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류경진 판사…윤석열 첫 무죄 의미 커, 이제 시작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비상계엄 관련 여러 재판을 받고 있는 윤석열 전 대통령(왼쪽)과 첫 무죄를 선고한 류경진 부장판사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 재판에서 한 전 총리의 건의와는 무관하게 처음부터 계엄 선포를 위한 국무회의를 소집할 계획이었다 고 위증한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류경진 부장판사)가 28일 무죄를 선고했다. 이는 앞서 한덕수가 건의·설득했기 때문에 윤석열이 국무회의를 개최했다 고 판단했던 다른 재판부들의 결론과는 배치되는 것으로,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내려진 첫 무죄 판결이어서 파장이 일고 있다.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은 징역 2년을 구형했었다.
재판부는 이번 위증 혐의 1심 선고 공판에서 윤 전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한 전 총리의 내란중요임무종사 등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특검팀 신문에 대답한 부분이 자신의 기억에 반하는 허위 증언이 아니라고 결론지었다. 당시 특검팀은 한 전 총리가 합법적 외관을 갖추기 위해 국무회의를 소집하자 고 건의했느냐 고 물었고, 윤 전 대통령은 국무위원들이 외관을 갖추려고 온 인형도 아니고, 너무 의사가 반영된 질문 아니냐 고 대꾸했다. 특검팀은 이 같은 답변이 결국 처음부터 국무회의를 개최하려 했다는 취지의 허위 증언이라고 보고 윤 전 대통령을 기소했다.
그러나 이날 재판부는 피고인은 한 전 총리의 건의와 상관없이 처음부터 국무위원들을 소집할 계획을 가졌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고 밝혔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당일 한 전 총리 등 국무위원을 6명만 호출했다가, 한 전 총리의 건의를 듣고 비로소 국무회의 의사정족수를 갖추기 위해 계획에 없던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6명을 추가 소집했다는 게 이 사건 공소사실의 전제라고 짚었다.
이어 하지만 최초 집무실 회동 이후 2차로 연락받고 집무실에 온 최 전 장관에게 교부할 계엄 관련 문건이 미리 준비돼 있었고, 피고인은 추가 소집을 지시할 당시 빨리 도착할 수 있는 국무위원 이 아니라 최 전 부총리 등 6명을 특정했다 며 당일 저녁 최초 소집한 6인과 회동한 이후 최 전 부총리를 포함한 나머지 국무위원들을 2차로 소집할 계획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고 설명했다. 아울러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경찰에 진술할 때 피고인이 계엄 할 때 무엇이 필요한지 물어봐서 계엄 선포문, 국무회의 안건 상정, 포고령이 필요하다 고 진술한 점 도 무죄 근거로 봤다.
나아가 위증죄는 증인이 경험한 사실에 관해 기억에 반하는 진술을 함으로써 성립하고, 주관적 평가에 관한 진술은 위증죄의 대상이 안 된다 며 처음부터 의사정족수를 갖춘 국무회의를 소집할 생각이 있었다는 피고인의 진술은 1·2차로 나눠 소집하려고 한 국무위원들의 모임이 국무회의 로서 법률적 효력을 갖는지에 대한 피고인의 의견 내지 주관적 평가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는 사실관계에 관한 기억에 반하는 진술이라고 보기 어려워 위증죄 대상이 안 된다 라고 판시했다.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를 받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왼쪽)가 2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해 있다. 2026.1.21. 연합뉴스
이에 참여연대는 논평을 내고 류경진 재판부의 이런 판단은 비상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 소집 계획이 없었다는 한덕수 전 총리의 진술 및 윤석열 내란 사건 1심 재판부의 판단과 배치되는 것으로, 도무지 납득하기 어렵다 면서 특히 국무회의 소집 계획이 있었는지는 여부는 주관적 평가가 아니라 객관적 사실에 관한 문제다. 국무회의를 소집할 의사가 있었는지는 여러 정황과 사실관계 확인을 통해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으며, 윤석열이 사실과 다른 증언을 했는지 여부 역시 충분히 판단 가능하다 고 강조했다.
참여연대는 구체적으로 ▲2024년 12월 3일 윤석열은 애초 저녁 10시 계엄 선포를 계획하고 있었던 점 ▲저녁 8시경이 되어서야 한덕수·박성재·이상민·김영호·조태열 등에게 대통령실로 들어오라고 지시한 점 ▲이들 7명의 국무위원과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이 모두 모인 시각은 저녁 9시였다는 점 ▲계엄 선포를 1시간 앞둔 시점에도 의결정족수에 한참 미달하는 인원만 모여 있었다는 점 ▲더욱이 윤석열은 국무회의 진행과 회의록 작성을 담당하는 행정안전부 의정관조차 부르지 않았다는 점 등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그러면서 재판부 판단처럼 윤석열이 한덕수의 건의와 무관하게 국무회의를 소집할 계획이었다면 행정안전부 의정관이 국무회의록을 작성할 수 있도록 조치하고, 최소 회동에 모인 7명의 국무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12명의 국무위원 전원에게 연락했어야 한다 며 그러나 윤석열은 한덕수의 건의 이후 추가로 6명의 국무위원에게만 연락했고, 그중 의결정족수를 채우는 4명의 국무위원이 도착하자 나머지 국무위원은 기다리지도 않은 채 국무회의를 시작해 2분 만에 종료한 뒤 계엄을 선포했다 고 반박했다.
결론적으로 이러한 여러 정황 사실을 종합하면 윤석열이 계엄 선포를 위한 국무회의를 처음부터 소집할 계획이 없었다는 점은 충분히 객관적 사실로 판단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를 단순한 평가의 영역으로 본 것은 재판부의 중대한 판단 오류 라고 강하게 비판한 뒤 내란 특검은 즉시 항소해 객관적 사실을 왜곡한 1심 재판부의 판단을 바로잡아야 한다 고 촉구했다.
12·3 비상계엄 당시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를 전달하는 등 내란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류경진 부장판사)의 1심 선고 내용을 듣기 위해 일어서 있다. 2026.2.12 연합뉴스
해당 재판장인 류경진 부장판사는 이미 내란 관련 재판에서 여러 차례 면죄부 또는 솜방망이 판결을 내려 시민사회단체와 정치권 등에서 의구심을 제기한 바 있다. 류 부장판사는 1주일 전인 지난 21일에는 국가정보원법상 정치 관여 금지 위반, 직무유기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에 대해 주요 혐의 대부분을 무죄로 판단하고 상대적으로 가벼운 위증 및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내란 특검팀이 구형한 징역 7년의 4분의 1도 안 되는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었다. ☞ 류경진 판사, 조태용 주요 혐의에 무죄… 황당한 판결
또 같은 날엔 계엄 이후 윤 전 대통령 등의 비화폰 정보를 삭제해 증거인멸 혐의로 기소된 박종준 전 경호처장에게 증거인멸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며 무죄를 선고했다. 지난 2월 12일엔 경찰청·소방청에 특정 언론사의 단전·단수를 지시하는 등 내란중요임무종사 및 위증 혐의로 기소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내란 특검팀이 구형한 징역 15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앞서 인천지법 형사14부에서 근무하던 2023년 10월 26일엔 골프채 뇌물 사건으로 기소된 현직 부장판사 A 씨에게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해 제 식구 감싸기 라는 지탄을 받기도 했다.
윤 전 대통령과 변호인단은 상당한 만족감을 보이며 고무된 분위기다. 법정에서 류 부장판사가 무죄를 선고하자 방청석에서는 곧바로 와! 하는 탄성이 나왔고 변호인석에 앉아 있던 김계리 변호사 등은 고개를 끄덕이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윤 전 대통령도 옅은 미소를 띤 채 퇴정했다. 배의철 변호사는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법리와 원칙에 따라 소신 있게 무죄 판결을 내려준 재판부에 감사드린다 면서 대통령님께서도 선고 직후 법리와 증거에 따른 판결로, 내란 관련 사건의 첫 무죄 선고는 의미가 크다. 재판부의 용기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 고 말씀하시며 이제 시작이다 라고 변호인단을 격려했다 고 전했다.
이어 다음 선고는 6월 12일 이적죄 판결로, 북한의 6000회가 넘는 오물풍선 도발 공격에 대한 정당한 대응이 유죄가 나온다면 대한민국의 국방과 안보는 무너지는 것에 다름 아니다. 따라서 이적죄 선고 또한 재판부의 소신 있는 무죄 판결이 나올 것을 기대한다 며 비상계엄은 헌법상 대통령의 정당한 권한이다. 따라서 내란재판 역시 오직 법리에 따라 판결을 내린다면 결코 유죄가 될 수 없다. 오늘의 무죄 판결처럼 거짓의 모래 위에 아무리 그럴듯하게 집을 지어도 진실의 바람 앞에 무너질 수밖에 없다 고 주장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법률대리인단 송진호, 김계리 변호사가 경호에 관한 직권남용,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등으로 경호처 지휘부 등 관계자를 고발하기 위해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6.26. 연합뉴스
김계리 변호사 역시 기소 자체가 황당한 이 사건에서 과연 무죄의 선고가 내려질 수 있을지, 아니면 사법부에 부는 광풍에 흔들리는 대로 억지 궤변으로 유죄의 선고를 내릴지 걱정했다. 객관적 증거에 부합하는 판단을 내려주신 재판부에 감사를 표한다 면서 북한의 오물풍선에 대한 정당한 자위권 행사를 이적행위라고 하는 기소 자체가 이적행위인 미친 사건에 대하여 과연 재판부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 기다려본다 고 했다. 유정화 변호사도 법리가 무엇이고 판사의 역할이 무엇인지 보여준 재판부께 감사드린다 며 작은 승리를 큰 승리로! 라고 향후 다른 재판들 결과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윤 전 대통령은 총 8건의 재판을 받고 있다.김호경 에디터 haojing610@mindl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