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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바로가기 : 조력 사망 논란 앞서 살고 싶은 사회로

조력 사망 논란 앞서 살고 싶은 사회로
[사회혁신]
그리스 신화에서 대지의 여신 데메테르는 외동딸 페르세포네를 저승의 신 하데스에게 빼앗긴다. 딸을 잃은 슬픔에 그녀가 대지를 돌보지 않았기에 세상은 메말라 갔다. 곡식은 자라지 않았고 인간은 굶주림으로 죽어갔다. 결국 제우스는 타협안을 내놓는데, 페르세포네를 일 년의 절반은 어머니 곁에서 나머지는 하데스와 지내도록 한다. 그녀가 돌아오면 지상에 봄과 여름이 오고, 떠나면 가을과 겨울이 된다. 이 신화는 단순히 사계절의 기원을 설명하려는 것이 아니다. 삶과 죽음은 서로를 부정하는 적이 아니라, 하나의 순환 속에서 서로를 완성하는 질서임을 말한다. 겨울은 생명의 종말이 아니라 봄을 준비하는 시간이며, 죽음은 삶을 더욱 소중하게 만드는 경계라는 것이다. 최근 프랑스에서 조력사망을 허용하는 법안이 하원을 통과했다. 상원에서는 부결됐지만 하원의 벽을 넘기며 실행을 앞두고 있다. 2년 넘게 입법 논쟁이 이어진 법안은 성인 환자가 의사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죽음을 선택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을 담았다. 법안 적용 대상은 프랑스인 또는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프랑스에 거주 중인 사람으로 제한된다.  신청 요건도 엄격하게 규정했다. 환자는 진행성 또는 말기 단계의 치명적인 불치병을 앓고 있어야 하며, 약물이 듣지 않거나 참을 수 없는 통증을 겪는 동시에 자신의 의사를 자유롭고 명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상태여야 한다. 환자가 조력 사망을 신청하면 의사와 전문가로 구성된 패널이 15일간 심사를 거쳐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신청이 승인된 후에도 환자는 최종 판단을 내리기 전 최소 이틀의 숙려 기간을 가져야 한다. 이후 환자는 치사 물질을 직접 투여해야 하며, 신체 기능 마비 등으로 물리적 투여가 불가능한 경우에만 의사나 간호사의 의료적 개입이 허용된다. 세계는 다시 인간의 선택을 묻고 있다. 한 쪽에서는 생명은 어떤 경우에도 보호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다른 편에서는 극심한 고통 속에서 자신의 삶을 스스로 마무리할 권리 또한 존엄의 일부라고 주장한다. 어느 의견도 부정할 수 없다.    ‘페르세포네의 귀환’(1891), 프레데릭 레이턴.   절망 끝에 딸을 다시 품에 안는 데메테르 그렇다면, 환자는 왜 죽음을 선택하려 하는가. 육체적 고통 때문인가. 가족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아서인가. 경제적 절망 때문인가. 우리가 먼저 해야 할 일은 죽음을 선택할 권리를 논하기보다는, 삶을 선택할 이유를 만들어 주는 일이다. 데메테르가 끝내 딸을 포기하지 않았듯, 우리 사회 역시 고통받는 사람의 손을 놓아서는 안 된다. 사마천 역시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 섰다. 궁형이라는 치욕을 당한 그는 죽음 대신 살아남아 『사기』를 완성하는 길을 택했다. 그것은 단순한 생존이 아니라, 자신의 고통을 인류의 기록으로 승화시킨 선택이었다. 그는 인간을 붙드는 힘이 육체가 아니라 삶의 의미임을 보여주었다. 데메테르의 신화는 오늘의 우리에게 전한다. 봄은 겨울을 없애고 오는 것이 아니라, 겨울을 견뎌낸 뒤에 찾아온다고. 우리는 사람들이 삶을 선택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데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동시에 스스로 삶을 결정할 수 있는 절차 마련을 위한 치열한 논쟁도 필요하다. 글루크의 오페라 가운데 삶의 이유를 잃은 인간이 다시 삶의 의미를 찾으려 절규하는 아리아 에우리디체 없이 어찌 사나 를 들어본다.     한형철 시민기자(오페라해설가) donham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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