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 기후 재정, 잘못된 곳에 쓰이고 있다”…COP30 앞두고 파문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세계적인 부호이자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이면서, 세계적인 기후투자그룹인 브레이크스루 에너지(Breakthrough Energy) 를 조성해온 빌 게이츠(70)가 자신의 생일에 맞춰 기후 재정 정책을 정면 비판했다.
게이츠는 29일(현지 시각) 자신의 블로그에 글을 올려 COP30(제30차 기후변화당사국총회)에 참석하는 각국 정부는 기후 관련 예산이 올바르게 쓰이고 있는지 스스로 물어봐야 한다. 내 대답은 ‘아니다’”라며 전 세계 기후 재정 운용의 비효율성을 지적했다.
그는 다음달 브라질 벨렘에서 열리는 COP30을 앞두고 기후 전략의 잣대를 온도 가 아니라 인간 복지로 바꾸자 고 촉진했다. 그는 또 기후변화는 심각하지만 인류를 멸망시킬 재앙이 아니다 라며, 저탄소 기술 혁신과 빈곤국 보건ㆍ농업 투자를 동시에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게이츠의 3대 핵심 메시지
게이츠노트에 따르면, 3대 핵심 메시지는 다음과 같다.
2100년에 지구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 2~3℃ 상승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출처: 게이츠노트
첫째, 기후변화는 심각하지만 문명의 종말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2100년에 지구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 2~3℃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며 이는 심각하지만 인류가 번영할 공간은 여전히 대부분 지구에 존재한다 고 설명했다. 지난 10년간 IEA의 2040년 배출 전망치가 500억t에서 300억t으로 40% 넘게 낮아졌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둘째, 온실가스 배출 및 온도 목표보다 ‘삶의 개선’이 우선 지표가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는 빈곤국에서 가장 큰 위협은 기후 자체가 아니라 빈곤과 질병이다. 우리는 제한된 자원을 보건·농업 개선과 값싼 청정에너지 보급에 배분해야 한다 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HDI(인간개발지수) 격차, 냉·난방 접근성, 물·위생 인프라 등 적응력의 불평등을 지적하고 있다.
셋째, 그린 프리미엄(Green Premium)을 제로(0)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청정 대안이 화석연료보다 싸고 실용적이 되면 전환은 가속한다. COP는 국가 총량 공약뿐 아니라 5대 부문(전력·제조·농업·운송·건물)별로 그린 프리미엄 진행도를 공개·점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빌게이츠의 5대 배출 부문별 해법은?
파이낸셜타임즈에 따르면, 빌 게이츠는 기후 변화 대응이라면 무엇이든 가치 있다고 여기는 태도 때문에, 덜 효과적인 프로젝트가 진짜 해결책의 자금을 빼앗고 있다”고 비판했다.
기후 커뮤니티가 단기 배출 목표에 과도하게 매몰돼, 효율이 낮은 사업이 더 효과적인 개입(예: 백신·말라리아 방지·농업 혁신·기초 보건)에 들어갈 자금을 빼앗고 있다는 비판이다.
이에 빌게이츠는 5대 배출 부문별 해법을 제시했다. 첫째, 전력(28%)의 경우 ▲재생·지열 고도화 ▲송전 효율 혁신(고용량 선로) ▲차세대 원전(분열)·핵융합 같은 24시간 발전이 가능한 전력(firm power)’의 그린 프리미엄을 제로화하자는 것이다.
둘째, 제조(30%) 부문의 경우, ▲청정 강철·시멘트 상용화 확산 ▲지질 수소·저가 전해 수소 ▲CCUS·직접공기포집의 원가 하락 및 연료 전환이다.
셋째, 농업(19%) 부문의 경우, ▲무배출 비료·분뇨 메탄 저감 ▲사료첨가제·백신으로 가축 메탄 억제 ▲저메탄 벼 재배 확산 등이다.
넷째, 운송(16%) 부문의 경우, ▲EV 확산(배터리 광물·공급망 혁신 병행) ▲항공연료 SAF의 비용 절감(조류·저가 수소 기반 합성연료) 등이다.
다섯째, 건물(7%) 부문의 경우, ▲고효율 히트펌프 보급과 설치 인력 양성 ▲기밀·고성능 창호 등 제로 프리미엄 제품의 규모의 경제 달성이다.
빌 게이츠는 기후 대응이 단순히 ‘배출량 감축’에만 치우쳐선 안 된다”며 빈곤국의 회복탄력성을 키우는 ‘적응 전략’에도 자금이 집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후 예산, 선진국 중심에 머물러 있다”
게이츠의 발언은 11월 브라질 벨렘에서 열리는 COP30(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을 앞두고 기후 재정 논의가 뜨거워지는 가운데 나왔다.
지난해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COP29에서는 선진국들이 2035년까지 매년 3000억달러(약 428조원)의 기후 재원을 조성하고, 이를 1조3000억달러(약 1858조원) 규모로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실제로 자금이 얼마나 투입되고, 어떤 방식으로 집행되는지에 대해선 여전히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탐사보도국(Bureau of Investigative Journalism)가 지난달 29일(현지시각)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 국제투자공사(BII)의 기후 금융 투자의 사례를 봐도 기후 금융의 정의가 지나치게 느슨하다”고 지적했다. 영국국제투자공사는 인도 대기업 마힌드라 & 마힌드라(Mahindra & Mahindra)의 전기차 사업에 2억4400만달러(약 3487억원)를 투자했다. 해당 차량은 소매가가 1만7500~3만 달러(약 2500만~4280만원) 수준으로, 인도의 평균 1인당 GDP(2697달러)에 비해 ‘고가 사치품’에 가깝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또한 프랑스 오렌지(Orange)의 자회사 소나텔(Sonatel)의 태양광 모바일 타워 투자 등도 기후 중심이라 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왔다. 영국국제투자공사는 이 모든 프로젝트가 탄소 감축 효과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며 국제개발금융클럽(IDFC) 기준에 부합한다고 반박했지만, 전문가들은 기후 금융이 빈곤국의 복지나 회복탄력성 강화보다 선진국 대기업의 투자 확대에 집중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돈이 얼마나 모이느냐보다, 어떻게 쓰이느냐가 중요”
세계은행 역시 기후 관련성 낮은 프로젝트를 기후 사업으로 분류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빌 게이츠는 이런 점을 겨냥해 기후 재정의 본질은 단순한 ‘총액’이 아니라 ‘효율성’과 ‘공정성’에 있다”고 강조했다.
게이츠의 발언은 COP30 의제 중 핵심으로 떠오른 ‘기후 재정의 정의와 사용 기준’ 논쟁을 예고한다. 선진국이 약속한 재원이 실제로 빈곤국의 적응·보건·농업 지원에 쓰이는지, 아니면 기업 중심의 탄소 감축 프로젝트로 흘러가는지에 대한 국제적 감시가 강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