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트륨이온 배터리, AI 데이터센터 타고 뜬다…미국 첫 전력망용 ESS 양산 나서 [환경] 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미국이 전력망용 나트륨이온 배터리 양산에 나서며 ESS 시장의 기술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 출처 = 블룸버그NEF
AI가 배터리 시장의 판을 바꾸기 시작했다.
블룸버그는 9일(현지시각) 미국 나트륨이온 배터리 스타트업 피크에너지(Peak Energy)가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에 미국 최초의 전력망용 나트륨이온 배터리 상업 생산공장을 건설한다고 보도했다.
AI 데이터센터가 키운 전력 저장 수요가 리튬이온 중심이던 ESS 시장의 기술 다변화를 앞당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AI 데이터센터가 키운 ESS 시장…미국도 나트륨이온 양산 나서
피크에너지는 새크라멘토에 연간 4기가와트시(GWh) 규모의 나트륨이온 ESS 생산시설을 구축한다. 내년 3월부터 제품 출하를 시작할 예정이며 현재 샌프란시스코 파일럿 생산라인에서는 소규모 공급이 이뤄지고 있다.
창업 3년 된 피크에너지는 이미 약 11억달러(약 1조6000억원) 규모의 수주를 확보했다. 고객사에는 주피터파워와 에너지볼트, 독일 RWE 북미법인 등이 포함됐다. 미국에서도 계통용 나트륨이온 배터리에 대한 상업적 수요가 형성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배경에는 AI 데이터센터가 있다. AI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아야 하지만 전력망 연결까지 수년이 걸리면서 자체 발전설비와 ESS를 함께 구축하는 사례가 빠르게 늘고 있다. 블룸버그는 지난 4월 블룸버그NEF 집계를 인용해 데이터센터와 함께 구축되는 ESS 프로젝트가 4.9GW 규모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ESS가 재생에너지 보조 설비를 넘어 AI 인프라의 핵심 전력 설비로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
시장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신규 ESS 설치 규모는 112GW(307GWh)로 처음 100GW를 넘어섰다. 데이터센터와 전기차 충전 등 신규 수요가 늘면서 연간 설치량은 앞으로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리튬이온 한계 보완…ESS에 맞는 배터리로 부상
나트륨이온 배터리는 리튬이온보다 에너지밀도는 낮지만 계통용 ESS에서는 오히려 장점이 부각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올해 발간한 글로벌 전기차 전망 2026 에서 나트륨이온 배터리가 본격적인 상용화 단계에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리튬을 사용하지 않아 원료 공급망 위험을 줄일 수 있고 영하 40도에서도 성능을 유지하며 고온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한다는 설명이다.
전기차는 긴 주행거리 확보를 위해 높은 에너지밀도가 중요하지만, ESS는 설치 공간 제약이 상대적으로 적어 가격과 안전성이 더 중요한 경쟁력이 된다. 최근 리튬 가격이 다시 상승하면서 리튬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대안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피크에너지는 자체 개발한 나트륨이온 시스템이 고온에서도 성능 저하가 적고 가격은 테슬라 ESS 제품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화재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도 대규모 데이터센터 운영자들이 관심을 보이는 이유다.
중국은 먼저 양산…미국도 공급망 구축 경쟁
나트륨이온 시장은 현재 중국이 한발 앞서 있다.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중국 CATL은 올해 베이징 하이퍼스트롱과 60GWh 규모의 나트륨이온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파이낸셜타임스도 CATL이 올해 나트륨이온 배터리 양산을 시작하고 전력망용 ESS를 핵심 성장 시장으로 육성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이번 피크에너지 공장을 계기로 상업 생산 기반 구축에 나서는 단계다. 중국이 양산과 공급망 확대에 집중하는 사이 미국은 AI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새로운 ESS 수요를 발판 삼아 자체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NEF는 나트륨이온 배터리가 계통용 저장장치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보하기 시작할 것 이라고 전망했다. AI 데이터센터 확산이 ESS 시장 성장뿐 아니라 배터리 기술 경쟁 구도까지 바꾸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