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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바로가기 : 【이종오의 ESG Watch】 국민연금의 두 가지 ‘ESG 워싱 범죄’

【이종오의 ESG Watch】 국민연금의 두 가지 ‘ESG 워싱 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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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워싱(Greenwashing)은 ‘죄악’(sin)이다. 캐나다의 친환경 컨설팅사인 테라초이스(TerraChoice)는 2007년과 2010년 발간한 두 차례의 보고서에서 기업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그린워싱을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을 밝히며, 그 행위들을 ‘죄악’이라고 규정한다. 그린워싱은 “기업의 환경 관행, 제품 및 서비스의 환경적 편익에 대하여 소비자를 오도하는 행위”다. 테라초이스의 정의에 따르면 그렇다. 문제는 이 오도(誤導)로 인한 경제적, 사회적 폐해가 매우 심각하다는 점이다. 소비자 등 이해관계자의 시장 신뢰 저하는 물론 시장을 교란시켜 녹색제품 개발과 투자 의지를 떨어뜨려 친환경 기술혁신을 방해한다. 종국에는 그린워싱 제품과 서비스 구매로 오히려 환경과 사회 문제를 가중시킨다. 필자는 이러한 이유로 테라초이스가 그린워싱을 ‘죄악’으로 규정했다고 추정한다. ‘죄악’은 도덕 또는 종교상의 잘못된 행위를 의미한다. 이는 ‘비난’의 대상이다. 하지만 국제적으로 그린워싱, ESG 워싱(ESG Washing)은 점차 ‘범죄’(crime)로 규정되어 가는 추세에 있다. 법적 처벌이 수반되는 위법 행위로 규정하고 새로운 규제를 만들거나 기존 규제를 강화해 나가고 있다는 말이다. 프랑스가 2021년 4월 유럽 최초로 도입한 ‘기후변화와 복원력에 관한 소비자 코드 검토’는 대표적인 신설 규제다. 그린워싱으로 적발될 경우, 허위 홍보 캠페인 비용의 80%까지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최근의 그린워싱, ESG 워싱 방지를 위한 법적 규제는 일반기업의 제품과 서비스에서 금융기관과 금융상품으로 확대되고 있다. 2021년 3월 시행된 유럽연합의 SFDR(지속가능금융공시규제), 미국 SEC(증권거래위원회)의 펀드 공시 규칙안과 명칭 규칙(Names Rule)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특히 명칭 규칙은 펀드 명칭이 내포하는 투자 정책을 실제 투자에서 80% 이상 반영해야 한다는 규제다. 예를 들어 펀드 이름에 ‘ESG’, ‘지속가능성’, ‘임팩트’ 등과 관련한 용어를 사용했다면, 용어에 따른 그 목적에 투자 포트폴리오가 80% 이상 부합해야 한다. 유럽연합의 유럽증권시장청(ESMA)도 이와 유사한 지침을 만들고 있는데, 이 지침을 SFDR과 연동시키고 있다. 우리나라도 미국과 유럽연합만큼은 강하지는 않지만 지난 10월 ‘ESG 펀드 공시 기준’을 발표하고 2024년 2월부터 시행한다. 전 세계는 그린워싱, ESG 워싱과의 투쟁을 위한 전선(戰線)을 구축해 나가면서 싸우고 있다. 자본의 흐름을 지속가능한 경제로 유도하지 않으면 지속가능한 사회는 그저 신화의 다른 이름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공적 연기금인 국민연금은 이러한 국제적 흐름과 역행하고 있다. 그린워싱, ESG 워싱에 둔감을 넘어 무감각할 정도다. 이는 ‘죄악’을 넘어 사실상 ‘범죄’다. 워싱을 대하는 국제사회의 흐름에 따르면 그렇다. 국민연금은 지금 두 가지의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하나는 책임투자 자산을 대규모로 부풀려 공시한 죄이며, 다른 하나는 탈석탄 금융 선언을 하고도 이를 아직 이행하지 않고 있는 죄다.   ESG 워싱 범죄 ① : 책임투자 자산 부풀리기 지난 10월 20일 국민연금을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 한정애 국회의원은 “국민연금 위탁운용 책임투자 자산 98%는 ESG 워싱이다”고 주장했다. 국민연금이 공시한 책임투자 자산 총규모는 2022년 말 기준으로 384.1조이며, 이 중에서 국내외 주식과 채권으로 위탁운용하는 자산은 284.4조원이다. 그런데 자산 284.4조 원 중 무려 98%인 약 278.4조 원이 투자대상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고려하는 책임투자 자산이 아니라는 문제 제기다. 책임투자 자산은 6조166억 원에 불과했다. 국내주식의 8가지 위탁운용 유형(책임투자형, 순수주식형, 장기성장형, 액티브퀀트형, 대형주형, 중소형주형, 배당주형, 가치형) 중 ‘책임투자형’만이 ESG를 고려하고 있을 뿐이다. 국민연금이 위탁운용 자산 중 국내주식과 채권, 해외채권을 책임투자 자산으로 편입한 근거는 그야말로 자의적이고 황당하다. 위탁운용사 선정 기준에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과 지침 보유 여부, 책임투자 정책 수립과 지침 보유 여부를 확인하여 선정에 일부 반영했기 때문에 그 운용사에 맡긴 자산은 모두 책임투자 자산이라는 논리다. 해외주식도 리서치 기관인 머서(Mercer)의 방법론을 준용하여 투자 전략의 ESG 고려 수준을 A 등급부터 E 등급으로 구분하고 점수를 차등 부여해 이를 위탁운용사 선정에 일부 반영하였기 때문에 책임투자로 분류했다는 말이다. 국민연금이 국민을 ‘바보’로 취급하지 않고서는 결코 나올 수 없는 발상이다. 우선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과 지침 보유, 책임투자 정책 수립과 지침 보유와 실행은 전혀 별개의 영역이다. 국민연금은 문서만을 볼 뿐 실행 여부는 보지 않는다. 배점도 2점이며, 가산점에 불과하다. 해외주식의 경우는 투자 전략의 ESG 고려 수준을 평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진전된 방식이지만 각 등급 간 점수 차이가 크지 않고 ESG 무등급을 받은 기관도 2점 중 1.2점이 부여되기 때문에 ESG는 무의미해진다. 국민연금의 논리라면, 국민연금이 선정한 위탁운용사(국내 주식 29개, 국내 채권 17개, 해외 채권 18개)가 운용하는, 국민연금 위탁자산을 제외한 다른 모든 자산도 책임투자 자산이 되어 버린다. 우리나라의 책임투자 규모도 놀라울 정도로 급증해 버린다. 얼마나 황당한 논리 비약인가. 정작 위탁운용사도 국민연금의 방식을 납득하지 못한다. 김태현 국민연금 이사장도 국감 때 논리 비약을 “인정하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의 논리는 신영자산운용과 디더블유에스자산운용의 사례에서 결정적으로 무너져 내린다. 두 기관은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지 않았다. 또 책임투자와 관련한 정책과 지침도 홈페이지에서 발견할 수 없다. 그럼에도 국내주식과 국내채권의 위탁운용사로 선정되었고 두 기관에 위탁한 자산을 국민연금은 책임투자 자산으로 집계했다. 명백한 그린워싱, ESG 워싱이다. 그럼에도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는 이를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입장이다. 한정애 의원실의 추가 질의에 대한 서면 답변을 보면 그렇다. 답변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책임투자원칙(PRI)이 제시한 ‘책임투자 정책이 적용되는 자산 규모’를 공시하는 항목에 주식‧채권 위탁운용 자산군을 포함하여 작성하고, ‘위탁운용 책임투자 관련 활동’을 공시하는 항목‘에 대해서도 PRI에 제출한 바 있다. 이를 근거로 국민연금은 “자산소유자로서 위탁운용사 선정 시 책임투자 요소를 고려하고, 위탁운용사로부터 정기적으로 책임투자 보고서를 수령하여 확인하는 방식도 책임투자 활동에 해당된다고 사료된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리고 “운용사의 보다 내실있는 책임투자를 유도하기 위하여 위탁운용사 선정 시 책임투자 관련 배점 확대를 검토하고 위탁운용사 선정 및 관리기준 개정을 연내 완료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또한 PRI의 의도를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PRI의 ‘책임투자 정책이 적용되는 자산 규모’에서 ‘적용되는’의 의미는 자산운용에 문서상이 아니라 ‘실행되고 있는’ 자산 규모를 의미한다. 국민연금은 책임투자 자산 산정 기준을 하루속히 재설정하고 재산정해야 한다. 그리고 정정 공시를 해야 한다. 지체할수록 ESG 워싱 규모는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2023년 3분기 말 국내외 주식과 채권 위탁운용 규모는 321조 원이다. 사회책임투자형 위탁 펀드 규모를 6조 원대로 가정한다면 ESG 워싱 규모는 315조 원으로 증가한다. 2022년 말 ESG 워싱 규모가 278.4조 원이니 36.6조 원이 더 늘어난 셈이다. 국민연금의 행태는 해외에서는 ESG 워싱으로 이미 소송에 걸리고도 남았다. 책임투자 자산 공시는 규정에 따르면 2024년 3월 말 공시하게 된다. 그때도 국민연금이 책임투자 자산 수치를 부풀리는 ESG 범죄를 반복한다면 엄중하게 책임을 물을 일이다.   ESG 워싱 범죄 ② : 연기 대상(延期 大賞) 탈석탄 선언  국민연금이 탈석탄 선언을 한 날은 2021년 5월 28일이다.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 개막 이틀 전이다. 그 후 ‘석탄 투자 제한 전략’ 용역을 늑장 발주했다. 그리고 2022년 4월 말에서야 국민연금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는 용역 최종 보고서를 받았다. 그러나 아직도 국민연금의 ‘석탄 투자 제한 전략’은 도입되지 않았다. 탈석탄 선언한 지 2년 7개월, 용역 최종 보고서를 받은 지 1년 8개월이 다 되어간다. 그 사이 석탄투자는 오히려 증가했다. 시민사회는 수차례에 걸쳐 조속한 도입을 촉구하는 성명서와 캠페인을 전개했고, 국회의원들도 국정감사를 통하여 따져 물었다. 그러나 기약이 없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에너지 공급망의 문제, 석탄투자 비중이 높은 국내 산업에 대한 부담 등을 고려하여 논의 중이라는 답변만 돌아온다. 무책임의 극치다. 전 세계 3위의 연기금, 자본시장 대통령이 이래도 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인류는 지금 기후위기에 직면하여 생존을 건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친환경 비즈니스로의 전환, 기후금융 등 지속가능금융으로의 전환은 기후위기 시대에서의 기업과 금융기관의 생존법이기도 하다. 특히 금융기관들은 투자•대출•보험 등 금융 활동 과정에서 발생시키는 온실가스 배출량인 이른바 금융 배출량(financed emissions) 감축에 전념하고 있다. 화석연료 자산, 그중에서도 탄소를 대량으로 발생시키는 석탄 자산의 조속하면서도 질서 있는 정리는 이 금융 배출량 감축에서 핵심이다. 이는 금융기관이 기후변화 대응 과정에서 좌초자산(stranded assets)이 될 가능성이 높은 자산 정리를 통하여 재무적 리스크를 관리하는 전략인 동시에 지구 평균기온 상승 폭 1.5℃ 제한을 위한 인류의 사투에 공헌하는 길이기도 하다.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제6차 평가 보고서의 내용을 한마디로 표현하는 상징적인 문구는 ‘Now or Never’ 즉 ‘지금 아니면 할 수 없다’이다. 그러나 국민연금과 상급 기관인 보건복지부가 탈석탄 선언 이후 보인 행태를 보면 ‘Now or later’, ‘지금 아니면 나중에 할 수 있다’는 안일함으로 가득 차 있다. 기후위기의 심각성, 대응의 시급성은 그저 입에 발린 말일 뿐이다. 탈석탄을 전 세계에 공표하고도 2년 7개월이 다 되도록 미루고 또 미루는 뻔뻔한 용기, 그린워싱, ESG 워싱이라는 비판을 그저 시민사회가 내는 일상적 소음으로 치부해 버리는 둔감함은, 애초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진정성이 부재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오죽했으면 시민사회가 국민연금에 ‘연기 대상’(延期 大賞)을 주었을까. 기후 대응 선진국에서 국민연금과 보건복지부가 이러한 행태를 보였다면 견딜 수 없는 도전에 직면했을 것이다. 국민연금은 지금 심각한 ‘경로의존성’(path dependency)에 빠져 있다. 이미 결론이 난 석탄 투자 관행이라는 익숙함과 결별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한전의 대규모 적자 등으로 인한 결정의 복잡성과 어려움을 모르는 바 아니다. 문제는 미룬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점에 있다. ‘고르디우스의 매듭’(Gordian Knot)을 단칼에 잘라 버린 알렉산더 대왕의 과감함이 절실하다. 지연된 시간만큼 기후위기는 더욱 심각해지고 우리 기업과 금융기관의 경쟁력도 저하되며, 국민연금의 재무적 리스크도 그만큼 커지기 때문이다.   ESG 워싱은 트로이의 목마 그린워싱, ESG 워싱은 ‘트로이의 목마’와 같다.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라는 가면을 쓰고 지속가능성을 위협하고 그 토대를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EU, 미국, 영국, 일본 등 주요 나라들이 ESG 워싱을 방지하기 위한 법과 제도를 강화하거나 신설하고 있는 핵심 이유다. 특히 금융기관의 규제에 집중하고 있다. 자본의 배분을 담당하고 있는 금융기관에서 ESG 워싱이 발생할 경우 그 폐해가 더욱 크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의 기금 규모는 1000조 원(2023년 3분기 말 기준 984.2조 원)에 육박한다. 국내 주식 시장의 약 6%, 채권 시장의 약 10%를 차지하는 등 국내 전 산업, 대다수의 기업에 투자하고 있는 유니버셜 오너(universal owner)다. 이토록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국민연금이 지속가능성이라는 가면을 쓴다면, 즉 그린워싱, ESG 워싱을 저지른다면 그 폐해는 한국 사회 전체에 돌아간다. 이는 국민연금이 저지른 ‘두 가지 ESG 워싱 범죄’를 결코 용납해서는 안 되는 절대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연금이 트로이 목마가 된다면 한국 사회에서 지속가능성은 그저 헛된 꿈일 뿐이다. 국민연금의 책임투자 자산 부풀리기 중단과 탈석탄 선언의 조속한 이행을 촉구한다. 이종오 사무국장 argos68@naver.com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은  이종오 사무국장은 사회책임투자 활성화를 위해 2007년 설립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의 사무국장으로 16년 이상 CSR과 ESG 관점에서 지속가능금융과 지속가능경영 관련 법ㆍ제도ㆍ정책 구축을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 탈석탄 금융을 주도하고 있으며, 국민연금의 변화가 ESG 활성화의 핵심이라고 보고 적극적인 관여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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