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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바로가기 : 【박세원의 ESG투자트렌드】 한물간 ESG투자? 오해입니다

【박세원의 ESG투자트렌드】 한물간 ESG투자? 오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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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투자업계에 입문했던 2011년에는 내가 하는 일에 대해 설명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주변 사람들에게 몇 번 설명을 하고자 노력해 봤으나 전달이 안 되는 일을 경험하고 나서는 적당한 말로 둘러대고는 했다. 부모님께서는 아들이 하는 일을 잘 알지는 못하셨지만, 감사하게도 수년간 지속적인 신뢰와 응원을 보내주셨다. ESG, 지속가능성 등에 대한 개념이 너무 생경했던 시절이었다. 언제부턴가 일상 곳곳에 ESG가 스며들기 시작했다. 신문 곳곳에 ESG라는 글자가 보였다. 집 주변에 있는 시청에 ESG 관련 현수막이 크게 걸렸다. 집 주변 마트의 엘리베이터에서도 ESG 관련 홍보 포스터가 붙어있었다. 이제 가족과 친구들에게 내가 하는 일을 설명하려고 ESG라는 단어를 꺼내면 예전처럼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지는 않는다. 간혹 어떤 사람들은 이제 ESG가 대세 아니냐는 말을 하기도 했다. 오랜 무명 시절을 지나 대세의 기쁨을 제대로 누리기도 전에 ESG에 대한 회의적인 기사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ESG평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ESG펀드 수익률이 저조하다는 이야기도 나오더니 급기야 2021년까지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ESG펀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시 주요 ESG펀드들이 포트폴리오에서 담고 있지 않았던 전통 에너지 기업들의 주가가 급상승하면서 ESG펀드의 수익률이 감소한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그린워싱에 대한 우려로 신규 ESG펀드에 대한 투자가 조심스러워졌다는 사실도 부분적으로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아래 그림을 보면 2022년부터 ESG펀드로 유입되는 자금이 급감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흐름은 2023년까지 회복이 되지 않는다. 글로벌 ESG펀드 플로우/모닝스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 공화당의 안티ESG 움직임이 예상보다 거세지고 있다. 안티ESG라고 함은 말 그대로 ESG에 대한 다양한 반대 운동이라고 할 수 있는데, 투자 활동에 ESG를 고려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 제정으로 이어지고 있다. 2023년에만 약 150건의 안티ESG 법안이 발의됐고, 이 중 약 20~30% 정도가 통과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안티ESG 법안은 크게 ESG를 고려하는 것을 금지는 형태와 특정 기업 혹은 산업을 배제하는 것을 금지하는 형태로 나누어지는데, 글로벌 금융기관들은 ESG를 고려하거나 특정 산업(석탄, 담배 등)을 배제하는 정책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법안 통과 후 특정주와의 거래가 막히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안티ESG가 맹렬히 기세를 떨치는 것을 보면 펀드 시장의 회복이 더욱 요원해지는 듯하다. 2024년 대선에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ESG는 세상에서 사라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조용히 침투율을 높여가는 ESG펀드  ESG투자는 이제 끝인 걸까? 잠깐의 유행이었던 것인가? 아직 결론 내리기는 이르다. 조금 더 깊이 들어가 보자. 먼저, ESG펀드에서 자금이 빠진 이유를 살펴볼 때, 이것이 정말로 ESG펀드에 대한 수요 감소 때문일지, 아니면 전 세계 펀드 시장 전반의 자금 유출 때문일지 의문을 제기해 볼 필요가 있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지난해 하반기에 지속가능한 현실(Sustainable Reality)이라는 제목으로 ESG펀드시장을 면밀히 분석한 자료를 발간했다. 그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3년 상반기까지 ESG펀드의 침투율, 즉 시장에서 지속가능펀드가 차지하는 비율은 꾸준히 늘어서 2023년 상반기에 최고점을 기록했다. 이를 통해 지속가능펀드에 유입되는 자금이 줄어든 것은 전체 시장에 유입되는 자금이 줄어들었기 때문인 것을 볼 수 있다. 다만, ESG펀드에 대한 기준이 달라지면 조금 다른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이 자료는 모닝스타의 분류 기준을 사용했다. 모닝스타는 투자설명서에 지속가능성, 임팩트투자, 또는 ESG요소를 명시하고 관련 기준을 적용하는 펀드를 지속가능펀드로 분류하고 있다. 모닝스타가 ESG펀드로 분류하는 기준은 다른 기준에 비해 엄격한 편이므로, 비교적 엄격한 기준의 지속가능펀드의 비율이 늘어나고 있다고 보는 것이 더 적절할 수 있겠다. 참고로 2022년 초 모닝스타는 ESG펀드의 분류 기준을 엄격하게 수정하면서 1200개 펀드에서 ESG태그를 제거한 바 있다. 전체 시장에서 ESG펀드가 차지하는 비중/모건스탠리 다만, 이는 유럽 시장 덕분이라는 점은 유념할 필요가 있다. ESG펀드 최대 시장인 유럽에서 ESG펀드가 非ESG펀드 대비 더 많은 자금을 끌어모은 덕분에 ESG펀드의 시장 비중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수 있었다. EU는 2023년 말 기준 전체 펀드 시장의 약 84%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는 ESG펀드가 2023년 내내 순유출을 이어가면서 부진을 면하지 못했다. 수익률이 부진한 데다가 EU만큼 ESG펀드에 대한 수요가 견고하지 못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ESG투자를 두고 벌어진 정치 싸움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금융기관의 ESG데이터 비용 증가 그럼 ESG투자는 결국 유럽에서만 잘되는 것으로 봐야 하는 걸까? 아래 그림을 함께 보자. 전년 대비 2023년 예상 ESG데이터 지출/블룸버그데이터 세계 최대의 금융 데이터 기업 중 하나인 블룸버그에서 지난해 8월 2022년 대비 2023년에 ESG데이터 예산이 얼마나 증가했는지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투자은행, 자산운용사 등 금융회사의 펀드매니저나 리스크 관리 책임자 등이 대상이었다. 차트를 보면 8%를 제외하고 모두 ESG데이터 관련 비용이 증가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응답자 중 18%는 무려 50% 이상 증가를 예상한다고 응답했다. 아, 혹시 유럽의 금융회사가 응답자의 다수를 차지하는 것이 아닐까? 좋은 질문이지만 정답은 아니다. 총응답자 103명 중 북미 금융회사가 거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으며 유럽이 21%, 영국이 21%, 그리고 APAC이 나머지 9%를 차지했다. 우리가 알기로는 ESG데이터를 사용하는 주요 이유는 ESG펀드를 운용하기 위해서다. 많은 ESG펀드가 ESG등급이 높은 기업에 투자하거나 ESG등급이 낮은 기업에 투자하지 않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이를 위해 외부 데이터 업체의 ESG등급을 사용하거나 ESG관련 기초데이터를 구매하여 직접 ESG등급을 산출한다. 그렇다면 ESG펀드 시장이 위축되었음에도, 왜 금융기관들이 ESG 데이터에 더 많은 돈을 쓰고 있는 걸까? ‘ESG를 고려한 투자행위’가 ESG펀드보다 훨씬 더 넓은 외연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하려면 ESG투자의 정의와 ESG투자에 참여하는 기관투자자 등에 대한 추가 설명이 필요하다. 여기서는 ESG펀드로 분류되지 않더라도 투자 과정에서 ESG를 고려해야 하는 경우가 점차 늘어나고 있으며, 이를 위해 ESG데이터가 필요하다는 점만 기억하자.   광풍이 지나간 자리가 정돈되어 가는 과정  개인적으로 ESG투자에 대한 역풍이 반갑다. 광풍이 불고 난 자리를 정돈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때문이다. 2021년은 ESG유행은 말 그대로 광풍이었다. ESG를 마케팅에 사용하고자 하는 의지는 넘치는 데 비해 방향성에 대한 고민은 부족했다. ESG로 세상 모든 문제를 해결할 것만 같은 거창한 포부를 외치는 자리는 많았으나 실용적인 논의의 장은 찾기 힘들었다. 다행히 각 국가의 금융당국이 문제를 인식하고 ESG펀드에 대한 기준과 공시규제를 수립하여 ESG펀드가 성장할 단단한 토대를 만드는 중에 있다. CFA, PRI 등 금융산업 민간 이니셔티브를 중심으로는 ESG투자전략에 대한 공통된 정의와 가이던스를 개발하기도 하였다. ESG투자는 단지 ESG등급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리스크 혹은 기회로 작용하는 다양한 ESG요소를 투자프로세스의 어느 지점에, 어떻게 통합하느냐의 이야기다. 함께 공부하고 논의해야 할 것이 매우 많다. 광풍이 지나간 자리에 ESG투자에 대한 피상적인 갑론을박을 넘어서 ESG투자의 방법론과 방향성에 대한 생산적인 논의가 꽃 피우길 기대한다. ☞ 박세원 팀장은 박세원 팀장은 국내 ESG리서치 기관에서 ESG리서치 및 의결권행사 등의 업무를 수행했고, 이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50조원의 자산을 운용하는 종합자산운용사인 키움투자자산운용에서 ESG전략팀을 맡아 ESG 투자 관련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자체적인 ESG평가 모형을 비롯한 ESG리서치 프레임워크를 구축하는 역할을 맡고 있으며, 운용부서와 협력하여 ESG요소를 투자 프로세스에 통합하는 일을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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