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나무의 아픔 보듬는 말, 우리말의 품격 가지치기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가지치기하는 모습
가로수 가지치기 철이 돌아왔습니다. 길을 걷다 보면 앙상하게 잘려 나간 나무들을 보며 마음이 저려올 때가 많습니다. 흔히 닭발 가로수 라 불리는, 잔가지 하나 없이 몸통만 남은 나무들이 가로수라는 이름으로 줄지어 서 있는 모습은 나무에게도, 그 길을 지나는 사람들에게도 아픈 풍경입니다.
사실 가로수(街路樹) 라는 말도 뜯어보면 거리 가(街) , 길 로(路) , 나무 수(樹) 로 이루어져 있으니, 이를 더 친근하고 쉬운 우리말인 길나무 로 불러보면 어떨까요?
[가지치기 알림]
더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작업을 알리는 현수막이나 공고문에 적힌 전정(剪定) 이라는 단어입니다. 가지치기 라는 쉽고 따뜻한 우리말이 있음에도 굳이 어려운 한자어를 고집하는 것은 행정 편의주의의 단면을 보여줍니다.
민주사회에서 공공의 언어는 특정 계층이나 지식의 유무를 떠나 누구나 쉽고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쉬운 말이 곧 소통의 시작이며, 정보의 평등을 보장하는 민주사회의 기본 태도이기 때문입니다. 아는 사람만 아는 어려운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시민과 행정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을 세우는 일과 다름없습니다.
물론 가로수는 안전을 위해 관리가 필요하지만, 관리 라는 명목으로 행해지는 지나친 가지치기는 나무의 생명력을 갉아먹고 도시의 품격까지 떨어뜨립니다. 다행히 대구 달성군처럼 무조건 자르는 방식에서 벗어나 토피어리 기법 등을 활용해 나무를 아름답게 가꾸는 가로수 조형 전정 사업 같은 좋은 본보기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업은 도시 환경을 특색 있게 조성할 뿐만 아니라 운전자의 시야 확보와 간판 가림 문제 등 시민들의 생활 불편까지 함께 해소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 가꾸기 문화도 나무를 잘라내는 일 에서 나무와 함께 길을 만드는 일 로 바꾸어야 합니다. 공공기관부터 어려운 한자어 대신 가지치기 와 같은 쉬운 말을 앞장서 쓰고, 닭발 가로수 대신 나무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조화로운 가꾸기를 실천할 때 우리 도시의 길은 비로소 사람과 나무가 함께 숨 쉬는 진정한 쉼터가 될 것입니다.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쉬운 말로 나무의 아픔을 이야기할 때, 비로소 우리의 도시도 더 깊게 뿌리 내리고 건강하게 자라날 수 있습니다.
나무를 길나무 라 부르며 그 생명력을 함께 응원하는 여러분의 마음을 모아 주세요. 지금 여러분의 둘레 길나무는 어떤 모습으로 서 있나요? 나무도, 사람도 행복해지는 가지치기 문화와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쉬운 말 쓰기에 대한 여러분의 소중한 생각을 들려주세요.
[토박이말 길잡이]결지기 이창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