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개혁 이후 다음 숙제, 경찰개혁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검찰개혁의 마지막 퍼즐인 공소청 보완수사권 논란이 뜨겁다. 일부에서는 이를 경찰의 불기소독점권을 견제할 최소한의 안전판”이라며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문제 진단은 정확할지 몰라도 처방으로는 치명적인 역설을 낳는다. 보완수사권, 특히 직접 보완수사권을 공소청에 부여하는 순간 수사·기소 완전 분리라는 개혁의 본령이 후퇴하고, 검찰의 구조적 관성이 되살아난다. 이미 중수청에서 중대범죄 수사를 맡기로 했는데 왜 공소청에서 보완수사권을 고집하는가?
영국 검찰(CPS)은 수사조직 없이 증거불충분 시 사건 접수 거부권으로 경찰을 실질 통제한다. 독일은 법원이 영장·수사범위를 엄격히 제한하고 기소법정주의로 검찰 재량을 줄인다. 일본은 시민기구인 검찰심사회가 불기소를 번복하는 실효적 감시를 한다. 이들 나라는 검찰에 직접 보완수사권을 주지 않고도 경찰 권력을 견제한다.
한국도 요청권 + 강제 이행 제재(불이행 처벌·사건 이첩) + 시민감시기구 + 법원 통제 강화 만으로 충분하다.
2025년 불송치 이의신청 5만여 건 폭증은 현재 보완수사권이 있어도 경찰 부실이 심각하다는 증거일 뿐, 무죄율 상승(1.06%)과 이의신청 폭증은 오히려 보완수사권 유지의 실패를 보여준다. 진짜 문제는 경찰 수사 역량 부족이지 검찰 의존이 아니다. 보완수사권을 주면 경찰은 검사가 고쳐줄 테니”라는 심리로 더 미숙해질 구조적 동인이 생긴다.
게다가 동일 범죄사실 제한”으로 남용을 차단한다는 낙관은 한국 검찰의 역사적 관성을 무시한 것이다. 과거 검찰은 보완·지휘 명목으로 범위를 확대하고 별건수사를 반복했다. 공소청에 보완 인력·조직이 생기면 존재 이유 확대 압력(인력·예산 증원 요구)이 필연적이다. 이는 형식적 분리만 하고 실질적 수사권이 부활하는 검찰 부활의 씨앗이 된다.
공소청이 수사 기능을 가지면 검사 동일체 구조가 살아남고 정치검찰·표적수사 관성이 재현될 위험이 크다. 더 심각한 것은 경찰 개혁 동인이 사라진다는 점이다. 검사가 받쳐주니” 경찰은 수사 역량을 키울 압력을 잃고, 불기소독점권이 더 공고해진다. 진정한 개혁은 어느 한쪽 독점을 막는 것이 아니라 촘촘한 상호 감시와 권력 분산이다. 보완수사권은 검찰 권력을 유지하면서 경찰 권력을 키우는 이중 독점 구조를 만든다.
결국 보완수사권”이라는 용어가 요청권·감독권·직접수사권을 뭉뚱그려 논쟁을 혼탁하게 한다.
공소청에 허용할 수 있는 것은 수사요청권 + 실효적 감독권 + 사건 접수 거부권 강화뿐이다. 직접보완수사는 중수청 역할 확대나 별도 독립 기관으로 넘겨야 한다. 경찰 불기소독점권 문제는 실재하지만, 그 해법으로 보완수사권을 제시하는 것은 병을 고치면서 새로운 병을 키우는 꼴이다.
10일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에서 박정보 서울경찰청장과 서울 31개 경찰서장 등 경찰 지휘부가 모인 가운데 2026년 서울경찰청 지휘부 회의 가 열리고 있다. 2026.3.10 [서울경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경찰개혁의 방향을 모색한다
검찰개혁이 진행됨에 따라 경찰개혁이 큰 과제로 등장하였다. 이대로 경찰권력이 비대해지면 곤란하다. 구조개혁이 필연적이다. 경찰개혁의 청사진과 로드맵이 만들어지면 검찰개혁을 제대로 신속하게 추동하는 힘이 될 것이다.
현행 자치경찰제는 「경찰법」 개정을 통해 도입되었지만, 실제로는 국가경찰 조직을 그대로 유지한 채 사무만 국가와 자치경찰 사무로 구분한 ‘일원화 모형’이다. 인사·조직·예산의 핵심 권한은 여전히 경찰청과 행정안전부에 집중되어 있으며, 시·도 자치경찰위원회는 국가경찰공무원을 지휘·감독하는 합의제 행정기관으로 설계되었을 뿐 독자적 인사권·예산편성권을 갖지 못한다. 검찰로부터 이전된 수사권이 중앙집중적 경찰 권력으로 다시 귀속된다면, 우리는 권력기관의 교체만 이루었을 뿐 민주적 통제라는 본질적 과제를 외면한 셈이 된다.
이 글은 두 가지 제도적 대안을 제시한다. 하나는 중앙–지방의 권한을 실질적으로 분리하는 이원적 자치경찰제, 다른 하나는 경찰권에 대한 시민의 직접 통제 장치로서 추첨제 시민심의위원회이다. 이를 독일과 일본의 경험과 함께 검토함으로써, 한국 경찰개혁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그 가능성과 한계를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독일 ㅡ 헌법적 분권 의 모범과 그 배경
독일 기본법은 문화·치안 등 대부분의 사무를 원칙적으로 각 주(州)의 권한으로 규정하고, 연방이 담당할 수 있는 영역을 예외적으로 한정하는 ‘연방제 원리’를 채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반 치안과 일상적 범죄 수사는 16개 주경찰이 독자적으로 담당하며, 연방경찰(Bundespolizei)과 연방범죄수사국(BKA)은 국경 통제, 국제범죄·테러 수사, 연방 기관 보호 등 기본법이 명시한 연방 사무에 대해서만 개입할 수 있다. 고속도로 순찰대조차 각 주경찰 소속이라는 사실은 이 원칙이 얼마나 철저히 관철되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러한 분권 선택 뒤에는 뚜렷한 역사적 반성이 있다. 나치 시기 게슈타포 등 중앙집권적 경찰·비밀경찰 조직은 전체주의 체제의 핵심 집행 기구였고, 전쟁과 학살을 가능하게 한 주요 도구였다. 전후 서독의 헌법 설계자들은 다시는 중앙 권력이 통합된 경찰력을 통해 시민의 기본권을 유린하지 못하도록, 경찰 분권을 헌법적 원칙이자 민주주의 수호 장치로 못 박았다. 분권은 단순한 행정 편의가 아니라, 권력 남용을 구조적으로 어렵게 만드는 장치로 설계된 것이다.
일본 ㅡ외양은 이원화, 실질은 국가경찰
일본의 경찰 구조는 형식상 국가경찰(경찰청)과 47개 도도부현 경찰이 병존하는 이원적 체계이며, 국가·지방 양 층위에 공안위원회가 설치된다는 점에서 자치경찰제처럼 보인다. 전후 연합군 최고사령부(GHQ)는 군국주의와 중앙집권 경찰의 부활을 막기 위해 자치경찰 체제를 구상했으나, 1950년대 이후 국가경찰 기능이 재강화되면서 오늘날의 구조에 이르렀다.
지방광역단체 경찰의 최고 간부인 경시정 이상 간부는 원칙적으로 국가공무원 신분이며, 이들의 인사권은 경찰청 장관과 국가공안위원회에 집중되어 있다. 이러한 구조를 두고 명목상 자치경찰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국가경찰제에 가깝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공안위원회의 한계는 정치적 독립성 측면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국가공안위원회는 내각총리대신 소관의 합의제 위원회로, 위원장은 국무대신이 겸임하고 나머지 5명의 위원도 내각이 임명한다. 경찰의 민주적 관리와 정치적 중립성을 표방하지만, 위원 구성 과정 자체가 집권세력의 영향에서 자유롭기 어려운 구조이다.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에는 경찰에 의한 감시·비리 사건과 그 은폐 시도가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면서, 폐쇄적 조직문화와 자기감시 실패의 문제점이 집중 조명되기도 했다.
두 나라가 주는 공통 교훈
독일과 일본의 사례는 하나의 핵심 명제로 수렴된다. 제도의 이름이 아니라 인사권과 예산권이 어디에 있느냐가 분권의 실질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독일은 기본법과 각 주의 경찰법을 통해 주경찰의 조직·인사·예산을 주정부와 의회의 권한으로 보장함으로써 분권을 실질화했다. 반면 일본은 자치경찰과 공안위원회라는 외양에도 불구하고, 고위 간부 인사와 주요 정책 결정의 실질적 권한이 중앙에 남아 있어 지방경찰이 중앙의 하위 집행기관에 머무는 구조를 벗어나지 못했다.
한국의 경찰개혁이 일본식 외양만의 분권”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지방경찰의 인사권·예산권·조직권을 중앙으로부터 법적으로 분리하고, 이를 헌법과 법률 차원에서 명시하는 설계가 선행되어야 한다. 단지 자치경찰”이라는 간판을 바꾸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이 2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전국 경찰 지휘부 화상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1.2 연합뉴스
이원적 자치경찰제ㅡ설계 원칙과 보완 과제
독일 사례를 참조하면서도 한국의 행정·재정·정치 구조를 고려할 때, 한국형 이원적 자치경찰제는 다음 네 가지 원칙에 따라 설계될 수 있다.
① 사무의 명확한 분리
중앙경찰은 다음과 같은 국가적 사무를 전담한다.
- 대테러·국가안보 사건
- 조직범죄·마약·사이버 범죄 등 광역·전국 규모 범죄
- 국제 공조수사, 국가 주요 시설 경비 등
지방경찰은 다음과 같은 지역 사무를 담당한다.
- 생활안전·지역 범죄 예방
- 교통·지역 집회·시위 관리
- 지역 내 발생하는 일반 형사사건 수사
② 지방경찰의 책임과 권한
이때 지방경찰의 책임을 광역지방정부 단위(시·도)에 귀속시켜, 도지사·시장과 지방의회가 치안정책과 예산, 인력운영에 대해 정치적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
③ 광역 범죄 대응 협력 체계
독일이 분권 속에서도 BKA를 중심으로 공동수사·정보공유를 제도화해 왔듯이, 한국도 분권과 협력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
④ 지방경찰의 중립성 보장
분권은 또 다른 형태의 권력 집중, 즉 지방권력에 의한 경찰 사유화 위험을 낳을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지방경찰에 대한 인사·징계·감찰 과정에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구조(후술할 시민심의위원회, 인권옴부즈만 등)를 결합한다.
추첨제 시민심의위원회로 경찰권력을 견제하기
경찰 권력의 분산만큼 중요한 것은 분산된 권력을 누가 어떻게 감시하느냐다. 이 문제에 대한 대담한 제안이 ‘추첨제 시민심의위원회’다. 이를 경찰 감독에 적용하면 다음과 같은 구상이 가능하다.
- 중앙 차원에서는 국회가 주관하는 ‘국가 시민경찰심의위원회’를 설치해, 전국 주민 중 무작위 추첨으로 일정 수의 시민을 선발한다.
- 지방 차원에서는 광역의회가 주관하는 ‘지방 시민경찰심의위원회’를 설치해, 해당 지역 주민 중 추첨으로 시민위원을 구성한다.
- 이들 위원회에는 경찰청장(국가·지방) 인사에 대한 심의·동의 또는 거부권, 수사준칙·인권지침 등 주요 규범의 제·개정 승인권, 주요 치안 정책에 대한 권고·동의권을 부여한다.
- 위원은 짧은 임기제를 택한다. 기본 1년으로 하는 것으로 하여 1년마다 추첨 선발한다.
추첨제 시민심의위원회가 실효성을 가지려면 적어도 세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충분한 숙의 기반의 제공.
일반 시민이 고도의 수사 기법이나 치안 전략을 바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우려는 타당하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위원회 산하에 독립적인 전문 조사관단을 두고, 위원들에게 관련 법제·경찰 관행·국제 사례 등에 대한 체계적 교육과 자료를 제공해야 한다. 아일랜드 시민의회(Citizens’ Assembly)는 낙태·동성결혼과 같은 복잡한 쟁점에서도 시민위원들이 다수의 전문가 진술, 자료 검토, 소그룹 토론을 거쳐 정책 권고를 도출해낸 사례로 자주 인용된다.
둘째, 수사 기밀과 공개 원칙의 균형.
시민위원회가 수사 적법성과 인권침해 여부를 감독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정보 접근이 필요하지만, 진행 중인 수사의 구체적 내용과 개인정보를 무제한 공개할 수는 없다. 미국의 다수 Civilian Oversight Board는 수사 절차·징계 결정·통계자료 등 비식별화된 정보를 중심으로 검토하며, 위원에게 비밀유지 의무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보안과 감독 사이 균형을 모색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원칙, 즉 요약본 중심의 정보 제공과 엄격한 비밀유지 제도를 결합할 필요가 있다.
셋째, 위원회의 실질적 독립성 보장.
일본 공안위원회의 경험에서 보듯, 위원 임명 방식이 정치권력에 예속되면 감독기구는 쉽게 형해화된다. 추첨제는 구성 단계에서 정치적 개입을 줄이는 장치지만, 다음과 같은 보완이 필요하다.
- 위원회에 독립 예산을 부여해 행정부와 경찰로부터 재정적 종속을 최소화한다.
- 위원회의 결정·권고에 대해 경찰과 행정부가 일정 기간 내 공식 답변·조치계획을 제출하도록 의무화해, 시민위원회의 판단이 참고 의견”으로 소모되지 않도록 한다.
이 작업을 단기간에 일괄 추진하기보다는, 일부 광역단체를 ‘이원적 자치경찰 시범지역’으로 지정해, 조직·인사·예산 분리 모델을 시험하고, 치안 수준·재정 부담·조직 문화 변화 등을 면밀히 평가한다.
당연하게도 정치적으로도 상당한 저항이 예상된다. 기존 정치·관료 엘리트에게는 불편한 장치일 수 있다. 경찰과 행정부는 외부 시민에 의해 자신들의 인사·수사 관행이 감시받는 것을 부담스러워할 것이고, 국회·지방의회는 선출되지 않은 시민기구에 일정한 권한을 넘겨야 한다. 따라서 시민심의위원회 도입은 한 번에 전면 시행하기보다는, 일부 권한(예: 인권침해 사건 조사·권고, 정책권고)부터 시작해 점진적으로 권한과 범위를 넓혀가는 전략이 필요하다.
제도의 이름이 아니라 권력의 소재를 바꿔야 한다
경찰개혁의 궁극적 목표는 경찰 조직의 편의가 아니라 시민의 인권 보호다. 권력이 어떤 기관의 이름을 달고 있느냐보다, 그 권력이 누구에게 책임을 지느냐가 민주주의의 핵심이다. 이 글이 제안하는 설계는 그 책임의 주소를 ‘중앙 권력’이 아닌 ‘주권자인 시민’에게 돌려주는 시도다. 그것이 검찰개혁 이후 우리가 풀어야 할 다음 숙제다.
10월의 검찰개혁안이 발효될 때까지 시간이 있다. 그때까지 경찰개혁의 청사진과 로드맵을 동시에 내놓을 필요가 있다. 당장 시행되지 않더라도 국민과 검찰과 경찰의 당사자들이 방향을 인정하고 있으면 개혁에 따른 부작용을 덜어갈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과 여권은 두 번의 촛불이 요구한 구조적 결별을 명심해야 한다. 검찰의 보완수사권 존치는 신중함이 아니라 기득권 저항의 포장이다. 개혁은 완벽한 설계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결단하는 것이다. 지금이 검찰과 완전히 결별할 마지막 기회다. 우리는 80년간 일제가 남겨준 유산때문에 피를 흘렸다. 새 길을 열어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