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는 지금] 경영쇄신 참여 노조 피켓시위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4일 오전 비상경영회의가 열린 판교 카카오아지트에서 카카오노조 크루유니언이 피켓 시위를 진행했다./사진=황재희 기자.
[데일리임팩트 황재희 기자] 카카오의 경영쇄신에 노조도 가세했다. 6주차 비상경영회의가 열린 4일 오전 카카오 공동체 노동조합 크루유니언(카카오 노조)은 '구성원들의 쇄신 참여를 보장하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에 나섰다.
반면 이날 오전 6시부터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낸 카카오 경영진들은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최근 개인 SNS를 통해 자신이 욕설 논란을 해명하며 카카오 경영진들의 비리 의혹을 폭로한 김정호 경영지원총괄 역시 "이젠 외부 소통을 못한다"며 공식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회의장에 서둘러 들어갔다.
최근 김 총괄의 폭로로 카카오 공동체가 감춰왔던 경영 비리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상황. 관련 있는 현 경영진들은 이에 대해 반박 글을 내며 해명에 나섰고 홍은택 카카오 대표는 해당 사안에 대해 내부 감사에 착수하겠다는 공지를 사내 게시판에 올렸다.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을 중심으로 진행됐던 경영쇄신 과정이 김 센터장의 최측근이자 경영쇄신 책임을 맡고 있는 김 총괄의 공개 비판으로 내부 혼란에 들어가면서 사태가 복잡해지는 양상이다.
4일 오전 카카오 노조는 판교 카카오 아지트에 모여 피켓 시위를 한 시간 가량 진행했다. 이들은 검은 마스크를 쓴 채 '일방적 리더십 탐욕적 경영진', '경영실패 책임지고 인적쇄신 단행하라', '셀프쇄신 그만하고 크루참여 보장하라' 등의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비상경영회의가 열리는 건물 3층 입구에서 침묵 시위를 이어갔다.
앞서 카카오 노조는 지난달 30일 김 총괄이 폭로한 비리 의혹에 연루된 경영진과 함께 임직원에게 욕설을 가한 김 총괄 역시 정식 조사와 처벌이 필요하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또 경영 쇄신 과정에서 노조의 참여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시위에 참여한 카카오노조는 '경영실패에 책임져야 할 현 경영진들이 셀프쇄신에 나서고 있다'는 점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이날 서승욱 크루유니언 지회장은 "비상경영회의에 맞춰서 (노조가 요구한) 내용이 논의될 수 있도록 피켓 시위를 계속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카카오노조는 현재 카카오가 위기 상황 이전부터 꾸준히 공동체와 경영진들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이를 논의할 공식 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 9월25일 브라이언임팩트 이사장인 김정호 경영지원총괄이 카카오 공동체의 CA 협의체에 왔을 때도 이같은 내용을 전달했으나 현재까지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한 상황이다. 이날 서 지회장은 "문제가 해결돼지 않다가 지금 이 상황까지 온거고 이렇게 되면 회사의 귀책 사유라고밖에 볼 수 없다"라며 "어떠한 방법을 통해서든 확실한 해결책을 만들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4일 오전 6차 비상경영회의가 열린 판교 카카오아지트에서 카카오노조 크루유니언이 피켓 시위를 진행했다./사진=황재희 기자.
다만 지난달 30일 홍은택 카카오 대표가 사내공지를 통해 '김 총괄이 제기한 여러 의혹과 관련 공동체 준법경영실과 법무법인을 중심으로 감사에 착수했다'고 발언한 것과 관련해서는 구성원들조차 잘 알지 못하는 사내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고 지적하며 최근 출범한 준법과신뢰위원회를 통한 조사가 더 믿을 수 있다는 의견을 드러냈다.
서 지회장은 "외부 법무법인은 회사 관계 문제에 있어서 어떤 관계인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아 독립성이 어렵다"며 "좀 더 공개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 준법과신뢰위원회를 통해 조사하는 것을 원한다"라고 말했다.
지난 주 카카오는 경영쇄신에 참여중인 김 총괄의 욕설 논란과 내부 방만한 경영 실태 폭로로 이슈가 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법인 골프 회원권 문제를 비롯해 카카오가 건설한 안산 데이터센터, 건설 예정인 서울 아레나, 제주 프로젝트 등의 문제가 정식 결제 과정 없이 진행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 총괄의 일방적인 폭로에 대해 해당 부서 임원진들은 현재 구속중인 배재현 투자총괄대표의 결제까지 다 받고 진행한 사안이라며 반박글을 올리는 등 공동체 내부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노조는 카카오의 이같은 분열 양상을 해결하기 위해선 경영방식을 주도해왔던 경영진에 대한 과감한 인적쇄신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서 지회장은 "지금의 상황을 만든 원인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며 "현재 경영진의 경영 상황에 대해 다시 평가해야하며 외부에서도 카카오의 경영 방식에 대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는데 그런 논의 없이 쇄신을 얘기하는 건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4일 오전 비상경영회의가 열린 판교 카카오아지트에서 서승욱 카카오노조 지회장(왼쪽)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황재희 기자.
이어 서 지회장은 직원들이 경영쇄신에 직접 참여하는 안도 제안했다. 그는 "대표성 을 가진 크루(직원)들이 참여해서 쇄신위원회에 참여 하는 거나 다른 기구라도 공개적이고 공식 활동할 수 있는 기구에서 참여를 보장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라며 "사실 카카오를 둘러싼 문제, 특히 사회적 이해 관계 문제가 복잡하기에 이러한 논의를 회사(내부)적으로 진행하기보다는 사회적 대화 같은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도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방향이라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날 서 지회장은 카카오가 조직 문화의 본질인 수평적인 소통문화를 잃어가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아쉬워했다. 그는 "카카오는 기존부터 내부 직원들이 회사의 방향성 논의 등에 많이 참여했던 조직이고 그런 조직 문화가 살아 있는 곳"이라며 "기존의 조직 문화를 다시 살리는 방향이 쇄신의 한 방향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경영진과의 소통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파업 가능성 등 추가 계획에 대해서 노조 관계자는 "예정된 건 없다"면서도 "단체 협약, 임금교섭 시즌이라서 이런 부분과 시기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부분은 있을 듯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