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호전 세력은 지금 무슨 생각?…3개 전쟁 동시 수행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미국은 현재 두 개의 전쟁, 유럽에선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에선 이스라엘 전쟁에 개입돼 있으며, 동아시아에서 대만이나 한국과 관련해 3번째 전쟁 전망을 마주하고 있다. 이들 세 전장 모두 미국의 이익에 필수적이며, 서로 모두 얽혀 있다." 미국 전략예산평가센터(CSBA)의 토머스 만켄 대표는 '3개 전장(戰場) 전략: 미국은 아시아·유럽·중동에서의 전쟁을 어떻게 준비할 수 있는가'란 <포린 폴리시> 5일 자 기고문에서 이렇게 말하고 "어느 한 전장의 침략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나약한 미국의 징후로 해석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 지도하에 지난 30일 초대형 방사포를 동원한 '위력시위사격'을 진행했다고 31일 밝혔다. 2024. 05.31 연합뉴스
"미국, 대만·한국 관련 셋째 전쟁 전망 직면"
조지 부시 시절 국방부 부차관보 만켄 주장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 선임 연구교수이기도 한 만켄 대표는 조지 부시 행정부(2001~2009) 때 미 국방부 정무기획 담당 부차관보를 지낸 강성 매파 성향의 인물이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그가 대표로 있는 CSBA는 비영리 민간 연구기관이긴 하지만, 대부분의 수입을 국방부(펜타곤)와 산하 기관,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 등과의 연구용역 계약을 통해 조달하고 있다. 이 기고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의 가자 전쟁에 더해 대만과 한반도에서의 전쟁 준비를 합리화하고자 쓴 것이지만, 만켄을 포함한 미국 내 호전 세력이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만켄은 중국과 러시아, 북한, 이란을 유라시아란 광활한 지역에 펼쳐져 있는 '권위주의 축'(authoritarian axis)이라면서 미국과 동맹국의 '적'으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이란은 중국에 석유를 팔고, 중국은 북한에 돈을 전달하며, 북한은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한다"고 확인되지 않은 주장을 편 뒤, 미국이 동맹국·우방국과 공동으로 이들을 억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미국이 동맹국과 '상호운용 능력'(interoperability) 획기적으로 높일 것을 주문했다. 그에 따르면, 상호운용 능력은 기존 시스템에 있는 자원을 동맹국이 가장 필요로 하는 어디에든 신속하게 보낼 수 있는 능력이다. 적들의 군사능력이 날로 향상되고 협력 관계도 긴밀해지는 만큼, 이에 맞서 미국은 동아시아, 유럽, 중동에 있는 동맹국, 우방국들과 상호 협력 작업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을 국빈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이 16일 베이징 인민대회당 앞에서 열린 공식 환영행사 도중 시진핑 국가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3월 대통령 선거 승리로 집권 5기를 시작한 뒤 첫 해외 방문지로 중국을 선택했다. 2024.05.16. AFP 연합뉴스
중국·러시아·북한·이란을 '권위주의 축' 규정
"미, 탄약·무기·군사 기지 더 만들고 공유해야"
만켄은 '상호운용 능력' 향상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그는 "미국과 파트너들은 탄약, 군사 기지화, 더 광범위하게는 방위산업에서 더욱 긴밀하게 협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서방 진영은 더 많은 탄약과 무기, 군사기지들을 만들어 내고 공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우선 과제로 국방물자 생산 가속화를 꼽았다. 먼저 탄약 생산과 관련해 그는 우크라이나와 가자 전쟁들에서 보듯 "현대의 무력 분쟁은 탄약 집중적인 장기전"이라면서 "미국은 자신과 동맹국 군대의 필요를 충족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지속적인 탄약 수요 창출, 자동적 탄약 재고 채우기, 장기 계약 등을 통해 미국 방산 업체의 안정적 가동을 도와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졌다.
만켄은 "많은 탄약 생산도 중요하지만, 원활한 배분 프로세스를 만들어야 한다"고도 했다. 미국의 대외군사판매(FMS)는 국무부가 담당하고 자국 내 미군 수요는 국방부가 담당하다 보니 동맹국·우방국이 무기 구매 계약을 하고도 미군의 뒷전으로 밀리면서 납품을 마냥 기다리는 게 현주소라는 것이다. 일부 핵심 무기 판매에서는 국방부의 관여를 허용해야 한다는 게 그의 견해다. 이와 함께 미국의 동맹국들로 우크라이나 등을 도울 자체 탄약 산업을 확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두 번째는 동맹국에 대한 미국 첨단무기 판매 허용과 상호 방산 협력 문제다. 만켄은 "미국은 첨단 전투기, 핵추진 잠수함, 우주 역량, 소프트웨어에서 글로벌 리더인 만큼, 수출할 의도를 가지고 이런 첨단 역량들을 개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례로 미 공군의 차세대 스텔스 폭격기인 B-21 레이더의 경우 원거리 타격 능력이 필요한 호주와 같은 미국의 핵심 동맹국에 유용한데도 첨단 기술 이전이 수출에 장애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치 지도자들이 동맹국에 첨단무기 제공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정책을 바꿔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한미 해군 및 일본 해상자위대는 15일부터 17일까지 제주 남방 공해상에서 한미일 해상 훈련을 실시했다. 오른쪽 위부터 한국 해군 구축함 왕건함, 일본 해상자위대 이지스구축함 콩고함,미국 해군 항공모함 칼빈슨함, 한국 해군 이지스구축함 세종대왕함, 미국 해군 순양함 프린스턴함, 미국 해군 이지스구축함 키드함. 2024. 01. 17 [미 해군 제공]
3개 전쟁 동시 수행의 화두는 '상호운용성' 강화
유사시 해당국에 병력·자원의 신속한 증원 능력
또한 미국과 동맹국 간 방산 협력의 어려움과 아울러 강화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일자리 등 각국 내 정치와 연계된 탓에 동맹국 간 방산 협력 쉽지 않다. 그래서 장벽을 두려는 강력한 정치적 동기가 작동한다. 이런 난관을 타개하려면 미국부터 국방물자를 자국에서 모두 조달할 게 아니라, 출처에 관계없이 더 품질 좋은 방산 제품을 더 많이 사야 한다고 제안했다.
방산 협력의 모범 사례로 미국과 7개 동맹국이 참가하고 다른 9개국이 구매하기로 한 F-35 전투기 프로그램과 더불어, 호주의 핵추진 잠수함 획득과 영국의 수중 역량 개선의 길을 열어준 오커스(AUKUS, 호주·영국·미국의 앵글로색슨 동맹) 협정을 들었다. 이 과정에서 미국 조선산업 한계가 노출되면서 미국 잠수함 산업기지 확장에서 호주가 3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함으로써 미국도 득을 보게 됐다.
만켄은 "미국이 일부 방산 제조 분야에서 글로벌 리더지만, 많은 동맹국이 다른 분야에선 비교 우위에 있다"며 "미국의 조선업은 위축됐지만, 일본과 한국은 미국이 활용할 인상적인 조선소들을 갖추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이스라엘은 아이언 돔이란 탁월한 공중 및 미사일 방어시스템(아이언 돔)을 생산하고, 노르웨이는 뛰어난 대함 미사일들을 내놓고 있다"며 "미국은 이들 동맹국이 그들 소유의 첨단 기술들을 공유하도록 권장하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에서 첫 번째)이 15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인근 우드사이드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를 계기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 참석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에서 첫 번째)의 발언을 듣고 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책임 있게 경쟁을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시 주석은 "충돌과 대치는 양쪽 모두에게 감당하지 못할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화답했다. 2023.11.16. AP 연합뉴스
미 공·해군 '애자일 전투준비' 전략 개발·실행
'분산된' 기지·함정·전투기에서 적 목표물 타격
세 번째는 미국과 동맹국의 군사기지 대폭 확대와 병참 지원 강화다. 만켄에 따르면, 미 공군은 최근 "애자일(신속) 전투 준비" 전략을 개발했다. 적들이 표적으로 삼지 못하도록 "분산된"(dispersed) 기지들에서 전투기를 운용하는 개념이다. 이를 참고해 미 해군도 "분산된" 함정, 전투기, 잠수함들에서 적의 목표물 타격 방안을 학습하기 시작했다.
만켄은 "이런 개념들의 효용성과 긍극적으로 미국의 힘은 동맹국 영토를 포함해 전진 배치된 기지와 병참 지원에 달려 있다"며 "미국과 그 파트너들은 그들의 군대를 주둔하고 무기를 저장할 더 많은 부지를 찾아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일본의 항구와 비행장에 눈독을 들였다.
그는 "서태평양에서 일본은 '분산 작전'을 위한 유망한 장소들을 제공한다. 일본은 일본 도로망, 철도망과 연계된 많은 항구와 비행장, 그리고 지원 시설을 갖추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 그러나 현 상황은 일본 군대를 이들 시설의 작은 부분에 제한하고, 미군은 훨씬 더 작은 부분에 제한하고 있다. 미국은 일본 정부에 주로 지정된 미군 기지들에 접근을 제한하기 보단 군사적으로 유용한 비행장과 항구에 대한 일본군과 미군의 접근을 확대하도록 권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본 주둔 유엔사 후방사령부(UNC-Rear) 산하 7개 후방 기지. [유엔사 홈페이지] 시민언론 민들레
"군대 주둔과 무기 저장할 더 많은 부지 필요"
만켄, 일본 비행장·항구와 호주 북부에 눈독
부시 행정부 때인 2008년에도 이런 일이 있었다. 당시 미 국방부 부차관보였던 만켄은 그해 7월 17일 일본에서 외무, 방위성 간부들을 만나 일본 내 공항과 항구 23곳에 대한 실태 조사 일정표를 제시하고 남은 조사를 마치라고 요구한 바 있다. 그해 11월의 외교전문에 따르면 데이비드 세드니 미 국방부 부차관보 등은 "2009년 9월까지 모든 조사결과를 반영하라"고 일본 측에 거듭 요구했다.
그러나 일본 측은 야당과 지방자치단체의 협조 얻기가 어렵다는 이유로 공항과 항구 각 2곳을 조사하는 데 그쳤다. 이런 사실은 2011년 폭로 전문사이트인 위키리크스에서 입수한 2008년 당시 주일 미국 대사관의 국무부 보고 전문을 통해 드러났다.
기고에서 만켄은 호주 북부에도 눈을 돌렸다. 그는 "호주는 대부분의 중국 공군 및 미사일 공격으로부터 안전할 만큼 중국에서 충분히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도, 서태평양 미래 분쟁 시 작전을 수행, 지원할 만큼 매우 가깝다"면서 "미국은 호주 북부 전역에 더 많은 군대를 순환 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차 대전 중 일제와 싸울 때 호주 북부에는 비행장들이 "점점이 박혀" 있었으며 지금도 대부분 시설이 남아 있어 개조하고 확장하면 된다는 게 그의 얘기다.
만켄은 "확대된 기지는 상호운용성에 훨씬 더 기여할 것"이라며 "미국과 동맹국 군은 평화 시에 서로 더욱 긴밀하게 훈련과 작전을 함으로써 전쟁 시에 잘 활용될 협력의 관행을 만들어낼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동맹국들은 그들이 위협을 억제하거나 침략에 대응하는데 필요할 경우 전장들을 가로질러 (다른) 기지들로 신속하게 병력과 자원을 증강하도록 허용하는 합의를 타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본 육상자위대 전투 탱크가 5월 26일 고텐바 동쪽 후지산록 기동 구역에서 실사격 훈련을 하고 있다.다. 2024.5.26. AFP 연합뉴스
'상호운용성'의 구체적 사례는 '상호접근협정'
한·일 체결 시 자위대 한반도 합법적 진입
그 대표적 사례가 일본이 호주(2022년 1월)를 시작으로 영국(2023년 1월)에 이어 다음 달 초순 필리핀에서 진행될 양국 외교·국방 장관 회담에서 맺을 '상호접근협정(RAA·원활화 협정은 일본 표현)이다. 방문군지위협정(VFA) 성격의 RAA는 자위대와 상대국 군대의 상호 파병을 쉽게 한다. 평시에 연합군사훈련을 뒷받침하는 법적 장치이지만, 유사시 상대국 지원 병력의 신속한 전개를 돕는다. 기시다 후미오 정부는 현재 프랑스와도 관련 논의를 하고 있으며, 공개되지 않았지만 윤석열 정부와도 논의 중일 공산이 크다. 한·일간 RAA가 맺어지면 일본 자위대가 합법적으로 한반도에 진입할 수 있게 된다.
기고에서 만켄은 "상호운용성은 물리적 자원 교환 이상을 뜻한다. 서방은 또한 공유된 개념과 전략을 찾아내는 일을 더 잘해야 한다"면서 "워싱턴은 목적과 전략, 역할, 임무에 관한 가정들을 분명히 하고 최선의 공동 작업 방안에 대한 더 나은 이해를 할 수 있도록 동맹국들과 솔직하게 대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오늘날 미군은 현대전 맞춤형으로 일련의 새롭고 내부적인 작전 개념들을 개발하고 있다. 워싱턴은 핵심 동맹국들이 그 개념들을 배우고 유사시 미국과 작전할 최선의 태세를 보장하기 위해 이 프로세스를 개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예를 들어 미국과 호주, 일본, 필리핀과 같은 핵심 동맹국은 중국의 대만 침략 위협에 맞서기 위해 어떻게 협력해야 하는지를 요해하고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미군은 많은 파트너와 협력할 때 많은 전선의 전쟁에서 이길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워싱턴은 이 세 지역에서 커가는 위험에 마주하는 만큼, 미국은 많은 우방국과 어떻게 더 잘 협력하고 공유할지를 배워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