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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는 끝나고…나는 이런 나라에서 살고 싶다
[뉴스]
23일 서울 구로구 선거관리위원회에서 관계자들이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거소투표용지와 선거공보 발송에 앞서 검수작업을 하고 있다. 2026.5.23. 연합뉴스 드디어 6.3지방선거와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끝났다. 지금은 개표가 한창 진행 중이다. 텔레비전 화면에는 숫자가 쉴 새 없이 바뀌고, 그래프는 오르내리기를 반복한다. 후보자들의 표정은 초조함과 기대 사이를 오가고, 지지자들은 숨을 죽인 채 결과를 기다린다. 아직 모든 것이 결정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안다. 머지않아 당락은 갈릴 것이고, 누군가는 환호할 것이며 누군가는 고개를 떨굴 것이다. 바로 이 순간, 나는 다시 묻는다. 우리는 어떤 나라에서 살고 싶은가. 선거는 늘 선택의 순간이지만, 동시에 성찰의 시간이다. 개표가 진행되는 이 시간은 단지 숫자의 경쟁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거울이다. 숫자는 곧 민심이고, 민심은 시대의 언어다. 그렇다면 지금 이 나라의 민심은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나는 먼저, 결과보다 과정이 존중받는 나라에서 살고 싶다. 지금 우리는 결과를 기다리며 긴장하고 있지만, 사실 더 중요한 것은 여기까지 오는 과정이었다. 어떤 언어로 경쟁했는지, 어떤 태도로 시민을 대했는지, 어떤 약속을 했는지가 그 사회의 수준을 말해준다. 결과가 모든 것을 덮어버리는 순간, 과정은 의미를 잃는다. 나는 승리의 기쁨 속에서도 과정의 품격을 돌아볼 줄 아는 나라에서 살고 싶다. 둘째로, 승리가 겸손으로 이어지는 나라를 꿈꾼다. 곧 당선이 확정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환호보다 절제다. 권력은 축하받을 일이 아니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책임이다. 승리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나는 승리한 사람이 더 낮아지고, 더 많이 듣고, 더 조심하는 나라에서 살고 싶다. 셋째로, 패배가 배제로 이어지지 않는 나라를 바란다. 선거에서 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은 다른 선택이 존재한다는 증거이며, 민주주의가 살아 있다는 신호다. 그러나 우리는 종종 패배를 낙인처럼 사용해왔다. 틀렸다고 규정하고, 사라져야 할 대상으로 밀어내왔다. 나는 패배한 쪽도 여전히 공동체의 일부로 존중받는 나라에서 살고 싶다. 그들의 목소리 역시 이 사회를 구성하는 중요한 일부이기 때문이다.   전국동시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가 치러진 3일 오후 부산 북구 덕천동 도시철도 남산정역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소중한 한표를 행사하고 있다. 2026.6.3 연합뉴스 넷째로, 숫자 너머의 사람을 보는 나라였으면 한다. 지금 화면에 찍히는 것은 퍼센트와 득표수다. 그러나 그 숫자 하나하나는 사람의 삶이다. 누군가의 기대이고, 누군가의 절망이며, 누군가의 간절한 바람이다. 우리는 종종 숫자에 취해 그 안의 사람을 잊는다. 나는 정치가 숫자를 넘어 사람을 바라보는 나라에서 살고 싶다. 다섯째로, 지역이 갈라지지 않는 나라를 원한다. 개표 결과는 지역별로 다른 색깔을 드러낼 것이다. 그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그 차이가 분열로 이어질 때 문제가 된다. 어느 지역은 항상 같은 선택을 하고, 다른 지역은 정반대의 선택을 하는 구조는 우리 사회의 균열을 깊게 만든다. 나는 지역이 정치적 진영의 상징이 아니라, 삶의 터전으로 존중받는 나라에서 살고 싶다. 여섯째로, 정치가 사람을 지치게 하지 않는 나라를 바란다. 개표를 지켜보는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사람들은 이미 피로를 느낀다. 반복되는 갈등, 끝없는 대립, 과열된 언어들. 정치가 사람들에게 희망이 아니라 피로를 준다면 그것은 이미 제 역할을 잃은 것이다. 나는 정치가 삶을 소모시키는 것이 아니라, 삶을 지탱해주는 나라에서 살고 싶다. 일곱째로, 약속이 기억되는 나라를 꿈꾼다. 선거 과정에서 수없이 많은 약속이 나왔다. 이제 곧 당선이 확정되면, 그 약속들은 시험대에 오른다. 중요한 것은 당선 이후다. 말했던 것을 얼마나 지키는가, 그리고 지키지 못했을 때 얼마나 솔직하게 설명하는가가 정치의 신뢰를 결정한다. 나는 약속이 공허한 구호로 사라지지 않는 나라에서 살고 싶다.   MBC 출구조사 발표 화면 갈무리 여덟째로, 혐오가 아닌 공감이 남는 나라를 원한다. 선거는 경쟁이지만, 그것이 증오의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서로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지만, 같은 사회를 살아가는 이웃이다. 선거가 끝난 뒤에도 함께 살아가야 한다. 나는 선거가 끝났을 때 남는 것이 상처가 아니라 이해와 공감이 되는 나라에서 살고 싶다. 아홉째로, 시민이 끝까지 주인인 나라를 바란다. 개표가 끝나고 결과가 확정되면, 정치의 주도권은 다시 권력을 쥔 사람들에게 넘어가는 듯 보인다. 그러나 진짜 주인은 여전히 시민이다. 감시하고, 질문하고, 요구하는 힘이 사라지지 않을 때 민주주의는 살아 있다. 나는 선거 이후에도 시민의 목소리가 계속 이어지는 나라에서 살고 싶다. 마지막으로, 기다림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나라를 꿈꾼다. 지금 우리는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그 기다림 속에는 불안도 있고 기대도 있다. 그러나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우리가 포기하지 말아야 할 것은 희망이다. 한 번의 선거로 모든 것이 바뀌지는 않지만, 한 번의 선택이 변화의 시작이 될 수는 있다. 개표는 곧 끝날 것이다. 숫자는 멈추고, 결과는 확정될 것이다. 그러나 그 순간이 끝이 아니다. 오히려 그때부터가 시작이다. 우리가 어떤 나라에서 살고 싶은지는 결과가 아니라, 그 이후의 행동에 달려 있다. 나는 여전히 꿈꾼다. 서로를 지우지 않는 나라, 말에 책임이 따르는 나라, 약한 사람이 덜 두려운 나라, 그리고 희망이 소진되지 않는 나라를. 지금 이 순간에도 숫자 뒤에서 조용히 숨 쉬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삶이 조금 더 나아지는 나라를. 그 나라를 만드는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박철 시민기자 pakchol@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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