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그분 오보, 동아일보는 언제까지 침묵할 건가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대장동 민간업자 남욱 변호사가 16일 국회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서 열린 대장동·위례 개발비리 및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관련 의혹 사건에 대한 청문회에서 사건 수사 당시 정일권 검사가 가족사진을 보여주며 배를 가르는 수사를 할 수도 있다 고 발언한 것과 관련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남 변호사 왼쪽은 대장동 수사를 주도했던 정일권 검사. 2026.4.16. 연합뉴스
2022년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달궜던 대장동 개발 비리의 핵심이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라는 의혹을 불러 일으켰던 ‘그분’ 보도가 진실보도가 아니었다는 사실이, 최근 마무리된 국회의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 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에서 거듭 확인됐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4월 24일, 국정조사 결과를 근거로 첫 오보를 낸 동아일보와 이 보도에 ‘한국신문상’을 수여한 한국신문협회에 정정 보도·사과·수상 취소를 촉구했습니다. 오보가 명백하게 확인된 이상, 피해 당사자로서 지극히 정당한 요구입니다. 그러나 동아일보와 한국신문협회(회장 박장희 중앙일보 발행인)는 여태껏 아무런 시정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스스로 ‘자발적 입틀막’을 택한 셈입니다. 공교롭게도 해당 상을 수여할 당시 한국신문협회 회장은 임채청 동아일보 발행인이었습니다.
2021년 10월 9일 동아일보 1면 머릿기사. 2026.4.24. 시민언론 민들레
동아일보는 왜 대통령 시정 요구에 묵묵부답일까?
이처럼 중대한 오보에 대통령이 직접 나서 시정을 요구했는데도 그들이 묵묵부답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첫째, ‘시간 끌기’ 전략입니다. 새로운 뉴스가 쏟아지면 자연스럽게 주목도가 떨어질 것이라는 계산입니다. 실제로 최근에는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 추이, 6.3 지방선거 같은 대형 이슈가 잇따르면서 이 사안은 이미 뉴스의 중심에서 뒤로 밀려나고 있습니다.
둘째, 언론 권력의 오만입니다. 전임 대통령 윤석열은 후보 시절 임기 5년짜리 대통령이 뭐가 그리 대단하다고”라고 발언한 바 있습니다. 스스로 언론 권력의 정점에 있다고 과신하는 동아일보와 한국신문협회도 같은 논리로 버티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에게도 이러하니, 힘없는 보통시민을 대하는 언론의 태도가 얼마나 위압적일지는 새삼 말할 것도 없습니다.
셋째, 언론 자유에 대한 오해 또는 오독입니다. 한국 언론은 언론 자유를 권력의 압박에 굴하지 않고 자유롭게 보도할 권리로 보지 않고, 아무렇게나 보도하더라도 책임을 지지 않을 특권으로 착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책임 없는 무한 자유’에 길들여져 있는 것입니다. 이번 사안도 대통령이 언론에 부당하게 간섭하는 것으로 틀 짓기를 꾀할 소지가 다분합니다.
이보다 한 달여 앞서 이 대통령은 자신의 조폭 연루설을 처음 제기한 SBS의 ‘그것이 알고 싶다’에 대해서도 대법원의 무관 판결을 계기로 사과를 요구했습니다. 이 대통령이 ‘조폭 연루설’과 ‘대장동 그분’, 이 두 사안을 특정해 비판하는 데는 충분한 이유가 있습니다. 0.73%포인트(24만 7077표)의 박빙으로 승부가 갈린 20대 대선에서, 이 두 악의적 보도가 없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가능성이 작지 않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조폭 연루설 사건의 2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7부(이재권 부장판사)는 당시 이재명 후보가 근소한 차이로 낙선한 점에 비춰 대선에 끼친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라고 판시했습니다.
침묵하는 동아일보·한국신문협회와는 대조적으로, SBS는 회사 차원에서 방송 내용에 관해 사과했습니다. 하지만 노조는 이 대통령의 요구를 반민주적 언론 길들이기”라며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진실보도에 더욱 충실해야 할 SBS 노조의 적반하장 태도에 많은 시민과 언론인이 실망하고 분노하고 경악했습니다. 동아일보와 한국신문협회의 ‘무반응·무시 작전’은 SBS 노조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는 계산된 행위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진작 시정 작업에 착수했을 테니까요.
동아일보 홈페이지
오보도 자산으로 만드는 미국·일본 언론
대통령의 요구에도 꿈쩍하지 않는다고 해서 언론이 존경받고 신뢰받는 것은 아닙니다. 언론에 대한 존경과 신뢰는 스스로 오류를 인정하고 바로잡는 용기에서 나옵니다.
미국의 〈뉴욕타임스〉는 2003년 제이슨 블레어 기자의 무더기 기사 조작·표절 사건이 발각되자, 1면에 7000단어를 넘는 사과·자아비판 기사를 게재했습니다. 해당 기자를 해고하는 데 그치지 않고 편집국장을 포함한 경영진이 전격 사퇴했습니다. 또 ‘시걸 위원회’라는 보도 혁신 기구를 구성해 대대적인 자체 조사를 벌이고 독자의 시점에서 기사를 점검하는 ‘퍼블릭 에디터’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일본의 〈아사히신문〉은 1982년부터 1994년까지 요시다 세이지의 가짜 진술에 기초해 썼던 위안부 관련 기사로 인해 이 신문이 낸 모든 위안부 기사가 진위 논란에 휩싸이자, 사내에 특별팀을 구성해 대대적인 검증 작업을 벌였습니다. 그리고 2014년 8월 이틀에 걸쳐 위안부 보도 전체를 검증한 특집 기사를 내보내고, 이 중 허위 증언에 근거한 것으로 드러난 16건의 기사를 취소했습니다. 그래도 우익의 비판이 잦아들지 않았지만, 철저한 검증 작업을 했기에 요시다 증언 기사를 취소한다고 해서 위안부 문제의 본질인 강제성이 부정되는 건 아니다”라고 자신 있게 맞설 수 있었습니다.
두 사례는 오보에 대한 감수성과 책임감이 곧 그 신문의 신뢰와 권위에 직결된다는 걸 보여줍니다.
오보에도 반성 없는 한국 언론계
한국 언론의 윤리 불감증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2002년 중앙일보사 발행의 〈뉴스위크〉 한국판 임도경 편집장은 최규선 게이트 보도로 관훈클럽의 관훈언론상, 한국기자협회의 한국기자상 등 그해 나온 거의 모든 언론상을 휩쓸었습니다. 그리고 2006년 초 대법원에서 그 기사가 절도한 자료에 기초해 작성됐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하지만 상을 준 단체도, 그가 소속한 언론사와 당사자도 취재 과정과 수상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것처럼 지나갔습니다.
2020년 지면과 화면을 가득 메웠던 윤미향 관련 보도 사태 때는 진보·보수를 가리지 않고 거의 모든 언론 매체가 마녀사냥이라도 벌이듯 윤 씨에 대해 아니면 말고 식의 허위·과장 보도를 남발했습니다. 그중 많은 보도가 추후 언론중재위에서 정정과 반론 보도 게재 판정이 났지만, 어느 한 매체도 오보를 반성하거나 검증한 곳은 없었습니다. 2023년 5월 조선일보는 모처에서 제공받은 것으로 보이는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 영상을 활용해 건설노동자 양회동 씨가 윤석열 정권의 노동 탄압에 항의해 분신할 때, 현장에 있던 동료가 방조한 것처럼 보도했습니다. 이 보도와 관련한 수사가 아직 진행 중이지만, 해당 매체의 반성이나 자체 검증은 없습니다.
오태규 전 한겨레 논설실장
타인의 잘못에는 현미경을 들이대며 엄하게 단죄하는 언론이 자신의 오보와 윤리 위반에는 한없이 관대하고 ‘언론 자유’라는 방패 뒤로 숨어버린다면, 어디서 한국 언론의 신뢰를 논할 수 있겠습니까. 오보는 언론이 피하기 어려운 숙명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오보에 대한 책임 있는 대응은 피해서는 안 될 의무입니다.
이 대통령의 요구가 아니더라도 해당 언론사와 단체는 지금이라도 이 중대하고 명백한 오보에 진지하게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합니다. 이야말로 땅에 떨어진 신뢰를 회복하는 가장 빠른 길입니다. ‘대장동 그분’은 지금 다른 무엇보다 한국 언론의 자성과 교정 능력을 묻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