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성공적 리더십은 4년 9개월 더 가야 한다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장정수 편집위원
정치 지도자의 진정한 면모는 폭풍우 치는 위기의 순간에서 비로소 온전히 드러난다. 위기는 지도자의 철학과 결단력, 그리고 소통 역량을 시험하는 무대이며, 특히 국가 최고 지도자에게는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 중대한 시험대가 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정치에 입문한 뒤 여러 차례 위기를 겪었지만, 이를 회피하거나 덮기에 급급하지 않았다. 오히려 정면 돌파를 선택하며 위기를 자신의 정치적 기반을 다지는 기회로 삼았다. 이는 진보적 가치의 핵심인 공정과 정의를 실천하는 과정이자, 그의 리더십이 단순한 정치적 기술을 넘어 민주주의 수호와 국가 재건의 숭고한 서사로 자리매김해가는 여정이기도 하다.
트럼프가 놓은 ‘숙청’ ‘혁명’ 장애를 ‘평화 중재자’로 정면 돌파
취임과 동시에 이재명 대통령 앞에 놓인 건, 국내외의 복합적 위기였다. 이 난국을 돌파해야 했던 그의 첫 시험대는 단연 지난 8월 25일, 취임 3개월 만에 성사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었다. 무역 불균형, 방위비 분담금, 대북정책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한 가운데, 예측 불가능성 으로 유명한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은 그 자체로 위태로운 도전이었다.
회담 직전 트럼프가 소셜미디어에 올린 한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숙청이나 혁명처럼 보인다. 우리는 그곳에서 비즈니스를 할 수 없다 는 발언은 한미 관계에 치명적 균열을 초래할 수 있는 위험성을 안고 있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흔들리지 않았다. 즉흥적인 반박이나 감정적인 대응 대신, 사실관계에 집중하며 트럼프의 오해를 조목조목 풀어나갔다. 트럼프가 오해였다 고 인정하며 한발 물러서자, 팽팽했던 회담 분위기는 극적으로 풀렸다. 이에 이 대통령은 한 걸음 더 나아가 트럼프를 ‘세계 평화의 중재자 로 치켜세우며 그의 대북 외교와 분쟁 해결 노력을 높이 평가했다. 노벨 평화상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는 진심을 담은 덕담과 정성이 담긴 맞춤형 선물은 닫혔던 트럼프의 마음을 열기에 충분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위싱턴 DC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앞서 SNS를 통해 한국이 정치적으로 불안정하다는 글을 올려 회담 전망을 어둡게 만든 바 있다. 2025.8.26 EPA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정상회담에 이어 기자회견을 마친 뒤 악수를 하고 있다. 2025. 8. 23 교도뉴스 연합뉴스
공감과 유머의 정치 기술과 치밀한 전략적 사고
이것은 단순한 외교적 제스처가 아니었다. 위기 상황에서 상대의 심리를 파고들어 공감과 유머로 난관을 풀어내는 고도의 정치 기술이었다. 이 전략적 리더십 덕분에 회담은 성공적으로 끝났고, 이는 새 정부가 국정 운영의 안정적인 기반을 다지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성공의 배경에는 치밀한 전략적 사고가 자리하고 있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워싱턴 회담에 앞서 일본을 먼저 방문하여 이시바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는 한국 외교사상 전례 없는 파격이었다. 역대 대통령들의 첫 정상회담 상대는 예외 없이 미국이었기 때문이다. 대미 관계의 절대적 비중을 고려할 때 상당한 리스크를 감수한 대담한 선택이었다.
그러나 이는 트럼프와의 회담 성공을 위한 고도의 전략적 행보였다. 이재명 대통령은 트럼프 행정부 외교의 핵심이 한미일 삼각 동맹에 있음을 간파하고, 한일 관계의 선제적 복원으로 미국의 우려를 불식한 것이다. 과거 문제는 김대중-오부치 선언 등 역대 정부 입장을 계승한다고 확인했지만, 민감한 사안들은 원론적 수준에서 매듭지었다. 시민사회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과거사 봉합 은 결과적으로 회담의 최대 걸림돌을 제거하는 효과를 거두었다.
이는 이념의 구속에서 벗어난 실용주의 외교의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다. 외교의 잣대는 이념이 아닌 국익 이라는 그의 철학은 다극화된 국제 질서 속에서 한국이 추구해야 할 외교적 방향성을 제시한다. 미국 중심의 단극 체제가 약화되고 다자간 경쟁 구도가 형성되는 전환기에, 지정학적 요충지에 위치한 한국은 능동적이고 유연한 균형자 외교를 통해 생존과 번영을 도모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의 연쇄 정상외교는 바로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전략적 선택으로 평가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저녁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새벽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으로 향하고 있다. 2024.12.4 연합뉴스
절체절명 내란 상황에서 빛난 리더의 결연한 의지
외교 무대에서 검증된 그의 위기관리 능력은 국내 정치의 격랑 속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 바 있었다. 지난해 12월 3일 선포된 비상계엄은 한국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든 헌정 유린 사태였다. 민주주의가 군화발에 짓밟히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흔들림 없는 리더십을 보여주었다. 부인이 운전하는 차량을 타고 어둠을 뚫고 국회로 향하며 유튜브 생방송을 통해 국민에게 직접 호소하던 그의 모습은 시민들의 가슴에 민주주의를 향한 뜨거운 연대감을 심어주었다.
그의 목숨을 건 싸움 이라는 다짐은 공허한 구호가 아니었다. 그는 국회 담장을 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중계하며 국민의 참여를 간절히 호소했고, 그 절규는 민주 시민들의 마음을 뜨겁게 달궜다. 결국 수많은 시민들이 국회 앞으로 몰려 경찰과 계엄군에 맞섰다.
그의 결연한 의지는 우리 현대사의 숭고한 순간들을 되살려냈다. 5·18민주화운동, 6월 항쟁, 촛불혁명의 정신을 다시 불러일으키며 국민들에게 역사의 현장에 당당히 서야 한다 는 도덕적 소명감을 일깨웠다. 그 결과 국회의원 190명이 국회에 집결하여 계엄 해제를 의결하였고, 비상계엄은 막을 내렸다. 이는 위기 상황에서 지도자가 직접 선두에 서서 난관을 돌파하는 선도적 리더십의 전형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의 위기관리 능력은 문제의 본질을 꿰뚫어 보고, 해법을 찾아 과감하게 밀어붙이는 저돌적인 추진력에 있다. 이는 타고난 자질이기도 하지만, 8년간의 성남시장과 3년간의 경기도지사 시절 축적한 행정 경험에서 체화된 것이기도 하다. 그는 지방 행정의 최전선에서 온갖 난관을 창의적으로 돌파하며 공무원 조직을 이끌고 정책을 실현하는 노하우를 체득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발언에 웃음을 보이고 있다. 2025.9.2 연합뉴스
토론식 국무회의에 스며든 지방 행정 경험과 소통능력
취임 후 첫 국무회의에서 도입한 토론 중심의 운영 방식은 주목할 만하다. 국무위원들과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며 장시간에 걸쳐 회의를 진행함으로써, 자신의 국정 철학을 각 부처 곳곳에 스며들게 했다. 이는 단순한 운영 방식의 변화를 넘어 국정 장악력 강화를 위한 치밀한 전략이었다.
여기에 그의 탁월한 소통 능력이 더해져 놀라운 시너지를 창출한다. 복잡한 현안을 대중의 눈높이에 맞춘 명료한 언어로 적절한 비유를 섞어서 전달하는 그의 능력은 김대중, 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의 소통 역량을 계승하면서도 독창적 면모를 보여준다. 특히 즉석연설에서 그 탁월함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자유로운 대화를 선호하는 트럼프와의 정상회담에서 준비된 원고 없이 토론 형식의 대화를 통해 일촉즉발의 긴장 국면을 극적으로 반전시킨 것이 그 백미라 할 수 있다. 세계 최강국의 수장과 마주한 외교 무대에서 즉흥적 화술로 위기를 돌파해내는 배짱은 탁월한 언변에 대한 절대적 자신감 없이는 감히 시도할 수 없는 고도의 정치술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의 소통능력은 광주, 대전, 부산 등지에서 개최된 타운홀 미팅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지역 주민들과 직접 마주하며 해양수산부 이전, 메가시티 구축 등 쟁점이 되는 지역 현안들에 대해 허심탄회한 토론을 이어갔다.
이처럼 국민과의 직접적인 교감을 통해 현장의 문제를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하는 그의 리더십 스타일은, 향후 국정 운영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중요한 단서가 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30일 강원 강릉시 성산면 오봉저수지를 방문해 가뭄 대응 추진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2025.8.30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연합뉴스
’만기친람‘ 스타일이 관료들 창의성 억누를 수 있다는 우려
그의 소통은 국민들에게 정치적 효능감을 선사하고 신뢰를 쌓아가는 든든한 정치적 자산이 된다. 이는 결과로 증명하는 실용주의에 뿌리를 둔 리더십이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이후 처음으로 탁월한 소통 능력을 갖춘 민주진보 진영의 지도자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리더십의 뿌리는 그의 파란만장한 삶의 여정에서 찾을 수 있다. 화전민의 아들로 태어나 초등학교 졸업 후 공장 노동자로 일해야 했던 가난의 체험, 공장의 프레스기 사고로 장애를 입은 산업재해의 아픔을 통해 자신의 힘으로 삶을 개척해 가는 굳건한 의지를 길렀다. 사회적 약자로서 겪어야 했던 설움은 훗날 그의 공정성 가치관으로 승화되었다. 검정고시와 사법시험 합격 과정에서 형성된 불굴의 정신력은 책상 위 이론이 아닌, 삶의 현장에서 체득한 생생한 생존 철학인 것이다.
그러나 그의 리더십은 양면성을 지닌다. 취임 초반 국정의 세세한 부분까지 직접 챙기는 만기친람 스타일은 관료 조직을 장악하고 국정 동력을 확보하는 데 효과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이 장기화하면 관료들의 창의성과 자율성을 억누를 소지도 있다. 한 사람의 대통령이 방대한 국정의 모든 영역을 직접 챙기기에는 물리적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카리스마 리더십을 지속 가능한 시스템으로 제도화해야
앞으로 이재명 대통령의 리더십이 극복해야 할 과제는 분명하다. 단순히 위기 관리의 성과에만 머무르지 않고, 각 부처 장관들에게 적절한 권한을 위임하며 국정 운영 시스템을 공고히 하는 것이다. 대통령 개인의 카리스마에 의존하는 리더십을 지속 가능한 시스템으로 제도화해야만 국정의 효율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이는 그의 리더십이 개인적 역량을 넘어 국가적 역량으로 확장되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한국 현대 정치사에 한 획을 그은 가장 역동적인 지도자 중 한 사람이다. 그의 리더십은 수많은 위기 속에서 단련되었고, 바로 그 위기를 통해 진정성을 입증했다. 하지만 그의 진정한 시험대는 이제부터 시작된다. 위기 관리를 넘어 그가 염원해온 대동사회 를 구현하고, 개인적 역량을 영속적인 시스템으로 정착시킬 수 있을지가 그에게 주어진 과제다. 복잡한 국제 정세와 첨예한 내부 갈등 속에서 그의 리더십이 대한민국을 성공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