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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바로가기 : 검사 출신이 세운 편의점 왕국 CU와 노동자의 죽음

검사 출신이 세운 편의점 왕국 CU와 노동자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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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20일 경남 진주시 정촌면 BGF로지스 진주센터에서 화물연대 관계자 1명이 숨지고, 2명이 다친 사고와 관련해 현장에서 사고 차를 조사하고 있다. 2026.4.20. 연합뉴스 진주의 한 물류센터 앞 차가운 길바닥 위에서, 한 노동자의 삶이 비극적으로 마감되었다. 대체운송 차량의 바퀴 아래 깔려 숨진 이는 서광석 화물연대 전남지역본부 컨테이너 지부장이다. 서광석 지부장은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에 맞서 촛불을 들었고, 윤석열 정권의 퇴진을 외치며 민주주의를 수호했던 투사이기도 했다. 그가 이토록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고 사회정의를 위한 운동에 함께한 뿌리는 그의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1980년 5월, 광주의 그 처절했던 학살의 현장을 직접 목격했다고 한다. 그는 생전에 이렇게 돌아봤다. 지금도 제가 목격했던 5·18은 머릿속에 그대로 남아 있다”, 5·18이 제가 사회운동, 노동운동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됐다.” 그러나 5·18의 불의를 보면서 사회에 눈을 떴던 그는 2026년 오늘, 거대 유통자본의 탐욕과 공권력의 방조 속에서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화물 노동자가 파업 중에 대체운송 차량에 치여 죽거나 다치는 참극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여 년간, 비슷한 사고는 반복되어 왔다. 이것이 우연한 사고가 아니라, 철저히 구조적인 죽음이라는 말이다.   윤석열 탄핵 투쟁 당시에 서광석 노동자가 쓴 대자보 - 출처: 민주노총  화물 운송 노동자들의 삶은 고달프다. 대부분의 노동자는 하루 13~14시간, 월평균 25~26일을 일한다. 제대로 된 휴식은커녕 최소한의 수면조차 보장받지 못한 채, 그들은 고속도로 위에서 살다시피 한다. 이렇게 일해서 버는 돈은 보잘것없다. 기름값, 톨게이트비, 수수료, 보험료, 차량 할부금과 이자, 유지 관리비까지 전부 개인이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들은 피로에 찌든 몸으로 더 많은 짐을 싣고(과적), 더 빨리 달리고(과속), 더 오래 일하는(과로) 늪에 빠진다. 깜박하는 찰나의 졸음운전 속에 고속도로에서 생을 마감할지도 모른다는 공포는 그들의 일상이 되었다. 더욱 비참한 것은, 이들이 법적으로는 ‘개인사업자’로 취급받는다는 점이다. 노동 3권과 4대 보험은 사치이며, 자본은 언제든 ‘계약 해지’라는 칼날로 이들의 밥그릇을 빼앗을 수 있다. 특히 최근과 같은 고유가 상황은 화물 노동자들을 낭떠러지로 밀어 넣는다. 25톤 대형 화물차를 기준으로 리터당 기름값이 300원만 올라도, 한 달에 추가로 발생하는 비용이 무려 120만 원에 달한다. 턱밑까지 차오른 생존의 위협 앞에서 노동자들은 함께라면 살 길을 찾을 수 있다 는 생각에 ‘화물연대’로 뭉친다. 그러나 거대 유통자본은 이들의 외침을 철저히 무시한다. 그들은 화물 노동자의 노동자성을 부정하며 노조를 인정하지 않는다. 모든 책임은 하청업체에 떠넘기며 교섭을 거부하고, 노조로 힘을 뭉치는 노동자들의 일감을 끊어버린다. 파업이 시작되면 비노조원을 동원해 대체운송 차량을 투입한다. 생계의 수단이 막히면 굶어 죽을 수밖에 없는 노동자들은 필사적으로 운송 봉쇄에 나선다. 여기서 비극적인 ‘을과 을의 전쟁’이 시작된다. 당장의 일감이 급한 비노조원과 점주들, 그리고 생존권을 지키려는 화물연대 노동자들이 격렬하게 충돌한다. 친기업 언론들은 기다렸다는 듯 화물연대를 ‘폭력 집단’으로 매도하고, 정부와 경찰은 자본의 방패가 되어 노동자들을 진압한다. 특히, 지난 윤석열 정권에서 화물 노동자들은 그야말로 암흑의 시대였다. 화물연대가 ‘안전운임제’(화물 운송 적정 비용을 계산해 최저임금을 보장하는 제도)를 요구하며 정당한 투쟁에 나서자, 정권은 국가의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 전방위적인 탄압을 자행했다. 당시 국무총리, 행정안전부 장관, 경찰청장, 법무부 장관이 한데 모여 합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사태 관련 업무개시명령을 심의하기 위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2022.11.29. 연합뉴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4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이상민 행안부 장관,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 방문규 국무조정실장, 윤희근 경찰청장, 장영진 산업부 차관이 참석한 가운데 화물연대 운송거부 철회 촉구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2022.11.24 연합뉴스 그들은 화물연대를 ‘불법 폭력 단체’로 낙인찍고 ‘무관용 원칙’을 선포했다. 과태료 부과, 경찰력 투입은 물론, 헌정 사상 유례없는 강제적 업무개시명령이 발동되었다. 심지어 기업 간의 담합을 감시해야 할 공정거래위원회까지 동원해 노동조합의 집단행동을 ‘불법 담합’으로 규정하는 기막힌 일이 벌어졌다. 노동부 장관 김문수는 화물연대를 향해 ‘친북 좌파’라는 색깔론까지 덧씌웠다. 수많은 노동자가 경찰에 체포되고 연행되었으며, 구속되는 사태가 줄을 이었다. 화물연대 노동자들은 그 시기를 ‘매일매일이 계엄령이었다’고 돌아본다. 이 모든 아수라장 속에서 나몰라라 뒤로 빠져 막대한 수익을 독차지한 것은 오직 거대 유통자본뿐이었다. 그 대표적인 기업이 바로 CU(BGF리테일)이다. 이들은 연간 10조 원에 육박하는 매출과 수천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매년 역대 최고 실적을 갱신하고 있다. BGF 그룹의 뿌리를 살펴보면 이들의 반노동적 태도가 어디서 기인했는지 알 수 있다. 보광그룹의 창업주 홍진기는 친일 행적은 물론, 이승만 정권의 내무부 장관으로서 4·19 혁명 당시 발포를 명령했던 인물이다. 그 아들인 홍석조 회장은 검사장 출신으로, 과거 ‘삼성 떡값 리스트’에 이름이 오르내렸던 법조 엘리트다. 그는 보광훼미리마트 를 다시 CU로 발전시키며 한상대 전 검찰총장 등 고위 검사 출신들을 사외이사나 감사로 영입해 ‘검사가 세운 편의점 왕국’을 구축했다. 이러한 배경 때문인지 이들의 경영 방식은 지극히 ‘윤석열 스타일’이다. 자신들의 이익을 가로막는 노동자를 대화의 상대가 아닌 짓밟아야 할 장애물로 여긴다. 이번 사태에서도 CU는 화물연대의 정당한 교섭 요구를 7번이나 거부하는 것도 모자라, 노조원들에게 2억 원이라는 손해배상까지 청구했다. 그러면서도 다단계 하청 구조를 방패 삼아 ‘기사들은 개인사업자일 뿐이고 우리와는 상관없다’는 뻔뻔한 태도로 일관했다.     경남 진주 화물연대 조합원 사상 사고 이틀째인 21일 서울 강남구 BGF리테일 본사 앞에서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 등이 CU 규탄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6.4.21 화물연대 조합원이 20일 오후 경남 진주시 정촌면 BGF로지스 진주센터에서 CU 물류 노동자 권리보장 촉구 집회에서 이날 오전 숨진 동료를 추모하는 임을 위한 행진곡 을 제창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26.4.20.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 정권의 탄압을 견뎌온 노동자들은 이제 ‘검사가 세운 기업’에 소중한 동지까지 잃었다. 따라서 이재명 정부는 이전 정권들과 다를 바 없이 거대 자본의 하수인이 될 것인지, 아니면 노동 존중의 가치를 실현할 것인지 엄중한 시험대에 올랐다. 물론 이재명 정부는 임기 초, 윤석열 정권에서 구속되었던 화물 노동자들을 특별사면했다. 공정위의 과거 탄압을 심각한 헌법적 권리 침해”라며 사과하기도 했다. 안전운임제의 중단 없는 시행도 약속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 당시 경찰은 CU의 ‘시설보호요청’을 기다렸다는 듯이 수용했다. 진주 물류센터 앞에서 연좌농성 중이던 노동자들을 강제로 끌어낸 것은 다름 아닌 이재명 정부의 경찰이었다. 대체운송 차량이 빠져나갈 길을 열어주기 위해 공권력이 투입되었고, 그 아수라장 속에서 참극이 벌어졌다. 이는 노동운동 열심히 하라”, 노조 조직률이 올라가야 한다”, 중간 착취가 문제다”라고 강조해 온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들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정부는 경찰의 잘못된 대응에 대해 분명히 사과하고 관련 책임자를 처벌하거나 물러나게 해야 한다. 또한 CU가 원청으로서 교섭에 나서서 책임지도록 만들어야 한다. 나아가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이 더 이상 ‘무늬만 사업자’가 아닌 진짜 노동자로서 노동 3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 근본적인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 현재, 뒤늦게나마 CU가 교섭에 나섰고,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형식에 너무 얽매이면 실질을 놓치는 실수를 하게 되고 ··· 균형감 있게 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형식과 실질 모두를 바로잡아야 할 때다. 다단계 하청 구조 뒤로 숨어 사용자성을 부정하는 유통자본의 비겁함을 끝내야 한다. 화물연대의 노동자성을 법적으로 명확히 인정해야 한다. 현행 노란봉투법(노조법 제2조, 제3조 개정안)은 사용자의 지위를 단순한 계약 관계가 아닌 ‘실질적 지배력 여부’로 판단한다.    20일 오후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경남 진주시 정촌면 CU 진주물류센터 화물연대 집회 현장을 방문하고 있다. 2026.4.20. 연합뉴스 이 기준에 따르면 CU는 화물 노동자의 실질적 사용자가 분명하다. 나아가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은 노란봉투법을 만들 때 사용자 정의뿐 아니라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의 노동자 추정 조항을 담자”고 요구했던 것을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요구에 따라 법안이 더 철저히 다듬어졌다면, 이번 참사 앞에서 노동부가 화물 노동자를 ‘자영업자’라고 부르며 얼버무리지는 못했을 것이다. 이러한 제도적 해법이 중요한 이유는, 이 비극을 악용하려는 세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번 참사를 보며 ‘거봐라, 노란봉투법이 사회적 혼란과 충돌만 가중시킨다’며 시계를 거꾸로 돌리고 싶어 한다. 친기업 주류언론과 기득권 세력은 끊임없이 ‘을과 을의 갈등’을 부추긴다. 화물연대와 민주노총을 고립시켜 비노조원과 미조직 노동자들이 그들에 공감하거나 연대하지 못하게 막으려 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서광석 지부장의 죽음 앞에서 확인해야 할 것은 명확하다. 문제는 다시 ‘노동운동의 확장’이다. 노동운동이 조합원을 넘어서 모든 노동자와 약자의 권리를 지킬 수 있는 더 넓은 울타리를 만들어야 한다. 그 울타리 안에서 서로가 연결될 때, 우리는 비로소 제2, 제3의 서광석을 막을 수 있다. 사람이 죽어야만 대화가 시작되는 이 끔찍한 관행을 끝내기 위해, 우리는 행동하고 연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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