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Ti, 금융기관 ‘넷제로 스탠다드’ 발표… 화석연료 신규투자 원천 봉쇄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금융기관이 몰려있는 도시의 전경./SBTi의 홈페이지.
전 세계 금융기관들이 대출과 투자, 보험, 자본시장 활동 등 자산 포트폴리오 전반을 2050년 탄소중립(Net Zero) 목표에 맞춰 운영해야 한다는 글로벌 기준이 공식 발표됐다.
과학기반감축목표이니셔티브(SBTi)는 7월 22일(현지시간), 은행·자산운용사·사모펀드·보험사 등 금융기관들이 넷제로 목표에 부합하는 과학 기반 감축목표를 수립할 수 있도록 설계된 금융기관 넷제로 스탠다드(Financial Institutions Net-Zero Standard, 이하 FINZ 스탠다드) 를 공개했다.
ESG투데이 등 전문미디어에 따르면, 이번 발표는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하로 제한한다는 파리협약 목표와 궤를 같이 하며, 2021년 발표된 SBTi의 기업 넷제로 기준(Corporate Net-Zero Standard)을 금융 부문에 특화시킨 첫 공식 가이드라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화석연료 투자 ‘즉각 중단’ 명시… 탈탄소 금융 기준 본격화
FINZ 스탠다드는 대출, 투자, 보험 인수, 자본시장 등 금융기관 수익의 5% 이상을 차지하는 금융활동을 적용 대상(in-scope) 으로 간주하고, 이를 기반으로 개별 감축 목표를 설정하도록 요구한다.
금융기관은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목표를 수립할 수 있다.
첫째, 자산 전체에 대해 포트폴리오 단위 정렬 목표(climate alignment target) 를 설정하거나, 둘째, 각 금융활동에 대한 직접 배출 기반 경로(financed emissions pathway) 를 개별 설정할 수 있다.
SBTi는 이처럼 유연한 이중 구조(dual-targeting approach) 를 통해 금융기관이 운영 모델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탈탄소 전략을 설계할 수 있도록 했다. 고객사 정렬도를 기준으로 한 목표 설정이 가능해짐에 따라, 향후 기업들의 ESG 역량과 넷제로 계획 유무는 투자 유치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무엇보다 이번 스탠다드가 강조하는 것은 화석연료 산업에 대한 금융지원 제한이다.
SBTi는 금융기관에 다음과 같은 강도 높은 조치를 요구했다. 해당 조치로는 ▲석탄·석유·가스 확장과 직접 연계된 신규 프로젝트 금융을 즉시 중단 ▲석탄 확장 기업에 대한 일반 목적 금융 전면 중단 ▲석유·가스 확장 기업에 대해서는 2030년까지 일반 목적 자금 중단 ▲전체 포트폴리오의 에너지 부문은 2050년까지 넷제로 정렬 달성 등이다.
SBTi는 이 기준이 고배출 산업으로의 신규 자금 유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사실상 첫 국제 기준 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금융기관이 기후 전환의 핵심 촉매제로서 역할해야 한다 고 밝혔다.
135개 금융기관 채택 선언… 사실상 글로벌 기후금융 표준”
이번 기준은 또한 산림벌채와 건물 부문 등 기후 취약 자산군에 대한 리스크 관리도 필수 요소로 포함했다. 금융기관은 2030년까지 포트폴리오 내 삼림벌채 노출도(deforestation exposure) 를 평가하고 공개해야 하며, 고위험 포트폴리오 보유 시에는 5년 내 대응 계획(engagement plan) 을 수립·공개해야 한다.
부동산 부문에서는 제로카본 준비가 되지 않은 신축 건물에 대한 금융 제공을 중단하고, 기존 건물에 대해서는 에너지 효율 개보수(retrofit) 에 대한 금융을 확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리트로핏(Retrofit)이란 기존 건물에 대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거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설비를 개선하는 작업이다. 즉, 새로 짓는 건물은 처음부터 ‘제로카본’에 맞춰야 하고, 기존에 지어진 건물은 리트로핏(개보수)을 통해 탄소 배출을 줄이도록 금융기관이 자금을 적극 지원하라는 취지다.
한편, 이번 기준은 금융기관의 책임성과 이행 신뢰성 확보를 위해 3단계 검증 구조를 도입했다. 기관은 ▲최초 타깃 검증(Initial) ▲주기적 갱신(Renewal) ▲최종 목표연도(Net-Zero Target Year) 등 3단계를 거치며 목표 이행을 점검받아야 한다.
또한 조직 및 포트폴리오 경계를 명확히 정의하고, 이사회 혹은 경영진 수준에서 이행 감독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온실가스 배출량, 정렬도, 화석연료 비중, 산림벌채 노출도 등은 매년 대외에 공시해야 하며, 목표 주기가 끝날 때에는 이행 상황을 평가하고, 목표 미달성 시 새로운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SBTi는 이번 스탠다드를 2021년부터 개발했으며, 2차례의 공개 의견 수렴(public consultation), 30개 이상의 금융기관 시범 테스트, NGO, 학계, 업계 전문가 자문을 거쳐 완성했다고 밝혔다.
이미 전 세계 6개 대륙에서 135개 금융기관이 해당 기준 채택을 공식 선언한 상태다.
알베르토 카리요 피네다 SBTi 최고기술책임자는 금융기관은 기후 대응에 있어 독보적인 영향력을 가진 주체”라며 이번 기준은 포트폴리오 정렬을 촉진하고 탈탄소 금융활동 비중을 확대함으로써 전 세계 넷제로 전환을 앞당기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