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강 중국 태양광산업 위기, 몇 개나 살아남을까 [환경] 대지를 뒤덮고 있는 중국 태양광 패널들. 게티 이미지 이코노미스트 홈페이지 재인용
중국은 전 세계 태양광발전 패널의 80% 이상을 생산하는 세계 최대 태양광발전 국가이자 최대 패널 수출국이다. 이런 중국 덕에 지난해 전 세계에서 재생에너지 자원(renewable sources) 발전량이 석탄 발전량을 능가했다.
그런 중국의 태양광 발전산업이 위기에 처해 있다. 미국의 이란 침공으로 석유가격이 급등하고 중국산 태양광 패널 수출이 더욱 크게 늘어나면서 중국의 청정에너지 기업들은 호황을 누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재생에너지 발전에 대한 수요 폭증에 따른 호황에도 중국 태양광발전산업이 처해 있는 위기는 해소되기 어렵다고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26일 보도했다.
왜 그런가? 이코노미스트는 크게 세 가지 이유를 들었다.
세 가지 이유: 수요 과부하, 과잉생산, 수입 규제 강화
첫째는 세계 최대 태양광 패널시장인 중국의 국내 수요 과부하다. 그 때문에 중국에서는 지난해 처음으로 태양광 패널 국내 수요가 줄었다. 두 번째는 중국의 태양광 패널 과잉 투자에 따른 공급 과잉이다. 그리고 세 번째는 미국, 유럽 등 서방과 인도 등 중국 주변 주요국들에서 강화되고 있는 보호무역주의, 즉 중국산 태양광 패널에 대한 수입 규제 강화다. 이란 침공 뒤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중국산 태양광발전 관련 제품들 판매가 호조를 보이고 있으나, 그것이 그들 지역보다 중국산 태양광 패널 수요가 더 큰 서방과 중국 주변 주요국들의 중국산 규제 강화로 인한 수요 감소를 상쇄하기 어렵다.
중국 태양광발전능력 변화 추이. 단위 기가와트(GW) 이코노미스트 5월 26일
가격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양적 확대 전략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중국이 직면한 이런 문제들은 중국 태양광발전 산업이 현재 처해 있는 최악의 국내 사정과 맞닿아 있다. 대다수 중국 태양광 패널 생산기업들은 2024년 이후 치열한 가격경쟁으로 적자를 보고 있으며, 견디다 못해 파산한 기업들도 늘고 있다. 이에 따라 눈부신 성장을 거듭해 온 세계 태양광발전 산업 전체가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세계적으로 태양광발전 산업이 항상 투자자들에게 호의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태양광 패널들은 거의 비슷하고, 한 제조업체가 이룩해낸 개선은 다른 경쟁업체들이 재빠르게 모방한다. 따라서 기업들은 시장 점유율을 키우는 양적 확대로 승부하기 위해 가능한 한 빨리 생산량을 늘리려고 한다. 결국 생산량이 수요를 훨씬 앞지르게 되고 수익 마진은 급락한다. 2018년의 패널 매출 급감이 그런 예의 하나였다.
그 뒤 수요는 다시 회복됐지만, 지금 태양광 패널산업이 맞고 있는 침체는 이전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한다.
2026년 5월 24일, 중국 북부 산시성 제슈 인근 언덕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들. 2026.5.24.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패널 과잉 설치와 수급 불균형으로 전력 9% 낭비
태양광 패널의 주요 시장은 항상 중국이었는데, 최근 몇년 간 패널 설치 속도가 너무 빨라, 생산된 전기를 모두 흡수할 수 있는 전력망의 능력(ability of the power grids)을 초과하고 있다. 중국 전역의 집 지붕들과 언덕, 사막은 짙은 회색의 실리콘(태양광 패널)으로 뒤덮이고 있다. 중국은 전에는 전력 공급을 필요에 따라 조절할 수 있는 석탄화력발전에 의존했다. 지금의 태양광 패널 발전은 낮에만 작동하기 때문에 밤에는 전력 부족 현상이 발생하고, 낮에는 과잉생산될 가능성이 있다. 그 결과 올해 1월과 2월에는 중국의 태양광발전 중에 약 9%가 낭비됐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낭비율 6%보다 늘어난 것이다.
이런 사정을 고려할 때 태양광발전 설비를 더 늘리기는 어렵다. 한 업계 단체는 올해 패널 설치량은 2025년에 비해 24%에서 43%까지 줄어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컨설팅회사 블룸버그NEF는 그 정도 감소로도, 올해는 20년 만에 처음으로 세계 태양광발전 패널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남는 태양광 발전량을 저장하거나 필요한 곳으로 장거리 전송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배터리와 송전선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이뤄져야 하고, 전체를 조율할 수 있는 유연한 시장 메커니즘을 만들어내야 한다. 이런 메커니즘의 부재로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체결해 놓은 석탄화력발전 수급 장기계약에 막혀 재생에너지 발전 비용이 더 싼 데도 불구하고 사용이 제한되고 있다.
태양광 패널과 마찬가지로 배터리도 생산량 증가로 가격이 크게 내려가고 있어서 개선의 여지가 있으나, 여기에는 시간이 걸린다. 따라서 내년에 태양광발전 설비량이 다시 늘어나기 시작하더라도 성장 속도는 예전보다 크게 더뎌질 것으로 예상된다.
2024년 9월 12일, 인도 구자라트주 파탄 지구에 위치한 구자라트 태양광 공원(차란카 태양광 공원이라고도 함)에서 한 남성이 오토바이를 탄 채 태양광 패널 주변을 지나가고 있다. 2024.9.12.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세계 수요를 초과하는 중국의 패널 과잉공급
또 한 가지 난제, 태양광 기업들의 공급 과잉 문제도 심각하다. 폭발적인 투자 증대 덕에 중국 태양광발전 기업들은 연간 1000기가와트(GW) 용량 이상의 태양광 패널을 생산할 수 있게 됐다. 이는 2025년까지 전 세계에 설치될 예정인 600GW라는 엄청난 규모를 훨씬 능가한다. 블룸버그NEF의 제니 체이스는 지금 태양광발전 설비가 많지 않은 (수요 여지가 많은) 국가들이 이미 줄어들고 있다”며 중국 기업들의 패널 생산능력이 전 세계 시장이 감당할 수 있는 최대 수요량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예측했다.
태양광 패널 제조업체들은 과잉생산을 완화하기 위해 ‘자율 규제’를 촉구해 왔다. 지난해에는 일부 업체들이 생산 할당량을 조정하고 패널 가격의 최저기준을 설정하려 했으나 쉽지 않았다. 합의가 이뤄진 지 불과 몇 주만에 한 업체가 합의를 어겨 공개적으로 비난을 받았으나, 지난 1월에는 업계가 담합을 할 수 있다며 관리들이 우려했다.
지방정부 전략 변화, 지원 줄이고 보조금 반환 요구
관리들은 중국의 다른 청정에너지산업들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는 과잉 생산을 줄이기 위해 노심초사하고 있다. 과거 중국 정부는 값싼 토지 제공부터 무이자 대출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태양광 제조업체들을 지원했으나, 지금은 이를 대폭 줄였다. 지난해 6월부터 신규 태양광발전 프로젝트는 그 이전엔 보장받았던 발전차액 지원제도(FTT) 혜택을 받지 못하고 시장가격으로 전력을 판매해야 한다.
지난 3월에 중국의 수출이 급증했던 주요 이유 가운데 하나는 기업들이 수출에 대한 세금 환급 혜택이 종료되는 4월 1일 이전에 선적을 서둘렀기 때문이다. 최근 몇 개월 간 일부 중국 지방정부는 태양광 기업들에 수백만 위안에 달하는 보조금을 반환하라고 요구하기 시작했다. 이는 실패하는 기업을 계속 지원하기보다 차라리 파산하는 쪽을 택하겠다는 의도를 지닌 지방정부들의 전략 변화로 읽힌다. 그 편이 비용을 줄이는데 더 유리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일 것이다.
2023년 6월 28일 네덜란드 겔더말센(Geldermalsen)의 태양광 패널 공원과 풍력 터빈. 2023.6.28.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중국 성공이 부른 역설, 중국산 수입 규제 강화
지정학적 요인에 따른 보호무역주의 강화는 값싼 중국산 태양광 패널이 거둔 대단한 성공이 불러일으킨 역설적 현상이다. 미국은 2022년부터 중국산 제품 수입에 엄격한 제한을 가하고 있고, 수입이 허용된 제품에도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일부 국가들은 전력 인프라에 사용되는 중국산 장비가 안보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지난 5월 유럽연합(EU)은 EU 자금 지원 프로젝트에서 태양광발전의 핵심 장비인 인버터의 중국산 공급업체를 단계적으로 퇴출시키겠다고 발표했다. 일부 중국 기업들은 이런 어려움을 회피하기 위해 생산시설을 해외로 이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025년 9월 8일, 미국 필라델피아 링컨 파이낸셜 필드 인근 태양광 패널이 설치된 주차장. 2025.9.8.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40여 기업 파산, 5대 태양광기업 직원 3분의 1 해고
이상의 난제들이 중국 태양광발전 산업의 전망을 어둡게 만들고 있다. 2024년 이후 이미 40개가 넘는 중국 태양광발전 기업들이 파산하거나 인수돼 상장이 폐지됐다. 중국 5대 태양광 기업의 직원 중에서 3분의 1이 해고됐다고 이코노미스트는 로이터통신 보도를 인용해 전했다.
하지만 아직 본격적인 구조조정은 시작되지 않았다고 시장조사기관 ‘S&P 글로벌’의 제시카 진은 말했다. 태양광 패널 가격은 최근 몇 달간 소폭 상승했으나, 여전히 평균 생산비용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세계 최대의 태양광 패널 생산업체인 롱기 그린에너지 테크놀로지, 세계 최대 고순도 폴리실리콘 및 태양전지 생산업체 통웨이, 한국에 지사를 두고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글로벌 태양광 모듈 제조업체 징고 솔라, 세계 최대 규모의 태양광 모듈 및 스마트 에너지 솔루션 제공업체 트리나 솔라의 주가는 모두 몇 년 전의 최고치 대비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중국 태양광발전 기업, 몇 개나 살아남을까?
중국의 태양광발전 산업이 활기를 되찾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고 있는 주요국들이 중국산 제품에 대한 무역 장벽을 없앤다면 분명 도움이 되겠지만, 지금 추세는 점점 더 그 반대 쪽으로 가고 있다.
태양광 패널 효율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는 기술의 상용화도 중국 태양광발전 산업에 새로운 활력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대부분의 태양전지는 입사광의 22~24%만 전기로 변환할 수 있다. 페로브스카이트(perovskite)라는 더욱 발전된 종류의 태양전지는 변환율을 30%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론적으로 생산비용도 더 싸다.
중국의 태양광발전 기업들 중에서 그런 기술 발전이 실현될 때까지 살아남을 기업이 몇 개나 되겠느냐는 것이 문제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썼다.한승동 에디터 sudohaan@mindl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