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는 교실에서 어떻게 교육돼야 하는가? [교육] 김현철 변호사
경기 지역 한 고등학교에서 교사가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는 학생 민원이 접수되어, 교육지원청이 조치에 나섰고, 교원단체는 교육 당국의 조치를 비판했다고 합니다.
28일 경기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이 학교의 한 학생은 A 교사가 수업 중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비하 발언을 하고 윤 전 대통령 지지 집회 참가자들은 극우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회원이거나 특정 종교단체 신도라고 했다며 전날 해당 지역 교육지원청에 민원을 제기했다. 이 학생은 A 교사가 자신의 SNS에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는 게시물을 올리고 정치 관련 집회 참가 사진을 올렸다고도 했다. 이에 교육지원청은 이날 학교를 방문해 특정 정치인, 정당에 대한 모욕과 일방적 옹호, 수업과 무관한 맥락에서의 반복적 의견 개진, 학생에게 반론 기회를 제공하지 않는 언행 등은 정치적 중립의무 위반 소지가 있음을 알렸다. 학교 측은 A 교사에게 교장이 구두로 주의 조치했으며, 문제가 된 SNS 게시물을 삭제하도록 했다. 교육지원청 관계자는 교원의 정치적 중립의무 및 품위유지 의무 준수를 위한 연수와 교육을 강화할 것 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교사의 정치기본권 보장을 주장하는 교원단체는 교사의 SNS 게시물 삭제는 과도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경기교사노조 측은 과격하거나 누군가를 혐오하고 비하하는 게시물은 교사가 아니라 그 누구라도 올려선 안 된다 며 그게 아닌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는 게시물이고 근무시간 외 사적 SNS를 통해 올리는 방식이라면 허용되어야 하고 학교가 교사 개인의 SNS까지 검열하며 정치적 중립의무를 강요하는 것은 옳지 않다 고 했다. (2025년 10월 28일자 연합뉴스)
위 연합뉴스를 받은 매일경제의 기사에는 학생을 응원하고 교사를 비난하는 다음과 같은 댓글이 붙었습니다.
수십 년간 뿌리박힌 전교조가 애들 상대로 정치활동 하는거 하루이틀 일도 아닌데 대체 언제 없어짐?”(sskk****), 잘했다! 멋진 고등학생!!”(pk10****), 전괴조가 1차 좌익좀 세뇌 대학의 좌익 썩은 좌파 교수 놈들이 2차 좌익좀 세뇌 확인 사살 ....그 집중 세뇌 세대가 30대 말-40-50대 중반까지”(ccam****), 그런 교사놈들이 국방과학 연구소 설립을 박정희 대통령이, 조선산업을, 반도체 산업을, 건강보험을, 국민연금을, 산재보험을 박정희 대통령이 만들었다고 가리키겠어?”(nogo****), 모가지를 잘리는 형벌, 라면 만 먹고 살게 fire 해라~~~”(mbiz****)
그리고 이 같은 기사에 대해 [교사 정치기본권 보장을 위한 시민사회 원탁회의] 카톡방에는 고등학생의 우경화가 심각하구나 싶네요”, 교사의 정치기본권이 하루빨리 입법되어야 할 명분으로 전환 기회!”라는 메시지가 올랐습니다.
학생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교육의 자주성을 열망하는 희망의 메시지가 혁신학교 분위기를 대변하고 있다. 사진 : 하성환 시민기자
교원에 대한 정치기본권 박탈은 옳지 않으며, 전면적으로 허용되어야 합니다. 교원의 정당 가입, 정치자금 후원, 공직선거 출마 자유 모두 인정되어야 합니다. 다만 이 모든 권리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직무상 또는 지위를 이용하여’ 이루어지는 정치활동은 금지될 수밖에 없습니다. 즉 교원으로서의 직무 외에, 그 지위와 관련 없는 정치활동이 허용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위 경기도 교사 사건은 직무상 발생한 사안인데, 경기교사노조는 수업 중 발언에 대해서는 아무런 논평을 하지 않고서 교육지원청의 SNS 게시물 삭제 조치에 대해서만 비판했습니다. 즉 현재 진행 중인 교원 정치기본권이 모두 입법이 된다고 하더라도, 해당 교사의 발언은 여전히 문제의 여지가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위 사건에 대해 고등학생의 우경화가 심각하구나” 또는 교사의 정치기본권이 하루빨리 입법되어야 할 명분”이라는 반응은 핵심을 비껴간 것입니다.
지난 10월 21일에 열린 교사 정치기본권 보장을 위한 시민사회 원탁회의 에서 제가 지적한 것처럼, 현재 이 운동은 ‘교사 정치기본권 보장’이 목적인 것처럼 제시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이 운동의 진정한 목적은 ‘아이들에 대한 민주주의 교육을 정상화하는 것’이며, 그것을 위한 수단으로 ‘교사 정치기본권 보장’이 요구되는 것입니다. 그래야 이 운동이 ‘교사’라는 특정 사회그룹의 집단 이기적 주장이 아니고, 국가적·국민적 이슈라는 사실이 각인될 것입니다. 따라서 교사 정치기본권 보장은 단지 ‘근무 외 시간의 정치활동 허용’을 주장하는 것으로 그쳐서는 안 되고, ‘직무 중, 즉 수업 중 민주주의 교육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반드시 함께 논의되어야만 합니다.
이에 관해서는 독일의 보이텔스바흐 협약(Beutelsbach Konsens)이 중요한 준거가 될 것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극심한 좌우 이념 갈등을 겪었던 옛 서독의 정치·교육계 인사들이 1976년 보수와 진보를 망라하여 독일 남서부의 바인슈타트에 있는 보이텔스바흐에서 이념과 정권에 치우치지 않는 교육 지침을 만들었습니다. 그것이 독일 정치교육의 뿌리이자 이제 유럽 정치교육의 원칙이 된 보이텔스바흐 협약 입니다. 첫 번째는 ‘교사가 학생을 압도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입니다(Indoktrinationsverbot, Überwältigungsverbot). 학생들에게 준비 없이 또는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특정 의견이나 관점을 주입해서는 안 됩니다. 이는 학생들이 독립적인 판단능력(독일어로 Mündigkeit)을 갖도록 교육해야 한다는 점과 연결됩니다. 즉, 교육자는 자신의 정치적·이념적 입장을 강요하거나 학생이 스스로 생각할 여지를 막아서는 안 됩니다. 이 원칙은 ‘정치교육’과 ‘주입(indoctrination)’을 구분하는 핵심 기준입니다.
두 번째는 ‘논쟁 되는 주제는 논쟁 되는 그대로 가르쳐야 한다’는 원칙입니다(Kontroversitätsgebot). 지식 · 정치적 영역에서 논쟁이 존재하는 주제는 수업에서도 논쟁 가능한 주제로 다루어져야 합니다. 즉, 다양한 관점이 있고 대안이 있으며 단일 정답으로 환원되지 않는 사안이라면, 학생들에게 이를 숨기거나 단순화해서 제공해서는 안 됩니다. 이 원칙은 첫 번째 원칙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다양한 관점이 제시되지 않거나 대안이 논의되지 않는다면, 사실상 학생에게 특정 입장을 주입하는 길이 됩니다. 또한 이 원칙은 ‘중립’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논쟁 가능한 주제를 명확히 인식시키고 학생이 그 속에서 자신의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의미합니다.
세 번째는 ‘학생의 개인적 관심 · 이익을 고려해야 한다’는 원칙입니다(Schülerinteressen). 학생이 정치적 상황을 분석하고 자신의 개인적 관심(이익)이 어떻게 관련되는가를 이해하며, 이러한 관심을 바탕으로 현실에 개입할 방법을 탐색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다시 말해, 단순히 지식 전달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학생이 자신의 삶과 연관지어 생각하고 행동 가능성을 갖도록 역량을 키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원칙은 교육이 학생 개개인의 삶과 무관한 추상적 논의에 머무르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합니다.
위와 같은 세 가지 원칙이 정립된 뒤에 사후적으로 보완된 개념이 Handlungsorientierung(행동지향성)”원칙으로 학생들이 단지 지식과 태도를 배우는 데 머무르지 않고, 실제적인 행동 또는 참여 가능성을 갖도록 수업이 설계되어야 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다만 행동지향성 원칙이 과도하게 강조되면 해당 교육이 특정 정치적 활동이나 입장으로 학생을 유도하는 것으로 비판될 수 있으므로, 앞서의 압도금지 원칙(Indoktrinationsverbot)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요구가 존재합니다.
요컨대 현재의 교사 정치기본권 보장 운동은 위와 같은 ‘보이텔스바흐 원칙’의 입법도 함께 주장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아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올바른 민주주의 교육을 시킬 수 있느냐’는 목적에서 이 운동이 출발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야만 위 원칙을 준수한 교사의 수업이 정치활동이 아닌 정당한 교육활동으로서 허용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에 다음과 같은 법률조항을 예로써 제시합니다.
제**조(민주주의 토론 교육의 원칙) 교사는 학생에게 자신의 견해를 강제로 주입하지 않고, 다양한 견해가 사실과 증거에 의해 토론될 수 있도록 안내하며, 학생의 관심과 이익을 우선해서 고려해야 한다.
제##조(직무상 정치활동 금지) 교사는 직무상 또는 지위를 이용하여 정치활동을 할 수 없으며, 근무시간 외에 지위를 이용하지 않는 정치활동은 허용된다. 다만 제**조에 따른 직무상 행위는 정치활동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따라서 위와 같은 법률이 성립되었다고 가정하더라도, 앞에서 언급한 수업 중 윤석열을 비난한 경기도 교사의 행위는 적법하지 않습니다. 만약 그 교사가 윤석열이 위법하고 부당한 통치자라는 사실을 학생들에게 전달하고 싶었다면, 계엄이라는 제도에 대해서 먼저 강의한 뒤에, 윤석열의 비상계엄에 관한 찬반 토론을 유도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토론은 한 번으로 끝내서는 안 되고, 각자 자기 의견에 합치되는 사실과 증거를 다음 토론 때에 제시하도록 해야 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서 윤석열의 계엄에 찬성했던 학생이 스스로 자신의 견해를 수정할 수 있는 기회를 갖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고 토론 중에 상대방을 경멸하거나 공격하는 언어와 행동을 반드시 규제하고, 서로를 존중하도록 해야 합니다. 그래야 자신의 견해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 감정이 나빠지면, 인간은 자신이 틀렸다고 생각해도 고집을 부리는 비합리적인 행동을 하게 됩니다. 따라서 토론의 도중에 교사는 결코 윤석열을 비난해서는 안 되며, 윤석열의 불법성을 아이들 스스로 깨닫게 해야 합니다. 그러한 안내자의 역할이 교사의 본분입니다.
예를 들어 수학에 자질이 있는 소수의 학생을 제외하고 대부분 학생이 ‘2차 방정식의 근의 공식’이 어떻게 유도되는지 모르며, 그냥 외웁니다. 우리 교육의 적나라한 현실입니다. 우리 교육은 학생이 스스로 생각하고 그 아이가 자기 힘으로 결론을 내릴 때까지 기다리지 못합니다. 그러나 적어도 정치적인 문제, 사회적인 문제에 대해서 교사들은 아이들이 스스로 결론을 내릴 수 있도록 자신의 견해를 억제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위 사건에서처럼 교사와 학생은 서로 적대하게 됩니다. 학생들이 우경화되었다”는 발상은 너무나 위험합니다. 아이들의 우경화는 결국 우리의 잘못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글의 제목도 민주주의는 교실에서 어떻게 토론되어야 하는가?”로 수정되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민주주의 교육은 교사가 우월한 지위에서 가르치는 게 아니고, 아이들로 하여금 토론을 통해 스스로 깨치게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