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제쳐두고 트럼프 평화위 출범 …한국은?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설 도중 ‘평화위원회’ 로고를 배경으로 설립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글로벌 분쟁 해소를 위해 평화위원회(Board of Peace)를 공식 출범시켰다. 국제연합(UN)을 제치는 수단으로 자신의 입맛대로 국제기구를 새로 만들어 세운 것으로서 파장이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9개국이 참여한 가운데 한국과 일본 정부에도 참여 요청이 전달된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설을 계기로 자신의 뜻에 공감하는 각국 지도자들과 관료들을 병풍처럼 세워놓고 평화위원회 헌장 서명식을 가졌다. 그는 지난해 말 가자지구 전쟁 종식 및 전후 재건을 위한 평화위원회를 처음 제안했으나 이후 전 세계로 역할 확대를 시사해 유엔을 대체하려 한다는 우려를 낳았다.
초대 의장이 된 트럼프 대통령은 평화위원회는 역사상 가장 중요한 기구 중 하나가 될 가능성을 갖고 있다”며 가자지구에서 성공하면 다른 사안으로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유엔 대체를 부인하지도 않았다. 그는 평화위원회에 모두가 참여하고 싶어한다 고 덧붙였다.
타스 통신 등은 미국과 아르메니아, 아르헨티나, 아제르바이잔, 바레인, 불가리아, 헝가리, 인도네시아, 요르단, 카자흐스탄, 몽골, 모로코, 파키스탄, 파라과이,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튀르키예, 아랍에미리트(UAE), 우즈베키스탄 등 19개국과 코소보가 서명했다고 전했다. 프랑스,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 슬로베니아 다섯 나라는 거부 의사를 명확히 밝혔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을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평화위원회를 이용할 뜻을 대놓고 드러냈다. 평화위원회 설립 첫 해에 현금 10억 달러(약 1조 4600억 원) 이상 기부한 회원국은 ‘영구 상임이사국’ 자격을 얻는데 러시아는 일찌감치 이 돈을 내겠다는 뜻을 밝혔다. 단서가 붙긴 했다. 미국이 동결한 자산을 해제해 주면이 중 10억 달러를 지불하겠다는 것이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벨라루스, 아제르바이잔 등 옛 소련에 속했으며 지금도 러시아와 밀착하는 권위주의 국가들이 동참의 뜻을 밝혔다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아첨하려는 권위주의 국가만 기쁘게 됐다”고 꼬집었다.
전통의 우방들이 반대하거나 머뭇거리는 이유 중 하나는 트럼프 대통령의 막무가내식 행보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 뻔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미국 일간 뉴욕 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 동안 미국이 쥐락펴락했던 국제 체제를 허물고 자신을 중심으로 새 질서를 만들려 한다며 유엔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이라고 걱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초 유엔 산하 기구 31개, 비(非) 유엔 국제기구 35개 등 모두 66개 국제기구에서 탈퇴한다는 각서에 서명했다.
한국과 일본도 평화위원회 참여를 요청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언론은 이재명 정부가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과연 그렇게 해야 할까? 지난해 11월 경주 APEC 정상회담 때 신라금관을 본뜬 왕관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증정하는 모습을 진보 진영은 착잡하게 지켜봐야 했다. 또 다시 이런 민망한 모습을 지켜봐야 할까? 이 기구에 참여하겠다고 결정할 경우 우리가 얻는 실질적인 이득은 어떤 게 있을지도 국민들에게 명확히 설명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평화위원회 공식 로고(왼쪽)와 유엔 로고. AFP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종전 및 재건을 위해 2027년 말까지 이 지역을 통치할 최고 의사결정기구로 평화위원회를 구상했다. 이를 더 확대해 유엔을 대체할 기구로 만들겠다는 결심을 굳힌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지난 16일 미국이 60여 개국에 보낸 평화위원회 헌장 초안에는 가자지구 관련 내용이 삭제됐다. 가자지구를 넘어 세계 각지의 현안을 다루는 국제기구를 만들겠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귀국하는 대통령전용기 안에서 대통령 임기를 마친 뒤에도 평화위 원회 의장 노릇을 할 수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내가 원한다면 그렇게 할 권리가 있다 며 내가 결정할 것이고 어떻게 될지 보자 면서 저들은 내가 계속 있기를 바란다. 이론상으로는 평생할 수 있다 고 말했다. 다만 그는 내가 그것을 원하는지는 모르겠다 며 어쨌든 가자와 관련해 훌륭한 일을 해낼 것이고 아마도 가자를 넘어서는 다른 일들도 할 수 있을 것 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영국 일간 가디언은 유엔 로고를 베낀 듯한 트럼프 평화위원회 로고에 주목했다. 이날 다보스 포럼실제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공개된 평화위원회 로고를 보면 지도 양쪽에 올리브 가지가 그려져 있는데, 유엔 로고와 비슷하다. 다만 유엔 로고는 전 세계 지도를 보여주지만, 평화위원회는 미국을 중심으로 북미와 베네수엘라, 남미 일부만 보여준다.
색상도 다르다. 유엔이 중립적인 파란색인 반면 평화위원회는 트럼프 대통령이 좋아하는 밝은 금색이다. 시사 주간 뉴스위크는 평화위원회는 트럼프 대통령의 세계적인 야망과 외교적 위엄을 보여주려는 의도지만 공식 로고는 온라인에서 조롱거리가 되고 있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