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의 추억 말하며 웃는 자들…청산은 아직 멀었다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2024년 12월 3일 밤, ‘반국가세력 일거 척결로 국가 위기 해결’을 언급하며 계엄을 선포한 윤석열은 국회를 무력화하기 위해 군 지휘관들로 하여금 국회로 병력을 투입하게 했다. 이는 헌법과 법률에 명시한 계엄 선포의 요건을 어긴 명백한 불법이었으며, 계엄선포 방송 직후 국회로 달려간 수많은 민주시민들과 국회의원 및 보좌관들, 국회 관계자들 덕분에 윤석열의 불법계엄은 몇 시간 만에 천만다행으로 사상자 없이 진압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한강 작가가 소설 『소년이 온다』의 집필 배경을 설명하며 남긴 말, 과거가 미래를 돕는 건 아닌지, 죽은 자가 산 자를 돕는 게 아닌지”를 인용하며 1980년 5월 신군부에 의한 국가폭력의 상처와 그에 대한 기억이 2024년 12월의 내란을 막아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몇 시간 만에 제압된 내란에도 불구하고 윤석열은 몇 시간짜리 계엄이 어디에 있나”, 경고성 계엄이었다”는 황당한 핑계를 들먹였다. 그를 지지하는 이른바 ‘윤 어게인’ 세력은 민주당이 내란이다”, 계엄은 헌법에 명시된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는 본질에서 어긋난 주장을 펴며 내란에 동조했다. 당시 여당이었던 국민의힘은 1차 탄핵 의결에 집단 퇴장으로 대응했으며, 이후 탄핵 찬성 여론이 들끓자 2차 탄핵 표결에 울며 겨자 먹기로 참여해 일부 의원의 찬성표로 겨우 가결 정족수를 넘길 수 있었다.
그 후 긴 시간 윤석열의 체포 실패와 재시도 끝의 구속, 법원의 황당한 석방 결정, 최장기 심리가 된 탄핵 심판과 파면, 재구속, 조기 대선을 통한 이재명 정부의 탄생에 이르기까지, 민주시민들은 12·3 내란의 충격과 후유증을 견디면서, 내란 청산을 기대하며 울고 웃으며 서로를 위로했다.
낮에는 처음 왔거든요” — 내란의 추억을 웃으며 말하는 자
그런데 지금, 우리는 무엇을 보고 있는가.
12·3 내란 당시 707특수임무단 병력을 이끌고 국회 본관으로 진입시켜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불구속 재판을 받고 있는 김현태 전 단장은 이재명 정권을 무너뜨리겠다”며 6·3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그는 출마 선언과 후원 호소에 그치지 않았다. 지난 5월 26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참군인김현태’에 국회를 방문한 영상을 공개했다. 양복을 입은 채 국회 경내를 활짝 웃으며 돌아다니던 그는 와, 내가 오늘 낮에 처음 왔거든요. 24명이 아니고 이거 뭐 2400명 가도 봉쇄가 안 될 것 같은데. 왜 이리 커? 그런 거 전혀 몰랐어요. 빨리 가서 봉쇄를 하라길래 아무도 없는 줄 알았어. 그냥 건물 돌면서 문만 잠그면 되는 줄 알았어요”라고 말했다.
김현태 전 707 단장이 국회 앞마당에서 12.3 계엄 밤 당시 상황을 웃으면서 설명하고 있다. (출처 : 유튜브 참군인김현태)
김현태 전 707 단장이 국회 앞마당에서 12.3 계엄 밤 당시 상황을 웃으면서 설명하고 있다. 그의 유튜브 채널 제목부터가 국민들을 모독하고 있다. (출처 : 유튜브 참군인김현태)
스태프가 ‘2024년 12월 3일로 돌아간다면 어떻게 하겠냐’고 묻자, 그는 환하게 웃으며 옷을 좀 따뜻하게 입겠다”고 답했다.
기가 막힌다. 헬기를 타고 야간에 국회 본관 유리창을 깨고 진입해 의회를 봉쇄하려 했던 그날 밤을, 그는 ‘너무 추웠던 날’로 기억하고 있었다.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재판을 받는 피고인이, 자신이 장악하려 했던 그 국회를 대낮에 활보하며 그날의 기억을 수학여행 경험담처럼 웃으며 풀어놓는 장면은 기괴하다는 말 외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내란 특검팀은 그는 진솔한 사과나 반성 없이 오히려 계엄군을 저지한 국민을 상대로 고발을 제기했고, 유튜브 방송이나 집회 등에서 본인과 내란 공범들의 행위가 정당하다는 주장으로 여론을 왜곡해 사회 분열을 조장하면서 증인들에게 그릇된 진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며 구속 필요성을 법원에 요청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아직까지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내란 청산, 왜 이렇게 더딘가
현실에서 내란 청산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에도 시민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수십 년간 수사와 기소를 독점하며 정치에 개입해온 의혹을 받는 이른바 정치검찰, 대선 개입 의혹을 받는 조희대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깊은 상황에서, 내란 사건조차 어느 재판부가 담당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시민들 사이에 팽배해 있다.
이재명 정부를 탓할 일도 아니다. 수십 년간 서로를 감싸며 기득권을 유지해온 집단이 사법부를 중심으로 여전히 버티고 있으며, 윤석열 탄핵에 반대했던 국민의힘 의원들 상당수가 반성은커녕 윤 어게인 세력과 절연하지 않고 극단적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대통령이 바뀌었다고 모든 것이 한꺼번에 해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 이해를 전제하더라도,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재판을 받으면서 선거에 출마하고, 자신이 무력으로 장악하려 했던 국회를 웃으며 활보하는 자가 버젓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현실이다.
6·3 이후, 시민의 목소리가 다시 필요하다
6·3 지방선거가 끝나면 그것으로 모든 과제가 완료되는 것이 아니다. 선거는 과정이지 결과가 아니다. 정치검찰 개혁과 사법개혁, 그리고 내란 청산은 서로 얽혀 있는 하나의 과제다. 어느 하나가 지체되면 나머지도 지체된다.
김현태가 국회를 웃으며 거닐 수 있는 지금의 이 현실은, 내란 청산이 아직 완성되지 않았음을 증명하고 있다. 12·3의 밤을 막아낸 것은 시민이었다. 그 이후를 완성할 수 있는 것도 결국 시민의 지속적인 목소리뿐이다.
6·3 이후, 내란 청산을 향한 시민의 요구가 다시 높아져야 하겠다.최우혁 시민기자 hyeok052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