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Ti, 5년 만에 넷제로 기준 개편… 선언 보다 이행 [환경] SBTi가 11일(현지시각) 기업 넷제로 표준 2.0을 공개했다. / 출처=SBTi
과학기반감축목표이니셔티브(SBTi)가 기업 넷제로 기준을 5년 만에 전면 개편했다. 2050년 장기 목표 선언보다 5년 단위 감축 이행과 검증에 무게를 두는 방향이다.
11일(현지시각) SBTi는 기업 넷제로 표준 버전 2.0(Corporate Net-Zero Standard V2.0)을 발표했다. 2021년 첫 표준을 내놓은 이후 처음 이뤄진 대규모 개정이다.
현재 전 세계 1만1000개 이상 기업이 SBTi 기준에 따라 감축 목표를 검증받고 있다.
2050 장기목표보다 5년 단위 이행 관리 강화
이번 개정의 핵심은 장기 선언보다 실제 이행 책임을 강화한 데 있다.
기존 기준은 기업이 2030년 전후의 단기 감축 목표와 함께 2050년 이전 넷제로 장기 목표를 함께 설정하도록 요구했다. 반면 V2.0은 장기 목표 요구를 완화하는 대신 5년 단위 목표 설정과 이행, 보고를 반복하는 관리 체계를 도입했다.
기업은 매년 감축 진행 상황을 공개 보고해야 하며, 5년 주기가 끝나면 제3자 검증을 받아야 한다. 수십 년 뒤 목표를 제시하는 것보다 현재 얼마나 감축을 실행하고 있는지를 평가하겠다는 취지다.
기업 분류 체계도 새로 도입됐다. 모든 국가의 대기업과 고소득 국가 중견기업은 A등급, 모든 국가의 소기업과 저소득 국가 중견기업은 B등급으로 구분된다.
A등급 기업에는 공급망(Scope 3) 감축 목표 설정, 전환계획 공시, 기준연도 데이터 제3자 보증 등이 의무 적용된다. B등급 기업에는 일부 요구사항이 완화된다.
목표 못 채워도 과정 검증… 최선의 노력 원칙 도입
이번 개정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최선의 노력(best efforts) 원칙 도입이다. 목표 달성 여부만으로 기업을 평가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기업이 실제로 어떤 감축 노력을 했는지, 목표 달성을 가로막은 요인이 무엇인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를 함께 검증하겠다는 것이다.
SBTi는 기업의 통제 밖에 있는 요인이 진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 고 밝혔다.
공급망 배출량(Scope 3) 목표 설정 방식도 바뀌었다. 기존에는 전체 Scope 3 배출량의 67%를 목표에 포함해야 했지만, 새 기준은 배출원별 중요도 중심으로 전환했다. 전체 Scope 3의 5% 미만이거나 기업이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려운 항목은 목표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다. 다만 제외 사유와 해당 배출원을 줄이기 위한 대체 조치를 함께 제시해야 한다.
2027년 2월부터 적용…기업 배출 책임 범위 넓힌다
새 기준에 따른 검증 신청은 2027년 2월부터 시작된다. 기존 V1 기준은 2027년 말까지 병행 운영된다.
이번 개정에서는 지속적 배출 책임(Ongoing Emissions Responsibility·OER) 프로그램이 새로 도입된 점도 눈에 띈다. 기업이 배출량을 줄이는 것과 별개로, 현재 배출하고 있는 온실가스에 대해서도 탄소제거 활동 지원이나 탄소제거 크레딧 구매 등을 통해 추가적인 책임을 지도록 하는 제도다.
현재는 자발적 참여 방식으로 운영되지만, SBTi는 2035년 이후 대기업을 대상으로 단계적으로 의무화할 계획이다.
기술 세부 지침 문서인 방법론 및 경로(Methods and Pathways) 는 현재 의견 수렴이 진행 중이며, 오는 7월 31일까지 피드백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