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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바로가기 : 【박소현의 탄소시장 브리핑】탄소 관세 시대, 자발적 탄소시장으로 불 끌 수 있을까

【박소현의 탄소시장 브리핑】탄소 관세 시대, 자발적 탄소시장으로 불 끌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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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탄소국경조정세를 시작으로, 지난 2년간 약 15개국이 배출권거래제와 탄소세를 빠르게 도입했다. 올해 4월에는 일본의 배출권거래제가 처음으로 의무화되고 인도의 탄소 크레딧 거래 제도(CCTS)가 출범하며 탄소시장은 이제 일부 선진국의 제도가 아니라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잡고 있다. 수출이 GDP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한국 경제에는 그다지 반가운 흐름은 아니다. 탄소 관세의 확산은 수출기업에 직접적인 비용 압박으로 작용하며, 대응 여부에 따라 시장 접근성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 이에 유럽연합에서 최근 제안된 파리협정 제6조 크레딧을 활용한 관세 감면 정책의 시사점과, 그 흐름 속에서 자발적 탄소시장이 한국 수출 경제에 어떤 전략적 도구가 될 수 있는지를 고민해봤다.   탄소국경조정제도란? 탄소국경조정제도의 구조는 단순하다. 유럽보다 탄소 배출 규제가 느슨한 국가에서 유럽에 수출하는 경우 수출업자는 유럽 배출권 가격을 적용한 비용을 관세로 부담해야 한다. 이는 유럽 기업들이 높은 탄소비용에도 산업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고, 탄소 규제가 약한 국가로의 생산 이전, 이른바 탄소 누출(carbon leakage) 을 방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자국에 유사한 탄소가격제도가 있다면 그에 상응하는 비용만큼 탄소관세를 감면받을 수 있다. 그러나 국내 배출권 가격은 최고 약 11유로, 유럽은 약 75유로 수준으로 약 7배 가까운 격차가 존재해 관세 감면 효과는 미미하다. 더욱이 철강·화학 등 고탄소 산업은 국내 배출권거래제에서 사실상 100% 무상할당을 받고 있어 실질적인 감면액은 더욱 줄어든다. 유럽연합은 역내 기업에 대한 무상할당도 2034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지할 예정이어서, 한국 수출기업이 부담해야 할 탄소국경세 비용은 앞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유럽의 탄소국경세는 현재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등 6개 품목에 적용되고 있지만, 2030년에는 유럽 배출권거래제가 사실상 전 산업부문으로 확대될 계획이다. 한국의 주력 수출 산업이 하나같이 그 사정권 안에 들어온다. 관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생산과정에서 배출되는 배출량을 줄여야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10%에 못 미치고(2023년 기준 약 9.2%), 송배전망은 한전이 독점하는 구조라 기업이 자체적으로 에너지 전환을 추진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수출을 주로하는 국내 사업자라면 에너지 전환의 한계와 무역관세까지 가중되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직면해 있는 셈이다.   자발적 탄소시장, 비용을 낮추는 새로운 경로 여기서 자발적 탄소시장의 전략적 가능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자발적 탄소시장이란 규제시장과 달리 개인 혹은 기업이 탄소 감축 사업을 통해 발생된 감축 실적을 탄소 크레딧으로 사고팔 수 있는 시장이다. 에너지 효율 향상, 산림 보존, 재생에너지 사업 등이 대표적인 사업 유형이다. 최근 유럽연합이 검토중인 탄소국경세 관련 개정 논의(2023/956개정에 관한 규정 제안)에서는 탄소국경세와 자발적 탄소시장을 연결하는 중요한 아이디어가 제기됐다. 파리협정 제6조가 인정하는 국제 탄소크레딧 구매비용을 탄소국경세 납부액에서 차감해주자는 것이다. 파리협정 제6조는 국가간에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해 감축실적을 매매할 수 있는 국제 탄소시장 메커니즘이다. 해당 논의는 현재 검토 초기 단계로 확정된 정책이 아님을 밝혀둔다. 이 제안에서 흥미로운 점은 탄소크레딧으로 얼마를 줄였느냐가 아니다. 핵심은 돈이 어디로 가느냐에 있다. 탄소국경세는 유럽연합의 재정으로 환수되는 반면 파리협정 제6조 시장은 유럽시장 밖의 실제 탄소 감축 사업에 직접 투자된다. 그리고 어떤 사업이냐에 따라 한국 수출업자에게 전혀 다른 전략적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전기차를 생산하는 기업이 재생에너지 인프라 구축 사업의 제6조 크레딧을 구매한다면, 이는 단순한 관세 절감을 넘어서서 재생에너지의 접근성을 높여 자사 제조 공정의 온실가스와 자동차 판매 후 사용단계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감축에 직접 기여하는 투자이자, 장기적으로 탄소국경세 부담 자체를 줄이는 구조적 전환의 시작으로 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동남아시아에 공급망을 가지고 있는 국내 대기업들의 동남아 그리드 현대화 사업이나 산업 부문 저탄소 기술 사업의 크레딧을 구매한다면, 그 지역의 전력망이 깨끗해질수록 해당 기업이 조달하는 에너지의 탄소 강도도 장기적으로 낮아지는 연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탄소국경세 감면과 실질적 탈탄소화가 동시에 실현되는 구조다. 수출업자 입장에서는 관세 부담도 줄이고, 자사의 탈탄소 전환에 도움이 되는 선제적으로 투자하는 방식으로 재구성할 수 있다. 해당 효과를 위해서는 특히 기업의 실제 공급망 또는 산업 부문과 연계된 사업에서 발행된 탄소크레딧에 추가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식도 적극 고려할 만하다.   한국 자발적 탄소시장의 현실과 과제 이 논의는 정부가 추진 중인 글로벌 자발적 탄소시장(GVCM)에 직접적인 함의를 갖는다. 지난 4월 정부는 한국거래소 내 시장 개설과 감축실적 품질평가를 통해 한국발 자발적 탄소시장의 공신력을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정부의 야심처럼 신뢰할 수 있는 자발적 탄소시장도 중요하지만 국내기업의 전환 수요를 비용 효과적으로 구축할 수 있는 사업이 시장에 있는지, 그리고 우리는 어떤 시장을 만들고자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져야할 때이다. 현재 대한상공회의소 탄소감축인증센터에 등록된 감축사업은 총 32건으로, 주로 폐기물 처리, 에너지 효율 향상, 탄소저감 건축자재 분야에서 크레딧이 발급되거나 처리 중이다. 예를 들면, 삼성전자는 저전력 DRAM반도체 성능개선으로 인한 전력 절감, LG 전자의 히트펌등 사업이 있다. 일부는 국내 기후 테크 기술에 기여하는 사례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사업 유형은 9종에 불과하고 참여 기업도 20여 개에 그쳐, 시장의 다양성과 규모 모두 극히 제한적이다. 이는 단순한 시장 초기 단계의 한계가 아니라, 기업들이 자사의 탈탄소 경로, 즉 언제,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감축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적 설계가 아직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반영하기도 한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사업의 구성이다. 철강·화학·시멘트 같은 주력 수출 산업의 실질적 탈탄소에 필요한 사업과 관련 방법론은 국내 시장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들 산업은 생산 공정 자체에서 온실가스가 필연적으로 배출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에너지 효율 개선 수준의 접근만으로는 부족하다. 수소환원제철, 전기로 전환, 산업 공정 CCUS(탄소포집·활용·저장)처럼 공정 전환을 직접 지원하는 사업이 자발적 탄소시장의 기초자산으로 편입되어야 해외 고품질 크레딧 구매자에게도 매력적인 시장이 된다. 해외에서는 이미 석탄발전소 조기 폐쇄에 대한 전환금융 크레딧, 대규모 송배전 인프라 현대화, 산업 부문 저탄소 기술 전환을 위한 방법론이 활발히 논의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넷제로 목표에 필요한 사업에 대해서 창의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수출업자가 탄소국경세 감면과 탈탄소화를 동시에 달성하려면, 바로 이런 산업 전환과 직결된 크레딧을 국내에서도 발행하고 거래할 수 있어야 한다. 한국의 자발적 탄소시장의 성공은 플랫폼 구축을 넘어서서 어떤 사업이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지 기업과 정부, 금융이 함께 설계할 때다.   탄소시장 개혁 없이는 관세 감면도 없다 가장 큰 문제는 국내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 유인은 주로 외국에서 부과한 탄소국경세, 에너지 수입, 외국 이니셔티브가 주도하는 해외 트랜드에 의존해왔다는 점이다. 그러다보니 배출권거래제 밖에서 굳이 배출량을 줄여야 할 내생적 동기가 형성 되지 못했다. 자발적 탄소시장의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국내 의무시장의 구조 혁신이 선행되어야 한다. 산업계에서는 지겹도록 반복적으로 제기되어온 논제이지만, 우선 유상할당을 확대해야 한다. 지금처럼 고탄소 산업이 배출권을 거의 무상으로 받는 구조에서는 기업이 감축에 비용을 지출해야 할 유인이 생기기 힘들다. 탄소에 실질적인 비용이 부과되어야 비로소 기업은 자발적 탄소시장을 포함한 감축 수단을 진지하게 모색하게 된다. 유상할당 비율은 단계적으로 확대되고 있으나, 탄소국경세 대응과 국제 탄소 경쟁력 확보라는 목표를 고려하면 속도를 가속화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탄소수익(carbon revenue)이 기후재정으로 재투자되는 환류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2035년 감축목표 달성을 위해 향후 10년간 최대 850조 원이 필요하지만, 2026년 역대 최고 기후대응기금은 약 2조 원에 불과하다. 현재 기후금융의 대부분은 공공부문이 주도하고 있으나, 이 규모의 전환 투자는 민간자본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배출권 경매 수익과 자발적 탄소시장의 탄소수익을 기후 투자로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가 필요하다.   탄소 관세를 비용이 아닌 전략으로 탄소국경세와 자발적 탄소시장은 별개의 제도가 아니다. 잘 설계된 자발적 탄소시장은 수출업자의 탄소국경세 부담을 낮추고, 그 자금이 실제 탈탄소 인프라에 투자되며, 그 수익이 다시 국내 기후재정으로 순환되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탄소국경조정세가 확대될 수록 탄소 비용을 실질적으로 내재화한 기업이 수출 시장에서 살아남는다. 한국 수출업자 앞에 놓인 선택지는 명확하다. 해마다 커지는 탄소 관세를 직면할지, 아니면 지금부터 자발적 탄소시장을 전략적 도구로 활용해 탄소 비용을 줄이고 탈탄소 전환을 앞당길지의 선택지가 있다. 무상할당 중심의 완충 체계를 걷어내고, 자발적 탄소시장이 실질적인 전환 투자를 매개하며, 그 수익이 다시 기후재정으로 흘러들어오는 생태계를 지금 시작해야 한다. ☞박소현 매니저는 박소현 매니저는 클라이밋 아크(Climate Arc)의 아시아 파트너십 매니저로, 전환금융과 자발적 탄소시장(VCM), 국제 탄소 기준 및 거버넌스 분야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에서 환경정치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VCMI(Markets and Standards) 선임연구원으로 근무하며 기업 기후 클레임과 탄소시장 무결성 기준 개발에 참여했다. ICVCM 파리협정 제6조 상응조정 전문가 그룹과 Climate Action Data Trust 상응조정 태스크포스 및 유저 포럼 전문가로 활동하며 국제 탄소시장 제도 설계와 데이터 거버넌스 논의에 관여했다. 에코아이 해외감축사업팀 연구원을 거쳐 탄소시장, 국제감축사업, 기업 거버넌스 관련 다수의 국제 보고서와 가이드라인 집필에 공동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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