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키디데스 함정 피하려면 미군 철수 검토해야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결국 트럼프가 이란을 공습했고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엄청난 사건이 시시각각으로 터지고 있다. 그리고 지난 2월 18일 밤, 서해 상공에서는 또 하나의 긴장이 스쳐 지나갔다. 미군 정찰기가 한반도 서해안 상공에서 임무를 수행하던 중 중국 전투기의 근접 위협을 받은 것이다. 이 사건은 단발성 해프닝이 아니다. 최근 수년간 같은 해역에서 같은 패턴의 위기가 반복되고 있다. 이 장면들은 고대 그리스 역사가 투키디데스가 기록한 어떤 원리를 떠오르게 한다.
투키디데스 함정, 그리고 주한미군이라는 인계철선
고대 그리스 역사가 투키디데스는 아테네와 스파르타간 전쟁을 정체를 다음과 밝히면서 교훈을 남겼다. 전쟁이 필연적이었던 것은 신흥세력 아테네가 부상하면서 그에 따라 기존 강국 스파르타에 스며든 두려움 때문이었다.
이 교훈을 중시한 하버드대 그레이엄 엘리슨 교수는 최근의 저서 『예정된 전쟁(Destined for War)』에서 지난 500년간 신흥 강국과 기존 강국의 관계를 분석했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16개의 사례 중 12번은 실제 전쟁으로 이어졌고, 단 4번만 평화적 권력 전환에 성공했다. 특히 충돌은 본토가 아니라 제3지역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았으며, 한반도는 그 조건에 정확히 부합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한반도 안보 논의에서 가장 흔히 등장하는 말은 미군이 없으면 한국은 불안하다 는 주장이다. 그러나 재래식 전력과 핵 억지의 현실, 그리고 미국의 기술안보 이해관계와 동아시아 군사 전략을 직시하면, 이 주장은 허구에 가까운 측면이 있다. 오히려 주한미군의 존재 자체가 한국을 미·중 충돌의 자동 전장으로 만드는 구조적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23일(현지시간) 공개한 국방전략(NDS)은 북한 재래식 전력에 의한 위협을 가능한 한 한국이 책임져야 한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미국의 새 국방전력에 따라 주한미군 태세와 운용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26일 경기도 평택시 주한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의 모습. 2026.1.26. 연합뉴스
보이지 않는 위협 ㅡ 미군 기지의 생물학적 위험
미군 주둔의 위험을 논할 때 흔히 간과되는 차원이 있다. 바로 생물학적 위험이다. 이미 2015년, 주한미군 오산기지에 살아있는 탄저균이 무단 반입된 사실이 공식 확인되며 충격을 준 바 있다. 이후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2017년과 2018년에도 생물학적 시료의 추가 반입 사실이 드러났다. 미군 측은 불활성화된 단백질 이라고 해명했지만, 전문가들은 극소량으로 분산 반입된 방식이 생물학적 효능 검증을 위한 실험의 정황과 일치한다고 지적한다.
더욱 주목해야 할 것은 미군이 JUPITR(주피터) 프로그램 등을 통해 생물학적 위협에 대한 조기경보체계를 한반도 전역으로 확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이 방어 목적의 감시체계라 하더라도, 그 기반에는 생물학적 작용제의 연구와 탐지 역량이 집적되어 있다. 문제는 전시 상황이다. 미·중 충돌이 현실화되어 한반도의 미군 기지가 공격 대상이 된다면, 기지에 집적된 생물학적 물질의 유출과 확산은 재래식 폭격 피해를 훨씬 능가하는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 생물학적 작용제는 한번 유출되면 통제 범위를 벗어나며, 한국 민간인이 가장 먼저, 가장 광범위하게 피해를 입게 된다.
주한미군 기지는 단순한 군사 시설이 아니다. 평시에는 사고 위험을, 전시에는 생물학적 재앙의 진원지가 될 가능성을 내포한 구조물이다. 이 차원의 위험은 미군이 있어야 안전하다 는 주장이 외면하는 불편한 현실이다.
재래식 전력은 이미 한국이 북한을 압도한다
한국군은 이미 북한군을 압도하는 수준의 재래식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첨단 전투기와 이지스 구축함, 정밀타격 능력, 정보·통신 체계는 북한의 노후 장비와 비교할 수 없다. 북한은 병력 수와 포병에서 일정한 위협을 유지하지만, 질적 격차는 메울 수 없다. 수도권이 장사정포 사거리 안에 있다는 지리적 취약성은 실재하지만, 이것은 미군 지상군 주둔으로 해소되는 문제가 아니다. 정밀 타격과 선제 무력화 능력으로 대응해야 할 군사적 과제다. 따라서 재래식 전쟁에서 한국군이 미군 없이 버틸 수 없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핵우산, 상징은 크지만 신뢰는 불확실하다
문제는 북한의 핵무기다. 미국은 동맹국에 핵우산을 제공한다고 약속하지만, 실제로 본토가 핵 공격 위험에 노출될 상황에서 미국이 한국을 위해 핵 보복을 실행할지는 불확실하다. 냉전 시기 유럽 동맹국들이 미국이 파리를 지키기 위해 뉴욕을 희생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던졌던 것처럼, 한국 역시 같은 딜레마에 놓여 있다. 핵우산은 정치적 상징으로는 크지만, 실질적 보호책으로서의 신뢰성은 본질적으로 제한적이다. 주한미군 수만 명의 존재가 이 근본적 불확실성을 해소해 주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한국이 직접 핵을 보유하는 것은 이미 26기의 핵지뢰와 같은 핵발전소 때문에 전력으로서의 가치가 없다.
제76주년 국군의날 시가행진에 참가한 지대지미사일 현무 2024. 10. 1 연합뉴스
미국은 군대 없이도 한국을 지킬 이유가 있고 능력도 있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 하나를 짚어야 한다. 미국의 대한(對韓) 개입 동기는 주한미군 주둔 여부와 별개로 존재한다는 점이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조선·해군함정 기술과 배터리 산업은 미국의 기술패권 전략과 직결된다. 한국이 적대 세력의 손에 넘어간다는 것은 미국에게 단순한 동맹 상실이 아니라 핵심 기술 공급망의 붕괴를 의미한다. 미국은 한반도에 군대를 주둔시키지 않더라도 한국 방어에 개입할 압도적인 전략적 유인을 갖고 있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개입 의지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이해관계를 군사적으로 표현한 형식에 가깝다.
주한미군이 없으면 억지력에 공백이 생긴다는 주장도 재검토가 필요하다. 일본은 주일미군 기지를 전략적 자산으로 적극 환영하고 있으며, 오키나와·요코스카·이와쿠니 등의 기지망은 한반도 유사시 신속 대응의 발판으로 충분히 기능한다. 괌을 포함한 인도태평양 전력망의 B-52 전략폭격기, 핵 추진 잠수함, 이지스 전투함은 한반도에 미군이 상주하지 않아도 강력한 장거리 억지 효과를 발휘한다. 핵과 미사일을 포함한 장거리 무력은 지리적 거리를 초월하여 전쟁 억지 능력을 유지할 수 있다.
전략적 자율성, 이제 선택이 아닌 과제다
무엇보다 주한미군은 군사 전략적으로 인계철선(tripwire) 역할을 한다. 유사시 미군이 자동으로 전쟁에 끌려 들어오게 만드는 정치적 장치다. 이것이 미국의 개입 의지를 강제하는 측면에서는 동맹 관리의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의 입장에서는 미·중 간의 어떤 군사적 마찰도 즉각 한반도를 전장으로 만들 수 있는 구조다. 한국은 좁은 국토에 이미 수많은 원전 그리고 송전망이 자리잡고 있는 초고밀 초위험 사회다. 산불만 나도 전력계통에 패닉이 올까 노심초사하는 나라다. 2월 18일 밤 서해 상공의 긴장이 낳을지도 모르는 작은 불꽃이 언제고 국가적 위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미군 철수는 단순히 안보 부담 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을 미·중 충돌의 직접적 전장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는 전략적 선택이다. 한국군은 재래식 전력에서 북한을 압도하고 있다. 미국은 기술안보 이해관계로 인해 주한미군 여부와 무관하게 한국 방어에 관여할 강력한 동기를 갖는다. 일본 기지를 포함한 장거리 억지력은 충분히 유지된다. 그렇다면 한국이 미·중 충돌의 자동 연루 구조에 묶여 있을 전략적 이유는 없다.
물론 미군 철수가 곧 고립이나 방기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한미 동맹의 틀을 유지하면서도 지상군 주둔의 형태와 규모를 재설계하는 방식, 즉 또 다른 의미의 전략적 유연성 의 확보가 핵심이다.
엘리슨 교수의 분석에서 전쟁을 피한 4가지 성공 사례의 공통점은 세력 균형의 명확성과 유연한 외교였다.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구조 자체를 벗어나는 것, 그것이 투키디데스 함정에서 살아남는 길이다.
한국 안보의 진정한 위협은 미군 철수로 인한 공백이 아니라, 핵 억지의 불확실성과 미·중 충돌의 전장으로 전락할 위험이다. 이제 미군 철수를, 동맹의 약화가 아닌 한국이 스스로의 전략적 운명을 설계하는 출발점으로 진지하게 논의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