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A 회장, 월드컵 24경기 관람에 탄소 516톤 배출 [환경]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이 그야말로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했다. 국내 방송의 한 중계진은 사람이 가능한 여행 궤적인가 싶다 고 감탄했다. 그런데 감탄만 하고 말 일일까?
영국 BBC는 지난 11일(현지시간)부터 27일까지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의 16개 개최도시에서 열린 월드컵 조별리그 24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27차례 비행기를 이용한 그의 여행 궤적을 낱낱이 추적해 28일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추계해 눈길을 끌었다. 실제 비행한 날수는 13일이었다.
FIFA가 올해 내놓은 월드컵 지속가능성 및 인권 전략에 인판티노 회장은 기후, 인권, 질병, 장애 등 어떤 주제든 우리의 역할을 다할 것을 약속한다 고 밝혔는데 번지르르한 꾸밈말에 불과했던 것이다.
BBC 베리파이(Verify)와 BBC 스포츠는 FIFA, 인판티노와 연계된 전용기를 추적해왔으며, 이 제트기는 대회 기간 FIFA 수장이 경기에 참석하는 모습이 포착된 도시들을 옮겨 다녔다. 이 제트기가 2주 동안 예상한 기후 영향은 연간 평균 78명이 미친 영향과 비슷하다.
FIFA 회장은 얼마나 먼 곳을 여행했나요?
인판티노는 조별리그 기간 하루에 두 경기를 관람한 것도 여러 차례였다. 그 거리가 상당했다. 어떤 날에는 하루에 세 차례나 비행기를 타고 내리기도 했다.
FIFA 회장은 이번 대회 초반 카타르 항공 이그제큐티브 제트기를 타고 있는 사진이 찍혔으며, 그 뒤 걸프스트림 G650ER를 타고 비행하는 것으로 보도됐다.
BBC는 FIFA에 이를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응답은 없었지만, 비행기 추적 데이터를 이용해 항공기의 비행 경로를 지도화했고, 각 여행 목적지는 같은 도시의 경기장에서 같은 날짜에 인판티노가 촬영한 사진과 일치했다고 설명했다.
인판티노가 2주 넘는 기간에 가장 긴 비행은 지난 13일 밴쿠버에서 마이애미까지 4507㎞를 비행한 것으로, 호주가 튀르키예와 대결한 것을 관람한 후였다. 그는 짧은 여행도 몇 차례 했는데, 가장 짧은 비행 거리는 지난 22일 필라델피아에서 뉴저지 테터보로 공항까지 148㎞였다. 자동차를 이용하면 두 시간 걸릴 거리를 비행기로 이동했다.
인판티노는 뉴저지에서 경기를 직접 관람하지는 않았지만, 다음 날 아침 인근 뉴욕의 폭스 뉴스 스튜디오에서 인터뷰를 했고, 같은 날 보스턴과 토론토에서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또 비행기를 타고 갔다.
야간비행을 제외하고 하루에 가장 멀리 이동한 것은 지난 15일로, 마이애미에서 시애틀까지 4000㎞ 이상을 비행해 벨기에와 이집트 경기를 관람했다. 그 후 남쪽으로 1545㎞를 날아 저녁에 로스앤젤레스에서 이란과 뉴질랜드 경기를 지켜봤다.
또 바빴던 여행일은 지난 26일로, 제트기는 마이애미에서 이륙해 댈러스에 잠시 머문 뒤 시애틀로 향했고, 인판티노는 이집트와 이란의 대결을 지켜보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비행기는 도착 후 약 5시간 만에 시애틀을 떠나 마이애미로 4345㎞를 더 비행해 다음 날 아침 도착했다. 그리고 자신의 경기 관람 24번째이자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인 포르투갈과 콜롬비아 대결을 관람했다.
이렇게 해서 그의 전용기는 지난 13일부터 27일까지 적어도 5만 122㎞, 66시간 이상을 날아다녔다.
리포지셔닝 비행이란 도착한 공항에서 다음 비행의 출발 공항으로 이동한 것을 가리키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BBC는 추계에 이를 포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게 배출량으로 얼마나 되는 거죠?
개인 제트기를 이용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가장 탄소 집약적인 이동 수단으로, 온실가스를 배출해 대기를 따뜻하게 하여 지구 온난화와 기후 변화를 촉진한다.인판티노가 운용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걸프스트림 G650ER기는 평균 연료 소모량을 시간당 1817리터로 계산해 이번 대회 조별리그 기간 비행을 통해 이산화탄소 환산량(CO2e)은 약 516 톤으로 추정된다.
최종 CO2 환산 수치는 직접 방출되는 CO2 및 기타 가스에 대한 추정치를 포함하며, 항공의 간접 기후 영향을 반영해 조정됐다. 이는 실제 배출량을 정확히 알 수 없고, 이착륙 시 연료 소모율이 더 높기 때문에 추정치일 뿐이라고 방송은 밝혔다.
전 세계 개인의 연간 평균 온실가스 배출량은 6.56 톤이다. 유럽연합(EU) 데이터에 따르면., 인판티노의 이동은 약 78명이 연간 배출할 수 있는 양을 조금 웃돈다. 그런데 그의 전용기에는 최대 19명까지 탑승할 수 있고, 각 비행마다 몇 명이 탑승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승객별 정확한 배출량을 세분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FIFA 관계자는 BBC 스포츠에 FIFA 회장은 관련 관계자들과 함께 업무 및 대회 관련 업무로 정기적으로 이동하며, 가능한 한 FIFA 회원 협회를 방문하려 노력한다 며 때로는 상업 항공사(저비용 항공 포함)에서 여행이 조직되기도 하고, 때로는 개인 전세기로 이루어지기도 하는데, 상황에 따라 어느 쪽이 더 효율적이고 비용 효율적인지에 따라 다르다 고 설명했다.
BBC는 FIFA에 월드컵 경기 항공편 중 상업 항공기가 이용되었는지, 카타르 이그제큐티브 제트기를 이용하는 인원이 몇 명인지, 그리고 FIFA가 이 배출량을 상쇄하는지 물었지만 답변하지 않았다.
스포츠 기후 행동 네트워크 쿨 다운 에서 일하는 프레디 데일리는 인판티노가 월드컵에서 개인 제트기를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것을 환경과 지속 가능성에 대한 FIFA의 실패를 보여주는 증상 이라고 비판했다. 서식스 대학교 연구원인 데일리는 인판티노가 개인 제트기를 선택한 사실은 환경 문제에 대해 FIFA 최고위층이 보여야 할 리더십 수준과 완전히 상충된다 고 말한다.
유럽교통환경연맹(EFE)의 지속 가능한 여행 전문가 데니스 오클레어는 개인 제트기가 완전히 불균형적인 영향 을 준다고 말한다. 이들은 상업용 비행기보다 5배에서 14배, 기차보다 50배 더 오염을 유발한다.
월드컵 앞두고 FIFA가 했던 환경 약속은 무엇이었나요?
FIFA는 2030년까지 배출량을 50% 감축하고 2040년까지 순배출 제로 달성을 약속했다. 올해 대회에서는 다음과 같은 여러 환경 관련 약속을 발표했다. ▲지역 단위로 경기를 개최해 상당수 참석자들의 장거리 이동 의존도를 줄여준다 , ▲전기차 사용, 대중교통, 물 절약을 촉진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기존 경기장을 활용하는 노력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 11일 조별리그 첫 경기부터 대회의 규모를 고려할 때 일부 기후 과학자들은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글로벌 책임 과학자(SGR)의 2025년 보고서는 이번 월드컵의 전체 탄소 발자국이 900만 톤의 CO2e에 이를 수 있다고 추정했다. 과거 네 차례 월드컵 평균의 거의 곱절에 이르며, 올해 대회가 역대 최악의 오염 수준이 될 것이라고 한다.
2023년, 스위스 규제 당국은 FIFA가 저탄소 이니셔티브에 대한 투자를 통해 배출을 상쇄함으로써 카타르 2022가 역사상 최초의 탄소 중립 월드컵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허위 진술 을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FIFA는 기후 변화가 우리 시대의 가장 시급한 과제 중 하나임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으며, 우리 각자가 즉각적이고 지속 가능한 기후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믿는다 고 밝혔다.
인판티노는 지난 카타르 월드컵에서 64경기 모두를 참관했는데 당시 8개 경기장은 최대 1시간 거리에 떨어져 있어 올해 북미 대륙 전체를 아우르는 대회는 아주 다른 어려움을 제시한다고 방송은 짚었다.
그런데 기사를 마무리하며 꼭 언급할 것이 있다. 인판티노 회장이 이번 대회 들어 비판을 받는 것이 탄소 발자국 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선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 라고 수분 보충 시간을 도입해 축구의 흥미를 반감시키며 방송사의 중간광고를 유도해 FIFA의 배를 불리면서도 겉으로는 선수 보호 차원 이라고 둘러대는가 하면, 본선 참가국을 대책 없이 늘려 조별리그 각 조 3위들끼리 줄세워 우스꽝스럽게 32강을 결정하게 만드는가 하면, 다이내믹 프라이싱 이란 것을 내놓아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입장권 가격을 변동하게 만들어 결과적으로 입장권 가격을 100만 원까지 치솟게 만들었다. 이렇게 축구란 스포츠의 묘미를 반감시켜 놓고 상업화의 구렁텅이에 더욱 깊숙이 밀어넣고 대회 전부터 온갖 아첨을 떨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폐회식에 초청해 자신과 함께 우승 트로피를 수여하게 하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임병선 에디터 byeongseon1610@mindl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