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스라엘의 이란 침공 최대 패배자는 트럼프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4월 1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버지니아 주 샬러츠빌로 가기 위해 메릴랜드 주 앤드류스 공군기지에서 에어포스 원에 탑승하기 전 기자들을 향해 걸어가며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6.4.10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는 (미국-이란)전쟁의 최대 패배자(biggest loser)다”
이코노미스트의 4월 9일 기사 제목이다. 지금의 휴전이 미국-이란 전쟁의 종결을 의미한다면, 최대의 패배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 이유는 그가 미국인 다수의 반대뿐만 아니라 세계 대다수 나라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강행했던 전쟁의 목적, 즉 이란 침공을 통해 그가 이루려 했던 목표 달성에 실패했고, 이번 전쟁을 통해 보여 주려고 했던 미국이 힘을 행사하는 새로운 방식”에 대한 그의 비전이 얼마나 천박한 것(shallowness)인지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미국도 이란도 전쟁 재개를 바라지 않아
기사는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 등으로 휴전은 아직 위태로워 보이지만, 전쟁이 재개되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제는 전쟁을 시작한 것이 얼마나 무모한 것이었는지 깨달았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 이유고, 이란 역시 전쟁을 계속하면 국가 통치가 어려울 정도로 전력망과 교통망 등이 파괴될 처지에 놓여 있는 데다, 미국이 곤경에 처해 휴전을 바라는 지금 상황을 장기간의 제재를 풀 수 있는 호기로 삼으려 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축 늘어지고 구겨진 임무 수행 완수 플래카드를 가리키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묘사한 이미지 그림. 이코노미스트 4월 9일.
이란정권 붕괴, 친미정권 수립, 핵 폐기 모두 실패
트럼프는 이번 전쟁으로 아야툴라 알리 하메네이 신정체제를 무너뜨리고, 중동지역 전체의 지정학을 미국 패권이 지배하는 친미주의적 색깔로 바꿔 놓으려 했다. 바로 전인 지난 1월에 전격 감행한 미국의 베네수엘라 침공이 ‘성공’을 거둔 직후여서, 트럼프는 목표 달성을 낙관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란이 약해진 지금이 반미 이란정권을 무너뜨려 친미 정권으로 바꿔 놓을 수 있는 적기라는 베냐민 네타나후 이스라엘 총리의 설득도 그것을 부채질했을 것이다.
그는 그 성공을 통해 바닥을 기는 자신에 대한 지지율을 끌어올려 트럼프 2기 정권의 성패, 그리고 그 자신의 명운이 걸린 11월 중간선거를 유리하게 끌고가려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란 침공 40일이 지난 지금까지의 상황은 그런 그의 기대를 완전히 저버리는 쪽으로 귀결되고 있다. 2월 28일 선전포고도 없이 국제법적으로도 정당성이 없는 기습 폭격으로 시작한 전쟁 초기에 알리 하메네이를 비롯한 이란 신정체제 우두머리 집단의 상당수를 폭사시킴으로써 신정체제 붕괴 목표는 쉽게 달성되는 듯했다. 하지만 혁명수비대가 떠받치는 이란 정권체제는 무너지지 않았고, 하메네이의 차남 모즈타바 하메네이를 후계자로 추대한 이란 정권은 미국이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조직적인 반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기습공격과 함께 트럼프가 공개적으로 선동했던 이란 반정부세력의 봉기마저 일부 저항시민들의 하메네이 암살 축하 시위가 벌어지긴 했으나, 불발로 끝났다. 본격적인 대중봉기도 없었고, 베네수엘라의 델시 로드리게스 임시대통령 체제처럼 미국에 유화적인 정권 내부 온건파로의 권력교체도 일어나지 않았다. 경제 실패와 억압적인 신정체제의 잔혹한 반정부 시위 진압 등에 따른 내부 분열로 재차 대중봉기가 일어나고 이란 정권이 무너질 수도 있었으나, 미국 이스라엘의 무자비한 공격이 오히려 그 가능성을 막아 버렸다는 전문가들 지적도 있었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 반군 지지자들이 4월 10일 예멘 수도 사나에서 이란과 레바논에 대한 연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파키스탄은 4월 10일 수도에서 이란과 미국 대표단을 초청해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으로 이번 주 임시 휴전이 위협받으면서 테헤란의 참여 여부는 불확실한 상태다. 2026.4.10. AFP 연합뉴스
이란이 좌절시킨 미국의 신제국주의 부활의 꿈
베네수엘라 침공에서 보듯 트럼프 정권은 이란을 침공할 때, 스티븐 사이먼 다트머스대 데이비드슨 국제안보연구소 객원 연구원이 지적했듯이 점령(occupation)보다는 참수(decapitation), 영토 장악(taking ground)보다는 폭격(bombing ground)”(이코노미스트 2월 28일) 전략을 구사했다. 이는 지상군을 투입하지 않고 공습(폭격)을 통해 이란 신정체제 우두머리를 제거한 뒤 친미적이거나 미국에 유화적인 세력으로 정권을 교체해, 그들을 통해 이란을 간접통치하겠다는 전략이었다.
이것이 바로 미국이 힘을 행사하는 새로운 방식”일 것이다. 이 전략은 베네수엘라에서는 보기좋게 성공했다. 만일 이란에서마저 그런 식의 정권교체와 간접통치 전략이 성공했다면, 트럼프는 미국 안팎의 큰 반대 없이 그런 식의 정권교체, 즉 미국 말을 듣지 않는 웬만한 나라들을 그런 식으로 침공해 굴복시켜가는 것을 팍스 아메리카나의 새로운 패권전략으로 확립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21세기판 신제국주의의 부활이 트럼프의 눈앞에 다가와 있는 듯 보였다.
그러나 그 장대한 꿈은 그와 그의 측근들이 예상하지 못한 이란의 강고한 저항으로 시작하자마자 좌절당했다.
지난해 6월의 ‘12일 전쟁’을 통해 이란의 방공망 등 군사적 방어체제를 최대한 약화시켜 놓았기 때문에 저항은 미약할 것이라 확신했을 것이다. 2025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하메네이 신정체제를 위기로 몰아넣은 대규모 반체제 시위가 벌어져 최대 수만 명의 시민들이 진압과정에서 목숨을 잃은 가운데 민심 이반 조짐까지 나타났다. 이란이 지원해 온 하마스, 헤즈볼라, 후티 반군 등 이른바 ‘저항의 축’들도 가자 침공 이후 지속해 온 이스라엘의 공습과 요인 암살로 거의 와해 상태인 것처럼 보였다.
그리하여 명분도 승전 조건도 모두 갖춰진 상태에서, 단기간의 공격으로 얻게 될 화려한 승리가 11월 중간선거에서 그를 구원해 줄 ‘한 방’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최대 경쟁상대 중국에 승리 헌납
하지만 결과는 트럼프의 그런 기대를 완전히 무너뜨렸다.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이 미군기지와 걸프 산유국들 석유시설들을 공격하고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하자 오히려 미국이 궁지에 몰리기 시작했다. 유가가 급등하고 세계경제가 요동치면서 미국 국내 휘발유값도 올라 인플레를 더욱 자극했다. 바닥을 기던 트럼프 지지율은 더 내려가고 대중들이 노 킹스”를 외치며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영국,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터키, 노르웨이 등 나토 동맹국들마저 미군의 기지사용이나 영공 통과 등을 반대하면서 미국의 전쟁협조 요청을 거부했다. 한국 일본 등 아시아 동맹국들도 호르무즈 함정 파견 요청을 외면했다.
동맹관계 약화, 파괴는 중국과 패권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에게 뼈아픈 자충수가 될 것이다. 트럼프에겐 전략이 없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 중의 하나다.
미국의 억지력에 기대고 있던 걸프 산유국들도 미군 기지 사용 허용, 미제 무기 대량구입 등을 통한 전통적 대미 의존적 안보전략이 오히려 안보를 해칠 수 있다는 것을 이번 전쟁을 통해 확인하면서 종래의 전략을 재검토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따라서 중동지역의 지정학이 오히려 미국에게 더 불리한 쪽으로 기울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이 이란 침공의 최대 명분으로 내세운 이란 핵 개발 저지에도 실패했다. 우라늄 60% 농축물질 440kg의 행방조차 알 수 없게 된 상태에서, 이번 미국의 침공을 핵무기를 조기에 개발하지 못한 탓이라고 판단할 이란의 핵 개발을 오히려 부추길 가능성이 커졌다. 그것은 이란뿐만 아니라 중동지역 전체, 나아가 유럽과 동아시아 등의 핵무기 개발, 강화 욕구를 도미노처럼 확산시킬 것이라는 관측을 낳고 있다.
중간선거에서도 트럼프와 공화당이 상하 양원 모두에서 다수당 지위를 잃게 될 것이 거의 확실해 보인다.
위대한 승리”를 외치는 트럼프 대통령의 ‘허세’는 앞으로도 계속되겠지만, 그는 실패했다. 그의 비전은 힘이 곧 정의라는 것이었지만, 그가 시작한 전쟁은 수십 년간 미국이 표방해 온 외교 정책을 모독했을 뿐만 아니라 자멸로 이어질 수도 있음을 보여주었다.”
전쟁은 미국의 군사력을 과대평가하기 쉽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미국의 공장들은 군수품 보급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 반면, 이란은 제한된 무기로 비대칭 전쟁을 치렀다. 지나친 힘의 과시(testosterone)는 살상력을 승리로 착각하는 잘못된 판단으로 이어진다. 전략 없는 압도적인 화력은 미국의 힘을 고갈시킬 것이다.”
트럼프의 패배, 아니 미국의 패배로 바뀌는 것은 중동지역 지정학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그의 창이 겨누고 있는 최종 표적 중국에 오히려 승리를 헌납한 트럼프의 패배는 한반도를 포함한 동아시아에도 연쇄반응을 일으켜 그 지정학을 바꿔 놓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