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재난이 키운 미국 경제…GDP 성장의 3분의 1이 ‘복구 지출’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재난 복구 지출이 경제 성장의 핵심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22일(현지시각)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분의 약 36%가 재난 복구 및 대비 지출에서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기후재난이 빈발하면서 복구산업이 인프라, 데이터, 금융 전반을 연결하는 구조적 시장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재난 지출, GDP 성장의 3분의 1 차지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분석에 따르면 2000년 이후 미국 경제는 29조달러(약 4경1600조원) 규모로 성장했으며, 이 가운데 7조7000억달러(약 1경1000조원)가 재난 복구와 대비 지출에서 비롯됐다. 지난해 기준 미국의 연간 재난 관련 지출은 1조달러(약 1400조원) 수준으로, 1990년대 평균의 12배를 웃돌았다.
이는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 발생 빈도와 강도가 동시에 높아진 결과다. 실제로 2024년 9월 허리케인 ‘헬렌’이 노스캐롤라이나를 강타한 뒤 주정부는 복구 비용을 596억달러(약 83조원)로 추산했으며, 연방·주 정부는 약 57억달러(약 8조원)의 긴급 자금을 투입한 바 있다.
블룸버그는 미국이 이제 항상 어떤 형태로든 복구 비용을 지출하고 있으며, 이러한 지출이 경제 성장의 지속적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형성된 것이 블룸버그가 ‘재난산업 복합체(Disaster Industrial Complex)’라 부른 복구경제 생태계다. 전력망, 통신, 수처리, 폐기물 처리, 엔지니어링, 건자재 리테일까지 폭넓은 민간기업이 재난 복구와 예방의 전 단계에 관여하고 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가 복구 관련 상장사 100여 곳을 선별해 만든 ‘Prepare & Repair Index’는 2015년 이후 S&P500을 평균 6.5%포인트 웃돌았다. 듀크 에너지, 다이컴 인더스트리, 테트라테크, 홈디포, 로우스 등이 대표 기업으로 꼽힌다.
연방 지원 축소, 민간 중심 복구 체계로 이동
이 같은 민간 중심의 복구 구조는 정책 변화와 맞물려 있다. 이미 지난 6월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허리케인 시즌 이후 연방재난관리청(FEMA)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겠다”고 밝힌 이후, FEMA는 재난 예방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복구 책임을 지방정부와 민간에 이양하는 조치를 시행했다.
그 결과 연방 보조금은 급감했고, 지방정부는 채권 발행과 세입 확대를 통해, 기업은 자체 복구 투자와 보험을 통해 공백을 메우고 있다.
블룸버그는 복구 산업이 연방 중심의 예산 구조에서 벗어나 시장 기반의 산업 생태계로 이동하고 있으며, 일회성 재정 지출이 아니라 상시적 복구 인프라 투자가 경제 구조의 일부로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구조 변화는 전력·건설 등 전통 인프라 산업은 물론 데이터 관리와 정보보호 등 디지털 복구 분야의 성장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디지털 복구 시장 급성장…DRaaS가 핵심 축
실제로 기후재난이 상시화되면서 기업들은 데이터 회복력(Resilience) 확보를 핵심 과제로 삼고 있다. 대부분의 핵심 정보가 디지털화되면서 물리적 인프라 복구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레이츠 리서치는 전 세계 재해복구 솔루션 시장 규모가 2024년 75억9000만달러(약 10조6000억원)에서 2033년 549억4000만달러(약 76조9000억원)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연평균 성장률은 24.6%로, 사이버공격과 자연재해의 동시 증가가 주요 요인으로 꼽혔다. 특히 클라우드 기반의 서비스형 재해복구(DRaaS)가 시장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프리시던스 리서치 또한 DRaaS 시장이 2025년 224억달러(약 32조원)에서 2034년 1957억달러(약 281조원)로 9배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금융(BFSI)과 정보통신(IT) 부문이 최대 수요처이며, 북미가 시장을 주도하고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분석됐다.
글로벌 재난 복구 시장 성장 전망 / 프리시던스 리서치
블룸버그는 극단적 기상이변이 노동시장, 공급망, 보험, 물가 전반에 구조적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복구산업이 이를 떠받치는 형태로 경제 구조가 변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스트레이츠 리서치는 데이터 보호와 재난 대응 역량이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직접적으로 연결되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