) 정부가 이를 규제할 수 없다”라며 사실상 무제한의 돈 선거, 즉 금권정치의 판을 깔아준 판결, ③ 2019년, 하원 선거구 재조정이 부적절하게(disingenuous) 이뤄진 것인지 판단할 기준이 없다며 각 주의 결정에 맡겨 게리맨더링을 가능케 한 판결(더 자세한 내용은 지난주 민들레 들판 이병권 칼럼 참조), ④ 트럼프의 행정명령 통치를 헌법과 법률에 의거해 제동을 걸고 있는 연방 하급심 판사들의 결정을 소위 ‘긴급처리 사안(emergency docket)’이라며 아무 논리나 법적 근거 없이 뒤집은 판결. 최근 50년 동안 가장 우익적인 판사들로 구성된 법원”(M. 베일리 조지타운대 행정학과 교수), 미국 사법사상 가장 반민주적 법원”(D. 슐츠 햄린대 정치학과 교수)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 태만과 무책임, 이념편향 대법원을 겨냥한 내부 비판 사진 7. 위 ‘트럼프 관련 판결에 대한 판사들의 대법원 비판’(NBC 뉴스. 9월 4일 자). 아래 ‘대법원에 대한 현직 판사의 직격 비판’(Slate 25년 9월 19일). 슬레이트(Slate)는 1996년 창간된 진보성향의 온라인 매체. 판사 협박이라는 사법체제를 뒤흔드는 테러사태에 대해서도 대법원은 한두 차례 유감 표명 정도에 그쳤다. 판결로 볼 때-간혹 예외도 있었지만-지금의 대법원은 보수우파의 사법적 보루이자 트럼프 정권의 법률 대리인이다. 극우화한 대법원에 대한 사회의 비판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주목해야 할 것은 법원 내부에서 터져 나오는 비판의 목소리다. 판결로만 말한다는 금언도 있지만, 최근 판사들이 공개적인 글, 또는 익명의 인터뷰를 통해 대법원의 판결과 행태를 문제 삼고 나선 건 이례적인 일이다(사진 7 참조). 비판의 핵심은 6명의 우익 판사들이 지적으로 태만하고(법적 근거를 제시하지 않는 결정), 무책임하며(타당한 논리와 이유 제시 없는 결정), 편향적 판결을(판례와 법률, 헌법이 아니라 정파적 판단이나 개인의 정치이념에 기초한 판단) 내린다는 것이다. 대법원의 판단은 하급심 판사가 반드시 따라야 할 기준이다. 그런데 판단의 근거와 논리가 불분명하고 개인의 이념에 기초한 것이라면, 사법부는 일종의 아노미 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다. 핵심을 찌르는 비판이지만 지금까지의 행태로 보건대 로버츠 대법원은 개의치 않을 듯하다. 문제는 이 같은 대법원이 더 길게 이어질 것이라는 점. 지금 70을 훌쩍 넘긴 두 명의 우익판사들이 3년 남은 대통령 임기 내에 퇴임(도록)하면(현 로버츠 원장은 70세), 트럼프는 또 다른 대법관을 지명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1기 때 임명한 3명을 포함, 대법관의 절반 이상인 5명을 트럼프가 뽑는 셈이 된다. 트럼프가 만든 대법원. 그 사법부가 어떤 미국을 만들어낼까? 그에 대해서는 상상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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