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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바로가기 : 가짜 영화로 이란에 억류된 외교관들 구해낸 멘데스

가짜 영화로 이란에 억류된 외교관들 구해낸 멘데스
[사회혁신]
화가 지망생이 스파이가 된 사연 1940년 11월 15일, 미국 네바다 주 유레카의 작은 광산 마을에서 사내아이가 태어났다. 그의 이름은 안토니오 조셉 멘데스(Antonio Joseph Mendez, 1940~2019). 어릴 적 꿈은 화가였다. 콜로라도 대학에서 미술을 공부한 청년이 어쩌다 정보기관 요원이 됐을까? 답은 단순하다, 구인광고. 1965년,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그래픽 전문가 구함 이라는 눈에 띄지 않는 광고를 냈고, 멘데스는 별 생각 없이 지원했다. 설마 이 구인광고 하나가 냉전의 역사를 바꾸리라고는 본인도 몰랐을 것이다. 이후 25년간 멘데스는 CIA 기술작전국에서 이른바 위장의 달인 으로 불리며 활약했다. 그의 특기는 사람을 다른 사람으로 바꾸는 것, 가짜 서류, 가짜 신분, 가짜 얼굴. 마술사에게서 눈속임을 배우고, 텔레비전 드라마 미션 임파서블 의 특수 분장 기법을 현장에 응용하고, 용수철 장치로 작동하는 인형을 자동차 좌석에 앉혀 미행을 따돌리는 장치까지 만들었다. 그의 작업실은 스파이 소설 작가의 상상력을 가볍게 뛰어넘었다.   지미 카터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억류됐던 미국 대사관 직원들의 구출을 위한 아르고 작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안토니오 J. 멘데스 미중앙정보국(CIA) 요원에게 축하와 감사를 표하고 있다.(위키피디아) 역사상 가장 황당한 탈출 작전 그러나 멘데스의 이름을 역사에 새긴 것은 1979~1980년에 벌어진 사건이었다. 1979년 11월 4일, 이란의 이슬람혁명을 등에 업은 급진학생들이 테헤란의 미국대사관을 점거하고 미국인 66명을 인질로 잡았다. 444일에 걸친 이 인질위기는 지미 카터(Jimmy Carter, 1924~2024) 대통령의 임기를 산산조각 냈고, 세계 외교지형을 뒤흔들었다. 그런데 이 혼란 속에서 여섯 명의 미국외교관이 대사관 점거현장에서 탈출해 캐나다 대사 켄 테일러(Ken Taylor, 1934~2015)와 외교관 존 시어다운(John Sheardown, 1928~2012)의 관저에 숨어들었다. 이란당국도, 미국정부도 까맣게 모르는 일이었다. 그렇게 79일이 흘렀다. CIA는 이 여섯 명을 이란 땅에서 빼내야 했다. 무력투입은 불가능했고, 외교적 해결은 요원했다. 이때 멘데스가 내놓은 아이디어는 가히 전설적이다. 영화를 한 편 찍읍시다. 가짜 영화를. 실제로 찍지 않을 영화를. 멘데스는 오스카 수상 특수분장사 존 체임버스(John Chambers, 1922~2001), 혹성탈출 의 원숭이 분장을 만든 인물과 손잡고 로스앤젤레스에 스튜디오 식스 프로덕션 이라는 유령 제작사를 차렸다. 사무실을 얻고, 명함을 만들고, 공상과학영화 아르고(Argo) 의 홍보물까지 제작했다. 할리우드 전문지 버라이어티에 광고도 냈다. 멘데스 자신은 아일랜드 출신 영화감독으로 신분을 위장했다. 1980년 1월 27일, 멘데스는 단 이틀의 일정으로 테헤란에 입성했다. 숨어있던 여섯 외교관에게 캐나다여권과 새 신분을 쥐여 주고, 이틀 동안 각자의 역할을 맹훈련시켰다. 당신은 카메라 감독이오. 당신은 미술 담당이오. 1980년 1월 28일 새벽, 일행 여덟 명은 테헤란 공항에서 스위스항공 편을 탔다. 이란 보안 요원들이 서류를 훑어봤다. 잠시 긴장이 흘렀다. 그리고 비행기는 이륙했다. 작전명: 캐나다 의 속임수(Canadian Caper).   안토니오 조셉 멘데스(Tony Mendez, 78, Dies; C.I.A. Officer Celebrated in the Film ‘Argo’ - The New York Times) 17년간 봉인된 진실 이 작전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1997년이었다. 무려 17년 동안 비밀로 묶여 있었다. 멘데스는 1980년에 용감한 작전으로 정보의 별(Intelligence Star) 훈장을 받았지만, 수훈 이유를 입 밖에 낼 수 없었다. 파티에서 누가 무슨 일 하세요? 물으면 뭐라고 답했을까? 상상만 해도 민망하다. 1997년 기밀해제 이후 그의 이야기는 책이 됐고, 2012년에는 벤 애플렉(Ben Affleck, 1972~ ) 감독·주연의 영화 아르고 로 만들어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포함해 세 개 부문을 수상했다. 영화는 물론 상당부분 극적으로 각색됐다. 실제 공항 탈출은 영화처럼 이란 추격대가 활주로를 질주하는 장면 따위는 없었다고 멘데스 본인이 밝혔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할리우드는 할리우드다. 멘데스는 2019년 1월 19일, 파킨슨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78.   멘데스.(Antonio Joseph Tony” Mendez (1940-2019) - Find a Grave Memorial) 영웅에 가려진 영웅들 공정하게 말하자면, 아르고 작전의 진짜 주역을 단 한 명으로 압축하는 것은 역사왜곡에 가깝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 자신도 진짜 영웅은 켄 테일러 라고 2013년에 공개발언했다. 테일러는 정체도 모르는 미국외교관들을 79일간 자기 집에 숨겼다. 발각되면 이란당국에 체포될 각오를 한 채로. 영화가 미국의 관점에서 CIA의 활약을 부각시키자 캐나다 국민은 격분했고, 우리 대사님은 어디 갔나! 라는 항의가 빗발쳤다. 역사는 이렇게 카메라가 어디를 향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주이란 캐나다 대사 켄 테일러.(위키피디아) 한국사회에 던지는 질문 멘데스의 이야기는 한국 현실에 낯설지 않다. 2024년 12월 3일 밤, 윤석열(1960~ )은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6시간 만에 국회에서 해제됐지만, 그 6시간은 대한민국 헌정질서가 얼마나 허술한 울타리 위에 서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총과 군화로 민주주의를 제압하려던 시도가 실패한 것은, 멘데스의 표현을 빌리자면, 적이 예측하지 못한 방식으로 대응 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들과 시민들이 맨몸으로 국회 담장을 넘었고, 군인들은 총을 쏘지 않았다. 멘데스가 이란에서 보여 준 것은 단순한 기지(機智)가 아니었다. 폭력과 공포가 판치는 상황에서 거짓말로 진실을 지키는 역설의 기술이었다. 가짜 영화사로 진짜 사람을 살렸다. 그 역설은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민주주의를 지키는 방법은 반드시 정면 돌파일 필요가 없다. 때로는 우회로가 본도(本道)다. 또 하나의 교훈은 기록의 힘 이다. 멘데스의 작전은 17년간 비밀이었지만 결국 세상에 알려졌다. 한국의 반헌법행위자들도 마찬가지다. 지금 당장 법의 심판을 피한다 해도, 기록은 남는다. 문서는 썩지 않는다. 역사의 법정에는 공소시효가 없다. 그리고 그 법정의 방청석에는 우리가 앉아 있다. 안토니오 조셉 멘데스(1940~2019). 화가 지망생이었던 그가 인류에게 남긴 작품은 캔버스가 아니라, 살아 돌아온 여섯 명의 목숨이었다.   멘데스.(Tony Mendez: The CIA’s Master of Disguises - POLITICO)  김성수 시민기자 wadans@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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