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시덴털, 6.4km 초심도 지열 시추…석유 기술로 발전 가능성 시험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옥시덴털 페트롤리엄의 홈페이지.
미국 석유기업 옥시덴털 페트롤리엄(NYSE: OXY)이 콜로라도에서 약 6.4km 깊이의 초심도 지열정을 빠르게 시추하며 차세대 지열발전 가능성을 시험하고 있다. 석유 시추 기술을 지열 개발에 적용해 초심도 시추 비용과 시간을 낮출 수 있는지 검증하는 프로젝트다.
미국 청정에너지 전문매체 캐너리 미디어는 5일(현지시각) 옥시덴털이 콜로라도주 그릴리(Greeley) 남쪽에서 ‘GLADE(Geothermal Limitless Approach to Drilling Efficiencies)’ 실증을 진행해 약 4마일(약 6.4km) 깊이의 지열정 두 개를 6주도 채 되지 않는 기간에 시추했다고 보도했다.
이 프로젝트는 2022년 미국 에너지부가 900만달러(약 135억원)를 지원하며 시작됐다.
석유 시추 기술로 ‘초심도 지열’ 도전
지열발전은 풍력이나 태양광과 달리 날씨와 관계없이 24시간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지하 깊은 곳의 열을 끌어올려 터빈을 돌리는 방식이다. 문제는 깊이다. 발전에 필요한 온도에 도달하려면 수 km 아래까지 땅을 뚫어야 하고, 이 과정에서 비용과 시간이 크게 늘어난다. 지열 산업이 오랫동안 확산되지 못한 이유다.
옥시덴털은 석유·가스 산업에서 발전한 고속 시추 기술을 지열 개발에 적용했다. 콜로라도에서 약 6.4km 깊이까지 두 개의 시추공을 뚫었고, 지하 온도는 화씨 약 450도(섭씨 약 232도) 이상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지하에서 두 시추공을 연결해 물이나 다른 유체를 순환시키면 열이 전달된다. 지상으로 올라온 고온 유체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한다.
스탠퍼드대학교 지열 프로그램 책임자인 롤랜드 혼은 석유회사가 실제 시추 장비를 동원해 지열 개발에 뛰어든 것은 매우 고무적인 신호”라고 말했다.
‘잠자는 에너지’ 지열…전력수요 140배 잠재력
지열에너지는 오랫동안 ‘잠자는 거인’으로 불려왔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현재 지열은 전 세계 전력 수요의 1%도 채 공급하지 못한다. 기술 발전이 이뤄질 경우 잠재력은 크게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석유·가스 산업에서 발전한 시추 기술과 수압파쇄 기술을 활용하면 지열 자원이 전 세계 전력 수요의 약 140배에 달하는 잠재력을 가질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지열 온도는 지하로 내려갈수록 높아진다. 그러나 얕은 깊이(약 2km 이하)에서는 발전에 필요한 고온을 확보할 수 있는 지역이 제한적이다. 시추 깊이가 약 7km 수준까지 확대되면 세계 대부분 지역에서 지열발전이 가능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 제시된다.
콜로라도 주 정부 기록에 따르면 옥시덴털은 두 시추공 가운데 하나를 단 18일 만에 굴착했다. 최근 유타주에서 약 4.8km 깊이 지열정을 16일 만에 시추한 지열 스타트업 퍼보 에너지(Fervo Energy)의 속도와 비슷한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속도가 지열 개발 비용을 크게 낮출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미국 록키산맥 국립연구소(National Lab of the Rockies)의 지열 프로그램 책임자 아만다 콜커(Amanda Kolker)는 다양한 지질 구조에서도 지열 기술을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라며 지열 발전이 가능한 지역을 넓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분석에 따르면 해당 시추공은 약 2.2메가와트(MW) 규모 전력 생산 잠재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소규모 지역사회나 산업시설을 공급할 수 있는 수준이다.
석유·가스 산업의 장비와 인력, 공급망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업계가 주목하는 부분이다. 기술 검증이 이어질 경우 화석연료 산업이 지열 발전으로 전환하는 새로운 시장이 형성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