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선관위 대수술 초강수…일각 재선거? 그래 하자! [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6.4. 연합뉴스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해 잠실 개표소 봉쇄 시위 가 사흘째 이어진 가운데 정부·여당에서 한 점 의혹 없는 진상 규명을 위해 초강경 대응에 나섰다. 국회 국정조사 착수, 검·경 합동수사본부 구성에 더해 특별검사 도입과 헌법 개정까지 열어두는 등 선관위 대수술 을 향한 해법을 총망라해 천지개벽 수준의 개혁 을 하겠다는 것이다. 2030세대를 중심으로 참정권 침해를 지적하는 합리적인 목소리에 적극 부응하는 한편, 이번 기회에 극우 세력이 제기해 온 부정선거 음모론은 최대한 털어 내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은 7일 검찰과 경찰이 참여하는 합동수사본부 구성을 지시하고 국회에는 국정조사 추진을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번 6·3 지방선거 과정에서 국민의 참정권 행사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했다. 사고 자체도 납득하기 어렵지만, 이후의 대응과 국민에 대한 해명 또한 충분하지 못했다 면서 국민의 참정권은 어떠한 이유로도 제한되거나 침해되어서는 안 되는 헌법적 권리이며, 이번 사태는 국민주권의 근간을 훼손한 중대한 사안이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정부를 책임지는 대통령으로서 깊은 유감을 표한다 고 밝혔다.
이어 국회는 이번 사안의 진상을 명확히 규명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조속히 국정조사를 추진해 주시기 바란다. 아울러 선관위에 대한 근본적 제도 개선 방안도 함께 논의해 주시길 요청드린다 며 정부 역시 사안의 엄중함을 고려해 행정부 차원에서 가능한 모든 조치를 강구하겠다. 검찰과 경찰이 참여하는 합동수사본부를 구성해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고 사건의 전모를 철저히 규명할 것을 지시했다 고 전했다.
그러면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 국가 5부 요인으로 규정된 이유는 선관위가 행정부·입법부·사법부와 마찬가지로 그에 상응하는 권한과 의무, 책임을 지닌 독립기관이기 때문이다. 국민의 신뢰를 잃은 독립기관은 존재의 의미가 없다 며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번 사태를 엄중히 받아들이고 조직 운영과 선거 관리 전반에 대해 근본적인 점검과 함께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수준의 강도 높은 쇄신과 개혁 의지를 분명히 보여주어야 할 것 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8일 오후엔 청와대에서 4부 요인 회동도 갖는다. 기존 5부 요인에서 이번 사태로 사임한 노태악 중앙선관위원장을 제외하고 조정식 국회의장, 김민석 국무총리, 김상환 헌법재판소장, 조희대 대법원장이 참석 대상이다. 신임 국회의장 선출을 계기로 한 상견례 차원도 있지만, 이 자리에서는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비롯해 선관위 개혁 방안이 주요 현안으로 논의될 것으로 전해졌다. 그간 관례적으로 대법원장이 지명한 대법관이 중앙선관위원장을 맡고, 각급 지역 선관위원장도 관할 법원장들이 맡아 왔기 때문에 이번 회동에서 특히 조희대 대법원장이 어떤 입장을 낼지 관심이 쏠린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선관위 사태를 국가적 차원에서 바라보고 문제에 대한 대책을 세우고 공유하는 자리 라고 말했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지방선거 관리 관련 대학생과의 간담회에서 전현직총학생회연합 등 참석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6.6.7. 연합뉴스
김민석 국무총리도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지방선거 관련 전현직 총학생회 대표 간담회 를 열고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중앙선관위의 일정 이상 고위직에 있는 사람들은 다 물러나야 할 사안 이라고 단호한 입장을 나타냈다. 김 총리는 이번 사태는 저로서도 황당하다. 들어본 적도 없고 있을 수 있는 일도 아니다 라며 이해도 안 가고 용납될 수도 없는 일이어서 이에 대한 문제 제기와 분노는 당연하다. 참정권 침해이자 민주주의의 기본에 대한 도전 이라고 참석한 대학생들의 문제의식에 호응했다.
또 이미 행정안전부 장관께 수사할 수 있으면 수사를 하라고 했으며, 필요하면 국회 논의를 거쳐 국정조사나 특검도 해야 한다는 입장을 이미 말한 바 있다. 허심탄회하게 말하자면 정부의 지휘를 받는 경찰이 (수사를) 했을 경우에 공정성 문제 제기가 있을 수 있다 면서 애초에 국정조사나 특검도 적극적으로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까지 포함한 정부의 현재 입장 이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선관위가 헌법상 투표와 선거 관리에 대한 권한을 독점적으로 갖고 있고, 감사원을 포함해 외부에서 통제하거나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어 큰 문제 라며 무소불위의 수준에 가까운 독립성이 오히려 국민에 의한 정당한 감시와 견제로부터는 어긋나 역설을 우리가 보고 있는 것 아닌가 싶다. 이 선의를 정말 제대로 지켜주려면 원칙적으로는 헌법을 개정하는 게 맞다는 생각을 저는 개인적으로 하고 있다 고 전했다.
다만 일각에서 제기되는 재선거 요구에 대해서는 이번 경우는 부정선거라기보다 부실 선거라고 볼 수 있다. 부실 선관위라고 볼 수 있다. (사실관계를) 확인은 하더라도 재선거까지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조금 토론해 볼 사안이 아닌가 싶다 며 현재의 법체계 내에서는 재선거 절차는 법원의 결정을 통해 결정된다. 투표용지 문제와 상관없이 당선이 결정된 곳도 있는데 이 경우 재선거가 타당한지, 또 당선자 측이 재선거를 받아들일지 그건 또 별개의 문제 라고 언급했다.
이번 간담회는 전현직총학생회연합과 전국총학생회협의회 등 대학생 단체에서 정부의 입장을 듣기 위해 요청했고 김 총리가 이를 전격 수용하면서 이뤄졌다. 학생 대표단은 이번 사태가 발생한 경위 등을 포함해 전반적인 진상 규명과 책임 소재 명확화,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김 총리는 국정조사가 됐든, 수사가 됐든, 선관위의 자체 조사가 됐든, 최대한 빨리 진행될 수 있도록 풀어나가겠다 며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청년위원장인 국회의원들에게도 바로 여러분의 요청을 전하겠다 고 약속했다.
김 총리는 국회나 정당 소속이 아닌 일반 시민이나 학생 대표들이 참여해서 (진상 규명) 과정을 같이 확인하고 공유하면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틀이 필요하다. 이번 기회에 국민이 다양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그런 틀까지 만드는 방식을 논의해서 저희가 내일이라도 가안을 상의해보도록 하겠다 며 국민 중 일정한 대표들을 자발적 참여에 의해 구성해서 공론화위원회 등의 위원회 같은 것을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법 이라고 제시했다.
김 총리는 학생들의 분노를 전해 듣는 과정에서 저도 학생회장 했었는데, (당시 이런 일이 있었다면) 제가 더 열받았을지도 모른다 고 적극적인 공감을 표하기도 했다. 그는 참석자들을 향해 청년들의 의견을 정파적으로 해석하지 말아주길 바란다는 요청에도 적극 공감한다 면서 민주주의 수호 관점에서 같은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만큼 오히려 정치적 논란으로 비화되지 않도록 서로 노력해 나가자 고 당부했다.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가 7일 국회에서 6·3 지방선거에서 불거진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 긴급 기자 간담회를 열고 있다. 2026.6.7. 연합뉴스
입법권을 쥔 더불어민주당은 다각도의 구체적인 선관위 개혁 방안을 예고했다. 오는 8일 국정조사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하고, 국정조사 개시 절차를 위해 조정식 국회의장에게 신속한 본회의 개최를 요청하기로 했다. 국정조사특위 위원들도 선정해 둔 상태다. 선관위 소관 상임위원회인 행정안전위에서 활동한 윤건영·이해식·김성회·모경종·임미애·양부남·이상식·이광희·채현일 의원 등 9명이다. 이와 함께 원내에는 별도로 선거제도 개혁 태스크포스(TF) 를 꾸려 선관위 관련 법률을 들여다보고 개헌 필요성도 검토하는 등 제도 개선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특검 도입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한병도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 같은 방침을 전하며 이번 사태는 K-민주주의 근간을 송두리째 흔드는 참담한 일이고 단순한 부실, 행정 착오만으로 넘길 수 없다. 곪을 대로 곪은 환부를 도려내고 처음부터 다시 세우겠다 면서 이런 문제가 자꾸 발생하니까 말도 안 되는 부정선거론이 힘을 받는 것이다. 선관위원장, 사무총장 사퇴로 끝날 일이 절대 아니다. 선관위 내부 시스템에 구조적 허점이 없었는지 전모와 진상을 명확히 밝히고 과감하게 개선해야 한다 고 잘라 말했다.
또 국민의힘과 내일 국조 실시를 위한 즉각적인 협상에 나서겠다. 내일 국회의장에게 보고하고 여야가 합의하면 바로 추진되니 이번 주 개문발차할 수 있도록 속도감 있게 진행하고, 야당이 요구하는 특검 문제도 열어두겠다 며 헌법이 선관위를 독립된 기관으로 명시하는 이상 감사원법 등 법률 개정만으로는 위헌 논란을 피할 수 없어 이번 기회에 필요하면 개헌까지 같이 고민해야 하는 중차대한 상황 이라고 고강도 속도전을 거듭 천명했다. 그러면서 원내, 당, 청와대, 정부 모두 이 현안에 대해 가장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분위기) 라고 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어물쩍 국정조사로 넘어가려 하거나, 여당이 추천한 특검으로 대충 뭉개고 가려 하면 들불처럼 타오른 국민의 분노를 절대 잠재울 수 없다 며 전면적인 재선거를 요구하는 가운데, 여당 일각에서도 서울시장 선거 등 문제가 발생한 지역에 한해 재선거를 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해 주목된다.
최민희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국힘과 오세훈은 서울시 재선거에 입장 밝혀라 고 한 데 이어 장동혁의 전면 재선거 주장은 비상식! 투표용지가 문제된 지역만 재선거하자 고 제안했다. 박선원 의원도 투표용지로 문제가 된 지역은 재선거해야 한다 며 사전투표를 해서 2~3일 전에 투표용지가 얼마나 더 필요할지 예상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부족하게 공급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책임지고 재선거를 보장해야 한다 고 촉구했다.
이 같은 일부 의원의 재선거 주장에 관해 한 원내대표는 그런 얘기가 많이 나오는 것으로 안다. 국민의힘도 무효소송을 제기한다고 한다 면서 법과 원칙에 따른 법원의 신속한 결정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판단 주체는 법원 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피력했다. 기자간담회에 배석한 전용기 원내소통수석부대표는 장동혁 대표는 사전투표제 폐지, 전국 재선거 논리까지 퍼트리고 있다. 부정선거 음모론까지 끌고 와서 본질을 흐리는 모양새 라며 국민을 위해서라면 선관위의 무능과 직무 유기 사태에 대해 정확히 진단하고 개혁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우선이다. 이제 선관위는 천지개벽 수준의 개혁에 나서야 한다 고 짚었다.김호경 에디터 haojing610@mindl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