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 급등 액셀 밟던 장본인들이 급브레이크 밟은 것”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1월 26일 오후 도쿄 외환시장의 달러 대비 엔 시세. 1달러=153엔대로 엔 시세가 올라가 있다. 닛케이 평균주가는 내려갔다. 아사히신문 1월 26일
엔 약세의 원인을 만들고 있는 것은 정부와 국회다. (시장)개입은 엑셀을 밟고 있던 장본인들이 갑자기 급브레이크를 밟은 것이나 같다.”
약세 쪽으로 움직이고 있던 일본 통화 엔이 최근 미국과 일본 정부의 협조개입 설이 유포되면서 갑자기 엔 강세, 달러 약세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닷새 전 1달러=159엔대→1달러=152엔대로
지난 23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1달러=159엔대까지 떨어졌던 엔 시세는 그날 저녁 약 10분만에 1달러당 2엔이나 뛰어올랐고, 뉴욕 시장에서도 같은 폭으로 상승했다. 그 추세는 이어져 26일 엔 시세는 1달러=153엔, 27일 뉴욕시장에서는 한때 1달러=152엔대까지 올라가 지난해 11월 7일(‘대만 유사’ 관련 ‘다카이치 발언’이 나온 날) 이후 약 3개월만에 최고 시세를 기록했고, 달러 시세는 싱대적으로 떨어졌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과 미국 뉴욕 연방은행이 외환시장 개입 준비단계로 금융기관에 시세를 확인하는 ‘레이트(환율) 체크’를 실시했다는 풍문과 함께 달러 대비 엔 시세가 급등했다. 실제 개입하지 않았지만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것만으로 시장이 재빨리 움직인 것이다.
한국 원화도 엔 시세 상승 움직임에 동반 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1-22일 무렵 1달러=1460-70원대 후반까지 올라갔던 환율은 28일 기준 1달러=1430원대 초중반까지 내려갔다. 원 시세가 그만큼 올라간 것이다.
지난해 11월 이후의 달러 대비 엔 시세의 월별 변화 추이. 계속 하락세를 보이던 엔 시세가 이번 달 들어 급등했다. 일본경제신문 1월 28일
미국 일본 정부 외환시장 ‘협조개입’ 설
이와 같은 달러 대비 엔 강세는 일본과 미국 양국 정부 의도를 모두 충족시켜 주고 있다. 초저금리의 무제한 금융 양적 완화를 기조로 한 아베노믹스에 따른 장기간의 엔 약세와 디플레 상태에서 탈피하기 위해 애써 온 일본에게 약세이던 엔 시세가 강세로 돌아선 것은 반길 일이다. 중의원선거를 앞두고 일본 정부 여당에 정치적 부담이 되고 있는 고물가 인플레 억제를 위해서도 수입품을 싸게 살 수 있게 해 주는 엔 강세가 유리하다.
거대 무역적자와 재정적자에 시달려 온 미국 트럼프 정권은 미국산 수출에 유리한 달러 약세를 바라고 있고, 그것을 위해 조급한 금리 인하에 반대해 온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제롬 파월 의장에게 금리 인하를 압박하면서 5월 그의 임기가 끝나는대로 정권의 요구에 따를 사람을 FRB 의장자리에 앉힐 작정을 하고 있다.
이렇게 이해가 일치하는 미국과 일본 정부가 합세해서 시장에 ‘협조개입’을 하면 개입효과가 배가된다.
엔 약세 원인 제공자는 일본 정부와 국회
하지만 미쓰비시UFJ 모건스탠리 증권 관계자가 지적했듯이, 애초에 엔 약세 원인을 만들고 있는 것은 일본의 정부와 국회다. 엔 약세의 주요 원인은 다카이치 사나에 정권이 추진하고 있는 ‘적극재정’과 일본 여야가 모두 찬성하고 있는 소비세, 유류세 등의 감면, 즉 감세다. 많은 돈이 투입돼야 하는 적극재정과 정부 재정수입을 감소시킬 감세 조치로 인한 재원 부족을 메우려면 빚을 지는 수밖에 없다. 다카이치 정권은 결국 대규모 국채 발행을 통해 부족분을 메우는 수밖에 없을 것이고, 이미 세계최대 재정적자(정부 부채)국인 일본에서 대규모 국채발행은 국채 가격과 엔 시세 하락으로 귀결될 것이다.
이처럼 다카이치 정권의 경제정책 기조가 엔 약세를 초래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달러 대비 엔 시세가 갑자기 상승한 것은 일본정부 및 중앙은행의 개입(달러를 풀고 엔을 사들이는 것) 또는 개입 경고 효과다. (엔 풀기) 액셀을 밟다가 갑자기 급브레이크(시장 개입)를 밟은 것”과 같다는 얘기가 나온 이유다.
중의원선거 결과에 따라 엔 시세 또 바뀔지도
일본 노무라증권의 고토다 유지로 수석 외환전략가는 이번 미일 정부의 시장개입 움직임을 두고 엔 약세를 저지하기 위한 시간 벌기”라면서, 엔 약세 배경에는 일본 국채와 엔이 팔리는(매도) ‘일본 팔기’ 요소도 있다고 지적했다. 다카이치 총리가 밀어붙이고 있는 책임있는 적극재정”에 수반되는 재정 악화에 대한 우려도 엔 약세, ‘일본 팔기’의 한 요인이다.
고토다는 따라서 중의원선거(2월 8일 실시 예정) 결과에 달렸지만, 일본이 (다카이치 정권이 내세우고 있는대로) 성장전략 등의 구조적인 정책에 힘을 쏟아부을 수 있느냐의 여부가 문제다. 완화적인 금융정책이나 재정정책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올 여름 이후에 엔 약세가 재연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했다.
만일 중의원선거에서 다카이치 내각과 자민당이 압승한다면 엔 강세에 탄력이 붙고 ‘일본 팔기’가 ‘일본 사기’로 바뀔 수 있지만, 연립여당인 자민당+일본유신회가 의석 확대에 실패한다면 다카이치 정권의 성장전략은 힘을 잃게 될 것이다. 집권여당이 선거에서 승리한다 하더라도 막대한 재정적자 상태에서 국채 발행을 통한 재정 투입을 실제로 할 수 있을지는 또 다른 문제다.
엔 대비 달러 환율 앞으로도 널뛰기 가능성 높아
미국 트럼프 정권도 마찬가지다. 정치적으로 큰 부담이 되는 인플레를 낮추기 위해서는 금리를 올려야 하지만(달러 강세), 미국산 제품 수출을 늘려 무역적자, 재정적자를 줄이려면 기준금리를 내려서 달러 약세로 만들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일본과 미국 정부는 이해가 일치했다. 미국 일본의 시장 ‘협조개입’설이 나도는 이유다.
이처럼 양국 정부가 개입하거나 개입 시늉을 하면 엔 강세, 달러 약세 흐름이 조성될 수 있지만, 양국 정부 실제 정책이 그 반대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면 그것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즉 별다른 추가조치가 없다면 엔 강세, 달러 약세는 엔 약세, 달러 강세로 다시 뒤집힐 가능성이 있다.
미쓰비시UFJ 모건스탠리 증권 외환전략가 우에노 다이사쿠도 중의원선거에서 여야당이 모두 소비세 감세를 내세우고 있어 재정 악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이 엔 팔기(엔 약세)의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시장개입을 두고 액셀을 밟다가 갑자기 급브레이크를 밟은 꼴이라고 한 사람이 우에노다. 그는 예의 그 액셀-급브레이크를 하면서, 앞으로 재정 악화 리스크에 따른 엔 약세 압력과 개입의 경계감이나 기대감에 따른 엔 강세 압력으로 시소 게임이 벌어지면서 환율은 널뛰기를 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일부에서는 미국과 서방 주요국들이 일본 엔 시세를 강제로 단기간에 큰 폭으로 끌어올리고 달러 시세를 낮춘 1985년의 ‘플라자 합의’와 유사한 ‘말러라고 합의’ 설이 돌고 있으나 그때와는 상황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약체화한 일본경제가 그런 단기간의 큰 폭 환율급변을 감당할 수 있을까. 하지만 한미 관세협상 결과를 뒤집고 갑자기 추가관세를 25%로 올리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적인 조치에서 보듯 불똥이 엉뚱한 곳으로 튈 수도 있다.
1월 28일, 달러 대비 엔 시세가 1달러=152엔대까지 치솟았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달러 약세를 오히려 반겼다. 일본경제신문 1월 28일
전반적 달러 약세 대비 환차손 회피 움직임
가타야마 사쓰키 일본 재무상은 27일 주요7개국(G7) 재무장관회의 뒤 기자들에게 환율에 대해 앞으로도 필요하다면 미국 당국과 긴밀이 제휴하면서 적절한 대응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런 발언이 미국 일본 당국의 엔 매입, 달러 매도 환율개입이 곧 실행될 수 있다는 관측을 부추기면서 시장의 엔 매입 움직임으로 연결됐다. 23일 한때 1달러=159엔대까지 떨어져 있던 엔 시세는 미국 일본 당국이 환율개입 준비단계로 레이트 체크를 실시했다는 풍문과 함께 급등했다. 이에는 엔 대비 달러 강세 흐름과는 다른 전반적인 달러 자체의 약세 기조도 한몫하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들에 대한 미국 달러의 평균적인 가치(종합적인 힘)를 나타내는 지표인 ‘달러 지수’(Dollar Index. FRB 발표)는 2022년 이후 약 4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보일 정도로 내려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가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면 캐나다산 수입품들에 대해 100% 관세를 때리겠다거나, 금리를 내리라며 FRB의 독립성을 무너뜨릴 수 있는 자세를 취하는 등의 정치적 요소들도 달러 매도 움직임을 자극한다.
미국의 달러 지수 변화 추이. 지금 달러 지수는 2022년 수준까지 내려가 있다. 일본경제신문 1월 28일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달러 약세를 반겼다. 27일 그는 달러 시세가 너무 내려간 것 아니냐는 백악관 출입기자단의 질문에 아니다. 잘 됐다”고 대답했고, 그 발언은 다시 달러 지수 하락을 가속시켰다.
달러 약세의 근저에 있는 것은 미국의 금리 인하와 정치, 경제적 불안이다. 닛케이는 트럼프 정권의 노골적인 FRB 흔들기와 관세,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달러 약세기조가 이어지고 있다며 이미 세계의 기관투자가들 사이에서는 달러 약세 리스크를 헤지(회피)하려는 움직임이 눈에 띄고 있다”고 했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가 세계의 펀드 매니자 약 200명을 대상으로 이번 달에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금 가장 매출이 큰 거래는 ‘골드(금) 롱(매입 초과)’, ‘빅테크주 롱’에 이어 ‘달러 쇼트(매도 초과)’다.
호주의 대형 연금기금 오스트레일리아 리타이어먼트 트러스트(ART)는 달러 약세에 대비해 달러 베이스 자산에 대한 환헤지(환차손 회피)를 늘리고 있다. 이 기금은 미국이 금리를 내릴 것으로 보고, 올해는 달러가 약해질 것”이라고 내다본다.
지금의 엔 강세, 달러 약세가 금융시장의 동요를 억제시켜야 할 미국과 일본 정부의 이해에 부합하는 상황에서 시장 관계자들 사이에는 미국 정부가 의도적으로 달라 약세가 되도록 유도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트럼프 대통령과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 등은 이제까지 달러의 과대평가가 미국 기업들에겐 큰 부담이라고 주장해 왔다. 달러 약세가 미국경제의 펀더멘털(기초조건)에도 플러스가 된다고 보는 관점에서 달러 시세의 장기적인 하락을 내다보는 투자가들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