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 지옥 · 지방 소멸 막으려면 ‘서울대 10개 속도내야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대한민국 입시 경쟁은 영유아 시기까지 내려왔다. ‘4세 고시’, ‘7세 고시’라는 말이 일상화될 정도로 영어를 중심으로 한 유아 사교육 시장이 확장되고 있다. 단지 교육열의 문제가 아니다. 부모의 경제력과 정보력에 따라 아이의 출발선이 극단적으로 갈리는 구조가 제도화되고 있다는 서글픈 신호다.
교육은 계층 이동 사다리가 아니라 불평등을 확대하고 고착화하는 핵심 장치로 기능하고 있다. 학벌은 직업, 소득, 사회적 발언권, 나아가 인간관계와 결혼 ‘시장’까지 규정하는 강력한 사회적 기제로 작동한다. 이 병목을 통과하기 위해 온 나라가 전쟁을 치르지만, 그 결과는 참혹하다. 세계 최악의 저출생, 지방 소멸, 그리고 계층의 세습화가 바로 그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입시제도를 백방으로 바꿔봤지만, 대학 서열 구조가 그대로 유지되는 한 근본적으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입시만 바뀌면 경쟁 방식이 달라질 뿐, 경쟁의 강도는 줄어들지 않는다.
이제는 인정해야 한다. 입시제도를 조금 고치는 미봉책으로는 이 거대한 흐름을 바꿀 수 없다. 모든 학생이 소수의 최상위 서열 대학을 진학하기 위해 몰리는, 이를테면 고속도로의 ‘병목현상’과 같은 항아리 구조를 해소해야 한다. 그것이 ‘서울대 10개 만들기’다.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에서 26일 학위를 받은 졸업생과 가족들이 학교 정문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줄지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2021.2.26 연합뉴스
왜 ‘서울대 폐지’가 아니라 ‘서울대 10개’인가
과거에도 ‘국립대통합네트워크’ 등은 학벌주의를 타파하고자 시도했다. 그러나 기득권의 거센 저항을 마주했다. 기득권은 학벌 타파를 ‘서울대 폐지’라는 프레임을 씌워 공격했다. 엘리트 교육을 무너뜨려 교육을 하향 평준화하고 국가경쟁력을 약화시킨다는 여론전을 폈다.
국립대통합네트워크가 제시한 것은 서울대를 포함한 국공립대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고 서울대는 석박사 중심으로 선발해 서울대 중심의 학벌사회를 극복하자는 것이었다. 당시 교육계를 중심으로 시민사회의 집단지성으로 도출된 의미 있는 대안이었다. 그러나 조중동이 만든 ‘서울대 폐지 = 경쟁력 약화’ 프레임 공격과 이명박・박근혜 등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의 집권이 이어지면서 흐지부지되었다.
김종영 교수가 2015년에 제시한 ‘서울대 10개 만들기’ 방안은 이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상향 평준화’를 지향하는 것으로 설계했다.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독일,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등의 대학 체계를 모티브로 했다.
이 제안은 서울대 수준의 고급 대학을 많이 만들어 병목현상을 해소하자는 내용이다. 정부가 전국 거점 국립대 9곳에 서울대 수준의 재정을 투입하고 교육 여건을 혁신하여 대한민국 곳곳에 서울대와 같은 ‘연구중심대학’을 만든다. 명문대 학위라는 ‘지위재’의 공급을 대폭 늘려 그 가격(희소성)을 떨어뜨린다면 경제학적인 측면에서 병목현상을 해결할 수 있다.
명문대학을 늘리는 것이 ‘공간’의 병목현상을 해결하는 것이라면, 대학 진학 후에도 서울대로 쉽게 편입할 수 있게 하여 ‘시간’의 병목현상을 함께 해소하자는 내용도 담겼다.
‘말뿐인 균형’이 아닌 ‘과감한 불균형 지원’이 필요하다
좋은 방안이 있어도 결국 문제는 이를 실행할 정치적 의지와 결단이다. 교육부는 지방 거점 국립대 예산을 서울대의 70%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2026년 예산안을 들여다보면 그 목표 달성은 아직 요원하다.
같은 국립대인 서울대와 인천대의 2026년 예산을 비교하면 서울대가 6996억 원, 인천대는 1390억 원이다. 인천대의 학부생·대학원생 수가 서울대의 3분의 2 수준인 데 반해, 예산은 5분의 1밖에 안 된다.
심지어 이 격차는 갈수록 더 커질 예정이다. 2025년 발표한 중기재정계획 상 연도별 투자계획을 보면 서울대와 인천대의 예산 차이는 2026년 5606억 원에서 2029년 7000억 원이다. 예산 격차가 좁혀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늘어난다. 이러면 어떻게 지역대학을 살릴 수 있겠는가.
이재명 대통령의 언급처럼 지금은 차별적으로 느껴질 만큼 지방에 대한 ‘과감하고 불균형적인 집중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래야 서울로 향하던 인재들의 발길을 돌릴 수 있다.
이름을 바꾸고, 판을 바꿔야 한다
지방 거점 국립대를 세계적 수준으로 육성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학벌 사회를 타파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대학 이름 통합이다.
지금은 지방이 소멸하고 있는 시대다. 이런 상황에선 지방대에 대규모 재정 지원을 해도 부산지역 고등학생이 부산대학교보다 서울 소재 대학 진학을 선호하는 경향을 되돌리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부산이나 광주에 있는 대학을 다니면서도 ‘서울대(혹은 한국대)’ 졸업장을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 김종영 교수의 거점 국립대의 이름을 통일시키면 단번에 학벌 체제를 무너뜨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은 현시점에서 반드시 검토되어야 할 방안이다.
서울대 10개 만들기 범시민행동플랫폼을 제안한다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이재명 대통령 혼자, 또는 정부와 국회의 힘만으로는 쉽지 않다. 예산 구조와 대학구조 전반을 바꿔야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국민의 동의와 지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국민주권 원칙을 지켜야 한다.
예컨대 대학 명칭을 변경하는 문제, 대학을 통합하는 문제는 교직원(정규직과 비정규직 포함), 학생 모두의 자발적인 의사결정에 따라 진행되어야 한다. 일방적인 교육부의 방침은 반발을 불러오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예산의 배분과 투자 역시 국민이 주인이 되어야 한다. 어떤 대학에 어느 정도 예산을 투입하고 동시에 그 대학이 어떤 노력을 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비전을 결정하는 과정에 국민들의 목소리가 반영되어야 한다.
이를 실행하려면 교육개혁을 위한 공감대 형성과 범국민적인 운동이 필요하다. 다양한 교육단체들이 학벌사회 극복이라는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국민과 함께 활동하는 새로운 연합 시민행동플랫폼이 필요할 때다.
학벌사회 해소와 사교육 문제 해결은 언제까지고 미뤄둘 수 없는 시급한 과제다. 우리 아이들을 입시 지옥에서 구하고 소멸해가는 지방을 살릴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은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서울대 10개 만들기’가 대한민국을 살릴 열쇠가 될 것으로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