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조 시장 탐난다 LGU+, 미들마일 출사표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16일 열린 화물잇고 출시 기자간담회에는 임장혁 기업신사업그룹장(전무), 강종오 스마트모빌리티 사업담당, 전영서 기업서비스개발LAB장이 참석했다. /사진=LG유플러스
[데일리임팩트 황재희 기자] "미들마일 물류는 이제 막 디지털화로 전환되는 분야이고 LG유플러스도 어느 정도 포지셔닝을 확보할 수 있는 상황이라 판단했다. 3년내 매출1500억원을 달성하겠다."
LG유플러스가 신사업 출사표를 던졌다. 이번에는 미들마일 화물 운송 시장이다. 기업간거래(B2B)로 이루어지는 미들마일 화물운송 시장은 지난 2020년 기준 37조원 규모로 추산됐을 정도로 수요가 탄탄한 시장이다.
그러나 규모에 비해 사업은 비효율적으로 운영됐다. 조악한 화물 정보망, 배차 프로세스의 부재, 전화 접수·운송장 수기 작성 등 체계적으로 관리되지 못했다. 영세사업자들 중심으로 운영된 까닭이다. 특히 배차 오류, 화·차주간 분쟁, 정산 지연과 같은 문제가 끊이지 않아 디지털 전환(DX) 요구가 높았다. LG유플러스는 이같은 이용자 니즈에 부응해 미들마일 시장을 적극 공략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미들마일 화물운송에 눈독을 들인 건 LG유플러스만이 아니다. DX 요구가 높다는 건 잠재력이 크다는 의미이고, 플랫폼 기업에겐 사업 기회를 포착할 수 있어서다. 실제 티맵모빌리티, 카카오모빌리티 등 IT기업들이 최근 가세하며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중이다.
LG유플러스는 B2B 사업 경험과 DX 역량을 활용, 차별점을 만들겠다는 방침. 자사의 모빌리티 사업의 연장선상에서 주선사와 차주를 중계하는 플랫폼 화물잇고를 운영, 기존 운송 프로세스를 택배 수준으로 효율화해 주선사들이 선호하는 플랫폼으로 수요를 확보해나갈 계획이다.
LG유플러스는 16일 서울 용산 사옥에서 화물잇고 출시 기자 간담회를 진행하며 이같은 계획을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는 임장혁 기업신사업그룹장(전무), 강종오 스마트모빌리티 사업담당, 전영서 기업서비스개발LAB장과 파트너사 관계자들이 참석해 플랫폼 출시 배경과 사업 계획에 대해 발표했다.
임장혁 기업신사업그룹장(전무)이 화물잇고 출시 배경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사진=황재희 기자
화물잇고는 화물 접수에서부터 배차·운송·정산·거래처 관리 등 화물 중개에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플랫폼 안에서 해결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주선사가 전용 웹을 통해 화물을 등록하면 차주들이 모바일 앱을 통해 원하는 화물을 직접 선택하는 구조다.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사용하는 만큼, LG유플러스는 이용대상에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한다는 방침이다.
주선사에겐 스마트 배차관리와 실시간 화물 운송 관제 서비스를 제공한다. 준선사가 전용 웹에 화물을 등록하면 실시간 배차 요청 알림, 최적 운임료 측정, 실시간 운송 트래킹, 화주사 별 화물 트래킹 맵 등을 제공하기로 했다. 이들의 업무 효율화를 위해 정산과 실적 관리 시스템도 개선했다. 원클릭 운송료 카드 결제, 거래 내역서 다운로드, 실시간 대시보드 기반의 월별 레포트 등을 통해 업무 일원화를 꾀한다.
차주에게는 인공지능(AI) 맞춤 화물 배차 시스템을 제공한다. AI이 차주의 특성을 분석해 최적 화물 추천, 하루 최적 업무 스케줄 제안, 운행기록 관리를 해준다. 특히 화물·운송 상호 평가 시스템을 적용, 불량화물이나 상습 운임미지급 화물은 거를 수 있게 했다. 선착순 배차와 일방향 오더오 이뤄지던 기존과 달리 차주들이 보다 용이하게 수익성 관리가 가능해진다.
미들마일 시장은 지난해부터 IT 기업들이 화물 중개 서비스를 출시하며 시장에 진입했지만 아직 뚜렷한 선도 사업자는 없다. 화물 중개업의 특성상 물류 네트워크와 인프라 구축을 신속하게 단행해야 시장 선점이 가능하다.
때문에 LG유플러스는 운송 최적화를 위해 기술력을 강화했다. 업계 최초로 화물차 전용 내비게이션 기능을 통합한 것이다. 이용자 위치를 분석, 특정 위치에 도착하거나 이탈했음을 알려주는 지오펜싱 기술을 실시간 내비에 접목했다. 유턴 불가 구간, 좁은 길 회피, 터널·교량 높이 제한은 물론, 물류센터 내 정확한 상·하차지 위치까지 알 수 있다.
LG유플러스는 우선 수도권에서 서비스 출시 후 전국 단위로 범위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통신사로서 전국 단위 서비스 영업조직을 보유하고 있어 사업 확장이 순조로울 것으로 회사는 판단하고 있다.
다만 화물운송 분야 전문성이 부족한 점은 한계가. 이를 보완하고자 파트너사와 협업을 택했다. 임장혁 전무는 "미들마일 운송중개 플랫폼을 잘 운영 하려면 해당 시장과 운송에 대해 잘 아는 사업자가 필요해 파트너들과 제휴하게 됐다"면서 "강동물류와 함께 차주, 주선사의 페인포인트를 접수해 실제 서비스 개발에 반영했으며 물류 운영의 경우 스타트업 디버와 함께 한다"고 밝혔다.
강동물류의 경우 전국 물류 네트워크를 통해 700여대의 운송 차량을 운영 중이다. 매출 역시 300억원 이상으로 상위 5%에 속하는 화물 운송 중개 기업으로 꼽힌다. 라스트마일 디지털물류 스타트업인 디버는 기존 업체와는 다른 고객 서비스로 탄탄한 수요층을 확보하고 있다. 강동물류와 디버는 화물잇고의 고객 확보, 운송 최적화를 지원할 방침이다.
LG유플러스는 이와 같은 전략적 협업을 토대로 전국 물류 네트워크를 구축, 플랫폼을 빠르게 성장시키는 한편, 상생적 물류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임 전무는 "미들마일 운송시장은 37조 규모로 기업과 소비자 간 운송이 진행되는 라스트마일 시장의 5배 규모"라며 "우리는 화주 대상이 아니라 주선사와 차주 사이에 벌어지는 일들을 플랫폼화 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LG유플러스가 주선사와 차주를 연결하는 화물잇고 플랫폼을 이달 출시하며 미들마일 화물운송시장에 진출한다. /사진=황재희 기자
LG유플러스는 물류 시장 운영 노하우와 네트워크를 가진 전통적 플레이어를 플랫폼으로 끌어들여 운영 경험을 공유하고 고객을 신속하게 확보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문제는 티맵모빌리티, 카카오모빌리티가 이미 미들마일 화물 운송 시장에 먼저 진출했다는 점이다.
이에 LG유플러스가 주력하는 게 이용 부담 경감이다. 현재 화물 정보망을 운영하는 중소업체들은 차주들에게 건당 수수료 대신 월 이용료를 받고 있다. LG유플러스도 월 이용료를 받는 방식을 택하되, 경쟁사와 비슷한 수준으로 맞춰 '요금 대비 효율성'을 극대화시키겠다는 것이다.
강종오 스마트모빌리티 사업담당은 "초기 서비스 기획 시 건당 수수료는 생각하지 않았다"며 "기존 정보망 사업자들은 차주들에게 단순히 일감을 알려주는 게시판 수준의 역할을 한다면 저희는 화물운송 실시간 트래킹, DX 서포트 등 추가 서비스로 가입자를 모으고 플랫폼을 활성화하는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럼에도 현재 LG유플러스의 사업 전략이 티맵모빌리티, 카카오모빌리티와 확연히 다른 점이 없다는 건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게다가 티맵모빌리티, 카카오모빌리티가 각각 물류 전문기업을 인수, 시장 점유율을 높인 상황이라는 점에서 LG유플러스의 신사업이 얼마나 힘을 받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LG유플러스는 이에 대해 '현장 맞춤형 서비스를 구현했다'는 점을 부각했다. 서비스 개발에 앞서 중대형 주선사와 운송사를 찾아가 현장을 조사하며 기존 운송 프로세스에서 차주와 주선사가 느끼는 불편을 분석했다는 것이다. 이후 화물 내비·물류 솔루션 기업 로지스텍과 협업해 맞춤형 서비스를 개발한 뒤 수개월에 걸쳐 실제 고객들을 대상으로 실증 서비스를 진행하며 현장의 반응을 즉각 반영했다는 설명이다. UX만 해도, 아날로그 웹 방식에 익숙한 주선사들을 위해 선호도가 낮은 옵션들은 배제하고 편의성을 높였다는 게 LG유플러스의 입장이다.
정산 과정에서 생기는 불편사항도 해결했다. 지금까지는 화주-주선사-차주에 걸친 복잡한 대금 지급으로 정산이 지역되는 일이 많았다. LG유플러스는 신한카드와 제휴, 운송료 전용 결제카드를 도입해 운임료 선정산을 가능하게 했다.
단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전문업체 인수를 저울질 중이다. 강 담당은 "당장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전문업체 인수는 고려하고 있지 않지만 시장 경쟁이 심한 만큼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LG유플러스의 미들마일 화물 운송 진출로 카카오모빌리티와 경쟁구도를 형성돼 눈길을 끈다. LG유플러스는 도심항공교통(UAM) 사업에서 카카오모빌리티와 협업하고 있어서다. 어제의 동지가 내일의 경쟁자가 된 셈이다.
그러나 LG유플러스는 오히려 다양한 업체들의 경쟁이 미들마일 화물 운송 생태계를 키우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 담당은 "카카오도 저희와 사업모델이 겹치는데 다양한 플랫폼 업체가 경쟁하다보면 시장 전반에 좋은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To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