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인권·반교육으로 막 나가는 서울시의회 [교육] 강민정 전 국회의원
‘인권과 같은 주제를 다룰 때는 중립적인 것이 오히려 나쁠 수 있다.’
영국 민주시민교육 지침인 「크릭 보고서」 일부다. 인권 문제는 찬반토론의 문제일 수 없다는 점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국민의힘이 다수를 장악하고 있는 서울시의회가 최근 아동·청소년 인권을 침해하는 중요한 두 가지 조치를 강행했다.
학생인권조례 부관참시한 처참한 인권 인식
서울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한 것이 그 첫 번째다. 서울학생인권조례는 2012년 9만 7702명 서울시민에 의해 주민발의 형태로 제정되었다. 그런데 12년 만인 작년 국민의힘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서울시의회에서 폐지조례가 통과되었다. 서울시교육청이 즉각 대법원에 제소해 조례폐지 타당성을 다투게 되면서 아직 학생인권조례의 법적 효력이 유지되고 있던 상태였다.
지난해 6월 25일 오후 서울특별시의회에서 열린 제324회 서울시의회 정례회 본회의에서 서울특별시 학생인권 조례 폐지조례안 재의의 건 이 가결되고 있다. 2024.6.25. 연합뉴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 시의원들은 의원발의 조례가 아니라 4만 4856명이 서명한 주민발의 학생인권조례 폐지조례를 또다시 통과시켰다. 부관참시도 이런 부관참시가 없다.
인류 역사는 지난한 투쟁과 희생의 결과 이루어진 인권 확장의 시간이었다. 모두가 동의하고 교육기본법이 명령한 ‘인격과 민주시민 자질을 갖추게 하는 교육’도 각자의 인권을 보장받고, 타인의 인권을 존중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자존감’이 인권보장 없이 어떻게 가능한가.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한 국민의힘 서울시의회 의원들은 교육에서 요구되는 이 대전제를 파괴한 반인권·반교육 세력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인권을 선택적 문제로 인식하고, 인권을 폐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시의회 의원들의 처참한 인식에 분노한다.
이들 의식 기저에는 재산 유무에 따라 투표권을 주거나 주지 않을 수 있다는 200년 전 생각이 깔려있다. 학생이라는 이유로 인권보장이 유보되어도 된다는 이들 식 생각이라면, 극단적으로는 시의회 의원이라는 이유로 인권을 제한하거나 유보해야 한다는 논리도 얼마든지 가능한 것 아닌가.
교육으로 받는 고통, 무엇으로 보상해 줄 수 있나
국힘 주도 서울시의회가 ‘학원교습시간 밤 12시까지 연장 조례’를 발의한 것이 서울시의회의 반인권·반교육의 두 번째 폭거다. 이미 잘 시간, 놀 시간, 쉴 시간을 빼앗기고 심각한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는 것이 현재 대한민국 아동·청소년 현실이다.
2019년 아이들이 직접 작성해 유엔 아동권리위원회에 제출한 대한민국 아동보고서, 2020년 국회 교육상임위 국정감사에서 한국 교육 12년을 경험한 고3학생 발언에 서울시의회 의원 뿐 아니라 대한민국 어른들 모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우리는 교육으로 고통 받고 있어요.”
어른들은 ‘주52시간제’를 통해 노동시간을 법으로 제한했지만, 저희의 ‘쉴 권리’는 무엇으로 보장받나요?”
이런 아이들의 절규에 귀 막고 더 긴 학습노동 시간을 강제하려는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의원들은 서울시민을 대표하는 자리에 있을 자격이 없다.
2일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앞에서 학생인권 후퇴 저지 긴급행동이 연 학생인권조례 폐지 반대 청소년 농성장 철거 규탄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중구청의 강제 철거가 위법한 공무집행이라고 주장하며 이를 규탄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2025.12.2. 연합뉴스
더구나 AI가 빛의 속도로 진화하고 있다. 우리 아이들은 어른들이 살아온 세상과 전혀 다른 세상을 살아갈 수밖에 없다. AI와 함께 살아갈 우리 아이들에게는 더 많이 읽고, 토론하고, 공감하고, 표현하며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기르는 교육이 정말 중요해지고 있다.
학원 문제풀이 대신 인문학적 소양을 기르고 다양한 문화예술을 접하며, 창의적이고 주체적인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충분히 주어져야 한다.
이런 시대적 변화를 읽고, 새로운 교육을 지원하는 대신 사교육 강화에 힘을 싣는 조례나 발의하는 시의원들은 교육 발전에도, 사회 발전에도 걸림돌이 될 뿐이다.
사교육업자들 이해 대변하는 행태, 부끄럽지 않나
학원교습시간 밤 12시까지 연장 조례를 발의한 국민의힘 시의원은 발의 전 사교육업자와 소통하고, 이들이 주도하는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의 행태가 드러나면서 아동·청소년이 아니라 사교육업자 이해를 대변한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아이들이 묻는다. 서울시의회 의원들에게 밤 12시까지 근무할 것을 강제하면 좋겠냐고. 너무도 부끄러운 일이다.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고, 사교육비 30조 시대에 학원교습시간 연장으로 아이들 인권을 침해하고 퇴행적 교육에 앞장서는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의원들은 곧 다가올 지방선거에서 서울시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서울시의회는 학생인권조례를 되살리고, 학원교습시간 연장조례를 철회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