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MA ESG 통합·배제, 설명 없으면 그린워싱”…자산운용사 경고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유럽 금융 규제당국이 자산운용사들이 사용하는 ‘ESG 통합’과 ‘ESG 배제’ 전략 용어가 불명확하게 쓰이고 있다며, 투자자 신뢰를 해칠 수 있는 그린워싱 리스크를 경고했다.
유럽증권시장청(ESMA)은 14일(현지시각) 지속가능성 관련 주장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하고, 자산운용사와 금융시장 참여자들이 투자자에게 ESG 전략을 설명하는 방식에 대해 감독 일관성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ESMA는 지속가능성 주장에 적용해야 할 4대 원칙으로 ▲정확성(Accurate) ▲접근성(Accessible) ▲근거성(Substantiated) ▲최신성(Up to date)을 제시했다. 해당 원칙은 새로운 규제를 도입하기보다는, 기존 공시·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이 투자자를 오도하지 않도록 기준을 명확히 하려는 취지다.
ESMA가 지속가능성 주장에 적용해야 할 4대 원칙을 내세웠다. / 자료 = ESMA 보고서
‘ESG 통합·배제’ 남용 경고… 설명 없는 라벨이 문제”
ESMA는 이번 보고서에서 유럽 소매 투자자 대상 펀드 가운데 ‘ESG 통합’과 ‘ESG 배제’가 가장 빈번하게 사용되는 전략 용어라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 시장에서는 이 용어들이 일관된 정의 없이 폭넓게 사용되고 있으며, 투자자 입장에서는 전략의 실질 수준을 판단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지속가능 투자 상품의 규모가 커지고 정치적 쟁점화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이러한 불투명성은 투자자에게 중대한 그린워싱 리스크를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ESMA는 이번 지침의 목적이 새로운 정의를 강제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해당 용어를 사용할 경우 무엇을 의미하는지 명확히 설명하라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전통적으로 ESG 통합은 재무적으로 중요한 ESG 정보를 투자 분석과 의사결정에 반영하는 전략을 의미하며, ESG 배제는 일정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산업이나 발행사를 투자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식을 말한다. 그러나 ESMA는 실제 시장에서는 ESG 통합이 단순 참고 수준부터 정교한 가치평가 모델 반영까지 매우 다르게 사용되고 있고, ESG 배제 역시 특정 산업 일부만 제외하는 경우부터 광범위한 논란 산업을 포괄하는 경우까지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ESG 통합이라면, 어디까지를 말하는가”
ESMA는 보고서에서 구체적인 좋은 사례와 나쁜 사례를 통해 그린워싱의 경계선을 제시했다.
좋은 사례로 제시된 한 자산운용사는 고객 대상 리포트에서 ESG 통합의 적용 방식을 상세히 설명했다. 이 운용사는 ESG 통합이 증권 선택 단계에만 적용되며, ESG 리스크가 있더라도 가격에 충분히 반영됐다고 판단될 경우 자동적인 투자 배제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또한 일부 신흥국 채권에는 ESG 통합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한계와, 어떤 ESG 요소를 중점적으로 고려하는지에 대한 중요성 분석 자료도 함께 제공했다.
ESMA는 이 사례가 ESG 통합의 적용 범위, 구속력 여부, 투자 결정에 미치는 실제 영향과 한계를 모두 설명하고 있어 투자자가 전략의 실질 수준을 오해할 가능성이 낮다고 평가했다.
반면 문제 사례로는 자산군별로 서로 다른 ESG 전략을 적용하면서도 펀드를 포괄적으로 ‘ESG 통합 펀드’로 홍보한 경우가 제시됐다. 이 펀드는 기존 비ESG 펀드와 90% 이상 유사한 포트폴리오를 유지하면서도 전략적으로 큰 차이가 있는 것처럼 설명했으며, ESMA는 이를 전형적인 오해 유발 사례로 지목했다.
배제했다”는 주장, 기준과 예외가 드러나야 한다
ESG 배제 전략에서도 핵심은 기준의 명확성이다. ESMA는 인권 침해 기업을 배제하는 글로벌 주식 펀드 사례를 좋은 관행으로 제시하며, 논란 점수 기준과 임계값, 예외 적용 방식을 구체적으로 설명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
반대로 ‘화석연료 무노출’을 내세운 구조화 상품 사례는 문제 사례로 언급됐다. 해당 상품은 마케팅 자료에서 화석연료 개발사에 대한 노출이 없다고 강조했지만, 실제 벤치마크는 완화된 매출 기준과 예외 조항을 적용해 대형 석유 개발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다. ESMA는 배제 전략 자체보다도, 배제의 강도와 실제 포트폴리오 영향이 과장되거나 생략되는 커뮤니케이션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강제성은 없지만…설명 책임은 무거워졌다
이번 보고서는 새로운 법적 의무를 부과하지는 않는다. 다만 ESMA는 이 지침이 향후 EU 각국 감독당국 간 지속가능성 마케팅 감독의 공통 기준으로 활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자산운용사와 판매사는 ESG 전략을 설명할 때, 용어 사용 자체보다 설명 방식과 근거 제시 수준에 대해 보다 엄격한 점검을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지속가능금융공시규정(SFDR) 레벨2 규칙 시행 이후 강화된 상품 공시 점검, 제8조·제9조 상품 분류에 대한 감독 흐름과도 맞물린다. 펀드 판매사와 자문사 역시 미피드(MiFID) 적합성 규정에 따라 투자자의 지속가능성 선호를 반영해야 하는 만큼 영향권에 있다.
ESMA는 이번 지침이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의 공시 기준 확정, 영국과 아시아 주요 시장의 소매용 지속가능 펀드 라벨 도입 논의와도 흐름을 같이한다고 설명했다. ESMA는 커뮤니케이션의 질과 상품 라벨링이 앞으로도 그린워싱 감독의 핵심이 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지속가능 금융 시장에서 투자자 신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SMA의 문제 제기는 ESG 전략의 ‘내용’보다, 이를 설명하는 방식 자체가 감독 대상이 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