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공시 준비 부족 논리 흔들렸다…실무자 70% 이미 가능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금융위원회가 ESG 공시 의무화 로드맵 초안을 마련한 가운데, 기업 공시 역량을 둘러싼 정책과 현장 간 인식 차이가 확인됐다.
국내 ESG 실무자들은 주요 상장사의 공시 역량이 이미 충분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원회가 ‘기업 준비 부족’을 이유로 제시한 ESG 공시 로드맵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결과다.
국회ESG포럼 민병덕 의원실은 16일 ESG 담당 임직원 12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결과를 공개했다. 설문은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과 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가 공동 진행했다. 응답 기업의 71.7%는 상장사였고, 연결자산총액 1조원부터 30조원 이상이 고르게 분포했다.
역량 충분” 70.9%…금융위 전제 흔들렸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월 공시 부담과 법적 리스크, 데이터 신뢰성 문제 등을 이유로 ESG 공시를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첫 적용 대상을 연결자산총액 30조 원 이상 상장사로 한정하고, 거래소 공시부터 시작하는 방식이다.
자산 규모별 ESG 공시 역량에 대한 평가에서 10조 원 이상 기업은 ‘높다’ 응답이 과반을 차지한 반면, 5조 원 이상 기업은 ‘보통~높다’ 구간에 응답이 집중됐다. / 제공 = 국회ESG포럼
그러나 실무 현장에서는 다른 평가가 나왔다. ESG 담당자 10명 중 7명은 자산총액 10조 원 이상 기업의 공시 역량이 ‘높다’고 답했다. ‘낮다’는 응답은 5%에 그쳤다. 5조 원 이상에서도 ‘높다’는 응답이 45.8%로 ‘낮다’(19.1%)를 크게 웃돌았다.
이는 ‘대기업도 준비가 부족하다’는 금융위 전제와 배치되는 결과다. 자사 공시 준비 수준에 대해서도 ‘높다’는 응답이 42.5%로 ‘낮다’(13.3%)를 크게 앞섰다.
공시 적용 범위를 둘러싼 인식도 달랐다. 응답자의 66.7%는 최초 적용 대상을 10조 원 이하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답했다. 금융위 초안인 30조 원 기준에 동의한 비율은 33.3%에 그쳤다.
실무자 10명 중 4명, 조기 법정공시 지지
공시 채널을 둘러싼 인식도 달랐다. 금융위원회는 거래소 공시를 거쳐 법정공시로 전환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전환 시점은 명시하지 않았다.
반면 응답자의 40%는 ‘즉각 법정공시’ 또는 ‘거래소 공시 1년 후 법정공시 전환’을 선택했다. 10조 원 이상 기업 담당자로 한정하면 이 비율은 58%로 높아졌다. 5조 원 이상에서도 46%가 같은 응답을 했다.
이번 설문은 법정공시 시 발생할 수 있는 법적 책임을 완화하는 면책조항(세이프 하버, safe harbor)을 전제하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됐다. 고의적 허위가 아닌 경우 책임을 제한하는 장치가 도입될 경우, 조기 법정공시 지지 비율은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공시 채널 선택에서 응답자의 40%가 즉각 또는 1년 내 법정공시 전환을 지지하며, 금융위의 단계적 전환 구상과 인식 차이를 보였다. / 제공 = 국회ESG포럼
스코프3·인증도 ‘조기 적용’ 요구…정책보다 앞선 시장
협력사 등 공급망 배출을 뜻하는 스코프3 공시 유예 기간을 두고도 의견이 갈렸다. 금융위가 제시한 ‘3년 유예’에 동의한 비율은 50%였다. 반면 나머지 50%는 더 짧은 유예를 선택했다. 즉각 적용부터 1~2년 유예를 선택한 응답이 절반을 차지한 것이다.
스코프3는 기업 온실가스 배출량의 75~80%를 차지하는 핵심 지표다.
제3자 인증 의무화에서도 조기 도입 요구가 확인됐다. 응답자의 29.2%는 2028년 즉시 적용을 선택했고, 10명 중 6명은 늦어도 2030년까지 도입해야 한다고 답했다. 금융위 초안에는 인증 의무화 일정이 포함돼 있지 않다.
민병덕 의원은 글로벌 자본시장은 이미 지속가능성 정보를 요구하고 있다”며 금융위는 설문 결과를 반영해 보다 진전된 최종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