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최고의 전쟁 영웅을 전범으로 기소해 논란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10년 전만 해도 벤 로버츠-스미스는 호주에서 최고의 전쟁 영웅으로 각광받았다. 시드니 모닝 헤럴드 자료사진 게티 이미지
아프가니스탄 전쟁 영웅 예우를 받던 오스트레일리아(호주) 참전용사 벤 로버츠-스미스(47)가 지난 7일 시드니 공항에서 체포돼 작지 않은 파문을 일으켰다. 체포영장을 집행한 호주연방경찰(AFP)과 특별수사국(OSI)은 다음날 그를 다섯 건의 전쟁범죄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고 영국 BBC가 9일 전했다.
하지만 다수의 언론 매체와 보수 성향 정치인들은 전쟁 영웅으로 최고의 훈장을 수훈한 참전용사를 공항에서 두 딸이 지켜보는 앞에서 체포하고 연행하는 것이 적절했느냐 고 따져 묻고 있다. 보수 성향 원네이션당의 당수 폴린 핸슨 상원의원과 토니 애벗 전 총리는 각자 성명을 통해 매우 부적절한 체포였다 면서 호주와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전투 현장의 최일선에서 목숨을 걸어야 했던 참전용사의 당시 상황에 시민들이 윤리적 잣대를 적용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며 안타까워했다.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는 법적 사안에 대해 어떤 것도 확인하지 않겠다 며 정치적 언급을 자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참전용사 단체들은 국가를 위해 목숨을 걸고 헌신한 참전용사 모두에 대한 모독”이라며 로버츠-스미스의 결백 입증을 위해 끝까지 함께할 것”이란 결의를 내비쳤다.
로버츠-스미스는 호주에서 가장 많은 훈장을 받은 생존 군인으로 아프가니스탄 파병 당시 혁혁한 공을 세운 것으로 평가받았다. 그는 실버워터 구치소에 구금됐다가 다음날 뉴사우스웨일스(NSW) 법원에 출석했다. 현지 매체들은 그의 보석 허용 여부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2013년 아프가니스탄에서 귀국했을 때, 로버츠-스미스는 탈레반 전투원들을 홀몸으로 제압한 영웅 대우를 받았다. 그 뒤 그는 강연 활동과 잡지 표지와 대형 초상화에 등장하고, 올해의 아버지로 선정되는 등 영광의 시간을 누렸다.
2018년, 9개 신문은 특수공수부대(SAS) 시절 불법 구타 및 살해 혐의, 동료 괴롭힘, 정부에 대한 가정폭력 등 갖가지 잘못을 주장하는 일련의 기사를 게재하기 시작했다. 그는 모두 사실이 아니라며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법정 다툼에 나섰다. 이 재판은 7년에 걸쳐 진행돼 수백만 달러가 들었으며, 일부에서는 세기의 재판 이라고 불렸다.그는 패배하고 말았다. 가정폭력과 일부 괴롭힘 혐의는 기각됐지만, 2023년 연방법원 판사는 그가 저지른 네 건의 살인 신고가 사실상 사실임을 판결했고, 이 판결은 항소심에서 유지됐다. 연방대법원에 항고를 신청했으나 역시 기각됐다.
AFP와 OSI는 그가 2009년 4월 12일 우루즈간 주 카카라크에서 한 사람의 사망을 의도적으로 유발했으며,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다른 사람의 범행을 방조, 교사, 권유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2012년 9월 11일 다르완에서 한 사람의 의도적 살해를 방조, 교사, 권유한 혐의, 다음달 20일 시아초우에서 또 다른 사람과 함께 한 사람을 고의 살해하고, 별도로 다른 사람의 범행을 방조, 교사, 권유한 혐의도 포함돼 있다. 이들 혐의는 각각 최고 무기징역 선고도 가능하다.
도널드 로스웰 교수는 로버츠-스미스가 이제 전쟁 범죄로 기소된 것은, 단 한 건이 아니라 여러 건의 전쟁 범죄로 기소된 것은, 국방군 구성원들의 업적과 공헌에 큰 가치를 두어왔던 이 나라에 매우 중요한 문화적, 사회적 순간 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훈장을 받은 참전용사가 기소된 것은 세계적으로도 특별한 순간이다. 특수부대 윤리학자 딘-피터 베이커는 우리는 이런 현상을 본 적이 없다 고 말했다.
다른 영연방 국가들의 빅토리아 십자훈장 수상자들도 형사 기소된 적은 있었지만, 전쟁범죄로 기소된 것은 로버츠-스미스가 처음으로 여겨진다. ADF 윤리 교육을 혁신한 베이커는 다른 나라에서 동등한 상을 받은 사람으로 시각을 넓히면, 전쟁범죄로 기소된 사람을 찾기가 매우 어려울 것 이라고 말했다.
OSI는 2021년에 설립된 연방기관으로, 2005년부터 2016년까지 아프가니스탄에서 호주국방군(ADF) 요원이 저지른 것으로 의심되는 전쟁범죄 수사를 전담하고 있다. OSI는 AFP와 협력해 국방군 감찰관의 조사 결과를 검토하고 형사 기소를 위한 자료를 준비한다. 두 기관의 공동 수사는 2021년에 시작됐으며, 현재도 조사가 진행 중이다.
로버츠-스미스가 빅토리아 십자훈장을 받은 지 몇 달 뒤인 2011년 고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을 알현하고 있다. 게티 이미지
조사하는 데 5년이나 걸려
로버츠-스미스 체포는 5년에 걸친 조사의 정점이었다. 2020년 브레레턴 보고서는 정예 군인들이 불법적으로 39명을 살해했다는 신뢰할 만한 증거 를 발견하며, 19명의 현역 또는 전직 ADF 구성원에 대한 조사를 권고했다. 하지만 OSI의 조사는 더디기만 했다.
OSI는 53건의 조사를 시작했으며, 그 중 39건이 최종 확정됐다. 지금까지 기소된 사람은 전 SAS 병사 올리버 슐츠 한 명뿐이다. OSI 수사 책임자 로스 바넷은 7일 어려운 상황 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는데, 보존된 물적 증거가 제한되고 국경을 넘는 경찰 협력이 없는 점이 포함된다. 그는 OSI는 호주에서 9000km 떨어진 나라의 전쟁터 한가운데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수십 건의 살인 사건을 수사하는 임무를 맡았다 며 우리는 그 나라에 갈 수 없고, 범죄 현장에 접근할 수도 없었다. 사진도, 현장 계획도, 측정 자료도, 탄환 회수도, 혈흔 분석도 없고, 우리는 고인에게 접근할 수 없다 고 안타까워했다.
복잡성을 더하는 것은 이른바 전우 목격자 증언에 책임을 지운다는 점이다. 로버츠-스미스의 동료 중 일부가 그에 대한 혐의를 제기했지만, 군인들이 서로를 증언하게 하는 것은 비공식적인 관례에 어긋난다고 호주 전쟁기념관(AWM) 전 수석 역사학자 피터 스탠리는 털어놓았다. 그는 군사 문화는 이 과정에 정말 중요한 요소 라며 (하지만) 침묵할 잠재적 증인들은 자신들의 주된 의무가 진실에 있으며, 어떤 우정에도 책임이 없다는 생각에 동의하게 됐다 고 덧붙였다.
바넷은 취재진에게 로버츠-스미스의 체포가 중요한 진전 이지만, OSI는 남은 수사를 신속히 마무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호주 군인들은 2001년부터 2021년까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참전했다. 게티 이미지
호주 법률사에 새로운 사례 평가
하지만 공식적인 사법 절차도 신속하지 않을 것이다. 국제법 전문가인 로스웰 교수는 호주에서 전쟁범죄 재판이 진행된 현대적 경험은 없다 며 이것은 현대 호주 법률사에서 새로운 사례 라고 말했다. 혐의의 성격과는 별개로, 로버츠-스미스 사건은 법률 시스템에 여러 다른 도전 과제를 제기한다.
다섯 가지 뚜렷한 혐의가 있으며, 모두 오래 전 사건과 관련된 것이고, 각 혐의마다 방대한 증거가 담겨 있다. 또 증인들의 일정을 조율해야 하는 어려움이 따르고, 일부는 안전이나 국가 안보를 이유로 신원 보호가 필요할 수 있고, 아프가니스탄에 거주해 현재 소통이 거의 불가능한 증인들도 있다.
또 잠재적으로 편견을 조장할 수 있는 방대한 정보를 처리해야 하는 딜레마도 있다. 여기에는 로버츠-스미스의 민사 명예훼손 사건에서 제시된 110일간의 증거를 공정하고 정확하게 보고하는 것도 포함된다.
호주에서는 이례적으로 판사가 단독으로 재판을 주재할 수 있지만, 사건이 배심원 앞에서 심리될 경우 로버츠-스미스를 모르는 배심원을 찾는 일이 쉽지 않을 것이다. 로스웰은 필연적으로 상황이 다소 혼란스러워질 수밖에 없겠지만, 호주 사법 시스템이 전반적으로 느리다는 점을 감안할 때 재판은 확실히 몇 년 걸릴 것 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슐츠는 2023년 3월 살인 혐의 한 건으로 기소됐는데 내년까지도 재판이 열리지 않을 예정이다.
로버츠-스미스는 자신의 얘기를 상세하게 보도한 세 기자를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해 큰 관심을 모았다. 로이터 자료사진
국가의 군사 유산을 공격하다니
토니 애벗 전 총리는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참여한 특수부대 병사들이 자신들이 복무한 나라로부터 일종의 박해를 받았다 고 말했다. 하워드 전 총리도 성명을 발표하며 로버츠-스미스의 체포가 수백만 명의 마음을 울릴 것 이라며 이 문제는 많은 이들에게 어려운 문제다. 호주 가치에 대한 우리의 존중뿐만 아니라, 우리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는 이들에 대한 깊고 특별한 존경심을 시험하기 때문 이라고 말했다.
군인에서 국회의원으로 변신한 앤드류 헤이스티는 명예훼손 재판 도중 로버츠-스미스에 대해 광범위한 소문 이 있었으며 일부는 사실이라고 믿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성명을 통해 전 SAS 동료가 무죄 추정 원칙을 가질 권리가 있지만 우리 중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 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 모두는 조국을 위해 봉사하는 임무를 가졌고, 99%는 명예롭게 임무를 수행했으며, 그 전쟁은 매우 답답했다 고 말했다.
일부는 호주가 이러한 문제들에서 리더십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에 위안을 느낀다고 털어놓았다. 영국과 같은 다른 나라들도 부정행위 혐의에 대해 브레레턴식 조사를 발표했다. 베이커는 이상하게도, 이 순간은 호주인들이 자랑스러워해야 할 순간 이라며 한 나라가 자국 군인, 특히 살아있는 영웅 중 한 명으로 언급된 사람을 책임지게 하는 것은 윤리, 품위, 법치주의에 대한 헌신을 보여주는 것이며, 이는 불행히도 국가들 사이에서 매우 드문 일 이라고 강조했다. 스탠리는 많은 사람들에게 부끄럽고 슬픈 일이라 해도 인정받고 박수를 받아야 한다 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