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기자 넷 중 한명은 가자의 저승사자’ 드론에 당해 [뉴스] 가자지구 언론인협회가 주최한 모임(2025년 8월 26일)에서 참가자들이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사망한 언론인들을 추모하고 있다. ⒸOmar Ahstawy/APA
팔레스타인 가자(Gaza) 지역 사람들이 21세기에 이스라엘이 벌이는 엄청난 전쟁범죄의 희생자가 된 지도 벌써 1000일을 넘겼다(7월 3일이 딱 1000번째 전쟁일). 그동안 이곳 230만 주민들이 입은 피해는 너무나 크다. 그야말로 초현실적이다. 항공 사진을 바탕으로 한 유엔 위성분석센터(UNOSAT)의 집계로는 가자지구 건물의 81%가 파괴되었다(완파는 7만 채로, 25~30%). 확인된 사망자는 7만 3100명에 이른다(어린이가 2만 1500명 이상, 이 가운데 1020명은 영아. 부상자는 17만 3600명). 실종자는 9500명으로 그 대부분이 무너진 건물 아래 묻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시신이 발굴되는 대로 최종 사망자 집계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전쟁 1000일 동안 가자지구는 거대한 집단무덤으로 바뀌었다.
문제는 아직도 살육이 현재진행형이라는 사실이다. 지난해 10월부터 이뤄진 ‘휴전’은 이름뿐이다. 이스라엘군은 하루도 빼지 않고 가자지구를 공습해 희생자를 늘려 왔다. ‘휴전’ 발표 뒤 지금껏 적어도 1000명 넘게 이스라엘군의 공격(휴전 위반)을 받아 숨졌다. 이스라엘은 군 통제선인 노란선(yellow line)을 긋더니, 2026년 봄 오렌지색선(orange line)으로 점령지를 더욱 넓혀 사실상 가자지구의 70%를 장악하고 있다.
200만 넘는 가자지구 주민들은 지중해 해변의 고구마처럼 생긴 좁은 회랑(가자지구 30%)에 갇힌 죄수가 됐다. 이스라엘은 국제사회가 인도적 차원에서 건네주는 의약품, 건설자재, 식량 반입을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방해하고 있다. 그런 무자비한 봉쇄정책으로 말미암아 가자지구의 피해 복구나 부상자 치료, 식량과 위생 문제 해결은 매우 더딘 상황이다.
윙윙거리는 소음 자체가 공포인 쿼드콥터
앞에서 2회에 걸쳐 이스라엘이 언론인들을 표적 사살하는 실태를 살펴봤다. 희생자들을 가리켜 ‘기자의 탈을 쓴 하마스’라고 선전하지만, 이스라엘의 노림수는 결국 바깥세상에 가자지구의 어려운 실상이 알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언론을 침묵시킴으로써 이스라엘의 전쟁범죄가 묻히고 잊히길 바라는 모습이다. 그런 이스라엘의 뜻을 거스르고 공습으로 무너진 현장을 촬영하고 피해자들을 인터뷰하는 기자가 보인다면, 무인기(drone)로 제거해 버리곤 했다.
쿼드콥터(quadcopter) 는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 기자들과 민간인들을 공격할 때 자주 쓰는 무인기다. 가자 전쟁에 얼굴을 내민 잔혹한 살상무기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프로펠러 날개가 4개라서 ‘쿼드콥터’라 일컬어지는 이 살상무기는 윙윙거리는 소리와 함께 하늘을 낮게 날면서 느닷없이 사람을 죽고 다치게 만드는 저승사자로 악명을 얻었다.
가자지구에서 여러 번 죽을 고비를 넘긴 기자들은 단순 정찰용 드론의 웅웅거리는 프로펠러 소음과 살상용 쿼드콥터가 내는 날카롭게 윙윙거리는 프로펠러 소음을 구별해 낸다고 한다. 하지만 많은 가자 주민들에게는 둘 다 무서운 괴물이다. 일단 하늘에서 무인기가 나는 소리가 들리면 어린 아이들은 놀라 울음을 터트리기 일쑤다. 어른들도 저절로 오금이 저려온다고 말한다. 언제 폭탄이 날아들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렇듯 가자 주민들을 주눅 들게(또는, 짜증나게) 만드는 심리전 효과도 크다.
쿼드콥터는 일반 비행기처럼 날개가 길게 뻗어 있는 대형 고정익 무인기(UAV)와는 다르다. 날개 길이만 10~15미터인 헤르메스(Hermes) 450/900 같은 대형 무인기가 먼 거리를 날아가 몸체에 붙은 미사일 또는 로켓으로 적을 타격하는 데 견주어, 쿼드콥터는 상대적으로 크기가 훨씬 작다(가로와 세로 60~80cm, 높이 20~30cm, 무게 3~5kg). 어른이 두 손으로 들어 올릴 수 있는 크기로, 그냥 한자리에 떠 있는 호버링(hovering)이 가능하고 기동성이 큰 것이 장점이다. 가자지구의 난민촌 골목 사이를 낮게 떠다닐 수 있다.
이스라엘군은 무인기 아래쪽 부분에 소구경 저격총을 개조해 넣은 스나이퍼 드론 을 많이 운용 중이다. 낮은 고도에서 위에서 아래로 내리꽂히는 정밀한 단발 총상은 치명적이다. 목표물에 직접 부딪혀 터지는 자폭 방식의 드론도 위협적이기는 마찬가지다. 상업용 드론(가격은 3000달러)을 개조해 철 구슬이 박힌 세열수류탄이나 소형 인명살상용 폭탄을 실어 하늘로 띄우기도 한다. 화재를 일으키는 소형 소이탄으로 지나는 차량을 겨냥해 피해를 입히는 드론도 있다.
이스라엘군의 표적 살해로 숨진 언론인들. 가자지구의 사망 언론인 4명 가운데 1명이 드론 공격에 숨졌다 Ⓒ언론인 보호위원회(CPJ)
드론 폭격, 기자인줄 뻔히 알면서 죽였다”
현장 취재를 하는 기자들에게 이런 군용 무인기들은 매우 위협적인 살상무기다. 미 뉴욕에 본부를 둔 언론인 보호위원회(CPJ)가 2026년 5월에 펴낸 자료에 따르면, 2023년 10월 7일 이후, 이스라엘의 무인기 공격으로 적어도 49명의 팔레스타인 언론인이 살해당했다. 가자지구 언론인 전체 희생자가 207명이니, 4명 가운데 1명꼴로 무인기 공격에 숨진 셈이다. 무인기에 달린 고성능 카메라가 제거 대상으로 찍힌 취재기자의 모습을 보내오면, 군 기지의 모니터 화면 앞에 앉아 있던 병사가 손가락으로 마우스를 클릭하면 임무 끝이다. 이렇듯 사람의 귀한 목숨이 휴지처럼 가볍게 다뤄지는 곳이 가자지구다.
이스라엘은 몇 킬로미터 높이에서도 지상의 차량 번호판, 소지품을 뚜렷이 볼 수 있는 고해상도 열화상 카메라와 컴퓨터 비전 시스템을 갖추었다. 표적에 오른 인물의 얼굴 표정이나 입은 옷 색갈의 미세한 차이까지 잡아낸다. 그렇기에 CPJ 보고서는 이스라엘군의 무인기 타격이 단순한 오인이나 부수적 피해(collateral damage)가 아닌, 의도적인 살해(murder) 에 해당한다고 못 박았다. 관련 대목을 보자.
[언론인을 겨눈 이스라엘군의 무인기 공격은 정밀 타격의 형태를 띠고 있다. 취재기자가 PRESS 표식이 뚜렷하게 보이는 옷을 입고 있거나, 민간인 거주 구역에서 취재용 카메라 드론을 띄우는 순간을 이스라엘군 무인기가 잡아낸 뒤, 몇 초 안에 정밀 유도 무기로 직격하는 패턴이 되풀이되고 있다. 이는 공격 대상을 명확히 알고 내린 결정이다.](https://cpj.org/wp-content/uploads/2026/05/CPJdocumentation.pdf).
드론에 부착된 고성능 카메라가 보내오는 이미지 가운데 PRESS 글자가 크게 적힌 방호복은 쉽게 눈길을 끌기 마련이다. 가자지구에서 많은 언론인들은 PRESS 표식이 뚜렷한 헬멧과 재킷을 착용했거나, PRESS 표식이 보이는 차량이나 텐트 안에 있었음에도 공격을 받아 숨졌다. 표적 살해 의혹들이 잇따르자, 가자지구 언론인들 사이에서 PRESS라고 표시된 장비가 더 이상 보호 수단이 아니다”라는 자조적인 말마저 주고받는 상황이다. 오히려 표적이 될 위험이 커, 차라리 보호장비에서 PRESS 표식을 떼버리거나 아예 평상복으로 다니는 것이 더 안전하다”는 얘기다.
드론 촬영으로 두 다리 잃은 UNRWA 직원
2023년 10월 전쟁이 벌어진 뒤 이스라엘군은 누구라도 무인기를 띄워 촬영하는 것을 막았다. 가자지구가 거대한 콘크리트 무덤으로 바뀐 모습을 바깥 세계에 드러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누군가가 무인기를 띄우고 있는 모습을 보면 곧바로 표적 사살했다. 그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프리랜서 사진작가 모하메드 아부 사다(Mohammed Abu Saada, 31세)는 2024년 8월 6일 오후 5시 이스라엘군 아파치 헬리콥터가 쏜 미사일에 맞아 숨졌다. 그날 사다는 소형 드론으로 촬영을 마치고 가자지구 중남부 도시인 칸 유니스의 삼촌 집에 들렀다. 패스워드를 치고 인터넷 연결을 한 다음 그날 찍은 영상을 업로드하려 했다. 그 순간 거대한 폭발음이 일어났다. 이스라엘군은 정찰용 무인기로 그의 동선을 꿰뚫어보고 있었다. 그런 나쁜 소식들이 자주 들려 오자, 기자들은 소형 드론 사용을 조심할 수밖에 없게 됐다.
전쟁이 터진 지 4개월이 지난 2024년 2월 15일,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 홈페이지에 충격적인 영상이 하나 올라왔다. 가자 북부지역 알샤티 난민촌을 찍은 이 영상에는 완전히 붕괴되거나 부분적으로 파괴된 수십, 수백 채의 건물들이 ‘폐허의 지평선’을 이루고 있었다. 그런 초현실적인 모습을 보고 지구촌 사람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가자지구의 참상이 어느 정도 대규모로 벌어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동영상은 또한 이스라엘이 전범국가임을 분명히 알려주었다.(동영상⇒ https://forbiddenstories.org/en-journalists-drones-israeli-army-gaza/)
그 영상을 찍은 이는 UNRWA 직원이자 언론인인 압달라 알 하즈(Abdallah Al-Hajj)였다. 하즈는 2023년 11월 1주일의 짧은 휴전 기간에 무인기를 띄었다. 혹시나 자신이 이스라엘군 무인기의 표적이 될지 몰라서 PRESS라고 큰 글자가 박힌 언론인 조끼를 입지 않았다. 하지만 그 영상 때문에 개인적으로 엄청난 희생을 치러야 했다. 온라인에 올린 이틀 뒤 집이 폭격을 받았다. 다행히 목숨을 건졌으나 집 안에 보관하고 있던 사진 자료들을 모두 잃었다(하즈는 10년 동안 UNRWA에 근무하면서 많은 사진들을 찍었다). 보름 뒤에 또 다른 ‘표적 사살’ 공격을 받았다. 함께 있던 18세 조카와 어부 한 명이 숨졌고, 하즈는 두 다리를 잃었다.
2023년 10월 7일 가자 접경지대에서 불타는 이스라엘 탱크를 배경으로 서 있는 프리랜서 언론인 하산 아슬리흐. 이스라엘은 ‘하마스 대원’이라며 대형무인기로 죽였다. Ⓒ하산 아흘리흐 페이스북 계정
어느 젊은 프리랜서 기자의 죽음
가자지구 중남부 칸 유니스에 자리잡은 나세르병원은 가자지구 안에서 가자시티의 알시파 병원에 버금가는 대형 의료 복합단지다. 2025년 5월13일, 이스라엘군의 대형 무인기(UAV)가 나세르병원의 화상 치료실을 향해 미사일을 쐈다. 이 공격으로 알자지라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 프리랜서 기자 하산 아슬리흐(Hassan Aslih, 37)가 숨졌다.
아슬리흐는 피습 한 달 전(4월 7일)에도 이스라엘 공습을 받아 거의 목숨을 잃을 뻔했다. 그날 새벽, 나세르병원 옆에 있던 ‘팔레스타인 투데이 에이전시(PTA)’ 소속 기자단 텐트를 겨냥한 공습으로 기자 3명이 죽고, 7명이 부상을 입었다(3명은 중상). 그곳에 함께 있던 아슬리흐는 전신에 화상을 입고, 손가락 두 개를 잘라내야 했다. 입원 치료중이던 그를 이스라엘군이 한 달 뒤 대형 드론을 보내 공격한 것은 분명한 ‘표적 살해’ 의도가 있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돌이켜 보면, 아슬리흐 기자 살해는 이미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팔레스타인 인권센터(PCHR)가 2025년 9월 가자지구 언론인 살해 상황들을 정리해 펴낸 보고서 ‘진실의 암살(Assassination of Truth)’에서 관련 대목을 옮겨 본다.
[여러 지역 언론사와 협력하며 사회의료 활동을 펼치던 저명한 운동가 하산 아슬리흐 기자의 죽음은 이스라엘 보안 당국과 공식 언론이 그와 다른 언론인들을 상대로 수개월간 동안 지속적으로 벌인 선동의 절정이었다. 아슬리흐는 무장단체 소속으로 2023년 10월 7일 습격사건에 가담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이스라엘의 한 언론은 그가 그날 수류탄을 들고 있는 영상에 등장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혐의 제기 뒤 디지털 미디어를 중심으로 살해 선동 캠페인이 꾸준히 이어졌고, 이스라엘 보안 당국의 성명과 보고서는 마치 검증된 사실처럼 유포되었다. 이처럼아슬리흐는 이스라엘로부터 직접적인 살해 협박을 포함한 여러 위협을 받았다.]
(https://pchrgaza.org/pchr-launches-report-on-assassination-of-truth-killing-of-journalists-amid-genocide-in-gaza/)
이스라엘의 선동 캠페인은 아슬리흐가 하마스에 소속된 ‘칸 유니스 여단’의 일원이며, 2023년 10월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작전에도 참전했다고 주장했다(https://t.me/IDFSpokespersonArabic/8577). 아슬리흐 살해 바로 다음날엔 어젯밤 이스라엘군과 신베트는 신분을 위장하고 언론사에 취업한 테러리스트 아슬리흐를 표적으로 삼고 죽였다”면서 그가 하마스 요원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아랍어 동영상을 올리며 이렇게 주장했다.
하산 아슬리흐는 언론인이 아니었다. 그는 카메라를 든 테러리스트였다. 그는 단순히 하마스를 위해 촬영한 것이 아니라, 하마스 칸 유니스 여단의 활동적인 일원이자 하마스의 핵심 구성원이었다. 이는 추측이나 억측이 아니다. 우리는 그를 하마스 테러리스트들과 직접적으로 연결하는 내부 문서를 통해 증거를 확보했다. 그는 2023년 10월 7일 학살을 기록했을 뿐만 아니라, 그 실행에도 가담했다.
(https://www.instagram.com/reel/DJzfW4wo-q3/)
하지만 생전의 아슬리흐는 ”이스라엘 쪽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라고 손을 내저었다.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때 현장에 있었던 것에 대해서도 ”언론 활동의 일환으로 사건을 취재하고 있었을 뿐 어떠한 전투 활동에도 가담하지 않았다”며 그에 따른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아슬리흐가 남긴 사진 가운데는 파괴된 이스라엘군 탱크 앞에서 찍은 ‘기념 사진’이 있다. 그렇다면 그는 이스라엘 쪽에서 주장하듯이 ‘카메라를 든 테러분자’일까.
여기서 지난날 일제 강점기 시절의 젊은이를 떠올려 본다. 그가 학교를 마치고 조선총독부나 동양척식회사에 취업했다면 어땠을까. 우리 민족의 가련한 운명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를 두고 조금이라도 고민을 해본 젊은이라면, 마음이 편치 않았을 것이다. 만주나 상하이로 가서 독립운동을 해야 마땅한데 여기서 뭘 하고 있는가 가끔씩은 탄식했을 법하다. 이스라엘이 아슬리흐에 내건 혐의가 만에 하나 사실이라 하더라도, 그와 같은 팔레스타인 청년들이 언론인 활동을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팔레스타인 독립을 위해 싸우겠다는 의지를 지닌 것을 탓하긴 어려울 듯하다.
팔레스타인 프리랜서 기자들의 안식처였던 프레스 하우스가 파괴된 모습. 주변 건물들이 멀쩡한 것으로 미뤄보건대, 이스라엘군이 이 건물에 폭발물을 설치해 의도적으로 파괴한 것으로 보인다. ⒸMohammed Salem/ARIJ.
가자지구의 언론 인프라 파괴
이스라엘군은 2023년 10월 전쟁 뒤 기자를 표적 사살할 뿐만 아니라, 가자지구의 언론 인프라를 파괴하는 데도 힘썼다. 그들의 전쟁범죄 실상이 바깥 세계로 알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음은 말할 나위 없다. 팔레스타인 언론인조합(PJS)에 따르면, 전쟁 시작 이후 지역 라디오 방송국, 뉴스 기관, 송신탑, 언론인 양성 기관 등 약 70개의 언론 조직이 부분적으로 또는 완전히 파괴되었다.
가자 시티 중심가인 리말 지역의 통신탑 바로 옆에 있는 ‘팔레스타인 언론인의 집(Press House-Palestine)’ 건물은 그 지역 기자들의 대합실이자 지나가다 들리곤 하는 중간 기착지다. 2013년에 세워진 이 건물은 딱히 소속사가 없는 독립 언론인들(이른바 프리랜서 기자들)이 동료 기자들을 만나고, 음식과 헬멧과 방탄조끼 등 PRESS 글자가 적힌 보호장비를 얻을 수 있는 장소였다. 2023년 10월 7일 전쟁이 터지자, 방탄조끼 80개를 독립언론인들에게 나눠 주었다.
하지만 그 뒤로 ‘언론인의 집’은 더 이상 안식처가 되지 못했다. 전쟁이 벌어지자 마자 인터넷 연결이 끊겼다. 해를 넘겨 이스라엘 군대가 해당 지역에서 물러난 뒤인 2024년 2월 기자들이 가보니, (주변 건물은 멀쩡한데도 유독) ‘언론인의 집’ 건물이 폭발물로 무너져 있었다. 그곳에 있던 컴퓨터, 책상, 무선 장비가 망가졌다는 사실에 기자들은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가자지구 전체를 통틀어 기자에게 안전한 곳이란 없다”는 탄식이 기자들 사이에서 나왔다.
그 뒤로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기자들의 목숨을 노린 ‘표적 사살’은 줄곧 이어졌다. ‘언론인의 집’에서 방탄조끼를 받았던 80명의 독립언론인 가운데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언론인의 집’을 만드는 데 앞장섰던 벨랄 자달라((Belal Jadallah, 1978-2023) 기자는 2023년 11월19일, 가자지구 남부에서 가족들을 만나려다 이스라엘군 포격으로 숨졌다. 그렇게 가자지구는 ‘기자들의 무덤’으로 바뀌어 갔다.
3단계의 내부 면책절차
이제 이 글을 마쳐야겠다. 거듭 나오는 얘기지만, 가자지구에서 200명 넘은 언론인이 죽었어도, 이스라엘 군인이 처벌받은 사례가 없다. 언론인 살해와 관련해 부대 지휘관에게 법적 책임을 물은 적도 없다. 이스라엘군은 그야말로 철저하게 ‘면책’ 제도를 운용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 언론인보호위원회(CPJ)나 국경없는기자회(RSF)는 이스라엘군이 기자들이 총격을 받아 죽고 논란이 커질 경우 처벌을 피하는 3단계 공식 절차 를 거친다고 지적한다. 이른바 ‘내부 면책 절차’를 밟는다는 것이다.
1단계는 우리가 쏜 것이 아니다 (사실 부정) 또는 사망자는 실은 기자가 아니고 하마스 테러리스트였다 (프레임 씌우기)는 식이다.
국제사회에서 비난이 드세지고 논란이 커질 경우, 2단계인 형식적인 조사에 들어간다. 법의학자를 비롯한 외부 전문가의 참여 없이, 내부 요원들로만 조사위원회가 꾸려진다(이른바 ‘셀프 조사’).
3단계는? 몇 개월 또는 심지어 몇 년을 끌면서 일반인들이 잊을 만하면 조사위를 슬며시 해체한다.
그때 내려지는 뻔한 결론은 대체로 이러하다. 작전 중 오인으로 말미암아 비극적인 불행이 일어났다. 고의성은 없었으므로 군사 재판에 회부하지 않는다.” 언론인 살해에 책임을 물어야 할 문제의 병사나 지휘관들은? 처벌을 받지 않는다. 진급이나 보직 따위의 불이익 없이 흐지부지 끝난다. 내부적으론 오히려 ‘영웅’ 대접마저 받는다. 그렇게 전쟁범죄는 묻히고 시간이 흐르면서 죽은 이의 이름마저 잊힌다.
김재명 국제분쟁 전문기자(정치학 박사)
이런 한심스러운 상황을 보면, 이스라엘의 전쟁범죄는 한두 사람의 일탈에서 비롯된 게 아니다. 이스라엘 체제가 아랍 선주민의 땅을 빼앗는 등 범죄집단의 성격(공범 의식)을 지녔기 때문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공범자로서의 연대감이다. 다음 주에 다룰 예정인 이스라엘 감옥에서의 인권침해 실상(고문, 성폭행 등)을 떠올리면 더욱 그런 생각이 굳어진다. (계속)
김재명 국제분쟁 전문기자 kimsphoto@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