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플로매트 윤, 국내외 비판에도 계엄 정당화 충격적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한국이 여전히 혼란을 겪는 가운데, 국내외의 비판에도 계엄령을 정당화하는 윤석열(대통령)의 태도는 충격적이다."
북한 전문가인 이소자키 아츠히토 일본 게이오대 교수는 '남한의 혼란에 대한 북한 입장'이란 <더 디플로매트> 10일 자 기고에서 이렇게 비판했다.
이소자키 교수는 "우리는 37년 된 민주주의 체제(한국)의 한 대통령이 독선적으로 계엄령을 선포했다는 사실을 묵과할 수 없다"면서 "윤석열은 오직 지지자들과만 소통함으로써 자신의 태도가 보편적으로 참이고 타당하다고 잘못 인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이 특정 정보에 갇혀 편견이 강화되는 이른바 '반향실 현상에 빠져 있다는 게 그의 견해다.
11일 서울 광화문 동십자각 앞에서 윤석열 즉각퇴진 사회대개혁 비상행동, 6차 시민대행진이 열리고 있다. 2025.1.11 연합뉴스
"윤, 국내외 비판에도 계엄 정당화 충격적"
"37년 민주 한국…윤 계엄 선포 묵과 못해"
그러면서 지금의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를 받는 윤석열을 11년 전 당시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었던 고모부 장성택을 숙청하고 '예스맨들'로만 이뤄진 '이너 써클'에 갇혔던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비유했다. 그는 "이는 북한 정권 내에서 경직성 증가로 귀결됐다"고 했다.
기고에서 이소자키 교수는 특히 윤석열의 12‧3 불법 계엄 사태를 주시해온 평양 정권이 "놀랄 만큼 자제했다"라고 평가했다. 북한은 계엄 선포 이후 1주일 이상 침묵하다가 12월 11일에서야 노동신문을 통해 관련 소식을 전했다. 당시 노동신문은 "심각한 통치 위기, 탄핵 위기에 처한 윤석열 괴뢰가 불의에 비상계엄령을 선포하고 파쇼 독재의 총칼을 국민에게 서슴없이 내대는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나 온 괴뢰 한국 땅을 아비규환으로 만들어 놓았다"고 보도했다.
이소자키는 불법 계엄 이전에 남한의 '윤석열 퇴진' 시위 등을 연일 보도했던 것과는 달리, 계엄령 선포 이후 북한 매체 보도는 "진정됐다"라고 봤다. 특히 윤석열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이후에는 북한 매체의 관련 보도는 거의 없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필리핀, 싱가포르 국빈 방문 및 라오스 아세안 정상회의를 위해 출국하기 전 환송 나온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2024.10.6.연합뉴스
이소자키 "평양 정권 놀랄 만큼 자제"
"북, 특별한 논평 없이 사실 위주 전달"
그러다가 새해 들어 지난 3일에야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이 "괴뢰 한국에서 12.3 비상계엄사태 이후 사상 초유의 탄핵 사태가 연발하고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급되면서 국정이 마비되고 사회정치적 혼란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고 전했을 뿐이다.
그동안 관련 보도들은 북한 당국의 시각을 선명하게 드러내는 담화나 성명, 논평 등의 형식이 아니라 남한이나 외신 보도 등을 인용한 간접적이고 비교적 사실 전달 위주였다. 이소자키는 "특별한 논평 없이 북한의 정서를 반영하는 유일한 단어가 '괴뢰'였다"며 "보통 때 같으면 평양은 윤석열의 충격적인 행동을 혹독하게 비난했을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앞서 김정은 위원장은 작년 10월 2일 특수작전부대 훈련기지 방문 자리에서 전날 윤 대통령이 국군의날 기념사를 통해 "북한이 핵무기 사용을 기도한다면...그날이 바로 북한 정권 종말의 날"이라고 경고한 데 대해 직접 '윤석열 괴뢰'라고 지칭한 뒤 핵보유국 앞에서 압도적 군사 대응을 얘기했다는 이유로 "뭔가 온전치 못한 사람"이라고 극언을 퍼붓기도 했다.
이소자키 교수는 "북한이 남한의 내정에 개입을 시도하는 것처럼 인식되면 남한의 보수 세력 지원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그래서 (북한) 대중에게 공개되는 정보의 양을 제한하면서 현 상황을 북한이 조용히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풀이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일 설맞이공연에 참가한 재일조선학생소년예술단을 만나 기념사진을 찍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일 보도했다.2024.1.3 [연합뉴스]
"이웃국, 평양 차분한 대응 고맙게 여길 것"
김정은, 계엄 명분 위한 국지전 유도 무대응
그동안 윤석열 정권은 계엄령 선포의 명분을 만들고자 하나의 시나리오로 북한과의 국지전을 유도하기 위한 시도를 여러 차례 해왔지만, 북한이 호응하지 않으면서 실패로 끝났다.
다 알려진 사실이지만, 대표적인 사례로 △ 군사분계선(MDL) 일대 비행금지구역 설정한 9‧19 남북군사합의 1조3항 효력 정지(2023년 11월)와 대북 전단 살포 △ 작년 7월 휴전선 부근에서 K-9 자주포 등을 동원한 실탄 140발 발사 △ 작년 10월 당시 김용현 국방부 장관 지시로 평양에 무인기 3차례 침투 △ 계엄령 선포 1주 전 북한 오물 풍선에 대한 김용현의 원점 타격 지시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러나 사실상 북한의 '무대응'으로 국지전 계획은 불발됐다.
이소자키 교수는 "이웃 나라들은 아마도 평양이 분노를 자아내는(outrageous) 윤석열의 행동에 평소와 달리 차분하게 대응하는 것에 감사해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그는 "서울의 격변은 다양한 의견을 듣고 유연성을 확대하는 일의 중요성을 재확인하는 하나의 거울로 이바지해야 한다"며 "그것(서울의 격변)은 김정은 자신이 추구하는 장기적 안정성을 향해 나아갈 길을 제시할 것이다"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