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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의 공급망 전환 전략】LCA는 계산이 아니라 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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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pe 3 공개(공급망 등 간접배출)가 주요 시장에서 제도화되면서 해외 바이어의 요구도 달라졌다.  환경 대응 여부를 묻던 단계에서, 제품별 탄소발자국(PCF)의 제출 가능성과 산정 범위를 확인하는 단계로 넘어간 것이다. 이제 핵심은 숫자의 ‘존재’가 아니라, 그 숫자가 얼마나 ‘비교 가능하고 검증 가능한지’에 있다.  이러한 변화는 분명한 함의를 갖는다. PCF가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의 부록이 아니라 공급망 조달 협상의 기준이 되고 있으며, Scope 3는 단순한 공시 항목이 아니라 거래 지속 가능성을 결정하는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는 의미다. 전 과정 평가(LCA)를 규제 대응의 틀로만 이해하던 기존 시각이 전면 재검토돼야 하는 이유다.  이미지 = 필자 제공     국내 제도보다 앞선 해외 시장의 압력 국내에서는 아직 PCF 제출이 직접 의무화된 구조는 강하지 않다. 금융위원회 로드맵 초안에 따르면, 2028년(2027 회계연도) 연결자산 30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를 시작으로 단계적 공시 의무화가 제시됐고, Scope 3는 3년 유예 후 2031년(2030 회계연도)부터 적용하는 방향이 논의되고 있다. 제도 언어는 이미 마련됐지만, 실행은 단계적이다. 그러나 수출 산업이 마주하는 현실은 다르다. 유럽연합(EU), 캘리포니아, 호주처럼 Scope 3 공개가 제도화된 시장의 기업들은 자사 배출을 설명하기 위해 공급망 데이터를 요구한다. 캘리포니아 SB 253은 Scope 1·2에 이어 Scope 3 공개를 포함하고 있고, 호주 AASB S2 역시 Scope 1·2·3를 포괄하는 공시 체계를 표준으로 설정했다. 국내에서는 예정된 공시이지만, 글로벌 공급망에서는 이미 조달 조건이다. 공시 일정의 문제가 아니라, 거래 지속 가능성의 문제인 셈이다.   PCF는 어떻게 조달 기준이 되는가 이미지 = 필자 제공  Scope 3 항목은 다양하지만, PCF와 직접 연결되는 구간은 비교적 명확하다. 구매(Category 1), 에너지(Category 3), 물류(Category 4·9), 사용(Category 11), 폐기(Category 5·12) 등이다. 제품의 전 과정에서 배출이 많이 발생하는 단계이자, 바이어가 실제 수치로 확인하려는 구간이다. 바이어는 데이터를 크게 세 가지 방식으로 활용한다. 먼저, 기존에 사용하던 평균 배출계수 대신 공급사가 제출한 제품별 PCF 데이터를 반영한다. 과거에는 ‘구매금액 × 산업 평균계수’처럼 계산했다면, 이제는 ‘제품별 배출량 × 실제 구매수량’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평균값이 아니라 실제 데이터를 반영하면 Scope 3 수치의 신뢰도가 높아진다. 다음으로, PCF 제출 가능 여부와 산정 범위를 조달 평가에 포함한다. 중요한 것은 숫자의 절대 수준이 아니라 동일 기준으로 비교 가능한지, 계산의 근거가 합리적인지다. 배출이 집중된 단계가 확인되면 협상은 가격을 넘어 감축 계획까지 확장된다. 원재료나 공정, 물류 중 어느 지점에서 배출이 많이 발생하는지가 드러나면, 해당 지점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가 거래 조건의 일부가 된다. PCF 데이터가 참고용 보고 자료가 아니라 협상의 구조를 정하는 기준이 된 것이다.    자동차 산업이 빠른 이유 자동차 산업은 공급망이 계층적으로 구조화돼 있고 부품 표준이 명확하다. 이러한 특성은 PCF의 표준화와 비교 가능성을 빠르게 정착시키는 토대가 된다. 실제로 유럽 자동차 공급망 데이터 협력체 카테나-X는 부품 단위 PCF를 동일 기준으로 산정하고 교환할 수 있도록 공통 산정 규칙을 마련했다. BMW는 해당 생태계 안에서 원자재 채굴부터 제조 단계까지 데이터 체인을 구축했고, 메르세데스-벤츠 역시 네트워크 참여를 공식화했다. PCF가 요청 문서를 넘어 공급망의 공통 언어로 정착하는 흐름이다. 표준이 만들어지는 순간 협상은 수평이 아니라 구조가 된다. 한국 수출 기업이 놓치기 쉬운 지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반복 가능한 체계가 협상력을 만든다 LCA·PCF 대응은 규제 리스크가 아니라 조달 리스크 관리에 가깝다. 핵심은 한 번의 계산이 아니라 반복 가능한 구조다. 범위를 고정하고, 산정 전제를 명문화하며, 데이터 책임을 조직 내에서 명확히 하고, 제출 세트를 표준화하는 체계가 갖춰질 때 PCF는 방어 수단을 넘어 협상 도구로 전환된다. 바이어의 질문이 제출 가능합니까 에서 어떻게 줄일 수 있습니까 로 바뀌는 순간, 협상의 주도권도 함께 이동한다. Scope 3 시대의 경쟁력은 계산 능력이 아니라 협상 구조를 선점하는 능력에서 나온다.  ☞이민 대표는 이민 대표는 (주)탄소중립연구원의 대표이사로, 기업의 전 과정 평가(LCA)와 Scope 3 산정 체계 구축을 중심으로 공급망 탄소관리 전략을 자문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물리학을 부전공했으며, Boston Consulting Group(BCG)과 에어스메디컬에서 근무했다. 2021년부터 탄소중립연구원을 이끌며 기업의 제품 탄소발자국(PCF) 산정, 공급망 데이터 관리 체계 설계, 글로벌 규제 대응 전략 수립 등을 수행해 왔다. 유엔유럽경제위원회(UNECE) 글로벌 자동차 전과정평가 표준안 한국협의체 전문위원으로 활동하며 국제 표준 논의에 참여하고 있다. 숙명여자대학교 특수대학원에서 환경·경제 전공 비전임강사로 강의하고 있으며, 『실무자를 위한 Scope 3 측정 가이드북』(사회적가치연구원 공동집필)과 『실무자를 위한 LCA 산정 가이드북』을 집필했다. 기업 실무자 대상 교육과 자문을 통해 공급망 기반 탄소관리 체계의 현장 적용을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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