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DC 1%의 열쇠, 메탄 감축…규제·기술·시장 통합 논의 본격화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글로벌 메탄 규제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한국의 감축 전략과 정책·기술 해법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재)기후변화센터와 서울대학교 국가미래전략원이 30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공동 주최한 ‘NDC 1%의 열쇠, 메탄 감축: 지금 가능한 기술로 바꾸는 기업의 미래’ 세미나에서는 국제 메탄서약 이후 현실화되고 있는 글로벌 규제에 대한 대응과 국내의 감축 전략이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왼쪽부터 ▲최지원 기후변화센터 사무국장 ▲김진수 한양대학교 자원환경공학과 교수 ▲미나 버코우 환경방어기금(EDF) 에너지전환 디렉터 ▲김창섭 (재)기후변화센터 정책위원장 ▲정수종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 ▲장동영 서울대학교 기후테크센터 부센터장 ▲벤 웹스터 MiQ 정책총괄책임자 ▲이승민 한국환경연구원 대기환경연구실장 ▲지현영 서울대학교 환경에너지법정책센터 변호사 ▲이태의 에너지경제연구원 자원안보정책연구실장/임팩트온
김창섭 (재)기후변화센터 정책위원장은 개회사에서 한국은 에너지 안보를 중시하면서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이행에 진정성을 갖고 있다”며 글로벌이 탈탄소 전략을 유연하게 조정하고 있지만, 한국은 강한 의지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창섭 위원장은 이어 주력 산업의 기업들은 이미 탄소중립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며 메탄은 빠른 감축 효과를 지니는 동시에 석유화학 등 핵심 산업과도 밀접하게 얽혀 있어, 단기 감축과 산업 생존 전략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머지않아 더 강도 높은 NDC 규제가 현실화될 것”이라며 그 이전에 기업과 정부가 공세적 해법을 함께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규제 강화…‘메탄 감축’은 기후와 에너지 안보의 교차점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 메탄 감축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의무로 자리 잡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올해 8월 ‘EU 메탄규정’을 발효하며 석유·가스 부문 전반에 감축 책임을 부과했다. 2027년부터는 수입업체에 배출량 보고 의무가 부여되고, 2028년에는 검증 요건이, 2030년에는 메탄 집약도 기준이 단계적으로 적용된다. 이 규제는 LNG를 포함한 모든 화석연료 공급망에 동일하게 적용되며, 감축 데이터의 투명성이 시장 접근의 핵심 요건으로 부상하고 있다.
미나 버코우 환경방어기금(EDF) 에너지전환 디렉터는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짧은 대기 체류 기간에도 훨씬 강한 온실효과를 낸다”며 지금 당장 줄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온실가스”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제에너지기구(IEA) 분석에 따르면 현존 기술만으로도 석유·가스 부문 배출의 75%를 줄일 수 있으며, 이는 곧 에너지 효율 향상과 비용 절감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EDF는 EU 규제 설계에 직접 참여해 MRV(모니터링·보고·검증) 표준과 ‘메탄 경보·대응 시스템(MARS)’ 구축을 주도했다. 버코우 디렉터는 MRV는 추정치가 아니라 실제 측정 데이터에 기반해야 하며, 기업이 유리한 정보만 선택적으로 보고하는 ‘체리피킹’을 막는 투명성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LNG 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언급하며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은 앞으로 10년간 전 세계 LNG 수요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만큼 메탄 배출 관리와 데이터 공개에 대한 책임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버코우 디렉터는 에너지 안보와 기후 대응은 대립되는 개념이 아니라, 투명한 감축 관리체계를 통해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목표”라고 덧붙였다.
시장과 기업의 대응…‘규제’에서 ‘경쟁력’으로 이동
메탄 감축은 규제 대응에서 기업과 시장의 자발적 행동으로 확산되고 있다. 세계 2위 LNG 수입국인 일본도 메탄을 ‘규제의 대상’이 아닌 ‘청정 연료 경쟁력’의 핵심으로 보고 있다. 하시모토 히로시 일본에너지경제연구소(IEEJ) 에너지안보유닛 수석연구원은 일본 정부는 LNG를 에너지 안보의 기반으로 삼고 있으며, 메탄 감축 관리를 통해 지속가능한 사용 환경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일본 경제산업성(METI)과 일본 석유천연가스‧금속광물자원기구(JOGMEC)가 한국, 미국, 유럽연합, EDF 등과 협력해 운영 중인 ‘클린(Clean) 이니셔티브’를 대표 사례로 들었다. 이 프로그램은 전 세계 LNG 소비의 25%, 생산의 40%를 포괄하며, 메탄 배출의 투명성과 감축 기술의 모범사례를 공유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하시모토 연구원은 동남아시아 주요 생산국들과 협력해 위성 기반의 메탄 측정 기술을 확대하고 있으며, 청정 가스를 선택하는 구매자와 공급자 간 신뢰 구축이 시장 성장의 열쇠”라고 강조했다.
하시모토 연구원은 온실가스 및 물 순환 관측 위성인 GOSAT-GW를 활용해 배출량을 정량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주요 은행들과 협력해 데이터를 금융 서비스와 연계하는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며 이런 데이터는 향후 탄소배출권 시장과 청정 연료 인증제도의 기반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장 주도의 변화는 민간 인증 체계에서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벤 웹스터 MiQ(Methane Intelligence) 정책총괄책임자는 메탄 배출의 성과는 이제 투자자와 구매자 모두가 평가하는 핵심 지표가 됐다”며 데이터 기반 인증을 통해 저메탄 가스가 새로운 거래 단위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비영리단체 MiQ는 현재 미국 내 육상 천연가스 생산의 약 20%를 인증하고 있으며, BP·엑슨모빌 등 주요 에너지 기업들이 참여 중이다. MiQ의 인증은 메탄 집약도, 모니터링 기술, 기업 운영관행 등 세 가지 기준으로 A부터 F까지 등급을 부여한다. 기업들은 이를 통해 생산시설별 배출 데이터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인증서를 거래하거나 가스 구매계약에 활용할 수 있다.
웹스터 책임은 EU의 메탄 규제와 같은 공적 기준이 기반이 되어야 시장 신뢰가 생긴다”며 규제와 인증은 대립 관계가 아니라 서로를 강화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그는 청정가스 인증은 단순한 평가가 아니라 LNG 공급망 전반의 품질을 높이는 경제적 인센티브”라고 강조했다.
국내 메탄 감축 과제…법과 기술, 두 축의 실행 체계 필요
한국은 메탄 관리 제도가 아직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현영 서울대학교 환경에너지법정책센터 변호사는 메탄은 단기 감축 효과가 가장 큰 온실가스지만, 국내에는 아직 이를 직접 규제하거나 관리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인벤토리(배출 통계)를 고도화하고, 위성 모니터링과 검증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며 미국과 EU, 호주처럼 누출 방지 의무나 플레어링 제한 같은 구체적 기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 변호사는 또 미국은 청정대기법을 근거로 신규·기존 시설 모두에 메탄 배출 제한 기준을 두고 있으며, 위성이나 드론을 활용한 ‘초대형 누출’ 탐지 프로그램도 시행 중”이라며 EU 역시 LDAR(누출 감지 및 수리) 의무화와 플레어링 금지, 메탄 집약도 상한선 설정 등 종합 규제체계를 갖췄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도 배출량 추정에 의존하는 현재 방식을 넘어, 실제 측정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MRV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기술 측면에서도 대응 강화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장동영 서울대학교 기후테크센터 부센터장은 한국은 세계 최대 LNG 수입국 중 하나로, 도시 배관망과 발전시설에서 발생하는 탈루성 메탄의 영향이 과소평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서울화력발전소 등 현장 측정을 해본 결과, 보고된 배출량보다 5~6배 높은 수치가 관측됐다”며 국내 배출의 약 9.5%를 차지하는 에너지 부문 메탄을 줄이기 위해선 LDAR 프로그램의 도입이 필수”라고 말했다.
장 부센터장은 LDAR 적용만으로도 LNG 약 62만톤의 절약 효과와 17만메가톤의 온실가스 감축, 약 6000억원의 에너지 손실 방지 효과가 예상된다”며 MRV 고도화를 통해 과학적 근거를 확보하고, 측정-수리-검증의 순환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메탄 감축은 현존 기술로 충분히 가능하며, 조기 실행 여부가 한국의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메탄 감축, 규제가 아닌 기회…‘기후·에너지 통합정책’ 전환 적기
종합토론에서는 학계와 연구기관, 시민사회 전문가들이 참여해 메탄 감축의 실행체계와 향후 과제를 논의했다. 참석자들은 메탄을 단순한 규제 대상이 아닌 기후 대응과 산업 효율화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기회로 바라봐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각계 전문가들이 국내의 메탄 감축 대응 방안에 대해 토론했다./임팩트온
김진수 한양대학교 자원환경공학과 교수는 한국은 세계 3위의 LNG 소비국이지만 메탄 관리에 대한 관심이 낮고 대응도 소극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제 규제와 표준이 빠르게 만들어지는 상황에서 한국이 논의에서 소외되지 않으려면 주도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며 단기적으로 천연가스 사용은 불가피하며, 그 안에서 배출 감축 기술과 인프라 투자를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태의 에너지경제연구원 자원안보정책연구실장은 메탄 감축 논의는 기술뿐 아니라 운영과 비용 구조까지 함께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태의 실장은 현재도 산업현장에서는 안전상의 이유로 일정 수준의 감지가 이뤄지고 있지만,이 체계가 환경 규제 목적의 감시 체계와 분리돼 있다”며 안전과 환경을 아우르는 통합 기준을 마련해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민 한국환경연구원 대기환경연구실장은 메탄은 온실가스이자 대기화학 물질로, 지표 오존 생성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감축 정책을 대기 관리 체계와 연계하면 기후변화 완화와 국민 건강 편익을 동시에 얻을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이승민 실장은 환경과학원이 최근 메탄 측정 기준과 가이드라인을 마련 중이며, 이런 시도가 통합 관리체계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최지원 기후변화센터 사무국장은 정부가 세 차례 바뀌는 동안 메탄은 여전히 기후 의제의 중심에 오르지 못했다”며 기후에너지환경부 출범을 계기로 메탄 관리가 산업 경쟁력 강화의 수단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지원 사무국장은 민간 LNG 직수입이 빠르게 늘고 있는 만큼, 배출 데이터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으면 천연가스는 ‘청정 전환연료’로 인정받기 어려울 것”이라며 공공의 신뢰와 민관 협력이 그 출발점”이라고 덧붙였다.
좌장을 맡은 정수종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는 메탄은 그동안 환경부와 산업부의 경계에 놓여 정책 진전이 어려웠다”고 짚었다. 정수종 교수는 환경부는 메탄을 기후변화 유발 물질로, 산업부는 천연가스로 분류해 각각 다른 관점에서 다뤄왔다”며 이처럼 부처 간 역할이 분리돼 있었던 것이 가장 큰 걸림돌이었지만, 이제 두 부처가 통합되면서 기후와 에너지를 함께 다룰 수 있는 정책 전환의 적기를 맞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