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기술 선점 vs 영토 점령 … 중국의 세기가 될 것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워싱턴의 관점에서 21세기의 핵심 전략적 질문은 미국이 서반구에 요새를 구축할 수 있느냐가 아니다. 세계에서 가장 강하고 선진적이며 번영한 국가로 한 세기를 보낸 미국이 진짜 힘의 원천을 새로 재정비할 것인지, 아니면 중국에 횃불을 넘겨줄 것인지다.
미국 조지타운대의 러시 도쉬 교수는 미국이 중국에 무대를 넘기다 란 11일 자 뉴욕타임스(NYT) 기고에서 서반구를 독점 세력권으로 삼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국가안보전략(NSS) 2025 와 관련해 한 세기 만에 처음 아메리카 대륙이 워싱턴의 최우선 순위가 된 듯하며, 이는 유럽과 아시아에 대한 시간과 집중을 희생하고 결국 베이징에 이득을 주고 있다 면서 이렇게 지적했다. 미국외교협회(CFR) 중국전략 책임자이기도 한 도쉬 교수는 조 바이든 행정부 때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중국‧대만 담당 수석 부국장을 지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0일 부산 김해공군기지 의전실 나래마루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마친 뒤 회담장을 나서며 인사하고 있다. 2025.10.30. 연합뉴스
트럼프 서반구 요새 구축 은 전략적 실책
국력의 원천은 영토 통제 아닌 기술 지배
도쉬는 트럼프 행정부의 요새 미국 추구는 커가는 중국의 힘에 맞서는 안식처가 되지 못한다 며 제국주의적 모험을 통해 요새 미국 을 구축하려는 건 국력의 진짜 원천을 기술 지배가 아닌 영토 통제로 오판했던 다른 강대국들의 전철을 밟을 위험이 있다 고 경고했다. 예를 들어, 18세기에 중국과 러시아는 유라시아 초원에서 세력권을 구축했지만, 증기 기관을 발명한 영국에 패했고, 19세기엔 유럽인들이 아프리카 쟁탈전에 집착하는 동안 미국은 전기화와 대량 생산 발명을 통해 지배권을 얻었다고 봤다. 지금 미국의 처지가 18세기의 중국과 러시아, 19세기의 유럽과 유사하다는 게 도쉬의 생각이다.
그러면서 지금 중국이 인공지능(AI)에서 로봇 공학, 양자 컴퓨팅, 생명 공학에 이르기까지 미래 기술을 선점하고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는 상황인데도, 미국은 베네수엘라 통치와 그린란드 점령을 시도함으로써 집중력이 흐트러질 위험에 처해 있다 고 지적했다. 도쉬에 따르면, 중국 경제는 이미 구매력 기준으로 미국보다 약 30% 더 크며, 산업 기반과 발전량도 각각 두 배에 달하고, 해군은 2020년대 말까지 50% 더 증강한다는 계획을 실행하고 있다. 또한 중국이 전기차와 차세대 원자로 같은 신기술을 선도하는 동안, 미국은 항생제부터 희토류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점점 더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12일 그린란드 누크에서 한 여성이 자동차에 쌓인 눈을 치우고 있다. 2026. 01. 12 [AP=연합뉴스]
미래 기술 선점 중국 vs 영토 점령 미국
아메리카를 지배해도 중국 우위 못 바꿔
도쉬는 아메리카 대륙을 지배한다고 해서 이 흐름을 바꾸지는 못한다 면서 서반구는 세계 인구의 약 13%를 점할 뿐이고, 경제와 제조업 역량의 점유율이 하락하는 점을 그 근거로 들었다. 그는 아메리카 우선시가 아시아에 대한 투입 자원의 축소를 뜻한다면, 그건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고 경제적으로 역동적인 지역을 베이징의 세력권에 내주는 위험성을 지니는 손해 보는 장사다 라면서 미국은 기술에서 중국에 뒤처지고, 경제적으로 의존하며, 군사적으로 패배할 위험에 처할 것이다. 그 결과는 중국의 세기가 될 것이다 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미국이 중국의 거대한 규모에 균형을 맞출 유일한 길은 국내에서 미국의 힘을 새롭게 재정비하고, 해외에선 동맹 역량 을 결집해 미국 파트너들의 집단적 힘을 활용하는 것이다 라고 주장했다. 도쉬 교수는 서반구에 집착하는 아메리카 퍼스트 는 이를 복잡하게 만든다. 그것은 지도자들이 국내 재정비 작업에 집중 못하게 하고 동맹국과 파트너들을 소외시킨다 라면서 덴마크에서 그린란드를 빼앗는 건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를 분열시키고 유럽을 중국에 더 밀착시킬 것이다. 전략적 실책이 될 것이다 라고 경고했다.
3일(현지시간)베네수엘라의 체포된 대통령 니콜라스 마두로가 미국 마약단속국(DEA) 국장 테리 콜과 나란히 서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마두로는 미국 연방 항공기에서 구금된 채 내려 뉴욕주 뉴버그에 위치한 스튜어트 공군 방위군 기지로 이송됐다. 2026.1.3. 로이터 연합뉴스
중국, 미래 에너지 경쟁서 미국 앞지를 듯
에너지 공급 방식 따라 세계 질서 달라져
미국의 저명한 경제사학자인 애덤 투즈 컬럼비아대 교수도 에너지 거인들의 대결 이란 이 날짜 NYT 기고에서 21세기 에너지 경쟁에서 녹색 중심의 중국이 석유 중심의 미국을 앞지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투즈 교수는 석탄에서 석유로 전환한 20세기는 석유 권력의 시대 로서 당시 세계 최대 석유 생산국이었던 미국이 자연스럽게 패권국의 지위에 올랐다면서 글로벌 경쟁이 기술, 에너지와 뗄 수 없게 얽혀 있다면, 국가들이 스스로 어떻게 에너지를 공급하느냐가 다음 세계 질서의 모습을 예측할 수 있게 해 줄 것이다 라고 썼다.
투즈는 오늘날의 중국은 에너지 국가 의 전형적인 사례다. 중국은 과학자 군단과 산업 R&D를 동원해 전방위로 에너지를 추구하고 있다 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 또한 최소한 바이든 행정부 말기까진 같은 게임에 참여한 것처럼 보였다. 셰일 덕분에 미국은 석유와 가스 부문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앞질렀다. 바이든의 미국산 철강 강조엔 복고적이고 나이브한 측면이 있었지만, 적어도 미국은 녹색 에너지 분야에서 경쟁하고 있었다 라고 소개했다.
베네수엘라 카라보보주 푸에르토 카베요에 있는 엘 팔리토 정유 공장의 모습. 베네수엘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베네수엘라 석유의 판매를 무기한 통제하겠다고 밝힌 직후, 이번 주 초 미국과 원유 물량 판매 를 협상 중이라고 발표했다. 2026. 01. 11 [AFP=연합뉴스]
트럼프, 에너지 지배와 노골적 무력 사용
미군, 팔굽혀펴기 아닌 배터리로 움직여
그가 보기에, 문제는 석유에 집착하고 그걸 위해선 폭력도 마다하지 않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등장이다. 미국 보수주의 운동 내 한 세대에 걸친 급진화의 결과물 인 트럼프 2기는 에너지 지배 담론과 세력권 확보를 위한 노골적 무력 사용 같은 퇴행적 요소들을 지니고 있다. 나아가 기후 변화를 부정하고, 과학을 공격하며, 풍력 터빈을 혐오하고 있다. 이에 투즈는 가장 어두운 모습일 때의 트럼프 행정부는 스팀펑크와 19세기 반동적 가톨릭주의 사이 어딘가에 있는 보수주의적 비전을 수용한다 고 규정했다. 스팀펑크 는 증기 기관 같은 과거의 기술이 미래까지 지배하는, 판타지 소설 속 세계의 비현실성을 비판하는 표현이다.
투즈는 문제는 스팀펑크는 현실이 아니고 태양광 패널은 현실이란 점이며, AI엔 기가와트 단위의 전력이 필요하고, 드론은 트럼프급 전함에조차 위협이 된다는 사실이다 라면서 21세기의 물리학, 전기 공학, 시장, 국제 사회와 단절하는 건 트럼프 행정부가 리버럴(진보주의자)을 괴롭히는 데 도움이 될지 모르나, 팬데믹은 실제 상황이며, 베네수엘라의 석유는 실제로 점도가 높고, 현대 미군은 정말이지 팔굽혀펴기가 아니라 배터리로 움직인다 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 권력의 반시스템적이고 탈진실적 특성, 그리고 석유 집착은 트럼프에서 시작된 게 아니다 라면서 2000년 초 조지 W. 부시 행정부까지 소환했다. 투즈는 지난 세대 동안 대체 에너지를 추구한다는 베이징의 결심은 워싱턴의 기분, 폭력적이고 변덕스러운 정치에 종속되지 않으려는 열망을 반영한다 고 풀이했다. 그에 따르면, 오늘날 중국은 역대 최대 규모의 거대한 화석 에너지 강국이지만, 주요 에너지원은 석유가 아닌, 미국이 통제 못하는 석탄이다. 그리고 중국 에너지 시스템의 중추는 산업용 전기지만, 이제는 전기 기술 로 도약했다.
6월 11일 중국 동부 산둥성 빈저우에 위치한 화능빈저우 신에너지 발전 프로젝트에 태양광 패널과 풍력 터빈. 2025.6.11. AFP 연합뉴스
중국, 배터리 · 태양광 패널 혁신 공장 건설
석유 아닌 태양 경작…전기 기술로 진화
그는 중국은 궁극적으로 석탄 화력 발전소를 대체하고자 민간 기업들에 배터리와 태양광 패널용 혁신 공장들을 짓도록 장려해왔고, 지금 세계 시장을 호령하고 있다 면서 석유 발굴이 아닌 태양 경작에 기반한 글로벌 전력 시스템의 약속이 곧 실현될 듯하다 고 내다봤다. 투즈는 제국주의 이해가 얽힌 티베트의 솔라팜과 신장의 송전선 같이 중국의 시스템에도 어두운 면 이 있지만, 중국의 방식은 트럼프식의 힘 자랑이 아니라, 현대성의 진짜 변증법이다 라고 평가했다.
이 대목에서 투즈는 ▲ 이처럼 불균등한 에너지 강국 간 경쟁에서 세계의 질서가 탄생할 수 있을까 ▲ 석유 국가들과 중국산 녹색 미래를 수용하는 국가들 사이에 새로운 권력과 영향력의 블록(진영)이 형성될까, 두 가지 질문을 던졌다. 그는 그렇게 멀리 내다볼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면서도 현재의 전망은 값싼 에너지가 과도하게 공급되는 다극화된 무질서, 다시 말해 드론과 중질유가 공존하는 다중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고 덧붙였다. 여기서 드론은 미래형 권력과 기술의 상징이라면, 중질유는 아직은 힘을 지닌 20세기형 에너지 질서를 상징하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