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묘 앞 39층 안되고 새만금·가덕도 공항은 괜찮다?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지난달 12일의 서울 종묘와 세운4구역 일대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참여연대가 27일 종묘 앞 세운 4구역 재개발을 추진하는 서울시에 대해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하기로 했다. 국가유산청은 지난 26일 보도자료를 통해 종로구청이 지난 12일 보내 온 ‘세운4구역 재정비촉진계획 결정(변경) 정비사업 통합 심의에 따른 협의’ 문서에 대한 검토 의견 회신 내용을 알리면서 사전 발굴조사 관련 내력을 함께 공개했다.
요지는 서울시 산하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공사)가 2022년부터 2년 동안 발굴 조사를 벌인 결과 조선시대 운종가 큰 도로와 건물터, 인공 물길 흔적 등 중요 유적이 나왔는데, 이에 대한 보존 방안이 나오지 않아 현재로선 법적으로 공사 추진이 불가하다는 것이다.
세운 4구역 정비사업을 둘러싼 갈등은 서울시가 종묘 경관 보호를 조건으로 최고 높이 71.9m(약 20층)로 개발 계획을 진행해 오다 지난해 10월 최고 높이 141.9m(약 38층)로 상향하는 사업 변경 계획을 고시하며 불거졌다. 국가유산청이 즉각 재검토를 요구하고 유네스코도 세계유산영향평가 결과 제출을 요청하는 등 서울시 계획에 제동을 걸었으나 서울시가 초고층 빌딩 개발을 강행할 뜻을 굽히지 않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조선 왕실의 제례 문화와 역사적 맥락이 온전히 보존된 복합유산 종묘를 지키겠다는 모습은 분명 긍정적이다. 우리는 문화유산의 가치를 인식하고, 필요하다면 개발을 멈출 줄 아는 사회에 살고 있다.
그러나 한 가지 불편한 질문이 자연스럽게 따라 붙는다. 왜 이런 문제의식과 분노가 새만금 공항과 가덕도 신공항으로는 충분히 향하지 않는가.
자연이 무너지는 소리 앞에서 침묵
군산 새만금에 공항이 들어설 경우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곳은 수라갯벌이다. 수라갯벌은 단순한 진흙밭이 아니다. 이곳은 동아시아-호주 철새 이동 경로(EAAF)의 핵심 중간 기착지로, 저어새와 도요·물떼새류 등 멸종위기종을 포함한 수만 마리의 철새가 오가는 곳이다.
또 갯벌은 ‘블루 카본’ 저장고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갯벌은 육상 삼림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탄소를 흡수·저장하며, ㎢당 연간 약 200톤의 탄소를 흡수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금개구리, 흰발농게 등 법적 보호종이 다수 서식하는 점 역시 지나칠 수 없다.
가덕도 신공항 조감도 (나무위키)
가덕도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다. 공항 건설이 추진되는 해역은 바다숲과 어패류 산란장이 형성된 연안 생태계의 핵심 지역이다. 상괭이를 비롯한 해양 보호종의 서식지이며, 가덕도 국수봉 일대의 원시림은 멸종위기 1급 솔개와 희귀 식물인 대흥란의 서식지로 알려져 있다. 이 지역을 대규모로 매립하는 것은 생태계에 회복하기 어려운 손실을 입힌다.
그럼에도 중앙 정치권과 언론 모두 서울 종묘에 견줘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한 것 같다. 국민의힘뿐 아니라 더불어민주당과 그 지지층 역시 종묘 앞 초고층 빌딩은 문화재 훼손”이라고 거세게 반대하면서도, 갯벌과 철새는 지역 발전”에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 식으로 취급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공항이 지역 발전의 해답이 될 수 없다
공항 건설이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진다는 믿음은 이미 여러 사례에서 어그러졌다. 한국공항공사 자료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을 제외한 국내 14개 공항 가운데 10곳 이상이 매년 수백억 원대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양양국제공항이다. 이용객 부족과 노선 축소가 반복되면서 운영 적자는 매년 세금으로 보전되고 있다.
가덕도 신공항의 예상 사업비는 약 13조 7000억 원, 새만금공항은 약 8000억 원에 달한다. 공항은 한 번 건설되면 쉽게 철회할 수 없고, 수요가 부족할 경우 유지·보수 비용과 적자는 장기간 누적된다. 이것은 결국 다음 세대가 감당해야 할 부담으로 남는다.
새만금공항, 군사시설과 공용으로 가능성
새만금공항은 민간 여객·물류 공항 확충 사업으로만 보기 어렵다. 전략적 위치와 설계 구상으로 볼 때 군사시설과의 공용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기존 군산 주한미군 기지와의 지리적 인접성, 서해 건너 중국과 마주 보는 위치는 새만금공항이 유사시 군사적 거점으로 활용될 가능성을 내포한다.
실제로 김해공항, 대구공항 등 국내 여러 공항이 군·민 공용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이런 우려를 우려로만 치부하기는 어렵다. 군사적 활용 가능성은 주변국의 대응을 자극하고, 동북아 지역의 군사적 긴장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환경 파괴 문제를 넘어 장기적인 안보 리스크를 함께 고려해야 할 사안임을 시사한다.
환경 문제를 지역 갈등으로 환원하는 위험성
새만금공항과 가덕도 신공항을 비판한 환경단체와 전문가, 진보정당을 향해 수도권 편중 시각” 지역 현실을 모른다”는 공격이 이어져 왔다. 그러나 이런 프레임은 환경 문제를 지역감정 문제로 축소시킬 위험이 있다.
균형 발전을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실제로 가장 큰 이익을 얻는 주체는 지역 주민보다 토건·건설 자본인 경우가 많다. 자연은 훼손되고, 재정 부담은 남으며, 그 책임은 장기적으로 사회 전체가 나누어 지게 된다.
수도권 그린벨트 해제에는 비판적이면서 지방의 갯벌 매립에는 관대한 태도는 의도했든 그렇지 않든 서울은 보호해야 할 공간이고 지방은 개발 대상으로 남아도 된다”는 인식을 강화할 위험이 있다.
문화유산과 자연유산,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서울 도심의 종묘는 분명 지켜야 할 문화유산이다. 그러나 질문이 멈춰서는 안 된다. 수백 년의 역사를 품은 문화유산과 오랜 세월에 형성된 자연 생태계 가운데 무엇이 더 중요한지를 따지는 것은 생산적이지 않다. 중요한 것은 둘 다 지켜야 한다는 상식이다.
서울의 문화재는 강력하게 보호하면서 비수도권의 자연은 경제성과 균형 발전이라는 이유로 쉽게 희생시키는 사회가 과연 지속 가능할지 되묻게 된다. 순천만 사례처럼 자연유산을 보존하면서도 장기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모델은 이미 존재한다.
우리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왜 서울의 문화재 경관 훼손에는 발끈하면서 비수도권의 자연 파괴에는 상대적으로 무감각한가?
왜 적자 지방공항의 사례를 확인하고도 비슷한 실패를 감수하려 하는가?
왜 환경적 비용뿐 아니라 군사적 위험까지 감수하면서 공항 확대를 추진하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않는다면 한국의 내일은 돌과 콘크리트 더미 아래에서 결정될 것이다. 역사는 건축물로만 보존되지 않는다. 자연과 생태 역시 살아있는 역사다.
종묘를 지키려는 마음이 진정이라면, 새만금의 갯벌과 가덕도의 멸종위기 동식물을 지키자는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발전이라는 이름 아래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포기해 왔는지 돌아볼 때, 우리는 비로소 문화와 생태가 조화를 이루는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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