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 독식 구조 지방 선거법부터 개혁을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대한민국은 ‘엘리트 과두정’이다: 선출된 군주와 귀족들의 카르텔
우리는 민주공화국에 살고 있다고 믿지만, 냉정하게 뜯어보면 지금의 체제는 소수가 지배하는 ‘엘리트 과두정이다. 이 과두정은 선출된 군주(대통령), 선출된 귀족(국회의원), 그리고 선출되지 않은 귀족(판검사)로 구성된 견고한 삼각 카르텔이다. 최근 사법 불신이 극에 달하며 ‘비선출 귀족’인 사법부의 위기가 부각되고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이들 엘리트 카르텔을 재생산해내는 고장 난 선거제도에 있다.
지금의 선거제도를 보라. 대통령 선거는 결선투표가 없어 제왕적 대통령과 양당 독점구조를 강화한다. 국회의원 선거는 연동형 비례제를 도입했다지만 50% 캡에 묶여 있고, 그마저도 거대양당의 위성정당 꼼수로 무력화되었다. 사표가 넘쳐나고 민심과 의석수가 따로 노는 불비례성이 판을 치는데, 도대체 어디서 선거 정의를 찾을 수 있단 말인가. 가장 기본적인 대의제 시스템이 이토록 취약하니, 그 위에 서 있는 한국 민주주의가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
6월 3일 실시되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시·도지사 및 교육감 선거 예비 후보자 등록 시작(2월 3일)을 앞두고 28일 인천 미추홀구 인천시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직원들이 후보자와 각 정당에 전달할 선거 사무 안내 및 선거법 안내 책자를 점검하고 있다. 2026.1.28 연합뉴스
지방선거의 참담한 현실: ‘1당 독재’와 ‘양당 담합’의 제도화
이러한 선거 정의의 실종이 가장 극단적으로, 그리고 가장 참담하게 드러나는 곳이 바로 지방선거다. 국회의원들이 이 문제를 방치해온 것은 명백한 직무 유기다. 우선 광역의회(시·도의회) 선거를 보자. 여전히 소선거구제로 의원 정수의 90%를 뽑는 승자독식 구조다. 유권자들은 광역단체장(시장·도지사)에게 표를 주면서 같은 당 광역의원 후보에게 ‘줄투표’를 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 결과, 단체장을 배출한 제1당이 의석의 3분의 2, 심지어 90% 이상을 싹쓸이하는 ‘1당 독재 광역의회’가 수도권과 영호남권의 광역의회 표준이 된지 오래다. 이 경우 견제와 감시라는 의회 본연의 기능은 마비되고 의회는 단체장의 거수기로 전락하고 부패와 비리의 온상이 된다.
풀뿌리 지역사회에 가장 근접한 기초의회(시·군·구의회)는 더 가관이다. 겉으로는 2~5인 중선거구제를 표방하지만 실상은 2인 선거구가 60%, 3인 선거구가 37%를 차지한다. 4인이나 5인 중선거구제를 해야 다양한 소수 정당이 진입할 텐데 거대 양당이 서로 한 자리씩 나눠 먹기 좋게 선거구를 쪼개놓은 양당 담합의 결정판이다. 이처럼 사표성과 불비례성이 극대화된 선거법을 그대로 두고서, 어떻게 건강한 풀뿌리 민주주의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왜 지금인가: 4개월 남은 지방선거, ‘선거 정의’를 바로 세울 골든타임
어디서나 선거대의제가 근간이다. 그나마 4년에 한번씩 1인1표로 모든 국민이 심판에 나서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것은 선출직뿐이다. 직접민주제나 추첨민주제를 도입해도 일반시민이 심의하거나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은 일부 중대사안에 한정된다. 나머지는 모든 선거로 권력을 위임받은 선출직들의 책임아래 법과 정책, 조치를 결정할 수밖에 없다. 선거대의제를 건강하고 튼실하게 만드는 것이 최우선적인 정치개혁 과제인 이유다.
지방선거가 불과 4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를 때다. 지금이야말로 고장 난 지방선거법을 수술할 절호의 기회다. 특히 광역의원 선거법 개정은 마음만 먹으면 어렵지 않게 합의를 볼 수 있다. 현재의 판세대로라면 다가올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의 압승이 예상된다. 현행 제도라면 민주당이 서울, 경기, 인천 등 주요 광역의회를 90% 이상 싹쓸이할 것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괴멸적인 타격을 입을 위기다. 역설적으로 바로 이 지점에 개혁의 공간이 열린다. 민주당이 선거제 개혁을 제안하면, 생존이 급한 국민의힘도 막무가내로 거부할 명분이 약하기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의 ‘담대한 실용’: 기득권을 내려놓고 정의를 선택하라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에 제안한다. 당장의 달콤한 ‘의석 싹쓸이’ 기득권을 내려놓고, ‘선거 정의’를 선택하는 ‘담대한 실용’을 보여달라. 광역의원 선거를 시도단위의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전환하여 지자체장을 낸 정당이 의회를 사실상 독점하는 1당 지배구조를 깨야 한다. 민주당이 손해를 보는 것 같지만 길게 보면 이것이 사는 길이다. 다양한 정치세력이 의회에 진입하여 진보, 보수, 중도의 목소리가 함께 울려 퍼질 때 비로소 ‘배제의 정치’가 끝나고 생산적인 협치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것은 사법개혁처럼 논란이 크거나 저항이 심한 이슈도 아니다. 승자독식을 타파하고 다양한 민의를 반영하자는 명분은 누구도 거스르기 힘들다. 지방선거법 개혁은 이재명 정부가 말로만 개혁을 외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살을 깎는 희생을 통해서라도 민주주의의 기본을 바로 세우겠다는 진정성을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카드다.
엘리트 과두정을 넘어서는 첫걸음
엘리트 과두정의 성채는 하루아침에 무너지지 않는다. 그러나 그 성채를 떠받치고 있는 기둥인 불공정한 선거제도를 하나씩 교체해 나간다면, 변화는 반드시 온다. 지방선거를 앞둔 지금, 이재명 정부가 해야 할 가장 시급하고 의미 있는 구조개혁은 바로 지방선거법 개정이다. 거대 양당의 담합과 승자독식의 폐해를 걷어내고 1인 1표의 등가성이 살아 숨 쉬는 선거제도를 만드는 것, 그것이 ‘국가 정상화’를 넘어 ‘정치 정상화’로 가는 첫걸음이자, 4년 뒤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대폭발을 예비하는 위대한 씨앗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